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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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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1 23:13:24, 조회:7,600, 추천: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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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건강문제(1)
- 구미 불산사고는 “사회적 살인”이다
편집자 주: 2012년 9월 27일, 추석을 앞두고 (주)휴브글로벌 구미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는 자본가계급과 정부에 의한 또 하나의 “사회적 살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주변에는 이러한 “사회적 살인”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2012년 10월 31일 이 순간에도 전남 영암에서 대불산단내 조선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2명이 죽음을 당하고 9명이 다쳤다. 인류의 건강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 욕구와 적대적 모순상태에 있다. 이번호부터 3회에 걸쳐서 구미 불산사고의 사회구조적인 원인과 문제점,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는 석면을 비롯한 발암물질의 증가로 인한 건강장해의 증가, 핵발전소를 둘러싼 주민들과 국가의 갈등 심화의 본질을 싣는다.
1. 구미 불산사고는 자본가계급과 정부에 의한 “사회적 살인”이다
2012년 9월 27일 (주)휴브글로벌 구미공장에서 발생한 불산사고는 그 공장에서 일하던 5명의 노동자들을 다 죽였고, 18명이 부상을 당하게 했으며, 인근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건강도 위협하였다. 그 외에도 지역주민 5천여 명이 외상후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고, 가축 3천여 마리도 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근의 경작지 232.8ha에서 농작물이 해를 입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해가 명백한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산이 인체에 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라고 한다. 정부는 불산이 더 이상 검출되지 않고 있으며 응급상황이 다 지나갔으니 이제 만성질환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누출된 불산이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고 또 인근 지역으로 흘러들어가 정작 피해의 규모가 확산되고 있으며 2차, 3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산 누출사고의 원인을 밝히려는 사람들의 문제의식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다.
불산은 그 자체가 맹독성의 물질이다. 불산가스는 지금까지 발암물질에 속하지 않고 있으며, 만성적인 장해도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고농도에 노출되었을 때 직접적으로 생명체의 조직을 부식시키므로 장기의 직접적인 손상을 가져오는데 이것이 치명적인 것이다. 불산가스의 맹독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불산가스는 주로 강력 세정제(유리, 금속 등)로 사용되며 유리나 금속의 표면을 부식시켜 오염물을 제거하는데 사용된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구미 4공단의 (주)휴브글로벌은 불산을 이용해 첨단 제품을 만드는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유리를 깎아 내거나 금속 등의 녹을 제거하기 위한 세정액을 만들어 LG전자 등에 납품하고 있다.
불산은 평상시에는 염산 등 강산을 띠고 있는 물질과는 달리 약산의 성질을 띠고 있으나, 신체에 닿을 경우 플루오린화 수소가 신체의 수분과 수소결합을 하면서, 뼈 속까지 침투해 심하면 신체를 절단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할 정도로 굉장히 유독한 산으로 변모한다. 이처럼 강력한 산 작용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산 취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산은 유리(실리카,Si)를 녹일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산업에서 상당히 많이 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리와 금속을 녹이기 위해 LCD 모니터 등과 금속 물질 등을 다루는 조립공장에서 많이 사용한다.
외국에서는 이 같은 강력한 유독성 때문에 아예 다루지 않거나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불산을 이용한 세정액 등을 만들어 오고 있다.
이 같은 불산을 이용해 세정액 등을 활용하는 업체가 이번 사고가 터진 구미 4공단 내에만 160여개 업체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산(불화수소산, Hydrofluoric Acid)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다. 불산은 아직까지 발암물질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고농도 노출시에 발암물질보다 더 위험하게도 인체의 장기를 직접적으로 부식시킨다. 식물이 말라죽는 것과 똑같은 양상이 발생할 수 있다. 불산은 매우 부식성이 높은 산이어서, 불산가스가 공기 중에 유포되었을 때 피부, 눈, 점막을 부식시키며 화상을 유발시킨다. 불산가스는 다른 산과는 달리 피부 깊은 층까지 침범해 들어가 부식시키며, 다른 산과는 달리 치료를 안했을 때 계속 부식과정이 지속될 수 있다. 불산은 심한 눈의 화상을 유발하여 각막을 파괴하고 각막혼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눈의 실명을 가져올 수 있다. 불산가스를 흡입했을 때, 상기도 부분에 점막손상과 염증이 유발될 수 있다. 장기간 불산가스에 노출되었을 때 치아에 반점과 얼룩무늬, 불소중독증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뼈가 녹아내리고, 골경화증이 발생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사회적 살인을 자행하는가?
이번 불산누출사고의 주범은 이윤추구욕구에 눈이 먼 자본가계급과 그들을 눈감아주기로 작정한 자본가계급의 국가이다. 언론에서 떠들어대고 있는 인재(人災)의 진범은 바로 이들이다.
정부는 불산 사고가 발생하자 별거 아니라고 언론에 흘리면서 사고 자체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 (주)휴브글로벌 구미공장 사업주와 정부는 사고의 책임을 일개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여기에 조응하여 대부분의 언론들은 “탱크로리에 담긴 불산을 저장고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주)휴브글로벌 직원들의 실수로 연료송출밸브가 갑자기 열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www.youtube.com/watch?v=80odRsKUXvc)”고 하면서 사고의 원인을 은폐하고 노동자들의 개인적인 실수로 돌리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살펴보자. 겨우 7명이 근무하고 있는 영세 사업장에서 이번 사고로 5명이 죽었다. 노동자들의 개인적인 실수라도 떠벌이는 그들에게는 이 사고를 접했을 때 어이없이 죽어간 노동자들이 오히려 사업주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가?
인터넷에 사고 당일 CCTV화면에서 한 노동자가 탱크 위에서 밸브를 열다가 불산가스가 급노출되어 불산가스에 휩싸여 있는 사진이 보도되었다. 이 노동자는 사고당시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한다. 이 사진을 보고도 그 노동자의 개인적인 실수로 치부할 것인가? 이것이 개인의 실수에 의한 우연적인 것이란 말인가?
여기 사진을 자세히 보자! 노동자는 안전복도 안전모도 안전보호구도 하나 없이 맨 손으로 배관고리를 열다가 사고를 당했다. 보수 언론들은 이 CCTV화면을 ‘증거’로 들이대면서 노동자가 밸브를 열었다는 사실에는 주목하면서도 그가 밸브를 열도록 시킨 이가 바로 사업주라는 것을 보지 못한다. 이 공장의 사업주는 노동자들에게 불산의 위험에 대한 정보와 안전시설 및 안전 보호구 하나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안전에는 안중에 없이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착취하기에만 급급했다. 이 공장의 사업주는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구매한 것이지 노동자의 목숨마저 강탈해갈 권리마저 구매한 것이 아닌데, 노동자들로 하여금 낡은 시설에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자본가계급은 안전시설을 설치해야할 비용을 절약함으로써 노동자의 생명을 낭비해버린 셈이다.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상품으로 팔려와 충실히 사용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사고가 나자 자본가계급은 이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자본가계급은 그들의 위선을 또 다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진 1. 불산 누출사고 당시 밸브조작을 하던 노동자
(사진설명: (주)휴브글로벌 구미공장의 한 노동자가 사고 당시 탱크위에서 일하고 있다. 이 노동자는 아무런 안전시설도 안전보호구도 없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녹슬어버린 낡은 탱크위에서 혼자서 일하고 있다. 사진제공:티엔티뉴스 2012.10.09)
사진 2. 불의의 불산사고를 당하여 죽임을 당한 노동자
(사진설명: (주)휴브글로벌 구미공장의 한 노동자가 탱크위에서 밸브를 열다가 불산가스에 휩싸여 있다. 이 노동자는 사고 발생 후 바로 죽었다고 한다. 사진제공:티엔티뉴스 2012.10.09)
구미 불산사고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거기엔 우연 뒤에 내재한 필연이 있었다. 이 노동자를 죽인 것은 불산가스가 아니라 자본가 계급이요 그들의 국가이다.
(주)휴브글로벌 사업주는 2008년 설립당시에 회사의 상시근로자를 4명으로, 즉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신고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업장으로 위조함으로써 모든 법적 재제에서 제외되었다. 이 공장은 공정안전보고서(산업안전보건법 제49조의2) 적용제외(제3조)를 받았고, 작업환경측정, 안전관리, 보건관리대행 등에서 모두 제외되었던 것이다.
(주)휴브글로벌 공장에는 실제로 7명 정도가 상시적으로 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계속적으로 법적인 관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한다. 사업주가 계속적으로 진실을 숨겨왔던 것이다. 이 맹독가스는 사업주에게 이윤추구의 실현을 위한 상품에 불과했고,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언제든지 얼마든지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잉여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상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사업주는 바로 이 이윤추구의 욕구가 앞섰기 때문에 법적 관리를 피해가면서까지 안전시설에 대한 비용을 절약해가면서 생산시설설비 등을 포함한 불변자본 및 안전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진 3. (주)휴브글로벌 구미공장의 전반적으로 낙후된 시설물들
(사진설명: 공장 자체가 매우 작고 영세해 보인다. 사진의 오른쪽 탱크 하단에서 녹물이 줄줄 흘러나오는게 보인다.)
사진 4. (주)휴브글로벌 구미공장의 노후된 배관 연결고리
(http://tntnews.co.kr/news/view.html?no=4451§ion=1&category=7 티엔티뉴스 2012.10.09)
한 언론에서 보도한 사진을 보면 배관을 연결하는 호스에 심하게 녹이 슬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참조). 일부 사람들은 트위터를 통해서 사고의 근본원인이 배관 노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불산가스가 노후된 배관금속과 반응하여 수소를 형성하고 폭발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미불산사고를 바라보며 여수산단 여수건설노동조합의 김대훈 동지는 “과거에 구미 불산사태와 같은 사고가 여수에서는 수없이 일어났다. 그 원인은 낙후된 시설 때문인데 자본가들이 이윤추구 때문에 시설투자를 안하는 것에 있다.”라고 하며 문제의 본질이 자본가계급의 불변자본의 절약과 원료비 절감을 통한 이윤추구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 불산사고의 원인은 사업주와 국가의 안전관리체계와 관리감독의 부실에도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최상준 교수는 “사고의 원인은 불산의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 불산 자체는 현재 관리상 유해물질로 되어있고, 노동부 법규에도 누출사고를 대비해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되어있는데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에서는 관리가 전혀 되지 못했다. 설사 노동자가 잘못을 했을 수 있지만, 사전에 사업주가 인지를 시켜주어야 하고, 관리감독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불산 자체가 고위험물질이어서 피부나 호흡기로 흡수 될 때 너무나도 위험이 크므로 밀폐된 곳에서 취급을 해야 하고, 안전관리를 아주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산을 다루는 공장에서는 일반적인 위생시스템으로는 관리하기 어렵고 불산가스를 다루고 있는 매 순간 순간 관리가 들어가 주어야 하는데, 사업주가 이를 방기한 것이다.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안전수칙을 미리 이야기했어야 하고 적절한 보호구를 착용하게 했어야 한다.” 또한 대구한의대학교의 피영규 교수는 “불산 같이 맹독물질을 취급하는 곳에서는 최소한 2차 안전장치의 마련이 필요한데 그 사업장은 그것조차 없었다”고 말하면서 “이 사고는 규정상 사업주의 책임”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이 불산사고가 필연적인 사고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이 공장은 3년 전에도 불산이 누출되어 노동자 한 명이 크게 다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조선일보 2012.10.11), 사업주가 조금만이라도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국가가 조금만이라도 관리정책을 올바로 폈다면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사회적인 사고인 것이다. 최상준교수도 “이 사고가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에도 유사한 사고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대응책이 미비했다는 것”에 대해 심한 우려를 하고 있다.
이 불산사고의 또 하나의 원인은 자본가계급이 대체물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료비 절감을 위해 이 맹독성의 불산가스를 단지 ‘노동자의 생명을 낭비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만 생산해 왔다는 데 있다. (주)휴브글로벌 구미공장은 LG전자와 계열사 등에 불산가스를 납품을 하고 있다. 휴브글로벌은 불산 등 화학제품 국내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하고, 국내의 반도체와 LCD 등 관련업에 납품을 하고 있다. 불산은 한국에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의 불필요한 부분을 녹이거나 PDP, LCD 등 유리 표면을 매끄럽게 연마하는 데 효과가 뛰어나 산업체에서 널리 사용된다고 한다. 한국의 자본가들은 현재 불산 (HF)의 대체물질로 SemiTron GT등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이 유독물질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불산이 값이 싸기 때문에 원료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금지된 불산을 한국에서 계속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 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더라도 생산과 사용을 금지해야할 맹독성 유해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또 사용하는 자본가계급에게 원죄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가계급의 이윤추구 욕구에 대해 자본가계급의 국가는 긴급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고사하고, 이 사고를 한 달 이상 은폐하다시피 했으며,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문제제기를 하자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문제를 축소하려고 했다.
그러므로 이 사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온 자본가계급의 이윤추구와 정부의 은폐정책의 합작품이었던 것이다. 엥겔스가 영국노동자계급의 상태 (1845년)에서 언급한대로 이 사고는 자본가계급과 정부에 의한 “사회적 살인”이다. 구미 공장에 있던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그 위험한 작업공정도 불사하고 자신의 노동력을 팔았던 것이며, 자본가계급은 노동자들의 생명에는 전혀 관심 없이 노동자의 잉여노동과 이윤추구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자본가계급과 정부에 의해서 자행되는 행위도 개인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명백히 살인이다. 이번 구미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임을 당한 노동자들은 거의 20대 초반이었다. 현 사회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가고 100세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거의 60년 이상의 생명을 단축당한 이 노동자들의 죽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엥겔스는 영국노동자계급의 상태 (1845년)에서 “사회에 의해서 자행되는 행위도 개인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명백히 살인이다. 비정상적으로 너무 일찍 죽음으로 가게 하는 상태에 수백 명의 프롤레타리아트를 빠뜨리는 사회의 행위는 검이나 창에 의한 살인과 마찬가지이다.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생활필수품을 박탈당하고 더 이상 살아가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빠져 버릴 때 이것도 사회적 살인행위이다. 사회가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이러한 상태가 유지되는 한 희생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노동자들이 법률의 강제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살인행위이다. 이러한 사회의 살인행위는 숨겨진 사악한 살인이며, 누구도 그 살인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형태의 살인이다. 살인자를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살인이며 살인형태가 작위(Commission)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작위(Omission)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희생자의 죽음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살인이다 (엥겔스,영국노동자계급의 상태 (1845년), 박준신, 전병유, 조효래 옮김, 도서출판 세계 132p.)”라고 말했다. 이번 구미 불산 사고는 자본주의 사회가 얼마나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살인을 자행하는 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주)휴브글로벌에서 일하다 죽음을 당한 노동자들은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국가에 의해 “사회적 살인”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는 언론에 의해 또한번 “침묵의 살인”을 당하더니, 최근에는 사고의 원인이 “인재(人災)”라는 모호한 단어로써 모든 책임을 노동자 개인의 실수로 돌리려고 하는 보수 언론들에 의해 다시금 “부관참시”를 당하고 있다. “인재(人災)”의 진범은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국가관료들이다. 이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려고 하는 모든 시도들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자본가계급과 국가의 의도를 은폐하는 행위이다.
구미 불산사고는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사고 초반기에 언론들의 보도가 거의 없었다. 구미시 불산가스 누출 사고를 적극적으로 알린 것은 기성 언론이 아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였다. 한편, 트위터 이용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지자 대선후보들(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이 앞다투어 사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난리를 떨었다. 언론들은 불산사고가 나자 농작물의 피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반면, 5명의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일하다가 어떻게 죽음을 당했는지? 등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불산사고가 난 지역은 공단지역인데, 그 지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근무를 하고 있는 곳이었다. 사고가 난 기업 주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피해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9월 27일 오후 15시 40분경 사고 당일에도 사고내역에 대해 정확히 보고받은 바 없었고, 사고가 난 이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서 일해야 했다. 29일 추석명절 바로 전날까지도 일했다고 한다. 이후에 차츰 농작물의 피해가 보고되기는 했지만 노동자들의 건강장해문제는 어디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구미4공단에서 불산누출 사고 이후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조치는 전혀 없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살인”이 단지 우연적인 사고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공장의 곳곳에서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필연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추구를 극대화하려는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국가에 의해서 말이다.
2. 구미 불산사고만이 아니다. 유독물질누출사고는 매일 일어나고 있다.
울산화학공단과 여수광양화학공단 등지에서도 유독물질누출사고는 매일 일어나고 있다. 울산공단에서는 지난 5년간 188건의 화재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거의 1달에 3번꼴로 발생한 것이다. 여수산단의 경우 지금까지 매일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일어나다시피 하고 있다. 여수산단의 경우 유해물질 총 취급량이 4700만톤으로 나타났다(2009년화학물질배출량 조사보고서, 환경부, 2011.4.29.). 이 중에서 화학물질 총 배출량은 1100톤이고, 발암물질 배출량은 300톤이며, 특히 벤젠의 경우 약 83톤이 배출되고 있다.
여수산단은 국내 벤젠 생산량의 41% (2007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의 2007년 보고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국내 벤젠 총 생산량은 약 362만 톤이며, 2007년에는 4월까지 약 371만 톤으로 최근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내 주요 산업단지별 벤젠 생산량을 비교하면 여수산단이 4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2007). 또한 환경부 환경정책실에서 실시한 2003년도 화학물질배출량조사결과에 의하면 여수산단의 벤젠 총 배출량은 153톤으로 국내 산업단지 중 최대 배출규모라고 보고하고 있다 (환경부,2005).
벤젠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 (IARC)에서 1급 발암물질 (Group1)로 알려져 있고 백혈구감소증, 무과립구증, 재생불량성빈혈,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백혈병 및 사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수화학공단에서는 이 1급 발암물질인 벤젠도 상시적으로 노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여수 LG 화학공장에서 2008년 11월 21일 GS 칼텍스 북문 ~ 에보닉카본블랙 공장 중간 도로 구간 지하관로에서 벤젠이 유출되었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에 비록 노출기간이 짧은 기간이더라도 백혈병이 발생할 수 있다 (ACGIH,2002; Collins et al.,2003).
이러한 고농도의 벤젠노출은 정규 작업 동안이 아닌 대정비작업이나 탱크보수작업을 할 때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은데, 여수산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러한 대청소와 보수작업을 직업적으로 하고 있어 이들에게 고농도로 노출될 위험이 가장 높은 것이다. 특히 석유화학장치산업은 정상 운전조건보다는 대보수작업 기간에 노출 위험성이 가장 큼에도 불구하고 일상작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작업환경측정의 대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상준, 김원, 산업위생학회지, 2007:17(4):310-321).
여수건설노동조합 김대훈 동지는 여수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수에서는 구미산단과 비슷한 경우가 너무 많이 발생한다. 전체 산단이 불산을 취급하는 공장이 많이 있다. 365일 불산 뿐만 아니고 모든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노동자들이 유독가스물질을 공장마다 갖고 있다 보니, 건설 노동자들은 각 공장들이 가지고 있는 유독성 물질에 대해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그냥 협력업체에 소속되어서 일만 하다 보니 사고가 발생되어서 위험신호가 울린다 해도 그 신호에 대해 미처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현장의 안전교육은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피부에 와닿게 실질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하다가 직원들이 대피하라고 하면 대피하는 그런 수준 밖에 안 된다. 비정규직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은 위험물질에 완벽하게 노출된 채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국 바스프 회사도 독가스 물질을 취급하는데 현장 안에서 재정비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거기에 대한 폐해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폐해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모른다.”
여수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 김대훈 동지는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말한다. “여수산단은 시설물들이 노후화되어있어 정기적으로 재정비 보수작업에 투자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기보수작업에 투자보다는 회사 측은 이윤추구를 우선한다. 그 과정에서 산단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직업병, 대형사고에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가계급은 안전을 위한 시설설비를 하지않고 ‘불변자본 사용의 절약’을 통해서 ‘이윤율을 증대’시키려고 하는데, 이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이 손상되고 노동자의 그의 생존조건의 악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맑스,자본론, 김수행 역, 초판 5쇄, 비봉출판사, 3권, 1편, 제5장, p. 98.).”. 인간이 자본주의사회에서 기계나 원료보다도 더 낭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울산화학공단과 여수산업공단만이 발암물질로 꽉 채워져 있는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3.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개발과 생산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가 계급은 비용절감을 위해서 낡은 시설과 설비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불변자본을 절약하고 있고, 값싼 유해물질을 사용하면서 원료비를 절감하고 있다.
자본가계급의 불변자본 사용의 절약과 원료비를 절감하면서 이윤율을 증대시키려는 욕구는 노동자들의 생명력의 단축과 건강장해 및 생존조건의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자본가계급은 이렇게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낭비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발전을 저해함으로써 잉여가치를 획득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다른 어느 생산양식보다도 인간을, 살아있는 노동을 더욱 탕진하며, 피와 살 뿐만 아니라 신경과 뇌까지도 탕진한다. 사실상 인간사회의 의식적 건설에 직접적으로 선행하는 역사단계에서는 이처럼 개인적 발전을 엄청나게 저해함으로써만, 인류 일반의 발전이 확보되고 달성된다(맑스,자본론, 김수행 역, 초판 5쇄, 비봉출판사, 3권, 1편, 제5장, ‘불변자본 사용의 절약’, P. 101).” 과학기술혁명과 노동생산력의 발달은 노동자의 사회적 노동에서부터 나온 것인데 자본가계급은 이를 다 가져갈 뿐 아니라 낡은 기계와 발암물질을 사용하면서, 불변자본 비용을 절감하면서, 노동자들을 낭비해왔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손상시켜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류의 건강은 자본가계급의 이윤추구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다. 과학과 의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류의 건강은 점점 더 향상되어야 하는데 자본가계급의 이윤추구에 의해 그 건강향상의 길이 가로막히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생산력의 발전과 낡은 생산관계의 모순이 인류의 건강에도 미치고 있다. 인류의 건강과 낡은 착취관계에 근거한 자본가계급의 이윤추구가 모순되고 있다. 이 모순을 해결해야할 주체는 바로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국가에 의해 “사회적 살인”을 당하는 노동자계급이다. 이제 당당하게 자본가계급의 이윤추구가 어떻게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가를 폭로해 나가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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