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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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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31 15:18:03, 조회:2,450, 추천: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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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프랑스 철도 총파업의 열기는 꺼졌는가?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프랑스 철도노동자들의 ‘무기한 총파업’이 열흘 만에 막을 내렸다. 이 파업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발표한 ‘개혁정책’ 중 공기업 노동자들의 특별연금제도를 개악하는 것에 대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10월 17일 한시적 총파업, 11월 13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며 열흘 동안 프랑스의 전 교통을 마비시키는 위력적인 파업으로 이어졌다.(초고속 열차 테제베(TGV) 700대 중 90대만이 운행되었다. 파리철도공사(RATP)는 파리 시내 지하철 16개 노선 중 9개 노선이 멈추었다고 발표했다.) 버스도 전체 15%만 운행되었다.
철도 총파업과 더불어 사르코지로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보받은 공무원 노동자와 교사들도 11월 20일 하루 총파업 투쟁을 결의하고 프랑스 전력공사와 가스공사의 노동자들도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에 결합했다. 또한 기부금 모집, 학생 선발권, 예산편성 등에서 대학자율권을 대폭 확대하는 대학자치법에 반대하는 프랑스 학생들의 학교 봉쇄 투쟁이 합세하면서 프랑스에는 사르코지의 ‘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베르나르 티보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위원장은 교사와 공무원들의 파업 동참으로 이날 약 70만 명이 파업에 참가함으로써 사르코지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날 신문 배급사와 인쇄 업체들도 파업에 동참해 프랑스 전역의 신문 가판대는 텅 비었으며, 언론사들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뉴스를 제공했다. 정부는 이날 파업에 37만 5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으며, 철도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하루 4억 유로(약 55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프랑스, 노사정 극적 타협으로 ‘윈윈’하나”, 2007년 11월 22일)
하지만 엄청난 위력을 내뿜은 프랑스 철도파업은 ‘특별연금제도개악을 철회할 때까지!’, ‘사르코지가 퇴진할 때까지!’ 총파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와는 달리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철회되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부르주아 언론은 ‘사르코지의 승리이자, 국민의 승리이다’, ‘파업천국인 프랑스병을 고치는 첫 발걸음이다’라며 프랑스 노동조합의 사기를 꺾은 사르코지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생존권을 투쟁으로 지킬 것인가, 빼앗길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던 프랑스 철도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자본과 정권의 총공격에 무릎을 꿇었다. 이들이 패배한 것은 자본과 정권의 여론을 이용한 총공세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노조 안에 숨어있는 노사협조주의 또한 주요한 이유였다.
이처럼 프랑스 철도 노동자의 파업을 가로막은 수많은 장벽들의 정체를 살펴보자.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자본과 정부의 공격
9월 18일 사르코지는 프랑스 복지시스템으로 인해 불공평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를 ‘프랑스 병’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통해 복지비용을 대폭 줄여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이 개혁안은 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공기업 특별연금 전면 개악 등 프랑스 노동자계급을 향한 공격을 대대적으로 자행하는 것이다.
프랑스 철도 노동자들의 분노를 끌어 올렸던 것은 공공부문 특별연금제도 개악인데, 이 특별연금제도는 프랑스국영철도(SNCF), 프랑스철도공사(RATP), 프랑스전력공사, 가스공사(GDF) 등 4개 공기업 5만 여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르코지의 특별연금개혁안은 노동자들의 연금납입기한을 37.5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고, 수령액은 임금이 아닌 기초생활지수에 따라서 받도록 한다.
즉, 결과적으로 철도 노동자들이 기존에 받았던 연금혜택이 20~30%나 줄어드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프랑스 철도산업에서는 이미 300여개의 역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서 철도 노동자들을 고용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또 사르코지는 공무원 인원감축 계획도 발표했는데, 핵심내용은 2008년에 교육부분 1만 1,200명을 포함한 총 2만 2700명의 공무원을 구조조정 한다는 것이다.
사르코지는 개혁 정책은 ‘나를 뽑아준 국민들과의 약속’이라며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1월 20일 총파업이 있은 후에도 사르코지는 ‘굴복하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발표하며 프랑스 노동자계급을 향한 총부리를 결코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을 때, 프랑스 언론은 여론이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계속 발표하며 파업투쟁을 압박했다. 언론의 보도대로 노동자들의 파업에 긍정적이었던 국민여론도 이번 철도 파업에 있어선 지지를 보내주지 않았다.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에 의하면 68%의 국민이 철도노조의 파업이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고, 69%는 ‘정부가 노조의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11월 18일, 1만 여명의 프랑스 시민들이 ‘철도원들, 업무로 돌아가라’, ‘개혁만이 살길이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파업 철회와 사르코지 지지를 외치며 행진을 하는 파업 반대 집회도 조직되었다.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사르코지 정부의 공격과 우경화되고 있는 프랑스, 여론의 압박이 삼위일체가 되어 프랑스 철도 노동자 파업을 낭떠러지로 몰고 간 것이다.
남한 철도 노동자들의 상황도 이와 비슷했다. 1인 승무제 시행과 비정규직 문제 등의 구조조정에 대해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결의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직권중재를 내렸고, 남한 부르주아 언론은 파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철도 노동자들을 ‘임금도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높으면서 불법파업을 남발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기려는 이익집단’으로 매도하며 철도 파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짓밟았다.
이 같은 자본과 정권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양국 철도 노동자들은 이를 악물고 투쟁에 돌입하고 투쟁을 사수했어야 했다. 이 파업투쟁은 프랑스와 남한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건, 그리고 앞으로 들어올 대대적인 공격을 비타협적인 투쟁으로 돌파하기 위한 전면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조합 내에는 보이지 않는 함정인 노사협조주의가 도사리고 있고 이 함정은 파업 투쟁이 패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에 등을 돌린 노사협조주의
70만 명이 참여한 프랑스 철도 연대총파업은 노조가 노조, 정부와 공사가 함께하는 3자 협상을 받아들이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부와 프랑스철도공사는 특별연금개악을 받아들이는 대신 임금 인상과 업무 복귀 조건을 건 연간 9000만유로(약125조원)의 재정지원을 제시하며 투쟁의 단결력을 흔들어 놓았다. 노사정 3자 협상은 받으면 안 되는 제안이었다.
사르코지는 여전히 특별연금개악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철도노조 지도부가 조합원의 95%가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돌입한지 사흘 만에 노사정 협상 테이블 구성에 합의를 했다는 것은 그들의 선언만큼 끝까지 투쟁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약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노사협조주의적인 프랑스민주노총(CFDT)이 노사정 대화 테이블을 받아 안고 파업을 철회했고, 프랑스노동총동맹 역시 노사정 협상을 받아들이면서 파업투쟁의 위력은 곤두박질쳤다.
철도 총파업 참가율도 30%로 떨어졌다. 그리고 11월 21일 회담 첫 자리에서 파업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할 만한 합의 사항은 도출되지 않았으나 철도 노조와 경영진이 향후 협상 일정 및 의제에 합의하며 파업 열흘만인 11월 23일, 투표를 통해 업무 복귀를 선언하며 파업을 철회했다.
프랑스 철도노조의 노사협조주의적 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3자 테이블에 합의한 것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테제베(TGV) 철로 신호케이블을 불태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파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강력한 의지이자 투쟁을 접으려는 지도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자본과 정권은 이들을 소수의 과격집단으로 몰아가며 체포해서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동시에 프랑스 철도 파업을 중단할 것을 압박했다. 노조 지도부는 이 사건에 대해 “우리의 전체의 뜻이 아니다. 그리고 이 같은 행위는 시민들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정부와 자본에게 손을 들어주는 어처구니없는 입장을 발표했다. 부정적인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3자 협상 테이블을 받은 상황에서 벌어진 전투적인 조합원들의 의지를 받아 안을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폭로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끝까지 파업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전투적인 노동자들을 고립시켜 버렸다.
조합원들의 파업 동력이 지극히 낮았던 남한에서의 철도 파업의 양상은 프랑스와 다르지만 노사정 3자 테이블의 사례는 비슷하다. 철도노조 집행부는 상대적으로 투쟁적인 지도부로 당선이 되었지만 이들은 2년이 넘게 정규직화 쟁취를 걸고 투쟁해온 KTX 승무원 투쟁을 주체가 빠진 노사정 협의 테이블을 구성하는 것으로 합의해 버렸다. 이는 지금까지의 승무원들의 투쟁을 한순간에 무너뜨렸고 이후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이 비타협적인 투쟁으로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을 굴욕적인 합의였다. 그리고 11월 15일 임단협 파업 전야제와 함께 이루어진 교섭에서 핵심문제였던 1인 승무제 폐지와 구조조정, 해고자 원직복직 등 아무런 성과가 나오지 않아 파업을 선언해야 하는 자리에서 파업을 철회했다. 엄길용 집행부는 이후 성과 없는 총파업 유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철도노조 지도부의 머뭇거림으로 인해 민주노조의 기풍은 크게 흔들리고 철도공사에게는 구조조정 추진 엔진에 동력을 달아 주게 되었다. 프랑스와 남한의 철도 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 파업 투쟁은 이렇게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다.
아직, 투쟁의 불씨는 죽지 않았다!
프랑스 노동자민중은 1995년 공공부문 개악 저지 파업과 실업자 투쟁, 2003년 연금개악 철회 파업, 2006년 최초고용계약법 철회 투쟁 등 자본과 부르주아 정권의 모든 공격을 투쟁으로 막아왔다. 이번 특별연금제도개악 철회 파업 투쟁도 노동자민중의 분노가 서려 있었고 투쟁의 의지가 충만했다.
이번 프랑스 파업 투쟁의 패배는 우경화되어 가는 프랑스 사회에서 득세하는 우파 사르코지의 입지를 더욱 굳건하게 하고 프랑스 노동자민중을 향한 공격을 강화하고 프랑스 노동자계급의 전투성에 큰 위기를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철회 요구를 가지고 공무원 노동자들은 계속 투쟁하고 있고 프랑스 학생들도 학교 봉쇄 투쟁을 통해 사르코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아직, 프랑스에 투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프랑스 철도 노조가 3자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고 나와 재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자본가 언론이 찬양하는 ‘파업 천국 프랑스는 죽었다’라는 말에 일격을, 축배의 잔을 들고 있을 자본과 사르코지 정권에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또한 그것만이 프랑스 노동자계급이 생존권을 사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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