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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5호] 이수호, 조준호, 그리고 이석행! 민주노총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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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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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2 13:14:56, 조회:3,425, 추천: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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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39차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5기 임원선거가 마무리되었다.
1차 투표에서 이미 2번 이석행-이용식 후보조는 1번 양경규-김창근 후보조와 3번 조희주-임두혁 후보조와 200～300표 이상 차이 났으나 과반수에서 7표 부족해 결선투표로 넘어갔다. 자정이 다되어서 끝난 2차 결선투표에서 결국 2번 후보조가 1번 후보조와 51표차로 과반수를 넘어 당선됐다. 초반부터 2번 후보조의 당선이 유력했던 가운데 전 이수호집행부 때 사무총장을 맡았던 이석행 후보조가 당선된 것이다.
선거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각 정치조직들 사이에서는 연합논의가 시작됐다. 자민통 계열에서는 이수호의 공개제안을 시작으로 통합지도부 논의가, 범좌파 진영에서는 전국활동가조직(준)을 필두로 개별적인 활동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중앙파, 평등사회로전진하는활동가연대(전진)에서는 일부 독자전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표가 분리되는 것을 우려해 늘 선거 전에는 연합논의가 시작되지만, 확연히 정치가 다른 쟁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러닝메이트를 짜기는 어렵다. 결국 1번 양경규-김창근 후보조는 전진을 2번 이석행-이용식 후보조는 전국회의를, 3번 조희주-임두혁 후보조는 전국활동가조직(준)을 대표해 출마했다.
그러나 전진은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듯해도 결국 그것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노사정 중층적 교섭구조를 동의함으로써 현 자민통 세력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양경규 후보는 10일 참세상과의 인터뷰에서 “교섭을 통해 계급운동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 것이 4기 지도부라면, 이런 경향은 한편으로 교섭을 죄악시 하는 편향을 낳기도 했다 … (난) 교섭을 부정하지 않는다. 합법이라는 공간은 전술적으로 유리한 공간이며, 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중층적 교섭이다. 이에 이석행 위원장은 “새로운 중층적 교섭틀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가했던 것”이라 말해 결국 전진과 자민통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시사했다.
이 글에서는 선거과정 전반을 둘러싸고 명확한 쟁점이었던 산별노조, 노사정교섭, 07년 대선과 08년 총선, 민주노동당에 대한 개입 등에 대해 하나씩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사회적 합의주의 전통 계승자, 이석행!
노사정위원회라는 폐기된 전술을 다시 적극적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모습으로 부활시킨 이수호 집행부를 계승하며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이석행이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조준호 집행부도 마찬가지 입장으로 6개월 보궐 집행부로서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 등 굵직한 개악법이 임박한 시점에서 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지는 그 순간까지 민주노동당과의 공조를 통한 국회 내의 또 다른 형식의 노사정 야합에 기대고 실질적인 총파업을 조직하고 진행하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수호 전 위원장의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노사정교섭을 노동3권 중 하나인 교섭권으로 정당화하며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말 자체가 이를 반대하는 ‘논객’에 의해 지어진 말일 뿐이라며 ‘사회적 합의주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식화된 노사정교섭 기구에 들어갈 날이 멀지 않았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05년 3월 15일,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의원대회 점거라는 전술까지 써가며 온몸으로 막았다. 그것은 노사정교섭 기구가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 정부와 자본의 요구에 의해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를 강요당하는 기구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석행 위원장은 당시 대의원대회에서 안전요원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고, 당시 대의원대회 무산을 현장 기반 없는 소수의 정파들의 한낱 발버둥으로밖에 생각하지 않고 있다. 정파들의 갈등과 대립을 없애겠다며 노동운동혁신위원회라는 기구를 민주노총 내에 설립하고, 조합원도 없고 책임질 수 있는 실천이나 의결권도 없는 정파가 아닌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장대장정(사실상 전국현장순회 정도에 그칠)을 감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시 대의원대회는 정파들의 폭력난동이 아니었다. 노사정교섭 기구에 들어간다는 것은 1300만 노동자의 목숨을 통째로 자본과 정권 앞에 바치는 짓임을 폭로하고 결사항전으로 막아낸 것이었다.
자민통이 아닌 그 외 모든 정치조직을 정파로 호도하여 정파들의 폭력난동으로 본질을 왜곡함으로써 노사정합의기구의 참여 명분을 세우려 하고 있다. 또한 노동3권을 운운하면서 노사정 교섭이 노동자가 당연히 해야할 권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3권 중 교섭이 아닌 투쟁과 단결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것이 제외된 교섭권이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우리는 반문해봐야한다.
무조건 뭉쳐야 통 큰 산별? 산별은 명확히 계급투쟁의 기관이여야!
04년 보건의료노조의 중앙협약 중 10장 2조가 문제됐다. 10장 2조는 임금, 노동조건 등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단사노조의 단협보다 중앙협약이 우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단사노조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키고 현장의 파업권을 제약하는 반노동자적인 협약안이었다. 이에 반대하는 서울대병원지부를 비롯한 몇 개의 지부들이 지속적으로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들은 병원노협을 만들어 다시 공공연맹에 가입했는데 이석행 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산별합의가 맞지 않다고 탈퇴해서 다른 연맹에 가입하는 것은 산별운동정신에 맞지 않다. … 산별운동은 제도개선과 함께 가야 한다. 원칙에만 입각해서 모든 것을 흩트려 놓고 가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산별단협 규정력을 만들어가면서 산별노조운동도 만들어가야 한다. … 산별운동은 힘을 모으는 일이고 조직된 노동자만이 아니라 조직되지 않은 전체노동자에 대한 영향까지도 고려해야 하는데, 그 경우(집단탈퇴)처럼 산별이 선택에 의해 분화되는 것을 민주노총이 방기하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무원칙한 대동단결론이 이석행위원장의 산별론인 것이다.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약하고, 미조직 노동자, 중소영세노동자를 명분으로 전체노동자계급의 수준을 하향평준화하는데 앞장선다면 그것이 관료적 산별이지 어찌 계급적 산별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국고보조금
민주노총에서 매년 국가로부터 받는 수억 원 대의 국고보조금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기호1번 전진과 기호3번 전국활동가조직(준)은 재정자립계획을 세워 차차 반납해 나가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석행 위원장은 국고보조금을 노동자가 내온 세금을 다시 받아오는 것으로 해석하며 ‘세금쟁취투쟁’을 통해 더 요구해야하는 것이고, 그 돈을 비정규직투쟁과 장기투쟁 등 투쟁사업비로 오리려 확대해서 쓰겠다는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결사체인 노동조합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성이다. 노동조합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자본과 국가가 내주는 돈으로 운영한다면, 그것을 투쟁사업비로까지 확대시킨다면, 결국 노동조합의 운영 전반은 자본과 국가에 의해 통제당하게 된다. 자본과 국가의 돈이 없으면 노동조합이 유지가 안 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것은 노동조합의 생명력이 조합원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과 정권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전노협의 정신이었던 ‘자주성’은 곧 ‘자본으로부터의 자주성’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시기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비리사건 등 현장 대의원부터 간부까지 치밀하게 뻗어들어오는 자본과의 유착관계를 봤을 때, 국고보조금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은 중앙 차원에서 자본과의 유착관계를 더욱 긴밀히 하겠다는 의미와 다를 것이 없다.
마지막 문제, 직선제
현재 새흐름과 노동해방실천연대(준)의 일부가 모여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임원-대의원 직선제 추진위를 꾸렸다.
직선제는 작년 대의원대회에서 계속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과반수 미달로 유회를 거듭했다. 이번 민주노총 임원 후보자들은 39차 대의원대회에서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은 동의했으나 회순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기호1번과 3번은 임원선출 전에 논의하여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고 기호3번은 더 나아가 이번 5기 임원부터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반면, 이석행은 회순은 대의원들이 알아서 할 사항이라며 발을 빼면서 임원선출 전에 안건 처리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했다. 결국 대의원대회에서는 임원선출, 결의채택 이후 5번 안건으로 상정되었고 결국 임원선출이 끝나고 빠져나가기 시작한 대의원들로 인해 과반수 미달로 또 다시 대의원대회는 유회되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우리는 지난 금속노조 산별완성대대에서 현장발의안 중 첫번째 안건인 소환/탄핵에 대한 건을 통과시키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도 직선제는 또 다시 통과되지 못하고 유회되었다.
대중조직 안에서 조합원들의 참여가 최대한 확대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직선제만을 강조하게 된다면 단순히 조합원 스스로 한 표를 행사해야한다는 형식적인 직접민주주의 그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위원장과 사무총장, 대의원들을 조합원들이 직접 뽑는다고 해도 그들을 강제할 수 없다면 진정으로 조합원들을 위한 대표를 뽑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의 목소리, 요구를 받아 안아 정책과 투쟁을 진행할 대표가 아니라면 직선제는 그들에게 더욱 현장과 조합원을 핑계로 돌릴 수 있는 명분을 줄뿐이다.
선출직에 대해 조합원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을 조직하며 현장투쟁을 강화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소환/탄핵안과 함께 직선제가 제시되어야 한다.
결론
지금 노동운동진영은 민주노총의 위기, 민주노조의 위기를 언급하며 혁신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 민주노총 5기 임원에 이수호-조준호를 계승하는 자민통의 이석행이 당선된 것을 보면 위기는 아직 혁신될 때가 아닌 것 같다. 더욱 노동운동의 위기가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석행 위원장은 그렇게 자본과 정권에게 뒤통수를 맞아오면서도 노사정대화를 갈구하고, 한국노총의 야합으로 그렇게 피를 봤으면서도 여전히 ‘연대’라는 말을 갖다 붙이고 있다. 비정규직과 미조직노동자들을 핑계로 덩치만 컸지, 제대로 된 투쟁과 계급적 의식이 없는 관료적 산별을 주장하고 있고, 현실을 핑계로 당면 투쟁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지도부가 당선된 것은 역으로 대공장 노동운동의 우경화를 다시 한 번 반증하고 있다. 이석행 위원장은 1차 투표에서 자민통의 앞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아쉽게 과반수를 넘지 못해 진행된 2차 투표에서는 반자민통 계열의 투표 연합에도 불구하고 51표차로 당선되었다. 자민통은 자민통 뿐 아니라 KT노조를 대표로 하는 IT연맹, 노사협조주의세력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수호 집행부 당시 강승규 비리 건으로 중도하차했던 지도부가 너무도 쉽게 당선되는 현실은 대의원들의 우경화, 결국에는 현장의 우경화를 반영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석행 위원장의 당선 후 부르주아 언론들은 ‘온건파’가 당선됐다며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에 온건파가 당선된 것은 향후 국내 노동운동의 흐름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위원장은 제4기 집행부 이수호 위원장 시절 사무총장을 맡으며 대화를 통한 노동운동을 강조해온 만큼 그의 당선은 협상파트너인 재계와 정부 관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동응 한국경총 전무는 "온건파가 위원장에 당선됐다는 것은 일반 노동자들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며 "앞으로 투쟁지향적인 노동운동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 … 또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위원장도 당선 직후 "무조건 대화를 거부할 수 없다. 사안별로 대화에 참석할 수 있다"고 밝혀 비정규직법 후속 입법 등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민주노총을 배제하기 곤란한 정부도 온건파 위원장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민노총, 온건파 이석행위원장 체제로, "파업이 목표 될수 없다"」, 2007.01.28. 한국경제신문)
부르주아 언론에서는 비정규법 후속법안 마련과 노사관계로드맵 정착에 지금 이석행 지도부가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는 이석행 위원장이 자본과 정권과 대화가 통하는 지도부, 적극적으로 사회적 합의주의노선을 추구할 지도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사협조주의자들은 우경화된 대의원, 노동조합 간부들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미 그것은 노동운동 진영 전반에 짙게 퍼져있다. 이것은 상층부 얼굴이 바뀐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동단결론의 묻지마 산별흐름, 현장에 퍼져있는 노사협조주의를 바꿀 수 있는 시작은 아래로부터의 끈질긴 투쟁뿐이다. 이들은 비정규직노동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조합원 불리기의 대상으로 밖에 사고하지 않지만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야 말로 가장 계급적일 수 있고 가장 전투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정규직투쟁을 전국적인 대중투쟁으로 조직하여 관료적 산별의 허울을 깨뜨리고 노사협조주의자가 빌붙을 수 없는 현장으로 바꿔내야한다.
현장에 있는 조합원들, 전투적인 활동가들을 조직하고 그들이 스스로의 조직력으로 대중력을 확보하여 투쟁에 나서게 하는 것! 자발적인 투쟁들이 끊이지않고 일어나는 능동적이고 살아숨쉬는 현장이 되는 것! 그렇게 됐을 때만이 그 어떤 지도부가 어떠한 관료적이고 반노동자적인 결정을 내렸다 하더라도 현장의 힘에 의해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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