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총사퇴총선거를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자!!
- 서울지하철 조합원
파업패배 이후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은 직권중재를 등에 업은 공사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공사의 무차별적인 징계와 해고, 인원충원 없는 잠정근무지침 시행, 일방적인 연월차 처리, 노동조합에 대한 무시와 경멸에도, 노동조합은 칼집에 집어넣었던 투쟁의 칼날을 꺼내들지 못하고 그저 이리 저리 피하다가 당하고만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은 대의원 대회를 통해 총사퇴, 총선거를 결의하고, 이를 위한 세부적인 일정을 잡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총사퇴, 총선거라는 대의원 대회 결의 속에서도 지하철 활동가들은 '노동조합이 칼집에 집어넣었던 투쟁의 칼을 다시 치켜들어야한다'는 당면한 투쟁의 임무를 대중적으로 모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선봉에 서서 투쟁을 이끌어나갈 활동가들이 세력화 되지 못한데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미 파업기간 중에서 '위원장의 파업철회와 현장복귀 선언 - 연단점거 및 항의투쟁 - 위원장의 발표 철회와 사퇴 - 직무대행 선출 - 직무대행의 현장복귀 재 선언 - 재 연단점거 및 항의투쟁 - 현장복귀' 라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확인되었으며, 현장 복귀 이후에도 그 부침은 반복되고 있다.
모든 사물들이 대립물의 상호투쟁을 통하여 변화, 발전하듯이 지하철의 민주노조운동 또한 지하철내의 제 세력들과 상호투쟁을 통하여 발전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지하철 내의 제 세력들은 크게 세 범주로 나눌 수 있다.
현실에 안주하려 하며 투쟁의 칼날을 끄집어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 직무대행세력, 배일도의 집권을 통해 현장에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반노동자세력인 어용들, 그리고 미진하지만 투쟁을 통해 노동자로서 갈 길을 가고자하는 소위 '전투적' 활동가 세력이 그것이다.
먼저, 파업당시 가장 전투적으로 파업투쟁을 이끌었던 대오중의 하나였던 차량지부의 지축정비지회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총사퇴, 총선거의 입장을 밝혔다.
[직무대행 집행부는 파업패배를 모든 패배로 간주한다. 그러나 그것은 집행부들의 심리상태일 뿐이다. 이것의 결과가 첫째 공사의 일방지침에 반대한다며 농성투쟁을 하면서 통상근무자들의 요구를 버렸다. 노동조합의 단결을 포기하였다. 두 번째 파업파괴자들에 대한 징계를 유보함으로써 파업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시켰으며, 파업파괴자들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주었다. 세 번째 말로는 직권중재를 반대한다면서 실질적으로 직권중재에 굴종하면서 조합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결정을 부정하는 연구용역을 용인하고 있다. 더 기가 막힐 노릇은 연구용역에 응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5일 투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네 번째로 공사의 현장탄압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다. 다섯 번째로 노동조합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팽개치고 있다. 주5일 특별단체교섭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공사가 이것을 인정하지 않자 공사의 일방지침을 지부노사분과라는 형식으로 수용해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단체교섭을 하지 않고 노사협의회를 하겠단다.
주5일 투쟁을 이어가는 길은 총사퇴 총선거를 통한 새로운 투쟁집행부의 건설이다.
주5일 투쟁을 이어가고 요구를 쟁취하는 길은 집행부에 들어앉은 관료들의 발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의 의지와 결의에 달려 있다. 집행부는 이러한 의지와 결의에 자신감과 확신을 부여하고, 실질적으로 투쟁의 장과 활로를 열어내는 것이다. - 총사퇴,
총선거를 위한 차량지부 지축정비지회입장]
그리고 파업당시 조합원들에게 현장복귀를 종용하며 파업파괴를 책동했던 반노동자 집단인 어용세력은 직무대행의 대표성에 시비를 걸면서 직무대행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노동조합 내부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올바르게 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김종식씨는 주5일 투쟁을 마무리할 때까지 위원장직무대행을 계속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 할 경우 대표성과 노사교섭의 체결권이 없는 직무대행의 합의서 등의 모든 법률행위 효력이 없게 될 것이므로 조합원의 극심한 피해가 초래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하철노조의 올바르고 정통성 있는 민주적인 집행부를 세우기 위하여 부득이하게 사법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었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에 앞서, 이청호(전 배일도 집행부 중앙임원)]
또 한편으로 김종식 직무대행으로 대표되는, 현실과 타협하려 하는 세력은 '현재의 직무대행 체제로 주5일제 투쟁을 마무리해야한다'고 하면서 직권중재가 요구하는 노사동수의 연구용역에 합리적인 참여를 주장하였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노동조합은 투쟁을 포기하고 교섭을 위해 공사에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혼재된 입장 속에서 개최된 지하철 노조 대의원 대회는 116명 투표에 62명
찬성으로 전 집행간부의 총사퇴 총선거 결의가 가결되었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전투적 세력뿐만 아니라 어용들의 견해 또한 상당수
포함되면서 노동조합이 해야 할 당면한 투쟁임무는 단일하게 모아지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서울지하철노조는 조만간 대의원대회의 결의대로 총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이번 선거는 지난 선거에서 나타났던 어용 대 민주(배일도 대 허섭)라는 양자구도가 깨지면서, 칼집에 집어넣었던 투쟁의 칼을 다시 뽑아내고자 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그리고 파업 패배 이후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된 어용세력이라는 다자 구도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이 구도 역시 지난 선거 시 범민주단일후보라는 논리 아래 묻혀버린, 지하철의 오래된 병폐인 인물론과 지부 이기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그 내용을 충분히 채워내지 못함에 따라 부침을 거듭할 것이다.
'실패한 대중 총파업'의 모든 것을 보여준 서울지하철노조의 투쟁 이후 진행되는 선거는 노조운동의 자주성과 민주성, 투쟁성을 견지하려 하는 지하철의 활동가들에게 있어 그 자체로 의미를 갖기 보다는 파업당시 확인하였던 세력화되지 못한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로 자리매김 되어야할 것이다.
대중파업이 승리하기 위해서 활동가들이 어떠한 형태로 세력화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노동조합은 어떻게 그 임무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이에 대한 해답은 서울지하철노조의 대중파업 실패와 그 이후 진행된 공사의 현장 탄압 모습 속에서
구체적으로 찾을 수 있다.
문제는 힘이다.
반전시켜야 할 때 거대하게 세력화 되지 못한 관계로, 다시 직무대행 집행부에 의하여 현장복귀가 선언된 지난 파업 마지막 날의 안타까운 모습을 상기하면서, 그리고 파업 패배 이후 어용세력들이 현장에서 활보하는 모습에 울분을 삼키면서 지하철 활동가들은 다시 바닥을 치고 올라와야 한다.
비록 선거 결과가 반노동자 세력인 어용, 혹은 현실에 타협하려하는 세력이 다시 집권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하철의 활동가들은 투쟁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투쟁의 칼을 더욱 힘 있게 움켜잡아야 한다.
이는 현장 곳곳에 개별화된 전투적 활동가들을 하나로 모아내어 개별적인 힘을 조직이라는 집단적 힘으로 만드는 것, 단사를 넘어 전국의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것, 그리하여 총자본과 일대 결전을 치룰 수 있는 거대한 힘으로 분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지하철 노동운동은 한 발 한 발 전진해 나갈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