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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7호] “제철소 사업이 실패하면 우린 모두 벵골 앞바다에 빠져 죽을 것입니다!” -이병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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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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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30 21:51:49, 조회:5,848, 추천: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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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사업이 실패하면 우린 모두 벵골 앞바다에 빠져 죽을 것입니다!”
-인도에서 포스코 자본의 오만과 독선-
이병진(옥중기고)
2009년 5월, 인도 오디샤(Odisha)주 주도인 부바네스와르는 덥고 습했다. 나는 경북대 아시아 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인도 포스코 법인장과 만날 예정이다. 공항에는 인도 포스코 직원이 나왔다. 다음날 나는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포스코 사무실에서 법인장을 만났다.
그는 광양제철소를 건설한 사람으로 자신감과 의지가 대단했다.
“여기 와 있는 우리 직원들은 제철소를 짓지 못하면 이 벵골 앞바다에 빠져 죽을 각오입니다. 우리는 꼭 성공할 것입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쥔다. 나는 깜짝 놀랐다. 군사 작전을 하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강력한 의지와 힘만으로 성공할 수 있겠는가?
분쟁지역이 된 인도 포스코 제철소
오디샤 주 정부와 포스코는 2005년도에 광산채굴권과 종합 일괄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해 놓고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철소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해 착공식도 못하고 있다.
법인장을 만나고 그해 9월 감옥에 갇혔기 때문에 이후의 진행 상황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말은 현실화 되지 않았다. 현지 주민들은 포스코를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분명하게 나뉘어 갈등과 대립이 높아졌다.
찬성하는 쪽은 대부분 개발업자, 관료, 지주 등 개발 혜택을 독점하는 소수 계층이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쫓겨나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회적 배경 때문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인 문제로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개발 업자들에 매수된 부정부패한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포스코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경찰력으로 탄압하자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공사 예정 지역을 관할하는 규장(Kujang) 경찰서에서는 170 건의 고소, 고발 사건이 접수되어 있다. 반대 운동을 하는 주민들뿐만이 아니라 지도자들이 체포, 수감되고 있다. 지난 3월 2일에는 포스코 제철소 진입 해안도로 건설을 반대했던 주민이 경찰들에게 잡혔는데 그를 신고했다고 의심 받는 그 마을 여성 집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도 일어났다.(Jagatsinghpur: Woman injured in Bomb attack near Posco Plant site, OdishaToday.com, 03 March, 2012)
포스코 제철소가 들어설 마을들은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무장경찰들이 상주하고 있다. 제철소가 들어와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오히려 주민들을 잡아가고, 무력으로 통치하는 경찰들로 인해 포스코를 반대하는 여론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인도 제철소 사업의 축소
포스코는 지난 6월 20일 한국의 언론사들에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인도 제철소 건설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홍보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포스코는 오디샤 주 정부와 연간 800만 톤 규모의 일괄제철소를 짓기로 양해각서를 갱신하였다고 발표했다.(박정일 기자, “포스코, 인도제철소 한고비 넘겨... 동남아 ‘1보 전진’”, 이데일리, 2012년 6월 20일)
이는 처음 계획했던 연간 1200만 톤 보다 제철소 규모를 축소한 것이다. 이렇게 계획을 바꾼 이유는 4004 에이커(acres)에 이르는 토지 확보가 어렵게 되자 전략을 바꾸어서 주 정부가 확보한 2700 에이커에 먼저 연간 800만 톤 규모의 제철소를 짓고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3년 전 법인장이 나에게 광양제철소 건설할 때도 주민들의 반대를 제압하고 제철소를 지었다고 자랑하면서 1200만 톤 제철소를 꼭 짓겠다고 장담했던 일과 비교해 보면 큰 변화다. 인도 주민들을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 붙이려했던 그 법인장은 인도 주민들의 저항이 얼마나 강한지 깨달았을 것이다.
포스코는 올해 말까지 토지를 확보하고 2013년에 주요 시설들을 설치하고 2016년부터 쇳물을 뽑아낼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불투명한 일이다.
오디샤 주 정부는 현재 2000 에이커의 토지를 수용했으며 나머지 700 에이커의 토지를 확보해야 한다. 700 에이커에 이르는 토지는 국유지이지만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400여 가구의 농가들이 빈랑나무 열매 포도(betel vine)를 재배하고 있었다. 주 정부는 경찰들을 동원해 강제로 나무들을 뽑아 버리고 주민들을 내쫓고 있지만 주민들은 생계가 끊기기 때문에 결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700 에이커의 토지를 수용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또한 포스코의 더럽고 추한 모습이 밝혀지면서 인도 내에서 반 포스코 정서가 커지고 있다.
인도국가인권위원회(National Human Rights Commission)는 최근 조사에서 인도 포스코의 사주를 받은 현지 토지개발회사의 사기 행각을 공개했다.
조사에 의하면, 폴랑(Polang)마을 주민들은 포스코의 위탁을 받은 부동산 개발 회사에게 1 에이커 당 18만 루피(약 4,500달러)로 100 에이커를 팔았다. 그런데 그 토지의 시세는 1 에이커 당 170만 루피(약 42,500달러)이다. 이는 무려 10배 가까운 차이다. 헐값에 토지를 사들여 포스코에 비싸게 되판 것이다.
포스코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비싼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는 이유는 토지를 판매하는 위탁업자들의 배후에는 부패한 정치인, 관료, 언론인, 토호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빈랑나무 열매 농사에서 쫓겨난 농업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이 밝혀졌다.(Amarnath Parida, NHRC visit POSCO Area to investigate human rights violation, Orissa Diary, April 11 2012)
이런 사실을 인도 감사원(Comptroller and Auditor General)도 인정하고 있다.
2012년 4월 2일 인도 감사원 보고서에 의하면 오디샤 주 정부는 2002년부터 2011년 사이에 6개의 토지개발회사를 만들어 모두 500 에이커의 토지를 불법적으로 수용했다고 했다.
오디샤 주 정부는 토지수용법(Land Acquisition Act) 17조 4항 긴급규정(the emergency provisions)을 이용해 토지를 수용해 놓고도 몇 년 동안 방치해 두었다. 이는 토지를 강제로 빼앗기 위해서 긴급규정을 악용한 것이다. 이렇게 주 정부가 빼앗은 토지 가운데 포스코에 넘긴 토지는 440 에이커(약 54만평)나 된다.(Green Talk: Posco's India project hits another hurdle. India's Comptroller and Auditor General says Orissa misused laws in acquiring land for industrial projects, Global Post Blogs On India Jason Overdorf, April 2 2012)
그동안 포스코는 막대한 비용으로 토지보상을 했으므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반 포스코 운동은 현지 주민들이 아닌 불순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무시해왔다. 그러나 인도 국가인권위원회와 감사원의 공식적인 보고서에 의해 포스코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지금 포스코 제철소 건설을 반대하는 인도의 대중들은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 정말로 오갈 데가 없어서 생존의 벼랑 끝에서 싸우는 사람들이다. 이런 절망에 놓인 사람들을 쓸어버리고 제철소를 지으려 하기 때문에 포스코를 반대하는 운동이 인도 전체로 들불처럼 번지는 것이다.
6월 20일 포스코가 오디샤 주 정부와 양해각서를 갱신하겠다고 발표한지 이틀이 지난 6월 22일에는 제철소가 들어설 자가스팅그프르(Jagastinghpur)군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서는 주 정부가 700에이커의 농지를 빼앗아 포스코에 제공하려는 것을 저지시킬 것을 결의하였다. 이 날 집회 참가자들은 포스코를 ‘침략자(corporate invasion)'라고 규정하고 전 인도의 인권그룹, 달리트, 어촌공동체들이 단결하여 투쟁하자고 호소했다.(Freny Manecksha, "Against all odds, a struggle Continues", The Hindu, July 10 2012)
부정부패한 정치인들과 관료, 토착세력들의 비호 아래 인도 인민대중을 폭력적으로 짓밟아가며 제철소를 세우려 했던 포스코는 침략자가 되었다.
핵발전소 지어줄게 제철소 다오!
오직 인도의 광산 채굴권에만 관심을 갖는 포스코는 이명박 정권까지 끌어들여 제철소 건설 사업에 매달리고 있다.(이정환 기자, “대통령까지 나선 포스코 인도 제철소, 좌초 위기?”, 오마이뉴스, 2010년 8월 19일)
이명박 정권은 임기가 끝나기 전인 올해 안에 인도 포스코 사업을 착공시키기 위하여 국가적 외교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2012년 3월 1일, 부바네스와르에서 인도 포스코 법인이 주관하는 세미나에 주인도 한국 상무관이 참석하는가 하면(보도자료, “POSCO-India held the Seminar on India project", march, 2012),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포스코의 강판 공장 준공식에 주인도 한국대사가 참석했다.(이완 기자, “포스코, 인도 자동차 중심지에 강판 공장 준공”, 한겨레신문, 2012년 5월 29일)
2007년 8월 경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인도에 왔을 때 한국 대사관 상무관이 후보에게 브리핑을 했다. 나는 그때 상무관에게 인도 포스코의 문제점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어 대통령 후보가 인도에 대해서 객관적 시각을 갖게끔 도와주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인도 주민들의 처지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줄은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이명박 정권이 인도에게 핵발전소를 지어 줄 테니 제철소 건설을 도와 달라고 인도 정부에 추태를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New Delhi, India Cautious on Korean nuclear park offer as Posco hangs fire. The Hindu, June 2 2012)
핵발전소 건설은 일본 원전 사고처럼, 인도 민중들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고, 핵 관련 기술은 매우 민감한 정치적 사안인데 특정 사기업을 위해서 국가가 나서서 그런 정치적 부담까지 안고 제철소 건설에 나서는 것을 볼 때,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자본의 이해에 철저하게 복무하려고 하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인도 정부 역시 자본주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자국 민중들의 생존권이 철저하게 유린되는 것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이윤을 위해서 한국에서 포스코 건설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던 비열한 작태처럼, 인도 민중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짓밟는 더러운 짓을 즉각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당신들이 한 이야기처럼, 인도 민중들의 저항으로 인해 포스코 자본은 벵골 앞바다에 빠져 죽을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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