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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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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31 14:51:43, 조회:2,293, 추천: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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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현중노조 선거를 되돌아보며
- 현중 현장활동가
현대중공업의 현장은 극심한 노동 강도와 현장탄압 때문에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힘이 너무 큰 것을 느끼며 알아서 관리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다. 관리자들에게 찍히면 진급, 특근 통제 및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알아서 기고 있다. 조합원 스스로 관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점점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모든 조합원들에게 노사상생의 최면을 걸고 있다.
이러한 현대중공업에서 17대 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이번 선거가 현대중공업에서 민주노조의 짝이 없어진 선거인가! 아니면 이후 현장에서의 희망을 볼 수 있었던 선거인가!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희망이 한층 멀어져 있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활동가들이 얼마나 문제를 느끼고 준비했는가, 선거를 투쟁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실천 했는가, 아니면 당선을 목적으로 선거를 진행했는가? 그 속에서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의 어용성과 노사상생의 논리가 얼마나 현장에 폭로됐는가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또한 이후 현중 내에서 <청년노동자>, <전진하는 노동자회>가 현장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활동의 전망을 내는 것이 핵심이다.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조직간 입장의 차이
올해는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이 되는 해였고 올해 초부터 지역본부 차원에서는 현대중공업 활동가들을 하나의 틀로 모아내기 위해 ‘현중 87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모임에 전노회, 현중노련, 청년노동자, 분과 동지회연합(분과동지회는 전노회, 청노 조직에 포함되지 않은 활동가등을 포함)등이 결합했다. 이 추진위 틀을 유지해서 현대중공업노조 선거를 치르려고 생각한 활동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87추진위 사업은 힘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전노회 또한 ‘87추진위’ 사업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동지들도 있었다.
‘87추진위’를 선거로 연결시키려는 생각은 하반기 전노회와 청노의 선거를 바라보는 입장 차이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전노회는 현대중공업의 민주세력임을 자임하면서 독자적인 선거에 임하려 했고, 청노 또한 작년의 비리사건 대응 과정에서 침묵했던 전노회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선거를 치른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청노 역시 선거 초기에는 선거를 투쟁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불법을 각오하고 선거를 치른다고 결의했지만, 선거가 진행되면서는 초기의 태도를 일관되게 사수하지 못했다.
청년노동자는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준비와 활동의 경험부족, 운동의 건강성의 부족 등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청년노동자는 이번 선거의 목표를 투쟁하는 선거, 할 말은 제대로 하면서 어용노조와 노사상생을 폭로하고 현장에서 청년노동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 잡았다. 이 과정에서 청노에 동의하는 조직과 개인은 함께 한다는 입장이 정리된 바 있었다.
청년노동자는 숫자가 많지 않지만 다른 대공장의 현장조직들이 그러하듯이 그 내부가 단일한 정치적 입장으로 묶여있지는 않다. 전투파도 있고 울산연합과 관계있는 동지들도 있다. 청노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함께 선거에 임한다는 청노의 결정은 일부 동지들에게 ‘우파와 선거연합’을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청노 내부에도 울산연합과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비판과 선거 보이콧은 적절치 못하다.
청노가 아무리 미숙하고 운동성이 약해도, 울산연합 쪽이 선거에 참여한다고 해서, 선거 준비와 과정 속에서 당선 그 자체가 목표라고 사고하는 세력들과 내부투쟁을 하는 것도 활동가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선거의 문제에 대해서 원칙을 말하면서 기권을 하기는 쉽다. 하지만 직접 참여해서 자신의 원칙을 가지고 내부투쟁을 하고 이 속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청노는 최소한 선거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동지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한편 청노는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이라는 평가도 받아오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현장에서 청노를 중심으로 새로운 조직적 전망과 활동가들의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선거를 통해서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현중의 핵심 투쟁대오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은 우리의 욕심이었다. 단 한 번의 선거시기를 통해 ‘우리가 가장 건강하고 깨끗하니 우리를 지지하겠지’ 하는 자기 최면에 빠지지 말고 평상시에 조합원 대중과의 호흡, 일상활동에서 활동성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선거를 투쟁의 장으로 만들려 했는가!!
이번 선거는 선거를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나가고 노사상생과 어용노조를 폭로하는 등의 핵심적인 목표에 비추어봤을 때 한마디로 50점짜리 선거투쟁이었다. 현 노조의 어용성을 폭로하고 현장에서 대안세력으로 활동하겠다는 것을 선거 속에서 얼마나 실천했는가? 머리를 깎을 각오는 어디로 갔는가? 텐트를 깔아야 한다는 생각은 어디로 갔는가? 불법 선전물을 각오하고 강하게 제기한다는 각오는 어디로 갔는가?(물론 5차례에 걸린 선전물은 불법으로 발행되었다. 하지만 선전물 내용이나 공동선대본부장 추대 등에서 현장인지도나 표를 의식한 점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도 예년과 같은 선거 투쟁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말았다. 출퇴근 선거운동, 중식 선동, 현장 순회 등에서 과거와 별반 다르지 못했다. 현장을 순회하면서 조합원 대중에게 선전 선동해야하는 어용성의 문제, 노사상생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폭로하지 못했다. 본인을 포함한 모든 현중 활동가들이 다시 한 번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어용노조를 민주노조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희생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어용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것을 실천하지 못한 것은 우리 스스로 선거에 임하면서 다짐했던 선거투쟁의 목표를 끝까지 사수하지 못하는 선거를 치르지 않았나 반성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장점 또한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활동의 경험이 부족한 동지들이 결의를 밝히면서 대공장 선거에 나섰고, 무원칙한 민주파 대동단결주의를 극복함으로써 전노회와 대등한 위치로 선거에 임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조차도 이후 선거투쟁의 공간이 아닌 평상시 현장 활동으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노쇠한 활동가 층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지금 현중은 활동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성과를 통해 활동가들을 재조직하고 기존 활동가들이 활동을 포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오종쇄 사측 후보가 63%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다. 물론 사측의 개입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이는 현장 대중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후 우리가 현장에서부터 일상 투쟁을 조직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정서는 고착화될 것이다.
현중 활동가들은 이후 서로의 활동 속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현장을 파고드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예전 선배 노동자들이 결코 포기하지 않고 모든 탄압을 뚫고 끝내 민주노조를 세워냈던 자랑찬 전통을 기억하자. 이제 우리가 할 차례이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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