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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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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1 04:53:54, 조회:2,460, 추천: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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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학회 사/람/세/상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부터 인재과학부, 영어 몰입교육, 3불 정책 폐지 등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 발표되는 교육정책들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정권 때도 매번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교육 정책이 발표 되었지만 그 때마다 학부모와 학생은 ‘또 어떤 학원을 가야 하나’ 마음을 졸이며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땅 값 잡겠다던 부동산 정책들이 결국에는 또 다른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왔듯 지금까지 어떠한 교육 정책도 ‘사교육 잡고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논술과 영어, 심지어 내신에 예체능 사교육 까지 부추겨 온 것인 현실이다.
‘영어 몰입 교육’으로 불리기도 했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 구상 또한 영어 공교육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학과 원어민 과외만을 부추길 것, 테솔과 같은 영어 평가 기구와 학원의 배만을 불러 줄 것이라는 것을 이명박 정부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알고 있다.
싸워라! 살아남아라!
-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년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2008년을 대한민국의 선진화 원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거기에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제도의 변화”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교육의 질 향상을 꼽은 것이다.
교육정책 방향에 대해 이 당선인은 “정부는 철저한 도우미 역할을 할 것이고, 최소한의 감독기능은 효율적으로 하겠지만, 주된 일은 모든 분야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율에 맡기고 우리는 철저히 지원하는 도우미적 정부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국정브리핑 “대입자율, 평생학습으로 지식정보 시대 인재 키운다.” 2008년 2월 23일)
노무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3불(不)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수능반영비율을 줄이기 위한 수능 등급제, 내신반영비율확대 등으로 대표될 수 있다. 도입된 지 1년도 안 되는 정책도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수능의 반영비율을 줄이고 내신과 논술 반영비율을 늘려 사교육비를 줄임으로써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능등급제와 내신 반영 확대로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자 소위 상위권 대학에서는 본고사를 능가하는 수준의 논술 문제를 출제하게 되었다. 결국 종전까지는 수능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었던 것이 내신, 수능, 논술 3가지를 모두 소화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 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그 결과 오히려 논술, 구술, 내신 등의 사교육이 다방면으로 증가하였다. 결국 노무현 정권 자신조차도 교육 정책의 실패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은 이전에 노무현 정권 때 진행한 교육 정책을 거꾸로 해서 3불제도 폐지, 수능 등급제 폐지, 대학 입시 완전 자율화 등의 교육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향후 교육정책의 방향은 정부의 최소한의 기능 그리고 각 교육기관의 자율성 보장을 통한 영어 공교육의 강화이다. 이명박 정부는 고교의 다양화와 자율화로 정부의 교육재정을 절감하고, 누구나 사교육 없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공교육 환경을 만들며 대학 입시를 자율화해 입시부담을 줄여서 사교육을 줄이는 등 목적으로 한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1. 학생ㆍ학부모의 선택이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력을 살립니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를 시작으로 사교육이 필요 없는 다양한 고교를 만들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현재 학생당 월 45만원에 달하는 일반계 고교의 사교육비(연간 총 7조원)를 절반(총 3조5천억 원)으로 줄이겠습니다.
2. 영어격차가 교육격차, 소득격차로 이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로 영어사교육 없이 누구나 글로벌 인재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14조원에 달하는 영어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습니다.
3. 대학입시 자율화가 입시부담, 학습부담을 줄입니다. 『3단계 대입자율화』로 입시부담을 줄이겠습니다. 4번,5번 생략
(인수위 교육정책 5대 실천 프로젝트 중)
현재 남한 사회에서 초, 중, 고교의 학습목적은 누구나 알듯이 대학 입시이다. 일류 대학으로 진학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가운데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결국 100개의 자율형 사립고를 위한 200개의 다양화된 학교신설이 될 것이다. 150개의 기숙형공립고와 50개의 마이스터고가 아무리 나름대로의 제 역할을 하더라도 결국 교육 환경의 양극화를 불러 올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중학교부터 고교 입시 경쟁은 한층 더 심화되어 사교육비는 더욱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결국 그것은 ‘다양성과 창의력’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다양성이 아닌 서열화의 결과만을 낳게 될 것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교육 정책의 ‘대학 입시의 자율화’ 내세웠다. 즉 대학 입시에 각 대학의 재량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정부에서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이미 각계각층에서 본고사를 부활시키고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는 대학 입시의 자율화는 이미 과거 정권에서부터 진행되어 온 대학 구조조정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굳이 이명박식 ‘대학 입시의 자율화’의 이름을 빌리지 않더라도 교육부와 대학의 이해관계 속에서 대학구조조정 즉 ‘돈 만드는 대학 만들기’는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각 대학들은 학부제를 추진하면서 경영학과 같은 이른바 ‘인기 학과’, ‘돈되는 학과’만을 키워왔으며 기초 학문을 고사시켜 왔다. 법학과와 의대를 축소하고 이제는 돈으로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의사가 되는 전문 대학원 체제를 도입시켜 왔다. 얼마 전 로스쿨 잠정인가 발표 후 각 대학에서는 왜 우리 학교는 이것밖에 인원을 안 주냐며 엄청난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철학은 단지 대입 시험의 자율화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 책정과 교수 임용, 학과 설치 및 모든 부분에서의 대학 자율화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대학 자율화는 곧 정부 교육비 축소, 규제 비용까지 축소하면서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대학은 이미 ‘경쟁력 강화 이데올로기’를 학생 사회 깊숙이 자리 잡도록 노력해 왔으며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매년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 매년 물가 인상 수준의 3~4배 이상을 올리면서 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왔다. 대학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처럼 안정적이면서도 교육기관으로서의 품격 또한 갖추고 있는 이윤 추구 기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교육기관의 경쟁력과는 일단 학생들에 대한 다양한 수강권을 축소하고, 복지시설 감축과 더불어 인건비 감축을 위한 학내 비정규직 고용 확산과 임금의 감소가 진행되어 왔던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는 더욱더 거침없이 진행될 것이다.
이 사회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초, 중교 빠르면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입시 경쟁을 시작한다. 중학교 때부터 경쟁을 통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다시 대학 입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대학에 들어가서 배우는 것은 취업에 유용한 지식과 기술일 뿐이다. 한편 그 과정에서 부풀려진 등록금은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 된다. 이렇게 짧으면 16여 년 간 수천, 수억을 공교육과 사교육에 지불하고 난 결과는 취업해서 또다시 경쟁과 야근에 시달리거나, 반실업 상태나 다름없는 비정규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교육자본은 부풀려진 교육비에 배부르고 산업자본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노동력을 공급받으니 1석2조라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제대로 맞서자!
각계각층에서 인수위의 교육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반대의견의 대다수는 교육 공공성의 확보를 이유로 하고 있다. 교육은 공공재이고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대상임에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은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사교육을 판치게 해 돈 없는 사람은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고 사회 양극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이유이다.
교육이라는 공공재를 시장주의적 정책 즉, 교육을 상품화 시켜서는 안 되고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친자본적 교육정책, 교육부문을 냉엄한 경쟁과 이윤 추구의 끝으로 몰고 간 결과로서 나타나게 될 심각한 폐해에 대해서 지적한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 정책, 극단적인 사교육 열풍과 교육의 양극화는 단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결과는 아닌 것이며 그들이 비판하는 대로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정부가 보다 잘 책임짐으로써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공공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마치 교육의 공공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하다가 신자유주의 흐름으로 인해 파괴된 것처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정책을 실현 할 수가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 공공성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자본은 자신들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 효율적으로 자신들의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은 필요하다. 말이 통해야 지시를 내리고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일을 시킬 것이 아닌가? 그러한 목적 속에서 과거 의무교육제도 또한 시행될 수 있었다.
또한 자본의 입장에서도 교육비가 무한정 증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교육비의 증가는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즉 자본이 원하는 교육을 위해서 교육비가 늘어난다면 임금 또한 그만큼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무한정 교육비가 올라가는 것은 자본의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자본은 이데올로기 주입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원한다. 교육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적 의식을 주입하고 이를 그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 들에게 만든다. 교육의 확대와 질 향상으로 자본의 축적을 극대화 하고 그 속에서 경쟁을 통해 소수의 지배 계층의 생산과 다수의 착취 받을 패배자를 만들고 그것을 고착화시키기 위한 교육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명박 정부 또한 ‘교육 공공성’강화라는 수사를 항상 사용해 오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공공성이야 말로 자본가 체제를 유지하는 공공성이며 실질적인 부담과 고통은 노동자 민중과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공공성의 이름으로 사교육과 경쟁을 부추기는 위선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다른 부분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마찬가지로 자본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노동자 민중의 피, 땀을 더욱더 짜낼 것이다. 현재 교육을 받고 이제 교육을 받기 시작할 이들은 그나마 즐길 수 있었던 학창생활을 반납하고 오직 경쟁만을 강요받아야 한다. 이들의 부모들은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 비정규직이라는 족쇄도 마다하지 않고 노예처럼 일해야 한다. 이것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학생으로서 우리는 몰계급적인 교육의 공공성 그 자체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재단을 위한, 자본가들의 필요에 의한 교육 정책과 그것이 실현되는 학내의 갖가지 정책과 구조조정, 학생 복지의 개악에 대해 싸우며 학내에서의 정치 선동, 자본주의자체에 대한 폭로를 해야 한다. 학교에서, 공장에서, 거리에서 자본의 공세에 맞서자, 자본가 정부가 떠들어 대는 ‘공교육 강화’가 아닌 진정한 무상교육을 쟁취하기 위해, 이윤을 위한 교육이 아닌 나 자신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을 위한 교육을 위해 싸워나가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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