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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8호] 왜 여전히 우리의 전략적 기조는 지켜져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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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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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1 04:37:48, 조회:2,393, 추천: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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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아 평가를 둘러싸고 촉발된 내부의 논란이 일부 동지들이 노정협을 탈퇴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 동지들은 역동적인 비정규직 투쟁을 핵심고리로 해서 조합주의에 빠져 있는 전체 운동을 바꿔낸다는 우리의 전략적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 이상 비정규직 투쟁이 핵심 고리가 아니다.”, “비정규직 투쟁은 계급투쟁에서 핵심 주체가 아니고 핵심적 지위를 상실했다”, “독자적 계급투쟁의 한 순환이 끝났다”라면서 비정규직 투쟁이 과거와 같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없기 때문에 “사업배치, 역량배치의 방점이 옮겨져야 할 것이라 판단함”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직접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개입하고 파업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정세에 맞지 않는다. 대중투쟁에 대한 복무를 직접적인 개입과 투쟁(파업) 조직화와 파업을 통한 새로운 역량의 발굴과 조직화한다는 공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비정규직 투쟁은 여전히 우리의 전략적 기조로 유지,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글은 개인 명의로 제출되어 총회 때 우리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된 문서이다. 우리의 전략적 기조가 무엇인지, 이 기조가 왜 사수, 강화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탈자들의 입장 글에 대한 노정협의 공식 입장은 노정협 홈페이지에 실려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왜 여전히 우리의 전략적 기조는 지켜져야 하는가?
지난 토론회에서 노정협의 기조에 관한 장시간의 토론이 있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시기 ‘비정규직 투쟁을 중심으로 하는 남한 계급투쟁의 복원’으로 정리될 수 있는 노정협의 기조가 이제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입장은 실제로는 지금까지의 기조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과연 우리의 기조는 폐기처분되어야 하는 대상인가? 아니면 더욱 확고히 하여 전력투구해야 하는 대상인가? 오늘 총회자리에서의 책임 있는 논의를 통해 우리의 기조와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자!
나는 여전히 우리의 기조에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며, 지난 토론회에서 제기한 입장을 핵심만 간략히 제출하겠다. 지난 시기 우리의 기조는 올바른 것이었으며, 여전히 사수되어야 한다는 입장의 핵심적 근거는 세 가지이다.
첫째, 비정규직 투쟁은 자본주의 체제의 자본축적 전략에 파열구를 냄으로써 자본주의를 폭로, 타격하는 투쟁이다.
둘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온몸으로 겪고 있는 노동자 층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투쟁은 전투적인 양상을 띠었으며, 여전히 급진화의 맹아를 가지고 있다.
셋째, 비정규직 투쟁의 조직화는 개량주의, 관료주의 세력들에 의해 그 건강성을 탈각하고 있는 정규직 노동운동을 재편함으로써 전체 계급투쟁을 복원시킬 수 있는 가장 핵심전략이다. 따라서 남한 노동계급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세력들은 모든 역량을 투여해야 하며 실제로 그러한 실천들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정치조직의 기조는 과학적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적어도 정치조직이라면 당장 눈앞의 현상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에 입각하여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인 자본축적 전략은 노동유연화라고 분석하였다. 남한의 경우 이명박 정권의 집권으로 인해서 이러한 노동유연화 전략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노동유연화의 핵심은 비정규직의 확산이다. 비정규직의 확산은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절대다수로 하는 신규 고용인원의 창출과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라는 두 가지 형태를 갖출 것이다. 이러한 자본축적전략은 곧 자본주의 체제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노동유연화라는 자본축적전략은 자본이 이윤저하라는 자신의 모순을 조금이라도 저지시키기 위한 필사적인 탈출구이다. 따라서 자본축적전략에 파열구를 내는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를 폭로하고 위협하는 투쟁이 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 비정규직 투쟁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시기 비정규직 관련한 기사들을 통해서 자본이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자본이 자신들의 탈출구로 삼은 바로 그 지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조직되는 것은 자본의 약한 고리를 공격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의 핵심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분석 하에서 정립되었던 노정협의 기조를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하는 동지들은 적어도 그에 걸맞은 새로운 과학적 분석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전국 투쟁전선을 지켜온 세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먼저 분명히 하고 갈 것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전국 투쟁전선이라는 의미는 단일한 투쟁기조와 구호 하에 전국적인 총파업투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시기 87년과 97년 투쟁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97년 이후 그러한 전국 총파업 투쟁은 없었다. 여기서 전국투쟁전선이라는 것은 자본의 공격에 맞서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함으로써 최소한의 노동자-자본가계급간의 전선을 사수했다는 의미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터져 나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개량주의 관료들에 의해서 전국적인 투쟁으로 발전되지 못했다. 대대적인 승리의 깃발을 휘날린 단위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이러한 동일한 현상을 두고 지금까지 노정협 기조의 폐기를 주장하는 입장은 그렇기 때문에 전국투쟁전선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고, 우리는 패배하면서도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역동성에 여전히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패배를 목도하면서도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정협 기조의 폐기를 주장하는 입장은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며 이제 정규직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핵심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것은 논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구조조정의 대상이라고 주장해왔으며, 실제로 직, 간접적인 양보교섭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태 또한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이들의 양보교섭은 일차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닥에 깔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물량 변동에 따른 전환배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와 함께 진행되었다.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층은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될 것이며, 구조조정이 폭력적인 양상을 보일수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격렬하게 전개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가장 전투적이고 급진화 될 수 있는 맹아가 될 것이다. 물론 정규직의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 외주화 등의 양보교섭은 곧바로 정규직에 대한 추가적인 공격으로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정규직이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공동의 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버스단위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생적 투쟁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계획적, 의식적’부위의 지도력이 전제되어야만 노동해방의 가능성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입장에 따르면 남한 노동운동에서 노동해방의 가능성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핵심 고리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정규직 노동운동은 계획적, 의식적 부위의 지도력이 전제되어 있는가? 그나마 미약하지만 비정규직 투쟁에는 가장 급진적인 세력들이 직접적인 현장 이전 등을 통해서 지도력을 세워나가고 있지 않은가? 또한 자생적으로 터져 나오는 투쟁들이 전투성을 가지고 있다면 최대한 의식적으로 개입하여 이 투쟁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가 아닌가? 우리가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러한 임무를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이야말로 의식성의 포기이자, 자생성에 굴종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 노동운동을 쇄신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투쟁이다!
우리는 지난 시기 비정규직 투쟁의 중요성을 역설해왔지만, 그것이 곧 정규직 노동운동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대규모로 조직되어 있는 정규직 운동을 포기하는 것은 계급운동의 복원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노정협 기조의 폐기를 주장하는 입장도 정규직 운동이 후퇴하고 있다는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투쟁의 위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한다. 또 한 편으로는 구조조정 분쇄가 우리의 기조가 되어야 하며 비정규직 철폐 투쟁은 구조조정 분쇄 투쟁 중의 하나라고도 한다.
여기에서 곧바로 다음과 같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버스 단위는 분명히 “‘의식적 주체 형성’에 보다 큰 집중점을 형성하게 될 것이고, 이의 통일된 정세 개입 슬로건은 ‘구조조정 분쇄’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의식적 주체 형성’은 우리의 항상적인 과제이다. 그런데 ‘의식적 주체 형성’은 어떻게 가능한가? 의식적 훈련만을 통해서 가능한가? 그렇다면 이것은 실천을 방기하는 골방주의이다. 따라서 적어도 이러한 입장이 아니라면 ‘의식적 주체 형성’은 이론적 훈련과 투쟁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입장에 따르면 정규직 운동도 후퇴하고 있고, 비정규직 투쟁은 이미 그 핵심적 지위를 상실했기 때문에 투쟁을 통한 주체 형성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론적 학습으로 귀결되며, ‘구조조정 분쇄’ 투쟁은 공허한 슬로건으로 전락할 것이다.
우리는 ‘구조조정 분쇄’ 슬로건을 단 한 번도 부정한 적이 없다. 다만 그 투쟁에서 앞에서 제출한 근거에 의하여 여전히 비정규직 투쟁이 핵심적인 위치를 갖는다는 것이다.
노정협 기조의 폐기를 주장하는 동지들은 적어도 골방주의가 아니라 구조조정 분쇄 투쟁의 조직을 통한 주체 형성을 제기하려면 그 구체적인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우리는 정규직 노동운동의 복원을 통한, 그리고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통한 계급운동의 복원을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투쟁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정규직 노동운동의 후퇴는 현장조직 운동의 급속한 쇠락과 함께 진행되었다. 따라서 대다수의 정규직 활동가들이 포진되어 있는 전투적인 현장조직 운동의 복원이 있지 않는 한, 정규직 노동운동의 복원은 힘들 것이다. 현장조직 운동의 재편에는 비정규직 투쟁이 그 주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무늬만 민주를 표방하던 세력들은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태도를 통해서 자신들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의 민투위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비정규직 투쟁이 급진화될 수록 그동안 민주파 활동가라는 옷을 입고 있던 세력들은 곧 그 진정성의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조합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정규직 투쟁을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 안는 세력만이 정규직 노동운동을 복원할 수 있다.
따라서 비정규직 투쟁은 남한 계급운동의 복원을 위한 핵심전략이다!
이상 제시한 근거에 의해서 여전히 비정규직 투쟁은 우리의 핵심기조가 되어야 한다. 다른 급진적인 세력들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비정규직 투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정협 기조의 폐기를 주장하는 동지들은 본인들의 입장을 보다 과학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 제출해주기 바란다. 노정협의 기조를 정비하는 일은 단지 사업계획을 정비하는 수준의 일이 아니다. 동지들은 지금 노동계급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세력들이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핵심전략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에 걸맞은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그동안 견지해오고 강화시켜야 하는 핵심 기조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단호하게 부정되어야 한다. 몇몇 동지들의 기본변화에 대한 요구는 단순히 여러 가지 가능한 입장 중에 하나를 취사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전략적 기조의 후퇴이고, 우리의 핵심적 기치를 무너뜨리려는 위험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토론회에서 기조변화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대부분의 동지들이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번 총회에서 이 입장을 다시 제출했다가 동의 받지 못하고 입장을 유보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분명하게 잘못된 입장을 제출한 것에 대한 자기비판을 하고 입장을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러한 잘못된 입장이 우리 내부에서 제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투쟁!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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