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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5호]'투쟁 없는 산별노조' 강화를 위한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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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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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31 14:56:44, 조회:2,218, 추천: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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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없는 산별노조’ 강화를 위한
금속 정기대의원대회
11월 19일 금속노조 20차 정기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이번 정기대의원대회는 산별체계 완성과 중앙교섭 성사 등 07년 투쟁을 평가하고 08년 투쟁계획을 논의하는 대회였다. 금속노조신문은 이번 대의원대회를 두고 “한미FTA 총파업투쟁과 07년 투쟁 이후 새롭게 투쟁을 결의하고 지역지부와 기업지부의 벽을 허물고 15만 금속노조의 단결을 확인하고 나아가 건설적인 사업평가를 통해 08년 사업계획을 힘차게 결의하는 함성의 장이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과연 이번 정기대의원대회가 자본과의 투쟁을 결의하고 금속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는 자리였을까? 이번 대의원대회에 상정된 기타 안건은 2007년 금속노조 중앙지도부가 산별노조를 완성한다는 명목으로 벌인 일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대자본과의 중앙교섭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위로금으로 노조 깃발을 내리게 하고, 비정규직의 독자투쟁을 파괴시키는 행위를 중앙관료들이 용인하는 태도들은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 합의 관련 건’, ‘기아차지부 직가입 중단 및 직가입 조합원 처리에 관한 건’ 속에서 폭로되어야 했다.
이 안건들은 실제 금속노조의 사업평가와 계획에 연동되는 중요한 사안들이기에 앞당겨 논의하자고 제기되었다. 하지만 앞당겨 논의하자는 의견이 부결되면서 빛조차 보지 못하고 차기 대대로 미뤄졌다. 금속노조 중앙지도부는 “기아 건은 중집에서도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이다. 이 안건을 앞서 진행하면 다른 안건을 통과시키는데 시간적 차질이 생긴다”며 오로지 정기대의원대회를 성사시켜서 08년 사업 계획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중앙지도부는 ‘평가와 계획을 통해 확실한 1사1조직 조직편제의 원칙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그것이 남한 전체 노동자투쟁의 핵심주체인 비정규직 투쟁을 축소, 통제한다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워버렸다.
그리고 사업평가와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금속중앙지도부와 대의원 대다수는 실질적인 투쟁을 강화하자는 수정 안건들을 모조리 부결시키면서 관료주의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투쟁을 외면한 ‘현실적인’ 관료주의
금속노조 중앙지도부는 07년 임단협 투쟁에 대해 ‘완성차의 경우 노사공동 산별교섭준비위를 구성하기로 한 것은 중앙교섭의 준비 정도, 중앙교섭에 대한 조합원 일체감, 주요 기업지부의 시기일치가 어려웠던 점 등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하여 이 안을 승인하였다’는 평가를 제출했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대의원들이 금속산별 중앙교섭 쟁취라는 기존 요구가 이후 중앙교섭을 약속받는 확약서 쟁취로 급격히 후퇴한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현대차정규직지부가 임단협 찬반투표에 불참하고 기업지부에 교섭권이 없는데도 무쟁의 타결을 한 것을 비판하며 향후 임단협에서는 대대 결정 방침을 엄격하게 지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수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현대차지부의 한 대의원은 “조합원들이 만족할 만한 요구안이 쟁취가 되었으면 그만큼 싸웠다는 것이다. 꼭 라인을 잡아야만 투쟁이냐. 현대차의 임단협을 무쟁의 타결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중앙교섭 확약서와 관련해서도 “확약서가 내용상 진정한 중앙교섭 참가 약속이라 보기 힘들다. 산별교섭준비위를 구성해 논의하도록 되어 있는데, 노사 단체교섭 사안인 산별교섭을 준비위 등의 노사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어서 “산별교섭 준비위에서 자본은 금속노조에게 파업 자제 등의 양보를 강요할 것인데, 이런 양보 없이 중앙교섭에 참여토록 자본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15만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총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갑득 위원장을 포함한 2/3 이상의 대의원들은 이 이견이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원칙론이며 현실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수정안들을 부결시켰다.
관료주의자들의 ‘현실적 대응’론은 07년 평가에서 08년 사업계획까지 일관되게 드러났다. 금속노조는 ‘조직체계 정비, 강화로 산별노조의 일치성 보장/ 내실 있는 산별교섭 성사/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로 계급적 대표성 강화’를 2007~2008년 사업기조와 중심사업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안에는 금속노조의 요구 쟁취를 위해 대중사업을 배치하고 투쟁을 배치한다는 정도의 수준만 제시했을 뿐, 총파업 결의 등 구체적이고 결의에 찬 계획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쟁취하려면 투쟁해야 한다’는 현장 대의원들의 수정안들을 묵살하고 원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투쟁의 요소들을 제거해버렸다.
경기지부 소속 한 대의원은 ‘장기투쟁 사업장에 대한 투쟁지원’ 계획에 대해서 ‘본조 중심의 대책회의를 상설화하고 본조담당자가 주재하는 전략사업장별 회의를 구성한다. 장투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지부 총파업 결의 시 해당지부의 기업지부도 총파업 결의를 해야 한다’는 전면 수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장기투쟁 사업장 집중투쟁을 잡아도 기업지부에서 적극적인 연대가 정말 부족하다. 최소한 장투 문제 해결을 위해 소집되는 회의에는 참여해야 무엇을 할지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 아니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해냈다. 이 안건 역시 현실 불가능을 이유로 재석 345명 중 109명 찬성이라는 저조한 찬성으로 부결되었다.
또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통해 반드시 요구를 관철한다’ 그리고 ‘비정규악법 철폐투쟁과 같은 사회정치적 투쟁을 임단협 투쟁과 결합시킨다’는 사업을 계획에 추가하자는 수정 발의 역시 압도적으로 묵살당했다. 이 수정안은 69명만 찬성했을 뿐이다.
수많은 수정안 중 기존 평가와 계획에 벗어나지 않은 안건들만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었다.
07년 금속노조는 현장투쟁을 자본에 굴복시켜가면서 중앙교섭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교섭주의와 관료주의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조합주의와 실리주의에 빠져 투쟁을 회피하는 정규직 기업지부의 1사1조직편제는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을 파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정기대의원 대회는 지금까지 금속노조 중앙지도부가 보여줬던 산별 관료주의의 집약판이었고, 현장 대의원들의 ‘현실론’을 근거로 한 투쟁 회피적 성향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자본의 공격을 원하청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로, 현장투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대의원들의 목소리는 표결을 통해 거세되었다. 투쟁력과 조직력이 말살되는 조직편제에 울부짖는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외침은 금속노조가 완성의 길에 소리 없이 묻혔다.
투쟁 없는 산별노조의 강화! 금속노조 정기대의원대회가 보여준 참 모습이었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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