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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6호] 대우건설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공공부문 비정규직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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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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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7 08:45:34, 조회:2,710, 추천: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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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활동가
대우건설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조직적 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초벌토론이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크고작은 현장탄압과 이에 대한 대응들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를 포함한 주체들의 게으름도 한 몫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총체적인 평가를 위한 글은 아니며,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일 뿐이다. 다만 지금도 계속되는 유사한 사업장의 투쟁에 지극히 당연한 지점이지만 시급히 몇 가지만 새삼스럽게 제기해 본다.
원청자본과의 전면전, 적들은 내부의 협조주의세력과 함께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감 하나, 2006년 2월 원청인 대우건설의 시설관리용역에 대한 경쟁입찰과 하청업체 변경을 통한 구조조정 시도를 저지하는 1차 파업의 승리.
자신감 둘, 국내 최대 빌딩 중의 하나인 대우센터의 시설관리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기능직, 미화직, 보안직, 안내직, 사무직) 100% 조직화.
노동조합이 가지고 있던 두 가지 자신감은 원청자본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제거시켜야 하는 사활적 문제였다. 또한 금호아시아나자본의 대우건설 인수가 예정되어 있는 시점이라 몸값을 올릴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화장실 청소나 하던 미화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원청인 대우건설의 상무이사까지 나서서 고용보장과 가처분신청 취하를 약속했던 1차 파업에서의 그 치욕(!)을 어떻게 씻을 것인가.
협조주의세력들의 파업투쟁 교란에 대해 명확한 단죄를 하지 못하고 마무리된 1차 파업 이후 노동조합은 사실상 현장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파업 이후 원하청 자본의 눈에 띄는 현장탄압은 없었다. 그러나 투쟁 과정에서 그 실체가 드러난 협조주의자들을 이용한 현장 장악은 치밀했다. 현장 중간간부이자 노동조합의 주요 간부이기도 한 협조주의자들 - 이들은 시설관리 분야에서 드물게 꽤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 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며 ‘원청을 상대로 싸우면 용역재계약은 물 건너’가고 ‘그렇게 되면 회사가 망하거나 노동자들이 짤릴 수밖에 없다’고 현장의 조합원들에게 선동했다. 길게는 십 수년간 용역회사 소속의 정규직(?)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별다른 고용불안을 겪지 못 했던 과정이 있었기에 자신의 고용과 이해관계를 용역회사의 그것과 동일시하는 현장 조합원들은 원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자신의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것조차도 감수했던 것이다.
노동조합에서는 2005년부터 원하청과의 관계 속에서 용역회사와의 노사관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은 원청을 상대로 투쟁을 해야 한다고 수차례 교육을 하고 대의원대회 등을 통해 결의를 한 바 있었다. 그러나 1차 파업에서 원청 사용자성 쟁취투쟁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결국은 또 다시 용역재계약이라는 형태로 용역회사와의 한 배를 탔던 경험은 협조주의자들의 현장장악력이 높은 상태에서 이데올로기전에서의 패배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1차 파업 이후 냉철한 자기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현장활동이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현장의 이데올로기상의 역관계는 대우건설과 그 자회사인 우리자산관리로 하여금 'DW 프로젝트'라는 하청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전격적인 용역계약해지, 대체인력 투입을 통한 물리력으로 현장 접수, 고용승계를 미끼로 노조탈퇴 종용, 경찰공권력 도움, 형사고소 및 가처분과 손해배상'이라는 어찌보면 전형적(?)인 수순을 동원했다. 생각보다 노동조합의 저항이 강고했던지 미화조합원들에 대해서 12월 한달만 해도 연인원 2,910명의 용역깡패를 투입하는 것도 친절하게도(!) 잊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탄압은 파업도 하기 전에 노조탈퇴 공작으로 190여 명의 조합원 중 90여 명이 집단탈퇴하고, 50여 명이 남을 때까지 탈퇴공작은 계속되었다는 점이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의 상대는 원청만이 아니다!
노동조합에서는 투쟁과정에서 원청 사용자성의 문제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요구해서 관철할 것인지가 사실상 주된 고민이었다. 그러나 1차 파업 때와는 다르게 대우건설은 ‘당연하게도’ 우리자산의 뒤에 숨어서 한 발자국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우리자산도 사장이 출근을 하지 않는다며 나서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지속적으로 대우건설과 우리자산을 상대로 타격투쟁을 전개했다. 대우건설 자산투자팀 농성을 전개해도, 사장실 항의방문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자산을 두 차례 점거하고, 20여 일간 본관로비농성에도 돌아오는 것은 용역깡패의 폭력뿐이었다. 용역깡패 침탈 이후 본관현관 앞이 난장판이 되고, 입점업체들의 원성이 높아가도 묵묵부답이었다.
그 사이 신규용역회사들은 용역깡패들의 비호 속에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현장을 접수했다. 물론 로비 농성 중에는 물리력으로 대체인력을 저지하고 용역업체 타격투쟁을 전개하기도 했으나, 결국은 현장을 내주고 말았다. 업체 변경이 기정사실화된 이후 노동조합은 신규용역업체에 '단체협약 승계'를 주요 요구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모든 투쟁동력을 원청 측에 쏟아 부은 결과는 하청 측의 자신만만한 현장장악이었다.
결국 마지막 역관계에 밀려 '단체협약 승계'라는 요구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합의로 변경되어서 단체협약이 없는 현 시점에서는 현장탄압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어쩌면 이후의 투쟁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단협승계라는 요구가 가장 우선시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집단해고된 상태로 투쟁하는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원청을 상대로 '고용승계'와 '민형사상 면책'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엄연히 도사리고 있다는 점과 하청을 상대로 하는 투쟁은 어디까지나 전술적으로‘만’ 유용할 뿐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적들의 유화책에 대한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가?
투쟁이 강고해지고 연대의 폭이 확산될 수록 적들은 투쟁주체들을 분열시키고 힘을 빼기 위해, 그리고 반격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유화책을 제시한다. 집중교섭을 하자거나 진전된 사측안을 가지고 나왔다거나 등등. 원청 측은 대우건설 투쟁에 있어서도 두세 차례 정도 유화책을 들고 나왔다.
대우건설의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의 매각 후 인수식이 있었던 2006년 12월 28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로비와 현관 앞에서는 그룹사 회장 등 임원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투쟁주체들과 연대대오들은 투쟁을 확산시키고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하여 당일 대규모 집회와 야간문화제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자산에서 제시한 막연한(!) 사측의 구두약속 - ‘행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협조한다면 노조안을 기본으로 협상하겠다’ - 만을 믿고 노동조합은 천막농성을 철수하고 교섭국면으로 전환한다. 조합원들에게 일정부분 희망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투쟁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후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이 과정에서 미숙했다. 자신감과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한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속아보자”는 심정이 아니라 물러서더라도 적들의 유화책이 노리는 바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조합원들과 토론 속에서 투쟁 국면을 이어갔어야 했다.
상호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투쟁의 고조기 속에서는 그간의 경험만을 가지고 적들의 유화책에 대한 올바른 분석과 대응을 할 수는 없다. 죽음으로써 보여준 세계혁명의 역사와 현재 진행형인 남한 자본주의에서의 투쟁의 경험들을 현재의 조건에 맞게 학습하고 분석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시기에 판단을 하지 못하거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자본의 공세가 강화되고 내부의 개량주의와 기회주의가 판을 칠수록, 계급적 선진노동자들에게는 일상 시기에 목적의식적인 학습을 통해 과학적인 사상으로 무장함이 필요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적들의 기회주의와 내부의 기회주의에 맞선 투쟁을 위하여 과거의 학습을 현재의 실천적 조건에 맞게 재해석 하는 훈련이 절실하다. 자본은 늘상 새로운 무언가를 던져주는 듯이 노동자를 현혹시킨다. 이러한 얄팍한 자본의 속임수에 한 번 넘어가는 것이 투쟁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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