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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37호 목차 / 민주노동당 분란, 개량주의의 복마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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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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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5 17:13:28, 조회:5,917, 추천: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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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분란, 개량주의의 복마전!
우리는 “대선은 이 사회 질서와 세력관계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부르주아 일정으로 취급하고 무시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러한 예상은 어김없이 현실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과 총선을 앞둔 정치일정으로 인해 세력관계의 재편은 한층 더 심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지배계급 내의 주요 분파였던 통합신당은 탈당과 분열, 논란 등으로 지리멸렬해져 있고, 대선 승리자인 한나라당의 경우에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지배력을 차지하기 위해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부르주아 정당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한국 사회당 내부에서도 재편을 위한 내부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심상정을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하였다. 민주노동당 내 다수파인 자민통은 다수파로서 민주노동당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중심부에서 형식적으로는 물러났다. 전진은 일단 비대위의 당 혁신을 좀 더 지켜보면서 확실하게 종북주의 청산을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전진 내 강경파들은 당내 혁신 보다는 신당 창당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심상정 비대위의 태도에 따라 이후 방향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하고 있다.
심상정은 종북주의 청산이라는 전진을 중심으로 하는 당내 사민주의 좌파와 자율주의 같은 사민주의 우파들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그런데 신당을 막기 위해서 이 요구에 충실하면 여전히 당내 다수파인 자민통의 당내 반발과 사보타주를 견뎌낼 수 없을 것이다.
심상정 비대위는 칼 날 위에서 춤추는 위태로운 형국에 서 있다. 무엇보다도 혁신을 기치로 내건 심상정 비대위가 총선에서 죽을 쓴다면 자민통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다수파라는 이유로 당내 비판 소리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한을 풀듯 봉기할 것이다. 권영길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당내 권력에서 후퇴를 했듯 심상정 비대위는 총선 책임을 온 몸으로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심상정 비대위는 비대위의 조건으로 전권을 요구했고 실제 비대위 구성은 철저하게 심상정파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비대위 성립은 총선 이후 부메랑이 되어 심상정 체제의 목을 겨눌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부메랑을 피하고 총선 뒤 당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총선에서 약진하는 길 뿐인데 현재로선 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민주노동당 내부의 갈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갈등의 본질적인 한계는 무엇인가?
대선 전 민주노동당 내의 분란이 대선 전에는 민중참여경선제, 진보진영연합 등 “의회주의 정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이 안고 있는 위기를 단순히 의회주의적 후보 선출 방식의 변화만으로 돌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 대선 후에는 민노당의 선거참패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자민통과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으로 선거참패를 계기로 불거지고 있다. 이전에 자민통과 전진 등의 갈등이 있었지만 선거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면 지금의 양상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3.9%의 득표를 하고 총선에서 10석을 얻었을 때는 이러한 논란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민노당 내에서 표출되는 갈등은 본질적으로 의회주의적 갈등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얼마나 계급적 입장을 선명하게 내걸었는지, 대중의 정치적 각성과 지배계급의 반동성을 얼마나 폭로했는지를 두고 선거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득표를 못한 결과를 평가의 기준으로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바로 민주노동당이 의회주의이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의회주의는 대중투쟁이 아니라 의석확보를 목표로 하는 개량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의석확보와 선거득표에 모든 것을 내걸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는 한국사회당도 마찬가지다. 민노당이 3%의 지지를 기준으로 선거참패라고 결론 내리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면 한국사회당은 0.1%라는 더욱 저조한 득표율이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 사회당 내부는 좌파신당이 창당되면 같이 하자는 입장과 기존의 사회당을 혁신해서 총선에 임하자는 입장이 공존하다가 지금은 민노당 신당파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하자는 입장으로 기울고 있다.
본질을 호도하는 개량주의 ‘좌파’의 기회주의
전진을 중심으로 하는 개량주의 ‘좌파’는 대단히 기회주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들은 민노당의 의회주의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권영길이라는 퇴영적인 후보선출의 문제, 코리아연방공화국, 북을 추종하는 ‘종북주의’를 참패의 원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이 기회주의, 개량주의적인 것은
첫째, 자민통을 문제 삼고 있는데 자민통이 민노당에 대거 들어온 것은 전위조직과 달리 정치적 통일성과 조직적 일체감 없는 민노당의 정치노선 그 자체에 있다. 이 노선에 의하면 자민통이 민노당에 대거 들어오는 것을 막을 이유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따라서 몇 년 전에 자민통이 대거 민노당 내부에 가입해 들어와서 주도력을 발휘하는 것을 이제 와서 패권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위선이다.
둘째, 민노당의 의회주의 노선은 자민통이 대거 들어오기 전인 97년 국민승리 21의 ‘일어나라 코리아’부터 태생적으로 있었다. 전진은 정규직의 양보를 의미하는 사회연대전략을 발표한 핵심주체로서 의회주의, 개량주의 노선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전진은 ‘사회연대전략’ 같은 ‘서민’의 요구가 아닌 ‘코리아 연방공화국’이라는 종북주의를 내건 것이 대선 참패의 핵심적인 원인이라고 하고 있다. 사회연대전략은 대표적인 사민주의적, 기회주의적 주장이다. 전진은 ‘진보적 성장’이라는 국가주의적 입장이나 민노당이 서민 중심의 정당이라는 몰계급성을 단 한 번도 비판한 적이 없다. 이 점에서 전진의 종북주의 비판은 자신들의 기회주의, 개량주의 노선을 은폐하고 ‘좌파연’하는 자기기만이다.
셋째, 자민통의 종북노선을 비판하는 핵심이 간첩단 사건과 북의 핵보유를 들고 있는데 이 점은 전진이나 좌파들의 종파주의적 태도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정치사상적으로 북을 추종하는 것은 비판해야 하는데 그것은 우리 운동에서 민족노선을 계급노선의 우위에 두면서 자본과의 협조주의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통의 협조주의 노선은 우리 운동에서 최우선적으로 척결해야만 하는 개량주의고, 이 노선에 민노당 우경화의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이 노선의 척결은 운동 내부의 사상투쟁으로 나타나야 한다. 정권에 의해 국가보안법의 악법으로 구속된 것은 마땅히 방어해야 하고 국가권력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전진은 이 점에서 종북주의를 비판하면서 우익세력의 반동 공세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진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조갑제가 이것을 바탕으로 민주노동당을 비판하는 것이 그 실례다. 전진은 종북주의를 비판하면서 우익들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
심지어 주대환이 중심이 된 ‘사회민주주의를 위한 자율과연대’는 민주노동당이 대중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현 법체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반동적 주장을 하고 있다. 자율과연대는 민주노동당이 어설프게 사회주의 운운하지 말고 사회민주주의를 내걸고 대중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소련 사회주의의 패배 이후에 개량주의자들은 최소한 부끄러움은 있었는데 자율과연대는 “민주노동당이 국민적 희망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폭력혁명에 대한 미련과 단호하게 단절하고 의회주의 노선을 확고히 해야 한다. 또한 자본가를 타도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낡은 관념과 완전히 단절하고 조세정책 등을 통해 ‘노동친화적’ 경제성장과 ‘노동친화적’ 재분배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노선의 핵심으로 이해한다.”고 노골적으로 사민주의, 노사협조를 선동하고 있다. 사민주의자임을 당당하게 주장하자고 유팔무교수가 그토록 외쳤던 주장이 이제는 세력화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전진은 제국주의의 문제보다는 북이 자위권의 일환으로 보유한 핵에 모든 비난을 가하고 있다. ‘모든 핵 반대’라는 기회주의적 노선을 바탕으로 수만 개의 핵을 가진 미제국주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미제국주의와 우익들의 노선에 춤추고 있다. 그런데 혁명적 사회주의 기치를 내건 사회주의노동자연합(준)도 대중행동강령 8의 2항에서 ‘반동적 수단으로 제국주의에 맞서는 것 반대-핵무기 반대, 테러주의 반대’를 내걸고 있다.
이 입장은 모든 핵 반대보다도 우경적 입장이다. 모든 핵 반대는 형식적이라도 제국주의 핵을 포함한 저항수단으로써의 핵조차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입장이 반동적인 것은 현실에서는 제국주의 공세의 일환으로 핵폐기를 압박하고 침략명분으로 삼으려는 제국주의 국가를 제외한 핵확산의 방지 -핵 독점-의 의도에 맞장구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가 소유한 수만 개의 핵을 먼저 폐기 하지 않고, 제국주의 침략 기도의 분쇄 없이 제국주의에 맞서는 수단으로 핵을 소유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은, 제국주의의 반동적인 약소국 침략기도의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저항수단으로 핵을 보유하는 국가에 대해서 무장해제하라는 의미밖에 없다. 더욱 반동적인 입장이다.
사노련(준)은 인류의 절멸을 야기할 수도 있는 핵이 가진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제국주의에 맞서는 수단일지라도 핵을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화생방 가스는, 장거리 미사일은? 핵 보다 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괜찮은가? 제국주의에 맞서기 위해서는 대중투쟁, 대중파업, 무장봉기 등 정당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그런데 제국주의에 의해 포위된 고립된 사회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에 저항할 때는 정당한 수단만 사용해야만 하는가? 도대체 그 정당성의 의미는 무엇인가? 군사적 저항 수단으로 위력적 무기는 사용하지 말라는 것인가? 사회주의는 일국에서 건설되어 연쇄적으로 세계혁명으로 전진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일국의 혁명이 세계혁명으로 전진해 나가지 못하고 멈춰버릴 때 고립된 일국의 사회주의 국가는 제국주의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핵은 사회주의 국가를 포위해 들어오는 제국주의에 맞서는 효과적인 저항 수단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는 자본주의 착취를 철폐하고 생산력을 높여서 이것을 인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의 간섭이나 포위, 군사적 침공에 맞서서 이 비용의 상당부분을 군사비에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용은 불가피하지만 사회주의 건설에 있어서 필요악이다. 이럴 때 핵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제국주의 적들에 맞서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핵이 만들어지면 핵 무장력으로 제국주의의 침략공세를 막아내면서 나머지 생산물을 인민의 복지에 쏟아 부을 여력이 생긴다. 물론 제국주의 국가와의 상호 핵 폐기, 군축을 위한 정치적 노력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혁명의 현실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제국주의 국가의 군사 침략에 맞서서 정당한 저항수단만 사용하라는 것은 혁명을 인텔리주의적 낭만으로 생각하는 소부르주아 혁명가에 불과하다.
‘테러주의 반대’도 운동의 대중노선이 아닌 음모적 방식의 대리주의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것의 반대는 일반적인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 이라크 등에서 제국주의 군대, 군인에 대한 테러는 효과적인 투쟁의 무기이자 수단이다. 단 테러가 무차별적으로 노동계급을 포함한 민간인에 대해서 행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해야 한다. 이 부분의 테러주의를 반대함에 있어서도 테러를 낳는 직접적인 원인인 제국주의에 대한 규탄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전제 없는 일반적인 테러주의 반대는 제국주의 국가가 말하는 테러리즘 척결에 동조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최소한 북핵 관련해서는 자민통 보다도 오히려 ‘좌파’들이 더 기회주의적이다.
넷째, 현재 자민통을 비판하고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주로 전진 일부와 해방연대, 자율과연대 등이다. 이 중 해방연대는 분화를 통해 대중적 사회주의 정당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자민통 비판이 사민주의적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는 가장 올바른 입장이다. 물론 해방연대는 여전히 국가에 대한 태도, 전위정당, 피티독재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는 모호함을 유지하고 있다. 해방연대는 “전위정당하면 비합직업적 혁명가조직을 연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위정당의 본질은 비합직업적 혁명가조직이 아니라 당이 노동자계급의 선진적 부대라는 데에 있다.…대중정당에 대비되는 것은 전위정당이 아니라 직업적 혁명가조직이다. 당은 최대한 대중정당을 지향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볼셰비키형 전위정당을 대중적 사회주의 정당과 대립시키고 있다. 그런데 과연 당 강령에 동의하고, 조직적 일체감을 가진 당의 어느 한 부분에 속하는 직업적 혁명가 조직의 성격을 가지지 않는 당이 전위정당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가? 직업적 혁명가 조직으로서의 당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혁명적 분위기의 고양에 따라 혁명적 대오가 늘어날 때 당은 전위적 성격의 대중정당이 된다. 당의 대중성은 당의 직업적 혁명가 조직으로서의 성격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직업적 혁명가 조직인 전위정당이 어떻게 대중적으로 뿌리 내리고 대중을 지도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대중적 사회주의 정당의 성격을 가졌던 독일 사회민주당이 혁명의 순간에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얼마나 무능력했는지의 역사적 경험을 보라!
해방연대는 과거 프랑스 공산당이 피티독재를 폐기하면서 내걸었던 국가기구변형론 입장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지 분명히 말하지 않고 있다. 전략적 모호함인가? 그런데 실제 해방연대가 민노당을 깨고 나올 만큼 행동력이 있는지, 민노당이 분당되면 누구와 같이 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다함께는 민노당의 위기가 종북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을 비판하면서 분당을 반대하고 노동자계급의 대표적인 정치세력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역사적 성과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함께는 “권영길 후보가 대변한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고전적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이었다.”라고 주장한다.
대중들이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사민주의를 강화한다는 것이 다함께의 기본적 입장이기 때문에 다함께는 긴급 총회를 열어서까지 민주노동당 유지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그런데 사민주의의 집권을 통해 대중들이 사민주의의 환상에서 깨어나고 환멸을 느낄 때 다함께는 사민주의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 스스로 권영길의 노선이 고전적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이 노선을 옹호하고 오류에 편승해온 다함께가 무슨 명분으로 사민주의 정당이 아닌 전위정당이 필요하다고 대중들 앞에 나설 것인가? 다함께는 전형적인 대중 추수주의 노선에 입각해 민노당과 자민통의 사민주의의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다. 다함께 식으로 사민주의를 옹호하면서 민노당 내에서 활동한다면 다함께는 대중들이 사민주의에 환멸을 느끼게 될 때 자신들의 역사적 오류에 대한 대중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전진은 노골적으로 사민주의를 주장하지는 않지만 사회주의는 그 정신, 가치만이 중요하다고 하고 있다. 전진 김종철은 ‘레디앙’에서 이뤄진 사회주의 논쟁에서 사회주의를 이상으로 가지고 있어야지만 그나마 사민주의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전진은 정치혁명, 사회혁명을 통해 기존 국가를 타도하고 새로운 유형의 국가를 만들어 나가는 게 아니라 사회주의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전진은 기회주의적으로 혁명 없는 혁명적 조치 -제헌의회, 민중대표자회의, 민중헌법-를 외치고 있다.
결국 자민통을 비판하는 세력들은 민노당의 개량주의의 뿌리인 자민통의 개량주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종파주의적으로 북 추종노선만을 공격하고 있다. 자신들도 개량주의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를 전혀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신당논의는 그 방법에 있어서도 대단히 종파주의적이다. 개량주의 노선으로 인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들은 면피하고 자민통에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선거 중에 이러한 논의를 했다는 것이 전진의 종파주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심상정과 노회찬 같은 대중적 정치인들이 신당이 아닌 민노당 내부의 혁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신당론자들의 움직임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설사 신당이 세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후 총선이나 선거일정에서 별다른 약진을 하지 못한다면 지리멸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좌파들의 신당에는 과거 소련의 몰락 이후에 전투적 노동운동을 청산하고 사회발전적 노동운동을 주장하고, 정규직 노동귀족론으로 비판하던 노골적 개량주의자인 박승옥 같은 자들이 포함돼 있다. 결국 신당은 자민통을 배제한 개량주의 정당이 될 것이다. 신당은 민노당의 역사나 지명도, 세력관계로 볼 때 같은 사민주의 노선을 가지고 있는 민노당 보다 약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설사 이들이 민노당을 제치고 진보정당 운동의 대표주자가 된다 하더라도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결국 민주노동당 내부의 논란은 개량주의 세력들 내부의 복마전이다. 이제 민주노동당의 한계가 대중적으로 드러나고 있고, 민노당이 투쟁하는 노동자의 계급정당이 아니라는 것이 내부논란으로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제 민주노동당을 혁신해서 사회주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던 세력들은 민노당만 공격할 게 아니라 자기노선의 패배를 대중적으로 비판하고 반성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사회주의 연합의 조건은?
민주노동당은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세력들에 대한 비판적 지지에서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대중적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이 열망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왜곡시켰다. 민주노동당의 국민정당 노선은 국민경제를 책임진다는 몰계급적 서민정당의 모습으로 나타나다가 급기야 진보개혁 세력의 이중대로 비춰져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세력의 몰락과 함께 같이 몰락하게 됐다. 이는 사회주의 세력이 당 밖에 있거나 내부혁신 투쟁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 노선, 개량주의 노선의 필연적 결과다. 의회주의 노선 하에 의회주의적으로 조직된 당을 사회주의로 혁신한다는 것은 주관적 소망에 불과하다.
민주노동당의 위기는 의회주의 정치의 위기인 동시에 사회주의 세력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주의 세력들이 이 기회를 치고 나가서 낡아빠진 민주노동당을 대체하지 못하면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라는 대중적 열망마저도 사라져버리는 역사적 후퇴로 결론날 수 있다. 이것은 그람시가 말한 대로 옛 것은 낡았는데 새 것이 나타나지 못했을 경우에 나타나는 진정한 위기상황이라고 말 할 수 있다.
노동자의힘은 민노당 내부의 논란이 가열되자 ‘반자본주의 정치연합’ 건설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노힘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비판적 태도로 인해 지난 해 노힘이 제안한 좌파 공동테이블이 흐지부지된 것을 볼 때 이 제안이 얼마나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노힘은 의회주의, 합법주의를 반대하고 반자본주의 정치변혁을 실천한다면 같이 할 수 있는 최소조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머지 강령적 문제는 이후 논의해가면 된다며 과정으로서의 당건설 입장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사노련 역시 이미 연합을 하면서 최대강령의 문제는 앞으로 논의해가면 된다고 하였고, 연합의 조건으로 대중행동 강령을 내걸고 있다. 이들 내부에는 좌익 공산주의 세력도 포함돼 있고 과거 시장 사회주의를 말하는 세력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볼 때 의회주의, 합법주의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반자본주의 정치연합’을 같이 구성하자는 노힘의 제안을 최소한 정치노선 상으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해방연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행기 강령을 말하고 있고, 노힘으로서도 최대강령이 아닌 대중행동 강령 수준에 동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들의 연합 과정에서는 노동전선 건설 과정에서 해방연대가 민투위와 이상욱집행부의 문제를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듯 노힘의 과거 전력 등의 문제가 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점과 관련해서 노힘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과 관련해서 “지난 시기 미진하고 부진했던 바와 우리에게 가해진 정당한 비판과 지적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운동 속에서 극복해 나갈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과거 베른슈타인을 중심으로 한 개량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신용제도의 발전, 독점화의 진척으로 공황, 무정부성을 내적으로 조절, 극복하고 파국으로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피와 희생을 의미하는 혁명 보다는 자본주의를 혁신하고 자본주의 내에서 모순을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개량주의의 길을 택했다.
남한 개량주의자들에게 공통적인 인식은 자본주의가 문제는 있지만 인류 최후의 생산양식이라고 보는 점에 있다. 이들에게는 더 이상 새로운 생산양식으로서의 사회주의가 구체적인 정치적 실체로, 전망으로 남아 있지 않다. 이들 중 일부에게는 단지 그것이 가치로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인식하지만 기존 사회주의의 패배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팽개치고 청산주의에 빠져 있다. 이 중 ‘자율과연대’는 현실에서 패배한 사회주의 체제보다는 사민주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찬양하는 사민주의는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오고 있는 전 세계적 공황의 파국, 사민주의 국가의 신자유주의화, 자본주의의 반동성의 심화와 계급모순의 격화로 현실성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는 현실 사회주의의 성과와 한계, 오류를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온고지신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사회주의의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현실 사회주의를 국가자본주의로 간주하면서 전면 부정하는 태도는 현실의 사회주의는 완벽할 것이라는, 모순 속에서 건설해나갈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소부르주아적 관념적 태도이다. 국가자본주의론은 현실에서 존재했던 사회주의를 국가자본주의로 인식해서 사회주의의 ‘일시적’ 패배에 대한 책임을 면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대중적으로는 자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패배주의로 비춰질 뿐이다. 눈을 감는다고 현실이 사라지는가?
우리는 지난 ‘사회주의 연합에서 필요한 것은?’이라는 글에서 밝혔듯이 결코 대중행동 강령 수준의 동의로 연합과 통합이라는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 논쟁, 피티독재에 대한 논쟁 등 최대강령 수준의 논쟁을 선전주의로 폄하하면서 먼 미래의 문제로 돌려 사실상 회피하는 반쪽짜리 대중행동 강령은 안 된다. 우리에게는 최대강령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파국적 공황이 가져오게 되는 대중의 생활상의 요구에 실천적으로 개입해 들어가는 투쟁의 지도가 동시에 필요하다.
전자는 정치적 전망을 상실한 개량주의자들에 대한 타격이 될 것이고, 선진 활동가들과 대중들에게 사회주의의 전망, 확신, 현실성을 갖게 하는 투쟁이 될 것이다. 후자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사회주의자들이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지도력, 믿음을 갖게 하고 자본의 반동적 공세에 맞서 대중들의 생활상의 처절한 요구를 방어하고 투쟁의 확신을 가지게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투쟁에서 정치적 헌신성, 희생정신, 불굴의 투쟁으로 지도력을 획득해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장에 기반을 둔 사회주의자들의 공동활동의 기초가 굳건하게 형성돼야 한다.
대선, 총선을 전후로 부르주아 내부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내부의 정치적 재편이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럴 때 주변 상황의 포로가 되어, 조급함에 사로잡혀 원칙과 노선, 공동활동의 검증과 상호평가, 신뢰의 공고함 없는 재편만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분열을 낳거나 기회주의나 실용주의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정치적 격변의 와중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상이론투쟁과 더불어 생활상의 요구투쟁에 있어서 대중의 전위로 나서는 것, 현장에 기초한 공동활동을 통해 상호검증하고 이 공동활동의 토대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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