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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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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9 10:08:36, 조회:2,255, 추천: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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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기일수록 과학적 사상을 곱씹어야 한다
이번 교육 주제를 통해서 맹목적으로 관성화 될 수 있는 현장활동, 노동계급 운동이 사실은 ‘과학적’ 운동임을 알고자 한다. 과거 러시아의 경우 1905년 혁명의 패배를 거치면서 많은 활동가들은 패배주의에 근거해 주관적인 관념론의 사색으로 빠져드는 흐름들이 나타났다.
“계급 대중은 어떤 종류의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는지, 어떤 사회 세력이 이 새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사회세력이 어떻게 대격변 시대의 특징인 엄청나고 격심한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갖다 줄 수 있는지 알지 못하고 또 알 수도 없는 그런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비관주의와 무저항과 정신에 대한 의존이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구성한다.”(토니클리프,「레닌 전집」, 『레닌1』 314p에서 재인용)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남한 민주노조 운동에서 현장조직운동, 전노투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료주의와 조합주의는 강화되어 왔다. 최근의 정세는 갈수록 전국적 전선 자체가 형성되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나타날 만큼 자본에 의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애초 조합주의에 물든 관료들에 의해 조장된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의 ‘패배주의’ 정서는 조합원들의 실리주의를 자극했다. 이런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이제 투쟁의 기억을 안고 있는 정규직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의 ‘보수적’ 정서는 갈수록 스스로에게 ‘내면화’될 수밖에 없다. 혁명 시기에 맑스주의의 국가론 등의 정치학이 부각된다면, 반동기 등의 암울한 시기일수록 맑스주의 철학(변증법적 유물론)이 부각되어야 한다.
사회를 과학적으로 바라보고, 올바른 실천을 하기 위한 ‘사적 유물론’
우리는 그저 감각적으로 현장활동, 계급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운동은 과학적인 것이다. 과학의 기본적인 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우연한 현상의 집합처럼 보이는 것에서 그것을 꿰뚫고 있는 필연적인 법칙을 발견하고,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러 사회현상의 한복판을 꿰뚫고 있는 사회의 법칙을 파악하는 것이 사회과학의 과제이다.
인간사회의 현상들은 모두 인간의 행동을 기초로 한다. 그 행동은 어떤 주관적인 이유, 의도, 욕구에서 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너무도 다양하고 각양각색처럼 보이는 인간의 행동들은 공통된 객관적 기반 따위는 없어 보인다. 이런 인간사회의 필연적인 법칙성을 파악할 수 있는가?
“인간적 본질은 어떤 개개인에 내재하는 추상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사회적 관계들의 총체이다.”(칼 맑스,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
인간의 의식이 비록 주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의 의식은 사회로부터 분리된 개개인의 고립된 두뇌 속에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교류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개인의 의식생활은 사회적인 의식생활의 과정에서 비로소 형성되고 그 속에서 전개된 것이다.
다양한 차이를 가진 개개인의 의식은 그것을 포괄하고, 일정한 시대, 일정한 사회 전체의 사람들을 공통적으로 옭아매고 있는 의식의 상태, 관념의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고대인은 고대의 특유한 의식, 봉건제 사회에서는 봉건사회의 고유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사회 생활 속에서 역사적으로 형성되며, 사회 구성원의 의식의 근저를 관통하고 있는 이러한 공통적인 의식을 ‘사회적 의식’이라고 한다. 개개인의 의식은 이 사회적 의식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이 사회적 의식 속에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적 의식을 규정하고 있는 물질적인 것을 발견해 내야 한다. “의식이 삶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의식을 규정”(맑스-엥겔스, 「독일이데올로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증법적 유물론 사상에서 현실의 사회를 바라보는 과학적인 사회관, 역사관을 사적 유물론 혹은 유물사관이라고 한다.
사회를 과학적으로 알기 위해,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을 알아야 한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가? 노동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다른 생물들은 자연 법칙에 순응하는 데 반해, 인간은 그것을 자신의 필요에 맞게 이용하고, 바꿔왔다. 다른 생물들이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인간은 그것에 일방적 내지 그것과 상호작용한다. 다른 생물들이 수동적인데 반해, 인간은 능동적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한다.
노동은 노동능력과 노동의 대상, 노동도구를 필요로 한다. 목재를 만들고자 한다면 노동의 대상으로서 나무가 있고, 그것을 벨 수 있는 도끼나 전기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할 수 있는 ‘노동’ 자체가 필요하다. 도구는 그대로 정체되어있지 않고, 점점 정교해지고 능률적으로 발전한다. 노동도구를 다루는 능력도 보다 숙달되지만,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노동 도구’이다. 생산도구가 더 많은 생산물을 얻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생산력이 증대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의 생활수단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을 동물과 구별하기 시작”(맑스-엥겔스, 「독일이데올로기」)했다. 생산수단의 생산과 이것에 의한 생활수단의 생산을 통해서 자연과의 물질대사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다.
노동수단의 생산 및 생활수단의 생산은 고립된 개인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고립된 개인에 의한 생산이란 함께 생활하고 대화할 대상이 없이 언어가 발달할 수 없는 것처럼 불가능하다. 생산은 항상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 결국 인간은 공동노동, 공동생산에서의 고도의 결합을 통해서 다른 동물들과 질적으로 구분되는 인간사회를 이룩해 왔다. “인간의 물질적 생활과정이란 … 단순한 생리적 과정이 아니었으며 인간의 생리적인 물질대사의 과정 자체가 사회적인 생산과정을 전제로 성립되었다면, 이 사회적인 생산과정이야말로 인간의 사회생활의 모든 기초를 이루는 물질적인 생활과정으로서 파악”(「철학의 기초이론」, 백산서당)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의식도 이 물질적 생활과정 속에서 그것을 반영하면서 탄생, 발전한다. 바로 이 점에서 생산 발전의 역사를 통해 사회의 역사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 사회, 어떻게 관계되어 있나?
인간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심리적 관계 등이 무수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다양한 관계들은 그저 평이하게 나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관계들의 가장 본질적인 연관은 바로 ‘경제적’인 관계이다.
경제적 관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생산물들의 생산, 분배, 소비의 관계이다. 분배, 소비는 일단 생산이 되어야 존재할 수 있다. 이 중 생산이 나머지 분배와 소비를 규정하게 된다. 생산이 없다면 분배와 소비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질적 생산과정에서 맺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야말로 인간의 모든 사회생활, 모든 사회관계의 가장 근저에 깔린 기초를 이룬다.
문제는 생산관계가 평이하고 일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생산관계는 각 시기마다 다른 성격을 띠어왔다. 지금을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라고 하지만, 그 이전 시기는 봉건제적인 생산관계였다. 즉 생산에 관계하는 인간들의 관계, 사회적인 관계가 다른 성격을 띠었던 것이다. 이들 생산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로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인 것이다.
노동은 어느 시기에나 있지만 노동 생산성이 달라지는 것이 노동도구의 발전이다. 이러한 노동의 결과 생산된 생산물의 취득, 분배, 소비는 바로 생산수단에 맺고 있는 관계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인간사회는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물질대사를 규정할 수 있는 생산수단의 소유관계에 의해서 달라져 왔던 것이다.
생산수단의 소유관계는 각각의 사회의 성격을 규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관계이다. 이 생산관계를 근본으로 해서 다양한 관계들이 서로 얽혀 사회의 경제적 구조를 형성하며 전체적인 사회의 물질적인 토대가 된다. 물질적이란 토대를 이루고 있는 생산관계가 사람들의 의지와 바라는 바와 상관없이 형성되며 그것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관계없이 사람들을 계속 그 관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연관관계이다.
이러한 객관적인 실재를 인식하는 것이 우리 노동자 계급이 사회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전망을 가질 수 있는가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다.
각각의 고유한 사회적 관계의 성격과 형식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 토대와 상부구조
사회적 관계의 성격이 생산수단의 소유관계라면 이러한 성격을 실제로 드러내는 ‘생산관계의 형태’ 역시 역사 속에서 달라져 왔다.
이러한 생산관계의 형태를 역사적으로 조건 지어 왔던 것은 ‘사회의 생산력’이다.
사회의 정치적, 법적, 종교적, 교육적, 문화적 관계 그리고 그것들을 실제로 수행하고 제도화 한 학교, 법률, 국가, 종교기관, 언론기관 등은 이러한 사회의 물질적 토대 위에서 형성된다.
각종 생산수단이나 생활수단들 뿐만이 아니라 노예였던 인간마저 생산수단으로 소유되었던 노예제 시대를 상상해보자. 당시라면 지금의 자본주의와 같은 ‘근로계약’ 관계, 노동조건을 규정하는 단체협약, 노동법 등이 존재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정부부서에 노동부나 이와 관련된 업무 자체가 있을 수 없다. 당시의 인간들은 (지금의 사회에서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지만)법률상 평등한, 인격적 자유라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각종의 정치, 법, 종교 등의 무수한 사회적 관계들은 사회의 경제적 토대(생산력, 생산관계)를 반영하여 사회적 의식을 통해서 형성되며, 사회적 의식의 형태와 함께 사회의 상부구조라고 한다.
“일정한 방식으로 생산 활동을 하는 특정 개인들은 특정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관계들에 연루되어 있다. … 사회적 분절과 국가는 항상 특정한 개인들의 생활과정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여기 이 개인들은 자신의 혹은 타인의 표상 안에서 현상하는 바의 개인이 아니라, 그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바의 개인이다. … 그들은 그들의 의지로부터 독립된 일정한 물질적 제약, 전제, 조건 아래서 활동하는 개인이다.”(맑스-엥겔스, 「독일이데올로기」)
상부구조는 토대에 의해 만들어지고 토대에 의해 그 성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하부구조와 운명을 함께 한다. 이는 기본적이라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토대에 의해 만들어진 상부구조는 자신 스스로의 운동방식과 이루어진 상부구조 사이의 관계들에 의해 일정한 정도의 스스로의 ‘관성’이 있다. 그러므로 상부구조는 토대로부터 독립해서 독자적인 생존력을 가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상부구조는 토대를 수동적으로 ‘반영’하기만 하는 그림자 같은 것이 아니라, 상부구조 자체의 고유한 관계성, 재생산을 통해서 토대에 기반한 ‘능동적’인 자신의 운동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상부구조의 ‘상대적인 자립성’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부구조의 상대적인 자립성은 하부구조에 의해 ‘규정’되면서도 역으로 토대에 대해 능동적인 반작용을 미친다. 정치는 경제에 의해 규정되면서도 역으로 경제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작용을 가한다. 이는 기존의 생산관계를 생산력에 조응한 다른 생산관계로 변혁한다면, 상부구조가 그대로 따라가려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생산관계를 복구하고자 반동적인 ‘반작용’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의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사회주의적 생산관계로 변혁하려 했지만 기존 자본주의적 상부구조에 의해 막히거나, 반혁명을 통해 자본주의적 상부구조로 ‘회귀’했던 무수한 역사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상부구조가 경제적 관계를 기초로 해서 일구어진 다양한 관계들로 이뤄져 있다면, 상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 사이에도 또한 복잡한 상호작용이 있다.
사회적 의식의 형태를 통해서 정치적, 법적, 문화적 사회관계와 여러 가지 제도가 형성되어 왔지만 또한 반대로 이렇게 해서 형성된 사회적 관계와 제도에 의해서 사회적 의식의 형태가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정치가 언론과 교육에, 반대로 언론과 교육이 정치에, 언론이 교육에, 교육이 언론에 능동적인 작용을 미치며 때로는 ‘상호 침투’되기도, 때로는 상호 대립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하고 역동적인 운동을 포함하면서 토대가 상부구조를 규정하는 법칙성이 관철된다. 역사적으로 규정된 토대와 상부구조의 이러한 유기적인 통일체를 사회구성체라고 한다.
인류 사회의 역사(운동)의 동력은 무엇이었나?
우리는 이미 앞서서 각각의 사회의 성격과 형태가 토대와 상부구조의 통일적인 관계에 의한 것임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역사를 잠시만 살펴보아도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가 다른 성격과 형태를 지니고 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각각의 사회의 변화는 바로 이 토대와 상부구조의 변화상을 추적하는 것을 통해서 과학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역사는 변화해 왔으며, 그 변화의 힘은 외부의 유일신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그 사회 내부에 있다. 다음 호부터 실제로 사회구성체를 변화시켜 온 원동력을 살펴보기로 하자.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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