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80호] "공공운수노조.연맹 노동자정치세력화” 공개 토론회 참관기 - 공공활동가
노정협
2011-11-30 23:10:37, 조회:7,685, 추천:269
“공공운수노조.연맹 노동자정치세력화” 공개 토론회 참관기
공공 활동가
공공운수노조.연맹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주제의 토론회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노동자정치세력화라는 단어의 의미가 이전과는 분명하게 사뭇 다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혁명으로 표현되는 박원순 시장의 당선결과로 나타나는 현장의 공공노동자로서의 정치적 기대와 희망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현장의 활동가로서 느끼는 감정은 기대와 희망만이 아니라 실망과 걱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단어가 지니는 희망과 환상의 의미는 나를 “공공운수노조.연맹 노동자정치세력화” 공개토론회에 참여하게 하였다.
토론회는 공공운수노조.연맹, 진보신당과 사노위 그리고 4곳의 현장활동가 패널들이 참여하였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제안서를 중심으로 패널들이 정치세력화에 대한 현장단위의 입장을 또는 개인의 입장을 순서대로 발표하는 형태에 이어 플로어의 의견과 간단한 질문을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2시간 반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치열한 토론은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물론 토론 전에 사회자가 치열한 토론과정에서 공통된 무엇인가를 찾기보다는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토론의 성격을 규정하였지만 명확한 쟁점이 부각되지 않는, 구색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 토론회라는 인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각 패널들의 의견과 입장을 들은 후에 종합하여 쟁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정리해야 했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의 제안서에 제출된 핵심 내용은 “‘다시’노동자 정치세력화”이다. 여기서 ‘다시’의 의미는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서 “그 동안 진행되어 왔던 노동자 정치세력화 추진 경과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반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현장의 냉소주의는 심화되고 있음”이라고 평가하고 진보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선진노동자들이 노동계급의 통일된 입장을 가지고 진보정당에 광범하게 주체로 나서 총선에서 공공운수노조.연맹의 후보를 출마시켜 노동자의 요구와 정책적 과제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의 내용에 있어서 우선 ‘노동자 정치세력화’란 무엇인가? 의 의미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중요한 논쟁지점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 사노위의 패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동자가 다른 계급과구별 되는 독자적인 이해와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정치세력으로 조직화될 때 노동자계급의 정치는 실현 될 수 있다.”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나 다른 진보신당 패널의 의견에 의하면 그 의미를 토론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 혼란스런 논쟁쯤으로 치부하기도 하였다. 공공에서 제출한 것은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아닌 ‘진보정당을 통하여...’이다. 결국 공공에서 제출되어지고 토론에서 말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란 ‘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말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진보정당을 통하여 부르주아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뜻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진보정당이란 무엇인가? 어느 정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가? 진보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에서 시작된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릴 것인가?”가 중요한 논쟁의 지점이었다.
한 패널은“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위해 사회주의적 가치를 포기하였으며 본질적인 면에서 민주정당으로 전락하였다. 현재 진보정당의 규정에 있어서 진보정당은 진보신당과 사회당뿐이다.”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현장 단위 패널은 “통합연대가 탈당한 이후의 진보신당 역시 계급타협적인 경영참가를 내세우고 있으며, 진보신당과 더불어 사회당 역시 사회적 공화제와 기본소득제라는 개량주의 이념에 있어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새노추 역시 자본주의 철폐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한 정책에 불과한 신자유주의 반대를 내걸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처음부터 이제껏 민주노동당원이라고 밝힌 한 플로어는 민주노동당 상층 관료들의 작태에 분노를 폭발하기도 하였다. 이쯤 되면 공공운수노조.연맹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주정당을 통하여 부르주아 의회에 진출하는 것”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에 반하여 공공에서 제출한 제안에 동의하는 패널들의 의견은 ‘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하여 문제를 삼지 않는다. 진보정당을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로써 반MB전선을 통한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MB정권 이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혹독한 시련을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적극적인 정치참여 투쟁을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들이 담겨 있다. 현장단위의 한 패널은 “현정부의 탄압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정권교체로 이어져야 한다.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은 이제 무너졌으며 현장의 장악력은 정당이 더 강하다. 그래서 노동운동의 혁신이 필요하다. 정치세력과 대정부 투쟁 의제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공공운수노조.연맹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반MB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연대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아니다.”라고 다른 패널은 말하고 있다.
끝으로 가장 공감했던 한 현장활동가의 발제 내용을 적어 본다.
“공공 현장은 지금 어느 한 노조 할 것 없이 심각하게 붕괴되어 있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에 이러한 현장의 붕괴는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공공운수노조의 정치실천단은 정책연합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투쟁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정치세력화를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새로운 정치실천단은 노동자 계급의 사상을 강화하기 위해 과학적 학습무장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대중선전과 교육을 강화하는 선전선동대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정치실천단은 자본과 정권의 현장붕괴, 민주노조 말살 시도에 맞서 현장투쟁을 강화하고 연대를 강화하는 투쟁단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전망과 실천 속에 대중적 힘으로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기대고 의탁하는 방식의 수동적인 정책연합이 아니라 선거후보가 노동자의 대중적 투쟁력의 압박을 받아 친노동자 요구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 이후에는 공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실천단이 되어야 한다. 변혁적 노동자 후보를 직접 내세우지 못했을 때에는 노동자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에 대해 독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투표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의 당선이, 앞으로의 대중선거인 총선과 대선이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희망일수도 실망과 절망일 수도 있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이 말하는 정치세력화가 실망과 절망이 아니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비판지점인 ‘노동자중심성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인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노동자중심성은 박원순의 선의에 기대어 시장의 입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가혹한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자본의 위기에 현장의 노동자를 어떻게 투쟁의 주체로 세우느냐의 문제이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의 모든 역량을 선거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노동자에게 자본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과학적 전망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만이 선거에 올바른 투표전술이 가능하며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룰 수 있다.<노/정/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