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고>
단호한 투쟁만이 승리를 보장한다!
(철도 특별단체교섭 투쟁에 부쳐)
철도 조합원
국영기업인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전환하는 시기가 이제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체제전환'이 코앞에 있음에도 정부와 철도청의 관료들은 철도노동자와 여론의 눈치를 보며 무능력과 무소신을 보여주고 있다.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이미 예행연습이 시작되었어야 옳다. '아무런 준비가 없다'는 이유로 현장의 철도노동자들은 기간을 헤아리며 답답하고, 불안해 한다. 한편의 '무능력'은 다른 편에서 철도노동자의 불안과 답답함을 고조시키고, 노동조합으로의 응집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고도의 전술은 정부, 철도청이 철도노동자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한순간도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 바로 확인된다.
심각하게 생존권을 위협할 구조조정안을 '자구책'이란 미명으로 포장하고, 파업투쟁에 대비한 군 요원 투입을 준비하고, 적자를 들먹이며 현장 노동자들에게 "이대로 가면 월급도 못받는다"는 위협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자본의 나팔수들은 "경영적자 몇 십 조", "부실 철도공사"등을 나불대면서 구조조정이 필연적임을 확인시킨다.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 투쟁 전선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조합은 장기간 특별단체교섭을 준비 해왔다. 일찌감치 조합 선거를 치르고, 특별단체교섭안을 연구하여 확정하고, 설명하는 데 전력을 다 쏟았다. "정책 개발과 교섭에만 너무 많은 힘과 공을 들이는 것이 아니냐", "현장의 인력부족과 구조조정에 관한 투쟁에 소극적이고, 투쟁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하였다. 어떠한 투쟁이 우위에 있고, 중심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입씨름은 10월부터 시작된 본격적 교섭일정 속에서 자연스레 마무리되었다. 철도노조가 비판과 의혹을 떨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의 당당함을 잃지 않는 힘의 원천! "단호한 총파업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총파업투쟁의 조직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총파업투쟁은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주머니속의 칼"이 아니 듯 총파업 명령이나 선언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설사 시작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승리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주변의 경험에서 줄곧 확인되었다. 총파업투쟁의 조직은 일상시기 조합원의 분노와 불만을 투쟁을 통해 조직하고, 조합지도부가 굳건한 신뢰를 확보하는데서 출발한다. 이에 비춰 먼길을 돌아왔을지라도 그리고 늦었을지라도 '투쟁의 조직과 신뢰 확보'를 만들어내야 한다.
다행히 현장은 살아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정부, 철도청의 거듭된 공격이 철도노동자를 전선으로 불러내는 역할을 해왔다. 시설, 전기 분야의 동지들이 시설의 유지 보수에 관한 건교부 지침, 자구안 등 심각한 생존권 위협에 맞서 속속들이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정원 재조정, 검수 주기 조정, 자회사 설립 등 구조조정안이 발표된 차량, 정비창 동지들의 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운수와 운전 분야의 정원 감축과 정원 재조정이 가시화되면서 조합원들은 투쟁으로 돌파해야 함을 직시하고 있다. 철도청의 '자구안'과 철도공사사장 지원자들의 총원 15000명이면 충분하다는 자신감(?)은 철도노동자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정비창, 차량, 전기, 시설, 운수 운전 등 전직종이 투쟁을 결의하고 있고, 투쟁의 선봉대를 자부해 왔던 수색지구는 조합의 투쟁결의와 "지침만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지도부는 이에
대한 분명한 화답을 해야 한다.
당장 가능한 곳에 대한 지도부의 투쟁명령과 지침, 적극적인 투쟁의 조직은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한층 더 높일 것이다. 2.25 파업 전 진행된 지구별, 직종별 등 각종 결의대회와 투쟁복 착용, 스티커 부착, 무선교신 등의 현장투쟁을 활발히 조직한다면, 조합원이 직접 투쟁 분위기를 느끼며 마음의 준비와 결의를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홍익매점 지방본부 동지들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받아 안으면 투쟁전선은 한층 강고해 질 것이다.
투쟁이 단지 교섭력을 높인다는 생각을 버리고 언제라도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협상테이블의 일정만큼 아니 이보다 더 구체적인 투쟁일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아직까지 교섭일정은 나와 있지만 투쟁일정은 구체적으로 논의, 제출되고 있지 못하다. 화물연대, 민주택시와의 운수노동자 공동투쟁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층만의 논의구조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더구나 연대 총파업 투쟁이 연대 패배로 끝나곤 했음을 기억해야한다. 진정한 연대와 공투는 사람을 모아 집회를 치르는 거나 총파업 선언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업장의 강고한 투쟁을 조직하는 것임을 기억하자. 두 세 차례의 집회 날짜가 아니라 조합원 총투표, 쟁의발생 신고, 총파업 돌입 시기까지 단계별, 구체적인 일정이 나와 있어야 하고 교섭 외의 인원은 총파업 투쟁 조직화에 전격 투입 되어야 한다. 투쟁 일정이 중요한 이유는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 구축이라는 효과뿐만 아니라 청에 대한 교섭일정을 앞당기게 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벌기, 불안과 초조 속에서 분산되고 흔들릴 수 있는 조합원을 단도리하여 청의 의도에 파열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각 활동가들은 특단협 요구안을 바라보며 교섭 상황에 맞춘 조합 일정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중심 사안인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매개로 현장투쟁의 조직화에 복무해야 한다. 아울러 집행부에게 현장투쟁단 혹은 실천단 등의 조직을 제안하여 조직구성을 이뤄내고, 집중적이고 가능한 곳의 투쟁 - 현재까지는 수색지구, 홍익매점 지방본부이지만, 전국 철도현장이 인원부족으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투쟁이 진행되면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 에 결합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에서 활동가들과 제 현장조직 등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하고 조합원들의 신뢰를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통한의 일년을 만들 것인지 승리의 일년, 아니 십년을 만들 것인지 결정 시간은 시간상의 두 달보다 더 짧은 기간을 남겨두고 있다. 항상 그렇듯 언제든지 열차를 멈출 수 있는 상태를 확보하는 것! 강력하고 단호한 투쟁만이 승리를 보장함을 한시라도 잊지 말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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