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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6호]화물연대 파업 현장에서 보내는 투쟁보고서 -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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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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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9 11:35:49, 조회:5,295, 추천: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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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현장에서 보내는 투쟁보고서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
전국운수산업노조 화물연대본부가 6월25일 07시를 기점으로 전국에서 일시 파업에 돌입하였다. 전근대적 물류체계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살인적인 기름 값, 동반해서 상승하는 제 비용들과 그로 인한 가혹한 착취와 수탈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조합원투표 80%가 넘는 압도적 가결로 파업이 결의된 2월 이후, 4개월 여 만에 실제로 파업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우리의 파업을 애써 파업으로 표현하지 않고 ‘집단운송거부’ 따위로 표현하고 있다. 파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우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화물운송사업자’간의 집단운송거부로 치부하며 현실을 호도하기에 급급하다.
“국가 물류를 볼모로 집단운송거부를 강행한 것”이라는 대국민담화문의 내용처럼 국가 물류가 그렇게도 중요하고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공공’의 영역이라면 그 중요하고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국가물류”를 담당하고 책임지는 주체인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절박하고 시급한 생존의 문제에 대해서는 왜 외면하는 것인가? 그런 논리라면 자영업자인 화물운송노동자가 자신의 차량을 운행하든 또는 놀든 그것이 왜 국가의 물류를 마비시키는 것인가? 국가의 물류 운운하려면 바로 그 국가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화물운송노동자들의 힘든 처지를 이해하고 열악한 상황을 개선시키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인데도 국가는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화물운송노동자에게 고스란히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하기야 '국가는 지배계급의 지배도구이며 계급착취 도구이다'라는 맑스의 전언을 상기하면 자본가 지배계급의 국가가 스스로 피착취 계급을 위한 정책을 펼치리라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고 헛된 기대에 불과할 것이다. 오로지 강철 같은 투쟁만이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할 것이 다.
파업 돌입 시점 이후인 첫째 날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부산신항으로 파업대오를 집결중이다. 조합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는 가운데 현 상황을 보면 몇몇 비조합원들의 차량은 여전히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파업을 월요일 오전으로 발표한 이후 한탕이라도 더 할 욕심의 비조합원들이 월요일 새벽에 차량을 출발시켜서 07시라는 시간을 피해 운행하고 있는 것이다. 파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정부와 자본가계급은 언론플레이를 필두로 파업파괴를 위한 파상적인 공세를 몰아치고 있다. 어디어디서 화물차가 몇 대가 불이 나고 몇 대가 테러를 당했는데 비조합원 차량이라는 둥의 화물연대의 조직적 테러라는 식으로 호도하고 악의적 언론조작을 하며 파업 파괴를 획책하고 있다. 한편 각 운송사들은 투쟁의 동력이 얼마나 강고한지 또는 약한지에 따라 파업파괴를 비조합원들에게 유도하기 위해 우리의 투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그 숱한 파업투쟁에서 있었던 정권과 자본의 파업방해공작은 언론의 허위, 거짓보도를 필두로 하여 경찰의 운행차량 호위보호와 몇 곱절의 운송료 지급,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부두영내운행차량 영외 운행 허용, 군차량 투입, 운송회사의 회유와 협박 등등 화물연대의 파업을 깨기 위한 온갖 술책과 기만이 판을 치고 거기에 동조하는 일부 비조합원들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마저 내팽개치고 한줌 콩고물에 영혼을 팔아먹으며 파업을 방해했던 투쟁의 역사가 있었다.
이번 파업 또한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이전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강압적이고 악랄하게 파업방해를 하고 투쟁의 깃발을 내리게 하려고 음모를 꾸밀 것이다. 파업 시작 직후 부산신항으로 집결한 부산지부 대오는 운송차량 저지를 위한 거점을 확보하고 뙤약볕에 앉아 투쟁을 진행 중에 있다. 경찰은 우리 파업대오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동원하여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어떤 돌발적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침탈할 준비를 하고 진을 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화물연대 지도부는 돌발행동 자제와 지도부의 지침대로 일사불란하게 행동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파업대오는 한 치의 동요와 흔들림 없이 투쟁을 진행 중이다. 지도부는 서경지부장의 의왕화물기지 고공농성과 부산지부장의 신항 철탑고공농성을 시작으로 가열차고 강고한 투쟁의 시동을 걸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비조합원들을 비롯한 운송차량들이 속속 파업대오에 동참하고 있다.
조합원의 자존심이며 단결의 표상인 화물연대 로고를 제거하라는 투쟁지침이 떨어졌다. 로고를 제거하는 의미는 우리의 생산도구이자 유일한 무기인 차량동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2006년 3월의 광주삼성을 포위해 버린 영웅적 차량시위가 재현될 조짐이다. 이제는 ‘생즉사 사즉생’의 사생결단의 투쟁만이 남아있다. 일몰 후 우리 부산지부는 거점에서 도로를 점거하기 위해 농성장 텐트를 치는 척 작업을 진행했고 우리의 텐트 치는 작업을 보고 경찰들은 여지없이 득달같이 침탈해 들어왔다. 우리는 경찰들과 몸싸움을 하며 대치하였고 텐트를 던져 버리고 도로를 점거하여 마비시켰고 그 과정에서 두 동지가 연행되었고 몇 시간 뒤 간단한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이후 우리는 조별로 산개하여 흩어져서 운행하는 차량들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해서 파업동참을 호소했고 그렇게 첫날 투쟁 일정이 끝났다.
둘째 날. 첫째 날과 달리 병력배치는 전경을 최소화하고 직업경찰 즉 경찰기동대들을 대거 배치하였다. 그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린 전경대원들로는 화물연대의 거칠고 빡센 투쟁을 막아내기가 무리라는 판단으로 노회하고 침착한 직업경찰을 배치한 것이 아 닌가 생각한다. 이틀째는 훨씬 많은 수의 경찰병력이 배치되었고, 아침에 모여 집회를 가진 후 우리는 또 다시 산개하여 조별로 차량이 많이 다니는 거점을 찾아다니며 파업동참을 유도하는 전술을 진행했다. 다시 모이고 흩어지고를 반복하며 경찰들의 혼을 빼는 전술을 진행하며 하루 해가 넘어갔다.
셋째 날. 신항에는 많은 수의 경찰병력이 집결해 있다. 우리는 신항에 가지 않고 북항, 즉 신선대 부두를 위시한 기존의 부산항을 압박하는 전술로 경찰을 교란시키고 있다. 오전의 일정은 약 천명이 넘는 대오가 신선대부두 앞 집회와 이어서 연합철강까지의 가두시위를 진행하고 각각 산개하여 다시 신항으로 결집하였다. 오후 1시 반 국토해양부 장관이 물류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신항을 방문 한다는 정보에 의해 항의 집회를 진행하고 오후 2시에는 대정부 협상테이블이 진행되었고 정부는 예상대로 해결 의지 없이 나왔고 서로의 입장의 차이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협상은 결렬되었다.
우리는 때마다 날마다 다른 전술 다른 투쟁으로 파업파괴 책동을 분쇄 하고, 기필코 반드시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 것이다. 표준요율제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우리의 투쟁은 더욱 활화산처럼 타오를 것이다.
전근대적 운송체계, 최소한의 생활임금에도 못 미치는 다단계 먹이사슬의 최하층 피착취층으로서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열악하고 암울한 현실의 표현으로써 우리는 필연적으로 파업투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자본주의체제의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노동자계급의 가장 대표적인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로서의 화물운송노동자들의 이번 파업투쟁은 비슷한 처지의 건설노조 동지들과의 공동투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건설노조는 우리 화물연대와 노동기본권 및 산재보험 전면적용 등을 공동요구 사항으로 내걸고 시기집중 공동투쟁을 결의하였고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투쟁으로서 화물, 건설의 공투는 분명 이 땅 노동자계급의 투쟁의 시발점으로 그 도화선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 화물연대, 건설형제들의 강력한 투쟁은 민주노총에서 공언한 전국총파업을 무난히 견인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탄압과 파업파괴 공작도 우리의 투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이제 시작인 파업투쟁은 얼마나 오래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얼마나 길고 힘들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투쟁은 이제 시작되었다. 그 어떤 탄압이 몰아쳐도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착취와 억압의 사슬을 끊어내고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선도해내는 기폭제로서 우리의 투쟁은 작용할 것이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투쟁!<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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