간호사 병원 이직률의 많은 부분을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가 차지한다. 나는 야간노동을 포함한 3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20년차 간호사다. 나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야간근무 때문에 병원을 관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 이상은 꼭 있다.
야간노동만 없다면 병원이 보람있는 평생직장이 될텐데 라고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병원은 24시간 보살펴야 할 환자가 존재하는 야간노동이 철폐될 수 없는 사업장이다.
그렇다면 야간노동을 없앨 수는 없지만 좀 할만한 야간노동으로 바꿀 수는 있지 않을까? 교대 노동자 건강을 위한 보건관리지침이 존재하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또 야간노동으로 인한 수면장애를 진단받은 노동자가 업무상재해를 받은 판결도 야간노동 조건 개선에 유리한 측면이다.
야간노동으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
우리 병원에 최근 들어 간호사 중에 암으로 사망한 동료들이 많이 있다. 위암, 폐암, 유방암들이다. 모두가 젊은 나이의 간호사들이었다. 간호사 중에 암환자가 많아서 야간근무 때문은 아닌가 했는데 국제암기구의 최근 발표(야간노동 자체가 발암물질 2A)를 보니 연계성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또 최근엔 20년 정도 통상근무를 하던 선배간호사가 야간노동을 하는 교대근무로 부서가 바뀌고 난 뒤 적응하기 힘들어 하더니, 안면신경 마비로 입원하고 불안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걸 보니 원인이 야간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우리 병원 노동조합에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위염과 수면장애 등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또 병원사업장 여성노동자들의 경우 유산(30%정도)과 조산, 불임이 많은 이유도 야간노동의 영향이 크다.
최근 병원사업장의 야간노동 강화로 인해 건강상의 문제는 더욱더 심각하다.
최근 병원 현장의 노동강도는 짧은 입퇴원 회전율로 인해 높아져 있다. 병원이 돈이 되는 최대집중기간에만 환자를 보고 간단한 치료과정만 남아 있는 환자들은 퇴원시켜버린다. 또 전자의무기록이 도입되면서 업무가 30%-50%정도 증가했다고 피부로 느낀다. 특히 하루일을 정리해야 하는 야간에 노동강도는 더욱더 높아져 있다.
야간에 노동강도가 강화되면서 야간노동의 폐해는 더욱더 심각하다. 야간에 잠시도 쉬지 못하고 꼴딱 밤근무를 서고 나면 머릿속은 하얘지고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야간노동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좀 쉬어야 하는데 쉬는 건 고사하고 바쁠 땐 야간에 뛰어다니며 일할 때도 있다. 야간 업무를 최소화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병원사업장의 야간노동문제 해결을 위하여!
야간근무 개수 단축
보통 우리병원에서 야간노동자 평균 숫자는 6-7개정도이다. 하지만 결원 등의 이유로 9개까지 할 때도 있다. 유럽 선진국에 비교해서 많은 편이다. 야간근무 개수를 단축하려면 인력충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현재의 간호 3등급을 1등급으로 올려도 야간근무 개수 축소는 다소 해소된다.
야간노동 나이제한
현재 우리 병원에서는 45세 이상 간호사에 대한 야간노동 제한을 노력하도록 합의했다. 나이를 더 낮추고 싶었지만 인력충원이 되지 않는 현재 상태로는 젊은 후배간호사들에게 야간근무 개수가 가중되는 것 때문에 합의를 하지 못했다. 지금의 합의도 병동에 유고가 생기면 지켜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도 오십이 다 된 간호사가 심지어는 50이 넘은 간호사들도 야간 노동을 해야 한다. 정말 서글프다. 올해는 인력충원과 더불어 40세 이상의 야간근무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야간 근무 중 수면시설 설치와 사이잠 부여 등의 환경개선 야간업무 강도 최소화
병원에서 야간근무는 힘들기 때문에 좀 쉬어야 한다. 요즘 현장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야간업무 강도를 최소화하고 야간 근무 중 수면시설 설치와 사이잠 부여 등의 환경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대노동자 노동시간 단축
야간노동을 포함한 교대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이 통상근무와 동일하다는 것은 야간근무를 하면 할수록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야간수당이 지급되더라도 야간노동이 힘들기 때문에 기피한다. 서구 유럽의 경우처럼 교대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더 단축해야 한다.
인간적인 삶을 위한 교대노동자들의 근무조건 개선,
모든 사회구성원의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노동자 모두가 함께 투쟁해야 바꿀 수 있다!
야간노동은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삶에 영향을 준다. 생리적인 리듬파괴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사회생활을 단절시키고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준다.
모든 사람들에게 교대노동자들의 힘든 근무조건을 공감시키고 개선 방향에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한 사업장의 투쟁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모든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바꿔내야 한다. <노/정/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