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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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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9 01:42:53, 조회:8,250, 추천: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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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점거투쟁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하여
1. 세계공황이 깊어짐에 따라 확산되는 투쟁의 물결
전 세계는 지금 투쟁으로 들끓고 있다. 2007~8년 세계 경제공황이 시작되자 각국의 자본가계급과 정부는 자신들의 위기를 노동자계급과 민중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들은 ‘규제 완화’, ‘긴축’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를 줄이고 민중의 공공복지를 강탈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은 노동자 뿐 아니라 전체 민중을 극심한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이 대규모의 파업과 거리시위 및 지역점거를 통하여 자본의 탐욕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 분노는 2008년 그리스를 필두로 하여,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과 이탈리아, 벨기에까지 이르고 있으며 2010년 9월 프랑스, 2011년 3월에는 영국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이 진행되었고 심지어 독일,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 최근 노동자계급의 투쟁의 역사가 거의 없었던 나라들에서도 큰 시위 행렬이 벌어지고 있다. 공황이 발발한 지 3-5년이 되어가는 지금 자본가계급과 정부들에 대한 저항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민중의 분노는 유럽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2011년 2월 튀니지의 ‘자스민 혁명’에서 시작한 북아프리카와 아랍의 혁명의 물결이 이집트, 바레인, 예멘의 반정부 투쟁으로 번져가고 있으며 알제리, 모로코, 요르단을 비롯하여 여러 아랍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아랍과 북아프리카의 반란은 오랫동안 노동자계급과 민중을 착취해 왔던 독재정권에 맞서는 민주주의 투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2008년 발발한 세계공황이 있다. 세계 곳곳 세계공황 속에서 가난과 실업상태로 더 갈 곳이 없어진 빈곤집단, 실업자, 노동자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아랍의 봄 봉기 이후에 2011년 5월 15일 스페인에서 광장점거운동이 있었고 2011년 9월 17일 시작된 월가 점거투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월가 점거투쟁은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젊은이들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소수의 젊은이들이 텐트를 치고 항거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전국적으로 여러 다양한 활동가들, 노동조합 조합원들, 실업자들이 가세하면서 다양한 계급 계층이 참여하게 되었다.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는 로스앤젤레스, 발티모어, 필라델피아, 탐파, 세인트루이스, 보스턴, 캔자스시티, 포틀랜드 메인 등 미국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있으며 10월 15일에는 세계 약 80개국 950개 지역에서 1%에 항거하는 99%의 동시다발 시위가 있었다.
2. 월가 점거투쟁의 주동력은 누구인가?
월가 점거투쟁의 원동력은 누구인가? 현재 혁명정당이 미약한 미국에서 투쟁의 원동력은 민주당도 아니고, 노동조합 간부들도 아니고 좌파 활동가들도 아닌 보통 학생들과 시민이다. 월가 점거투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연령, 인종, 계급을 막론하고 매우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역조직들, 환경운동가들, 공식적인 노동조합 대표들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
그들은 다양한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집단을 형성하고 있으며 집단끼리 서로 연계를 하고 있다(www.occupywallst.org, www.occupytogether.org, AdBusters.org, OccupyWallSt.org, OccupyWallStreet.com, OccupyTogether.org, TakeTheSquare.net).
이들은 자신들이 아랍의 봄에서 영감을 받고 투쟁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의 조직방식을 보면 2007-2008년에 있었던 한국의 촛불집회와도 매우 흡사하다.
Occupy Wall Street은 그들 자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Occupy Wall Street은 다양한 인종, 성,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지도자 없이 저항하는 운동이다. 우리의 공통점은 1%의 탐욕과 부패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99%라는 것이다. 우리는 혁명적인 아랍의 봄 전술을 이용하여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것이며, 모든 참가자들의 안전을 최대로 하기 위해 비폭력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www.occupywallst.org).”
Occupy Together는 “월가 점거운동에 동의하여 전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을 위한 비공식적인 네트워크이다. 우리는 페이스북, 트위터, 여러 가지 인터넷의 생중계에서 뉴스를 추적하면서 세계를 통해 더 많은 항거자들을 조직할 수 있도록 전 세계로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조직되고,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을 알릴 것이다. 우리는 1%의 탐욕과 부패에 대항하는 99%의 행동을 취할 것이다. 우리는 단지 뉴욕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우리의 단결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www.occupytogether.org).”고 주장한다.
Occupy Together는 자신들의 조직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2011년 10월 20일 현재까지 미국 내에 약 150개의 점거장소가 있고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점거장소가 있다. 우리는 1인 이상으로 구성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이 운동은 매우 방대하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서로 서로 지지할 수 있고 의견, 정보, 지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방법이다. Occupy Together는 다른 점거장소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소통하고자 하는 각 일반 모임들에 의해 형성된 작업집단이다. 우리는 단지 이 확산되는 운동의 한 부분으로써 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결코 어떤 조직가나 이 운동의 지도자가 되려고 하지 않으며 원하지도 않는다(www.occupytogether.org).”
Occupy Together는 그들의 조직방식에 따라 1%의 탐욕에 맞선 99%투쟁이 전 세계로 확산되던 2011년 10월 5일에도 단지 아래와 같은 메시지만 전달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운동의 정신으로 일한다. 누구도 지도를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은 의사표시를 할 기회가 있고 우리는 모두 함께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우리는 이 운동을 발전시킬 수 있고 전 세계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meetup.com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위대한 일은 그것은 완전히 이 분산된 운동의 전체 생각과 일치한다. 어떤 한 사람일지라도 그가 속한 지역에서 운동을 시작할 수 있고, 그에게 합류하는 또 다른 사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실시간 정보와 업데이트를 제공받을 수 있다. 우리는 meetup tools를 www.occupytogether.org와 통합하려고 한다(www.occupytogether.org).”
토드 기틀린(컬럼비아대학교수, 60년대 반전시위주도)은 이번 월가 점거투쟁은 공공장소에서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잠재적 열망을 보여주는 ‘공공 공간 해방운동’의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월가 점거투쟁은 양당 부르주아 정치의 힘에 대해 분노감을 표시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에 의해 활용되었던 전통적인 조직전술과는 색다른 조직방식을 활용하려는 반월가 활동가들의 새로운 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월가 점거자들은 비록 세계관과 논리가 불충분할지라도 미국에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다. 그들은 세계공황에 직면하여 정부가 기업을 부양하고 미국시민들을 외면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월가 점거자들은 2008년 정부가 월가에 구제금융을 지원해 준 이후 금융자본가들이 은행에 남아 거대한 이윤을 만끽하고 있는 사이에 보통 시민들은 높은 실업률과 일자리 불안정으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더 나아가 연방정부의 규제 완화와 긴축으로 인해 더욱 더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그들은 금융거품과 이미 회복불가능하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제공황 그리고 9%를 넘어가는 실업률 등에 대한 분노를 뉴욕 금융가에 터뜨리고 있다. 점거자들은 제국주의 전쟁, 시민권의 억압, 자본의 탐욕, 부자와 힘 있는 자들의 영합, 다양한 지배, 제국주의적 출혈, 속임수의 문화 등이 모두 월가와 기업을 위한 국가, 미국이 개입된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수백만 미국인들의 비정규직화, 거대한 군사비 지출, 급상승하는 보건의료비용, 긴급 구제금융 지원, 수조 달러의 예산부족, 이 모든 것이 세계의 악의 근원지인 월가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즉, 월가 점거자들은 그칠 줄 모르는 자본의 탐욕과 이를 비호하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3. 미국 공화 민주 양당의 위선과 기존 노동운동의 한계
월가 점거투쟁에 대해 대응하는 미국 양당의 위선적인 태도는 결국 기존 노동운동 세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도 미국 경제문제에 대해서 미국연방정부를 비난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양당의 위선은 미국 대중들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호도하고 있는 것이며 미국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인양 겉치레를 하는 사이에 미국인들 대다수가 무기력해 졌다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월가에서 항의하는 사람들을 지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지지는 그들의 실제 경제정책들을 볼 때 위선적이다. 민주당 오바마 정부는 파산한 월가의 은행가들과 독점자본을 구제해주고 부자들에 대한 세금감면을 확장하고 전쟁을 확대하고 강탈당한 재정자원을 위해 지불해야할 사회비용을 삭감함으로써 파괴적인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오바마 정부가 이 투쟁을 지지하는 척 하는 것은 빠르게 확산되는 대중의 항거 물결과 자신들을 동일시함으로써 월가와 자본가계급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헌신을 은폐하고 2012년 선거에서 표를 모으기 위해 항거자들을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사회변화를 열망하는 투쟁을 무산시킨 예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바마가 2008년 선거에서 민초들의 표를 모으면서 변화를 하겠다고 한 약속은 급진적인 에너지를 끌어 모으기 위해서 민주당이 실시한 가장 최근의 회유정책이었다. 2009년 민주당은 국회에서 다수를 얻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의 종식을 요구하는 항거자들의 반전운동을 훼손시켰다. 200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의회 양원들의 통제권을 획득한 후에 그들이 반전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것을 철회했다.
한편 미국 전역에 있는 여러 ‘월가 점거투쟁’은 기존의 노동조합들이나 좌파활동가들의 가세로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조합들도 이 월가 점거농성에 참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회의(AFL-CIO)가 노동조합원들의 조직적인 투쟁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으며 단지 사무실 공간이나 회의장소, 복사, 법적 도움, 음식, 물품들을 지원하고 점거자들과 노동자들 간에 연합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정도이다.
현재의 상황은 오히려 월가 점거자들이 점거운동을 통하여 미약한 노동조합운동을 좀 더 공격적인 자세로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우리의 투쟁이 그들 (기존의 노동운동가들)로 하여금 좀 더 투쟁적인 전술을 갖도록 고무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우리의 투쟁에 더 투쟁적인 전술을 지지하려는 것으로 보아 그들이 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미국 공산당의 활동은 어떠한가? 공산당은 이 운동을 점화시킨 젊은이들의 용기를 지지한다고 크게 박수를 치면서 대중을 혼동과 분열 및 패배로 몰아넣는 우파의 모든 형태의 광신과 인종주의에 맞서서 싸우는 모든 이들을 지지한다고 한다. 공산당은 이 시위를 모든 민중의 연합을 주도하는 노동자계급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미국 공산당은 “그들과 좌파진보운동 측이 월가 점거투쟁과 노동자계급을 연계시켜 2012년에 공화당 ‘티파티(미국의 극우운동)’의 반격에 승리하는 것 뿐 아니라 모든 선거와 정치적인 행동을 통해 진보의 경로를 더 깊게 이해해 나가는 것을 돕는 것이 그들의 과제”라면서 이 운동의 급진적 전망을 선거 중심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편으로 미국 공산당은 은행을 국유화하고 사회주의와 같은 더 진보적인 청사진을 제공해야한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들이 말하는 사회주의는 의회장악을 통한 평화로운 이행을 하자는 유로 꼬뮤니즘 노선에 불과한 것이다.
4. 월가 점거투쟁의 의의와 한계
- 미국운동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하여
월가 점거투쟁은 미국 역사에서 대공황 시기마다 절정에 달했던 오랜 반항의 전통에 서 있다. 그러나 이 투쟁은 아직 노동자계급의 변혁성과 전투성이 살아 있었던 당시 투쟁에 비하면 반자본주의적 요구는 있으나 명확하게 사회주의 전망을 가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역사에서 1930년대 대공황의 시기에 투쟁은 어떠했는가? 1929년 세계공황이 발발하고 나서 이후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약 10년은 미국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분출하였고, 노동자계급의 급진화와 조직화가 급격하게 발전한 시기였다. 특히 이 시기에 미국 공산당과 공산당원들의 활약이 있었다. 1929년 미국 금융시장의 붕괴로 대공황이 시작되었는데 노동자계급의 투쟁은 그로부터 약 3-5년 뒤인 1933년경부터 고양되기 시작한다. 이는 2007~8년 세계공황이후 약 3-5년 뒤인 2011년부터 노동자계급투쟁이 고양되기 시작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투쟁의 양상은 사뭇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1929년 공황시기에 1919년 막 탄생한 공산당과 공산당원들의 역할을 매우 혁혁한 것이었다. 1929년 대공황 시기에 자본가계급이 자신의 위기를 노동자계급에게 전가하여 노동자들이 대량실업과 임금삭감을 당하며 자생적인 요구들이 생겨나고 있었는데 이에 미국 공산주의자들은 이 시기에 헌신적으로 활동하면서 1940년대까지 미국의 노동자계급운동을 크게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노동현장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분출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의 요구들을 조직하는 데 열의와 헌신을 다하였다. 세계공황으로 인하여 국가가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실업으로 몰아넣었을 때 공산주의자들은 노동조합 조직화를 주도했다. 공산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의 현장투쟁을 조직하고 노동자계급의 투쟁전위를 세우고 미국 노동운동에서 기존의 우파중심의 미국노동총연맹(AFL)이 자본가계급과 노사협조관계를 맺어오던 것에서 탈피하여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세우고자 하였다.
공황의 시기에 노동자들의 투쟁이 분출하자, 공산주의자들은 노동현장에 뛰어들어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데 모든 시간을 헌신하였다. 1935년 이후 공산주의자들은 산업별노동조합회의(CIO)건설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노사협조주의 중심의 미국노동총연맹 (AFL)에서 탈피하여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노동조합 조직화를 주도했다. 특히 공산주의자들은 노동현장에서 선도적인 투쟁을 벌였는데 1936-37년 GM 플린트공장에서 공산당원이었던 노동조합원들이 점거농성투쟁을 조직함으로써 GM자본가들을 노동조합에 굴복시켰다. 이 GM 플린트 공장 점거투쟁의 승리는 계속해서 미국 전역에 있는 공장에서 조직화 물결로 퍼져나가 미국 노동운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공황기에 노동자계급의 대투쟁으로 인해 계급투쟁을 발전시키고 사회주의 운동의 전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독점자본과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양당에 의한 광적인 반공주의 공격으로 인해 미국공산당은 절멸하다시피 하였고 미국 노동운동에서 혁명적 기운의 쇠퇴가 이어져 왔다.
현재까지 미국 노동자계급의 운동의 목표는 혁명적 기운이 쇠퇴해가고 AFL-CIO중심의 노동운동이 노사협조관계로 일관되며 민주당을 지원하는 세력으로 전락한 현재의 상태에서 다시금 광범위한 저항운동을 불러일으키고 혁명운동의 기운을 고양시키며 혁명운동의 주체가 될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2007~8년에 시작된 세계공황과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월가 점거투쟁은 그동안 독점자본과 국가권력의 반공주의와 노동운동 탄압으로 인해 잠재해 있다가 되살아나는 미국 민중들의 분노의 표출이다. 아니, 그동안 지속적으로 누적된 분노의 표출이다. 이 월가 점거투쟁에서는 조직화의 양상이 사뭇 예전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점이 이 투쟁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만들고 있다. 월가 점거투쟁은 한편으로는 기존의 운동보다 일층 발전한 모습이다. 역사의 발전에 따라 운동의 방법도 발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발전된 양상은 인터넷이라는 통신매체를 통해서 전 세계 노동자 민중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에 맞선 노동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 형태는 단지 하나의 지역에서만 발생된 것이 아니라 미국뿐만 아니라 거의 동시적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운동의 한계는 명확한 책임 주체가 없기 때문에 운동의 핵심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 현재 월가 점거자들은 모든 사람의 의견을 참조한다고 하는데 다양한 세계관을 가진 집단과 개인들이 모여 있는 상태에서 운동의 궁극적인 발전에 대한 전망들은 일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월가 투쟁에 대한 경찰의 강제연행과 폭력이 가중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적이고 비조직적인 투쟁은 자본가계급과 정부의 강력한 반격에 대비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해질 수 있다. 한국의 촛불 투쟁에서 나타났던 자발성이라는 최고의 장점이 조직성과 전망의 부재라는 약점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 월가 점거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민중은 “우리는 99%이다!”, “ 1%의 탐욕과 부패에 대항하는 99%의 행동”, “1%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동안 99%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99%가 사회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있는 가운데 1%가 현실에 대해 생색을 내고 있다.”고 외친다. 1%는 바로 한 줌도 안 되는 미국 독점자본을 말한다. 그러나 월가 점거운동은 이 독점자본을 주로 월가의 금융 자본가에 한정한다. 사실 금융자본이란 레닌의 ‘제국주의론’에 의하면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이 유착하여 금융과두 체제를 형성하여 전체 사회를 지배하는 독점자본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월가의 탐욕에 대해서는 말하지만 그것이 미국 독점자본주의 체제를 정확하게 표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한-미 FTA 관련 대정부 질의에서 정동영은 공황으로 인한 월가의 붕괴와 월가 점거시위를 예로 들어가며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 신자유주의 세계화 흐름 속에서 한-미FTA 추진을 한 것을 반성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정동영은 여기서 “월가 시위의 핵심은 체제 자체를 바꾸라는 것이다. 월가 시스템 도입이 한-미 FTA 아니냐”, “월가의 시위대는 1% 소수자본의 통제를 요구하고, 월가는 분명 병들었다”며 “FTA는 탈규제 신자유주의라는 월가를 따라가는 것이어서 우리의 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월가 시위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의 폐해를 지적한 것으로 이해한다.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금융기관이 이익이 났다고 천문학적 보수를 챙기는 부도덕한 행위를 지적한다는 한도 내에서 (월가 시위를) 지지한다”며 월가 시스템 자체를 바꾸고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주장에 대해 “논리적 비약”이고 “월가 시위는 탐욕스런 일부 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한국에서의 주장이지만 참으로 시사적인데 정동영은 월가 시스템의 교체를 주장하지만 그것이 체제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닌 ‘통제되지 않는’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와 통제를 주장하는 것이고 김황식은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일부 금융가들을 지적하는 ‘한도 내에서’ 월가 시위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월가 금융가들의 탐욕을 저지하라는 요구는 미국 노동자 민중이 당하는 고통과 빈곤, 실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미국 독점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내적 법칙에 의해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월가 금융가들의 주관적 탐욕에서 비롯된 것으로 왜곡할 수 있다. 마치 한국에서 이명박정권에 분노한 대중들이 ‘착한 자본가’인 안철수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듯이 이러한 요구는 자칫하면 착한 자본가, 착한 자본주의, 합리적 자본주의로 전환하라는 체제 내적인 요구가 될 수 있다. 실제 월가 점거운동의 주요 세력인 비정부기구(NGO) 같은 시민운동 세력들은 자본주의 내에서의 개혁을 통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사적소유에 바탕을 한 착취체제인 자본주의가 부분적으로 ‘인간을 얼굴’을 가진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의 격렬한 계급투쟁의 성과로 나타난 것에 불과한 것이며, 자본주의는 노동자 투쟁이 약화될 때 다시 그 위선적인 ‘가면’을 벗어버리고 폭력적이고 반동적인 실체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고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에 환상을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철폐를 위한 투쟁을 자본주의를 비호하는 반동적인 것으로 가둬버린다.
미국 민주당과 오바마 정부가 월가 시위를 지지하는 것도 다가오는 선거에서 이 운동세력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려는 측면도 있지만 이 운동이 미국 독점자본주의에 대한 반란이 아니라 체제 내의 운동으로 통제되고 제한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운동은 자신의 내적 운동법칙에 의해 변화 발전할 수 있다. 감성적 인식은 이성적 인식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월가 점거운동은 공황에 의한 노동자 민중에 대한 미자본주의의 탄압과 착취에 대한 즉자적인 반발로 시작되었지만 월가의 금융가들과 우익 공화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 미국 민주당과 오바마 정부에 대한 분노로 넘어가고 있다. 1%에 반대하는 99%의 투쟁이라는 감성적 인식은 그 1%가 월가의 탐욕스런 금융가만이 아닌 독점자본 자체이며 그것을 배후에서 지탱하는 독점자본주의 체제 자체에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이성적 인식으로 질적 전환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즉자적인 반자본주의라는 요구를 넘어서도록 해야 한다. 월가 점거운동은 월가의 상징적인 점거를 넘어 미국 노동자계급이 대대적으로 참여하여 자본주의 사적 소유의 전유가 시작되는 공장과 직장점거 운동으로 전투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지리멸렬한 상태에 있던 미국 내의 급진적 정치운동 세력들은 이 운동에 개입하여 자발적 운동에 목적의식적인 사회주의 운동의 목표를 내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월가 점거운동을 계기로 미국 급진적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전위적 토대를 확고하게 구축하여 마침내 미 제국주의 심장부가 파열되도록 해야 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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