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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6호]총파업으로 일어서는 덤프노동자들-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송찬흡 지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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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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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9 11:41:05, 조회:5,518, 추천: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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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으로 일어서는 덤프노동자들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송찬흡 지부장
덤프노동자 평균 나이 50이 넘었습니다. 운전대만 잡고 한평생 좁은 공간에서 희망을 키워왔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알아 줄때도 있었습니다.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그래도 그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한만큼 노력의 대가는 있었고 지금보다 기름 값도 쌌고 중간착취가 심하지는 않았기에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시절이 좋았구나’ ‘아 옛날이여’이지요.
IMF 이후 명예퇴직이니 뭐니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들이 퇴직금을 받아 자기 장사를 해보겠다며 새로운 일을 찾다가 이 쪽 길로 들어선 이들도 있었습니다. 장마, 비수기 등을 제외하면 덤프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날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차량할부금, 타이어 값, 유류대, 수리비, 보험료 빼고 나면 실제 수입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체불까지 발생하면 신용불량자 되는 거 정말 어렵지 않습니다. 덤프차도 늘어나고, 중간착취에 불법 하도급 건설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내가 일한 단가가 깎이고, 체불이 발생하고 제 살 깎아먹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엔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렇게 일했습니다. 그래야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건설사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하지만 사업자라는 신분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도 되지 않고 현장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다가 사고가 나도 내가 다 책임을 져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우리들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겪었을 것입니다. 문제를 제기라도 하면 ‘내일부터 일하러 오지마라’ 배차하는 똥쟁이(불법중개업자)에게 ‘앞으로 저사람 부르지 마라’는 등 주변에 소문이 나서 밥줄이 끊기게 되니까요.
건설현장에서 가장 악질적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는 ‘불법다단계구조’입니다. 원청이 바로 노동자들에게 일은 주는 일은 거의 없고, 원청-하청-노동자 이렇게 두 단계만을 거친다면 그나마 다행인 셈입니다. 문제는 중간에 똥쟁이까지 끼어서 4단계이상 원하청 고리가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소위 ‘똥쟁이제도’는 건설현장에 있는 오래된 관행인데, 그것은 원청,하청 건설회사와 노동자 사이에 불법중개업자인 똥쟁이가 끼어서 소개비라는 명목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하는 제도입니다. 2008년 ‘시공참여자제도’법이 바뀌어서 똥쟁이구조는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는 아직도 ‘똥쟁이제도’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불법다단계 구조는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체불임금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특히 최근에 벌어지는 체불들은 이 ‘불법다단계구조’의 착취구조 때문입니다. 끝없는 원하청의 고리로 내려가다 보면 노동자들에게 남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지요.
원청건설회사 사업주들은 ‘불법다단계구조’를 통해서 불법중개업자와 협상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구조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사태와도 같이 똥쟁이들이 중간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떼어먹고 달아나면 노동자들은 임금을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정말 기가 막힌 사태에 처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체불임금의 문제는 ‘똥쟁이제도’의 관행을 다 알면서도 원하청 사업주들의 이익을 위해 눈감고 있는 정부, 노동자들의 임금을 조금이라도 덜 주면서 노동자들을 조금이라도 더 착취하기위해 그 불합리한 ‘똥쟁이제도’를 받아들이는 원하청 사업주들, 노동자들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임금을 중간착취하면서 달아나는 ‘똥쟁이’ 이 3박자가 어우러져서 만들어진 문제입니다. 결국 건설노동자들의 체불임금문제는 고질적인 임노동착취관계에서 오는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은 매번 당하고만 살지 않습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산하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는 2005년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알고 부당함을 알면서 얼마나 어리석게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고만 살았던 무지함에 그때를 생각하면 앞선 선배들에게 낯이 뜨겁네요.
잘못된 법을 바꾸고, 머리띠를 질끈 묶으며 “차라리 죽여라”,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손 프랑을 흔들 때에는 현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거대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먹고 살아야 되기에 목구멍이 포도청라고 일을 해야 되기에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서로를 불신을 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매년 총파업이라는 연중행사를 치루면서 흩뜨려졌던 마음과 조직을 추스르면서 분노는 다시금 살아났고 ‘뭉쳐야 산다’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에 따라 더 크게 통 크게 뭉쳤습니다.
그러나 자본과 정권은 우리보다도 한발 앞서서 항상 우리를 리드하고 있었음을 파업이 끝나고 나면 알았지만, 그래도 죽지 않을 만큼의, 아니 저항 못할 만치의 성과를 얻고서 만족해야 했지만 우리는 투쟁을 하면서 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바로 뒤집을 것 같았던 분노와 함성은 현장으로 돌아만 가면 순한 양이 되고 말 잘 듣는 자본의 개로 변하는 것은 왜일까요? 이것도 바로 그 불법다단계구조와 똥쟁이 구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일을 나누어주는 이들이 바로 똥쟁이들이니까 불합리함이 있어도 불만을 토로하면 일을 안 시켜주니까 더러워도 꾹 참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더욱이 사업주에게 내려지는 있으나마나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우리는 고통 속에서 제 살을 깎아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아직도 일감을 주는 이가 불법업자든 똥쟁이든 나에게는 사장이고 형인 현실 앞에서 절망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현재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은 임금이 하루에 얼마인지, 언제 임대료를 주는지 조차 물어보지도 못하면서 그저 일만 주면 그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일은 없고 차량은 많고 모든 것은 똥쟁이들이 좌지우지 하니까요. 우린 그래서 이런 악의 축인 악덕 사업주와 똥쟁이들을 몰아내자고 총파업을 준비하고 결의 했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불합리 한 것 들이 많겠지만 최고로 불합리한 것이 일 시킨 놈은 있는데 돈 줄 놈이 없다는 것 이 얼마나 불합리 한 것입니까? 이러한 체불임금도 바로 불법다단계구조와 똥쟁이제도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원청사업주는 발주를 하면 하청사업주들에게 노동자들의 임금을 주므로 이 불법중개업자들인 똥쟁이들이 임금 전체를 받아서 도망치거나 하면 원청사업주들은 똥쟁이에게 임금을 주었다고 하면서 나 몰라라 하니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을 길이 없는 것입니다.
작년 한해 건설노조 체불실태조사에서 수백억 원의 체불금액이 나왔습니다. 비조합원하고 합치면 수천억 원은 될 것입니다. 내 차로 내 돈으로 기름 넣고 수리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체불이라뇨? 노동부에서는 우리가 ‘사업자’의 신분에 있다고 하면서 접수조차 하지 않고 정부에서도 조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받습니까? 발주처가 관리감독을 잘했다면, 원청이 하청 관리만 잘했다면 체불을 발생하지 않겠죠.
또한 남들은 주5일 근무한다는 데 우리는 남들 다하는 하루 8시간 하자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요일이건 공휴일이건 일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1일 8시간 일을 좀 하겠다니 회사가 어렵다고 합니다. 사업주와 똥쟁이들이 언제까지 건설노동자들의 등골을 빼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대구경북지역은 4대강 공사가 있었기에 국책사업이다, 경제를 살린다고 난리 블루스를 쳤지만 결국 대기업만 배불리고 가진 자들만의 잔치로 끝이 났습니다. 자전거도로니 준공식이니 해서 가수 부르고 풍물패를 불러서 온갖 축제에 잔치를 하는데 그 뒤에는 건설노동자들의 등골이 빠져있고 체불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일이 좀 있었다고 남들은 말하지만 건설노동자들에겐 장시간 노동에 불법천지인 현장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골병과 체불로 인한 고통뿐인 것 같습니다. 4대강 공사를 할 때, 건설노동자들은 “13시간 이상 체력이 안 되면 아예 들어오지 마라”고 하는 노예계약서를 썼습니다. 4대강 공사를 할 때는 실제 하루 13시간씩 일을 했습니다. 노동자들은 4대강 때문에 차를 할부로 산 사람이 많은데 체불이 되니 차를 빼앗기고 가정도 파탄이 났습니다. 더욱이 4대강 공사가 끝나자 더 이상 공공공사는 발주가 안 되었고, 4대강 공사 때문에 많은 장비들이 증차되어 쏟아져 나오게 되어 일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자본가들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끝없이 이익만 추구하면서 건설노동자들을 아직도 말 잘 듣는 자본의 수발자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때까지 빼앗기고 당하고만 살아온 것들을 우리는 올해 총파업으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되찾으려고 합니다. 건설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 왔고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그 분노를 반드시 보여 줄 것입니다.
2012년 새로운 희망을 쓰는 건설노동자의 대규모 투쟁으로 다시 한 번 반격을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차라리 죽여라”라고 얼마나 외쳤던가요? 고유가에 벼랑으로 몰린 건설기계노동자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습니다. 더 분노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6월 28일 총파업을 계기로 우리의 절박한 현실의 요구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으로 하나하나 쟁취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2012년을 반드시 민주노총과 함께 어떠한 투쟁이라도 승리하는 해로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투쟁!<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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