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류 :
Category |
 |
![]() |
 |
![]() |
제목 : [26호] '임노동과 자본'을 읽고 (노자간의 적대적 관계를 중심으로 ) -현장 활동가 |
![]() |
 |
![]() |
 |
|
노정협
|
2007-03-27 08:40:36, 조회:2,911, 추천:265
|
![]() |
|
|
![]() |
『임노동과 자본』을 읽고
-노자간의 적대적 관계를 중심으로
현장 활동가
최근 현장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조합원수가 2000명이 넘는 비교적 큰 사업장의 동지들이다. 그 사업장 또한 20여년 전투적 노동운동의 역사가 살아있는 금속사업장이다. 대다수의 대공장이 구조조정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처럼 이 동지들도 자본의 일상적이고 치밀한 구조조정과 현장통제를 뚫고 나가기 위해 어떻게 투쟁해 나가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가장 뚫고 나가기 힘든 것은 자본의 모진 탄압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자본주의 문화에 젖어 있는 대다수의 조합원들을 설득하여 노동자의 이해관계에서 투쟁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
이 현장노동자들에게 당면해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고용문제이다. 언제부턴가 생산물량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전체 임금 가운데 잔업, 특근 수당 비율이 높다보니 물량이 축소되면 덩달아 잔업, 특근을 못하게 되고 그러면 임금은 하락하게 된다. 임금하락과 고용불안을 자본은 일부러 조장한다. 회사의 말을 잘 듣는 부서는 물량도 충분하게 배치하여 잔업특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에게 찍힌 부서는 잔업특근을 못할 뿐만 아니라 정규노동시간에 할 일도 없어서 타부서에 지원을 나가야 한다. 그러니 조합원들이 회사 측에 줄서기 하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외주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이제 국내생산이 아닌 중국 등 외국 현지생산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은 조만간 닥쳐올 대대적인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본이 외주와 해외생산 등으로 경쟁력을 갖춘다면 자신의 고용만큼은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대개의 대공장 현장이 이럴 것이다. 이처럼 현실에서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해관계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일한 선상 위에 놓여 있다는 논리가 훨씬 더 지배적이다. 이런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깨는 것이 현장활동에 있어서 가장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맑스의 『임노동과 자본』은 임금의 본질을 설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노동자와 자본가가 왜 적대적 모순관계인지를 가장 대중적으로 설명하는 글이다. 『임금노동과 자본』은 마르크스가 1847년 브뤼셀의 독일노동자협회에서 한 강연들에 토대를 두고 1849년부터 5회에 걸쳐 <신라인신문>에 연재한 글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간단하고 평이하게 서술하고자 하며, 정치경제학의 가장 초보적인 개념조차 전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들이 잘 이해하기를 바란다.”
1장과 2장은 ‘임금의 본질과 그것의 결정’에 대한 내용이다. 자본주의에서는 노동력이 하나의 상품으로 존재한다. 그 ‘노동력 상품의 재생산비용’, 즉 노동자를 노동자로 유지하고, 또 그를 노동자로 길러내는데 필요한 비용이 바로 임금이다.
임금을 ‘노동의 가격’으로 사고하는 고전 경제학은 결국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기본적인 착취질서를 해명할 수 없다. ‘노동의 가격’이라는 표현은 마치 자본가가 노동자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듯한 환상을 유포한다. 여기에는 자본가의 이윤의 원천이 노동자의 노동력의 사용에 있다는 ‘착취관계’가 은폐되어 있다. 오직 맑스의 노동력 개념(당시에는 맑스도 ‘노동의 가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이후 ‘노동력’이라는 특수한 상품의 분석을 통해서 임금이 ‘노동력의 가격’임을 규명했다.)을 통한 임금의 본질 규명만이 자본주의사회의 계급지배와 임금착취라는 운동법칙을 설명해 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임금은 노동자가 새롭게 만들어낸 것에서 그가 차지하는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금은 자본가가 자신을 위하여 일정한 양의 생산적 노동력을 구매하는 데 쓰는 기존 상품의 일부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3장부터는 노동자와 자본가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어떻게 결합하는지 보자.
“자본은 임노동을 전제로 하며 임노동은 자본을 전제로 한다. 양자는 서로의 존재를 상호 제약하며, 서로를 만들어낸다. 부르조아와 부르조아 경제학자들은 그래서 자본가의 이해와 노동자의 이해는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그건 그렇다! 자본이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으면 노동자는 파멸한다. 또 노동력을 착취하지 못하면 자본은 파멸한다.
자본과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자본과 임노동이 동일한 관계의 양면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마치 고리대금업자와 파락호가 서로의 조건이 되듯이 하나는 다른 하나의 조건이 된다.”
그렇다! 노동자와 자본가는 서로 전제를 하고 있다. 그 이상의 의미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서로 전제하며 모순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이 관계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노인과 어린아이는 서로 전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인이 잘 살아야 어린아이가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연관관계가 없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더구나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는 임금이 인상되면 자본의 이윤이 줄어들고 자본의 이윤이 증가하면 노동자 임금이 줄어드는 분명한 대립적 관계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대립적 상호관계는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렇다. 그렇기에 이런 대립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노동자와 자본가와의 이러한 전제적 관계를 이해관계의 동일함으로 비약해서 주장하고 있다. ‘공장이 없으면 노동자들도 굶어 죽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논리는 자본주의 태동 이래 오늘날까지 현실을 지배하는 논리이다. 지금처럼 장기적인 불황으로 대중들의 빈곤이 지속되어 전반적으로 위축된 시기에는 더욱더 이러한 논리가 현실적으로 힘을 발휘한다. 일종의 협박이다. 활동가들이 투쟁을 만들고자 했을 때 이러한 노자간의 이해관계에 대한 명확한 관점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대중들에게 설득당하고 자신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와 자본가가 서로의 조건이 되는 것을 ‘이해관계의 동일’로 비약하는 것은 자본가의 악의적인 의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악의적인 거짓말이 현실에서는 막강한 힘으로 작동한다. 그것은 노동자와 자본가의 이해관계가 동일하게 보이는 현실의 근거들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4장을 보자.
“임금의 두드러진 증가는 생산적 자본의 급속한 성장을 전제로 한다. 노동자가 자본의 급속한 성장과 이해관계를 같이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다음과 같은 사실, 즉 노동자가 타인의 부를 급속히 증대시키면 시킬수록 그에게 돌아가는 빵부스러기는 그만큼 더욱 커지며, 일거리를 얻어 살아갈 수 있는 노동자의 수는 그만큼 더욱 많아지고, 자본에 종속된 노예의 수가 그만큼 더욱 증가하게 되리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노동계급에게 가장 유리한 상황에 조차, 즉 자본이 최대한 급속히 성장하는 경우에조차, 그것이 아무리 노동자의 물질적 생활을 개선시킨다 해도 그것은 노동자의 이해관계와 부르조아지, 즉 자본가의 이해관계 간의 적대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자본의 성장이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을 향상시키는데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부분적으로 사실이고 현실에서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노동자들은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논리에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임노동과 자본’에서 말한 바와 같이 결국 그것은 노동자의 족쇄를 녹슨 쇠조각에서 금으로 바뀌는 것 일뿐 그 족쇄를 깨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자본이 호경기일 때에도, 노동자의 실질임금5%가 증가했다고 해도, 자본가들의 이윤이 30%가 증가했다면 노동자들의 상대적 임금은 감소한 것이 된다.
자본의 성장이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것은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그렇다면 생산적 자본의 성장과 임금의 상승은 실제로 어떤 관계인가? 이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는 것이 바로 5장이다.
“생산적 자본이 증대할수록 분업과 기계의 응용은 더욱 확대된다. 분업과 기계의 응용이 확대될수록 노동자간 경쟁은 더욱 확대되고 그들의 임금은 더욱 줄어든다.”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자본주의 생산력의 막대한 성장은 오히려 노동자들을 생산현장에서 떠나도록 강요하고 있다. 과거에 10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2명이 할 수 있을 만큼 생산력은 성장했다. 생산력 성장의 성과는 10명의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2명에게만 겨우 돌아갈 뿐이다. 그것도 과거에 비해서 낮아진 수준으로 말이다. 자본은 끊임없이 자동화된 생산설비를 갖추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화된 설비를 갖추어서 자본이 얻어 내고자 하는 것은 더 적은 수의 노동자로 더 많은 생산량을 얻어내는 것이다.
현장에서 자동화 설비가 들어서게 되면 논쟁에 휩싸인다. 자본은 마치 노동자들을 위해서 자동화 설비를 갖추는 것처럼 말한다. “노동자들이 보다 깨끗하고, 안전하고, 편한 기계 앞에서 일하도록 한다.”고 주장하고 또한 노동자들은 그런 자동화설비를 선호하게 된다. 그러나 오랜 기간을 되돌아볼 때, 노동자들의 고용은 멈췄다. 명목상의 임금이 올랐을 수는 있지만 자본이 얻어간 이윤에 비하면 노동자들의 상대적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자본은 저임금과 넓은 시장을 향하여 끊임없이 세계 각지를 찾아 헤맨다. 어지간한 한국자본은 중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중국과 인도뿐만 아니라 미국까지 진출하여 현지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자본의 성장이다. 그러나 그것이 노동자들의 지위를 향상시킨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위에서 이야기 한 현장의 노동자들은 자본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고용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자본이 국내 생산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장에서 겪는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자본가간의 관계가 적대적인 모순관계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노자간의 적대적 관계 속에서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은 단순히 선언적인 의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것이다.
최근 대공장 자본은 외주와 비정규직 확대, 해외생산의 확대를 줄기차게 진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여기서 혼란스럽다. 자본이 외주화와 비정규직 확대, 해외생산을 통하여 이윤을 확대시켜야만 자신들의 지위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혼란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계급적 단결이 필요하고, 국제적인 노동자 연대가 필요하다. 노자간의 적대관계를 기반으로 한 계급적 단결만이 노동자들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임노동과 자본’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이다. 투쟁!! <노/정/협>
|
|
|
![]() |
![]() |
 |
|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