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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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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30 08:07:20, 조회:2,579, 추천: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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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을 만드는 자본주의! 미화노동자여 당당한 노동자로 일어서자!
한 대학교에서 학생이 미화노동자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각종 언론에서는 ‘패륜녀’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면서 연일 이 사건을 보도했다. 이후에 ‘패륜남’, ‘인천 패륜녀’ 등 다른 대학, 학원 등에서도 미화노동자에 대한 비슷한 폭언과 폭행이 이슈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사건정황 정도만을 보도했고, 피해를 당한 미화노동자보다는 마녀사냥처럼 가해자인 학생 개인에 초점을 맞춰 학교와 학생에 대한 징계와 처벌만을 이야기 할뿐이었다. 그나마 어느 정도 내용을 담고 있는 보도기사에서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인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약간은 했지만 그 기사 역시도 정작 피해자인 미화노동자의 이야기는 빠져있었다. ‘패륜녀’ 사건 이후 속속 비슷한 사례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대학에서 그리고 많은 곳에서 미화노동자들에 대한 수많은 폭언, 폭행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이유를 가해자 개인의 인성이나, 사회적인 인성교육에서만 찾으려는 것은 정작 중요한 이유를 빼놓거나 혹은 은폐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패륜이 생기는 진짜 이유
오래전에 논란이 잠시 되었던 일이 있었는데, 경찰에서 내놓은 수배전단에 범인의 사진을 붙여놓고 그 밑에 인상착의를 ‘노동자풍 얼굴’이라고 설명해놓은 일이었다. 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인식 속에 노동자라 하면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미화노동은 그중에서도 최하층의 노동자를 대표하고, 3D 업종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실상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잘못된 인식은 아니지만 문제는 가사노동이 그러하듯이 미화노동은 노동의 가치를 다른 노동보다 더욱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미화노동자 대부분이 50~60대 고령 여성이면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미화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는 더욱 심각하다.
사람들은 어떤 특정한 노동의 가치를 따질 때 노동 자체를 보기 보다는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를 본다. 그 직업의 노동자들의 외적인 경향, 예를 들어 성별, 나이, 학력, 학벌 등 노동자의 요소들로 그 직업의 노동의 가치를 판단하는데 실제로 자본은 노동자에게 등급을 매기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무직과 공장직, 고령, 여성, 이주노동자 등등의 딱지를 붙이면서 차별을 고착화 한다. 현실에서의 노동이 아닌 자본이 매긴 등급으로 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 되면서 미화노동은 더럽고, 천한 노동이 되고 이 일을 하는 미화노동자도 더럽고, 천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결국 이렇게 시작된 노동의 평가절하와 차별의 고착화 과정은 궁극적으로는 자본에게는 이윤을 남겨주고, 노동자들에게는 온갖 착취와 패륜의 피해를 남긴다.
학내 미화노동자들의 실상
그렇다면 학내 미화노동자들은 실제로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미화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이 출근하기 전, 혹은 학생들의 수업 시간 전에 오전청소를 완료해야하기 때문에 6~7시에 출근해 청소를 시작해야 한다. 어떤 학교에서는 출근시간이 7시로 되어있지만 7시에 출근해서는 도저히 맡은 분량의 일을 소화할 수 없어서 6시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 오전청소를 마친 후에는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해서 건물 곳곳을 청소하고, 건물 외에도 야외 청소, 쓰레기 처리, 분리수거 등등 청소일 외에도 온갖 잡무를 하게 된다.
이렇게 일을 마치고 보통 4~5시 사이에 퇴근하게 되는데 이렇게 일하고도 학교 미화노동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게 된다.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미화노동자들의 90% 이상이 용역회사에 고용되어 있는 간접고용 상태이고 또한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용역회사의 이윤은 용역단가와 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 차액에서 나오는데 보통 용역입찰 과정에서 최저가 낙찰제로 용역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용역단가 자체가 낮아지게 되고 따라서 고용된 노동자들의 임금도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용역계약이 끝날 때 마다 이 과정이 되풀이 되고 용역업체가 바뀌게 되면 학교와 용역업체에는 고용승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저임금에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 묵묵히 일해야만 했다.
이 밖에도 학교에는 학교식당이 있음에도 따로 식권이나 식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턱없이 적은 돈을 지급해 미화노동자들은 식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와야만 하고 그나마 휴게실에서 전기용품이나 취사도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따뜻한 식사조차 할 수 없다. 항시적인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 말고도 용역회사의 관리자나 현장 반장, 학교 직원 등에게 계속된 감시뿐만 아니라 모멸감이 들 정도의 모욕을 당해야했다. 힘이 없는 미화노동자들은 계속해서 당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불만을 표시하면 항상 돌아오는 것은 불만 있으면 그만두라는 협박일 뿐이었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서울시내 몇몇 대학에서 미화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성신여대, 고려대, 연세대, 동덕여대, 덕성여대, 이화여대 등 노동조합을 만들어 투쟁한곳만이 그나마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었고 그동안 밀린 체불 임금과 휴가, 식비등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동안 학교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교수나 교직원, 학생처럼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서러움을 날려버리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다른 공간에 있었던 것처럼 무시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던 학생과 미화노동자들이 투쟁 속에서 서로를 인식하게 되었다. 미화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하거나 많은 학생들이 지지 서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 그리고 학교에서 유령 취급을 받으며 노동해야 했던 미화노동자들이 투쟁 속에서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얻어나가고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수천만원의 등록금을 빼내가면서 승자가 되라고 교육한다.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이겨야만 잘 살수 있다고 교육한다. 이러한 논리는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통용되고 있는데 미화노동자는 이 승자 논리에서 패배자 중의 패배자로 취급될 뿐이다. 누가 미화노동자를 패배자로 만들었는가! 누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령의 노동자를, 여성을 패배자로 만들고 있는가! 노동자들에게 온갖 탄압과 폭력, 착취를 자행하면서 그들은 패배자로 낙인찍어 버리는 것은 누구인가!
답은 명확하다. 그것으로 인해 이윤을 얻은 자본이고 자본가계급이다. 그것을 깰 수 있는 방법도 명확하다. 노동자 자신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현장에서의 정당한 권리와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다.
미화노동자는 유령이 아니다! 투쟁으로 당당한 노동자로 우뚝서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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