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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6호]미해군기지, 제주도 강정마을 체험기 -사진 활동가 점좀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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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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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9 11:32:13, 조회:6,079, 추천: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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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해군기지, 제주도 강정마을 체험기
사진 활동가 점좀빼
이글은 3,4월 주말을 이용한 단기방문 이후, 여느 현장과 마찬가지로 어렵게 투쟁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부채의식을 갖게 되었고, 역사적 사건을 카메라로 기록하고 미해군기지 반대투쟁에 보탬이 되고자 5월 중순부터 약 한 달간의 체류하며 체험한 바를 정리한 것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강정 앞바다에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기지 공사장 내 차량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내 해경 보트 세 척이 나타나 침입자들을 추적한다. 이 침입자들은 아직 파괴되지 않은 구럼비 바위에 올라 재빠르게 걸으며 주변을 촬영 후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해경은 이 침입자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체포라도 했을까? 아니다. 이 ‘구럼비’라는 1.2km에 이르는 거대 단일 용암바위는 공유수면지역이다. 이런 지역에 진입한다는 것 자체로는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다. 결국 구럼비에 들어간 사람들은 침입자도 아니다. 그럼 왜 강정마을 지킴이들은 침입자의 몸이 되어 어둠을 틈타 차가운 바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것은 제주 강정마을에는 법을 초월하는 자들의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힘의 역사는 반세기 이전의 제주에서 일어난 참상에서부터 시작됐다.
1945년 해방 후 미군정이 제주도의 계속된 가뭄에도 불구하고 양곡수탈 등을 일삼자 민중들의 분노가 극에 이르게 된다. 이에 미군정은 이데올로기 공세로 육지경찰을 앞세워 말 그대로 만행을 저질렀다. 2012년 현재 거대자본과 부패정권, 미 제국주의가 바로 이 1948년 제주 4.3항쟁을 재현하고 있다. ‘범죄 없는 마을’은 주민 400여명의 연행 구속, 벌금 2억여 원에 이르는 범죄자 소굴로 변했고, 주민들은 과도한 공권력 행위와 삼성 대림자본의 불법 탈법행위에 노출되어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소수 찬성 주민들과의 반목은 물론 반대주민 내부 이견 등으로 공동체는 균열을 보인지 오래다.
이젠 일상이 된 자본과 공권력의 불법 탈법 행위들은 모두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마을에는 경찰에 의해 집회금지라는 ‘신(新)계엄령‘이 내려진 상태다. 주민과 지킴이들은 종교행위와 일인시위로 저항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군을 비롯한 경찰과 경비용역에 의해 종교행사 방해, 폭행, 불법채증 등 심각한 폭력을 당하고 있다. 이런 불법적 행위를 자행하는 자들은 부끄럼조차 없어 주민과 지킴이 심지어 종교인들에게 조롱과 조소까지 보내기도 한다.
육지에서 파견된 서귀포서장 이동민의 진두지휘 아래 육지백골단 해군과 삼성대림 경비용역들은 물론 심지어 서귀포 경찰서 경비과장 구슬환까지 나서서 발차기 목조르기 등을 서슴지 않는데 마치 조직폭력배를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문정현 신부의 경우 포구에서 해경에게 떠밀려 방파제 아래로 추락한 사건도 있었고 경비용역에게 욕설을 들으며 멱살잡이를 당하기도 하였다. 이런 일상적이고 비상식적인 폭력에 노출된 주민들의 다수는 자살충동, 우울 등 정신적 장애에 시달리기도 한다. 마을회 회장의 모친의 경우 지킴이들이 결합하기 이전 3년간 아들에 대한 테러가 두려워 아들이 귀가하기 전까진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고백하기도 하였다.
또한 공사로 인한 주민들의 경제적 피해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주야간의 공사 소음 때문에 공사장 인근 주택과 상가들은 창문을 열기조차 힘들다. 바람이 강한 날엔 공사장에서 날아 온 염분이 포함된 먼지로 인해 비닐하우스 농작물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강정은 예로부터 토지가 비옥하고 물이 풍부하여 논농사가 가능한 제주 유일의 지역이기도 하였고, 무엇을 심어도 잘 자라기에 풍족한 생활을 누려 ‘일(一)강정’으로 불리기까지 한 곳이다. 이런 살기 좋은 마을에서 기지건설로 인하여 토지가 강제수용 되고 군사보호지역 지정, 군관사 건설을 위한 추가 강제토지수용까지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다시금 긴장감이 커가고 있다. 이런 위기의 주민들에게 군관사 건립 설명회장에 나타난 한 해군 소령은 설명회 자체가 무산되자 “그런다고 못 지을 것 같냐” 등의 망발을 일삼기도 하였다. 이후 해군측은 주민의사와 무관하게 강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민중들의 비폭력저항 연대투쟁, 공사 진행률 30% 이하 고전하는 해군
그럼 이제 주민들의 기지반대 투쟁에 결합하는 사람들을 살펴보자. 타시 도민들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온 지킴이들과 종교인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나이, 출신지역도 다양한 지킴이들은 재주도 참으로 다양하다. 자율성이 강조되는 이곳에서 그림부터 노래, 글, 외국어, 입심, 근력까지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함께 싸우고 있다. 이들의 주요 일정은 아침 7시 기지단 정문에서의 평화기원 백배로 시작된다. 이후 미사와 기도회, 일인시위가 진행되며 저녁이면 평화센터에 모여 문화제를 열고 춤과 노래로 고된 하루를 마감한다.
5월부턴 홍보활동에도 참여하여 제주도는 물론 육지 전 지역에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문 상황의 경우는 언제나 군경 자본의 협동으로 종교행위가 중단되고 고착, 연행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은 주로 공사장 측과 합의된 ‘종교행사 중 레미콘 등 공사차량 입출입 중지’가 지켜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종교인들이 레미콘차량에 오르거나, 기동대가 레미콘을 호위하며 진입을 돕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해상감시 등의 활동을 하는 지킴이들의 경우 활동을 끝내고 마을로 귀가 중 상황이 발생하면 수트를 입은 채로 투쟁에 결합하기도 한다. 최근엔 공사장 앞바다 오탁방지막 감시 활동으로 해군의 부실시공 환경파괴 등을 폭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중단기로 방문하여 결합하는 고등학생, 직장인들도 많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함께 하는 많은 이들이 끈끈한 연대의식으로 주민들과 결합하여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뜨겁게 싸우고 있다. 해군측이 공사 진행률 30%를 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는 것은 이런 민중들의 연대투쟁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시야를 조금씩 밖으로 돌려보자 국제적 쟁점까지 된 미 해군기지에 대한 제주도청과 정치권은 입장은 어떨까? 이 항쟁의 원흉이며 현재 제동을 걸 수 있는 야권인 민주당계는 말 그대로 ‘눈치 보며 추진‘이란 기만적 행위로 일관한다. 이미 한국 해군기지, 민군복합항이 모두 사기임이 국제적으로도 폭로된 상태다. 총선 전 제주도 민주당 후보들은 기지반대를 내세우다가 당선 후 민군복합항 추진을 주장한다.(서귀포시 지역구 의원 제외) 우근민 도지사는 공사정지 명령 명분을 논하며 시간만 끌다가 이젠 주민과의 대화마저 일방적으로 단절한 상태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헌정수립 최초로 대통령이 4.3 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하고 희생자 유족들에게 사과까지 하였지만 동시에 ’해군기지건설‘을 추진했음을 상기한다면 민주당계의 이중적 행보는 참으로 일관적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은 지리적 역사적으로 좁게는 한반도에서 극동,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그리고 더 멀리 남미까지 확장되고 있는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 제국주의와의 전쟁이란 측면에서 중요한 전투이기도 하다. 중국, 러시아와의 직접적 군사 대립과 긴장관계를 높이는 제주 미 해군기지는 나아가 동남아, 아프간, 우즈벡,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등의 상황과도 연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 제국주의의 개입과 점령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에선 지금도 무수한 민중들이 희생을 치루며 전투중인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강정전투 승리는 제국주의와의 전쟁에서 종국적 승리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이러한 미묘하고 예민한 국제관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아픈 현장을 목격한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바로 화순항에 위치한 케이슨 제작장에서 주야 2교대로 노동을 하는 약 180여명의 베트남출신 노동자들이다. 베트남이 어떤 나라인가. 미 제국주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역사를 지닌 호치민을 국부로 둔 나라다. 그러나 현재 베트남 출신 노동자들은 자본권력의 국제적인 수탈로 자국과 전쟁을 치룬 자국민 학살로 악명을 떨친 나라에 들어와 제국주의 전쟁에 복무하게 됐다. 이주노동자 자신과 가족의 희망과 미래가 철저히 피의 토대 위에서 피어나게 되는 이 역설적인 현장을 목도하게 된 것은 참으로 침통하고 이 낡은 체제를 향한 분노 다시금 확인케 된 순간이었다.
투쟁의 위기, 그러나 돌파구는 있다.
다시 마을로 눈을 돌린다. 강정을 다시 찾은 5월은 3~4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었다. 아무래도 구럼비 발파 저지 실패 후이기에 일종의 공회전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미조직 활동의 최대 강점이 자발성과 높은 창의력이지만 현재의 상태는 힘의 분산, 낮은 효율 등의 약점이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활동의 경우 흐트러진 상태를 추스름에는 그만큼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현재 매일 반복되는 고착과 항의, 연행 등 정문의 상황은 소모적인 측면도 있음을 부정할 순 없다. 중요하고 당연한 저항이겠으나 힘의 중심과 분산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 법이다. 어느 날 신병까지 있는 어르신이 레미콘에 오른 일이 있었다. 갑갑함과 현 상황을 타개하고 싶은 맘이 오죽하셨겠는가. 담배와 물을 건네며 어르신과 잠시 눈을 마주할 때엔 한 젊은이로서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이었다. 이 어르신은 다음 날 몸 상태가 악화되어 급히 병원에 입원하시게 됐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어느 장기수의 말씀이다.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엔 바닥에 바짝 엎드려 주위를 관망하고 역사를 살펴라.’ 현재 공회전 상태란 문제의식은 응당 공유되고 있고, 정세를 살피고 전술을 새롭게 짜고 있는 것이 현재까지의 모습이겠다.
정권에게 장악당한 언론은 그간 강정의 현실을 축소 왜곡하고 있었고, 해군측은 제주도내 일간지에 민군복합항 홍보 전단지까지 넣으며 해군기지 찬성여론몰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강정마을은 도내홍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육지에선 대도시별로 문화제 등 선전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거점인 강정에서는 꾸준한 불법공사 감시와 기자회견 등으로 우근민 제주도지사를 압박하고 공사 지연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선 쌍차, 용산학살 유족 등 침묵과 죽음을 강요받는 같은 처지인 노동자 민중들과 손을 잡고 국회압박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다시 활력을 찾고 있기에 강정에서 희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강정거점의 육지 활동에서 왜 민주당을 좀 더 직접적으로 압박하지 않는가란 점이다. 대선을 앞둔 민주당은 자본가정당임에도 표를 의식하여 자신들에게 계륵과도 같은 쌍차 문제에 쌍용차특위를 구성하여 접근했다. 강정은 미 해군기지의 원흉인 그들에겐 쌍차와 같은 계륵이다. 그렇다면 강정마을측은 미 해군기지 문제 해결 촉구를 걸고 다양한 행동으로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미 해군기지를 이슈화 할 수 있다면 반대여론 확산은 물론 강정거점 활동의 폭까지도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민주당 대표 경선은 이런 활동을 하기에 좋은 기회이었다.
더불어 그간 노동계의 연대가 미약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총선 전 전국노동자대회가 강정에서 있었지만 이는 다분히 일회적이고 선거동원용이었다. 향후 민주노조에서도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반제국주의, 반독점자본, 반MB‘의 이름으로 걸고 연대 투쟁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새벽 강정포구에선 디젤음을 내며 어선들이 출항을 하고 동이 트면 해군기지단 정문에서 주민과 지킴이들이 평화를 염원하는 백배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 돌다 보면 여느 시골과 다름없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그런 곳이다. 공사장 소음이 줄면 새소리가 들리고 밭에서 주민들이 일을 하고 아이들은 뛰어논다. 잠시 큰 나무 아래에서 땀을 식히고 지킴이들의 든든한 후방지원처인 삼거리식당으로 향한다. 가는 길 마주치는 마을삼촌 어르신들 지킴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식당삼촌은 평상 한쪽에서 책을 읽고, 터줏대감인 개 중덕이가 한가로이 낮잠을 즐기는 모습도 이곳의 평범한 일상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포구를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 질주하여 올레꾼들의 휴식처 노천카페에 이르면 시원한 유자차를 마시며 석양을 바라본다. 이 짧고도 불안한 평화의 순간을 누리며 하루를 마감한다.
평화는 고개를 들어 손을 뻗으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싸워 손에 쥔 자들만이 이것을 지키려는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그런 결과물이다. 그럼 누구와 싸우는 것인가를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하는가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끝으로 이 전투에 임하고 있는 강정의 평화가 세계의 평화임을 외치는 모든 강정마을 주민, 종교인, 지킴이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케이슨 - 철근 콘크리트제의 상자 모양의 것으로, 부양식 독(dock)이나 육상의 독에서 제작되고 해상을 예항선(曳航船) 또는 기중기선에 의해 매달려 현장으로 운반되어 방파제 또는 중력식 구조의 계선안 본체로서 설치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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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좀빼 |
2012-07-07 |
16: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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