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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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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13:27:57, 조회:2,286, 추천: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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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강제출국이 이주노동자 투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12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었다. UN이 1990년 12월 18일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채택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0년부터 ‘세계 이주민의 날’을 지정하여 모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각국 정부가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날이다.
사실 UN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기념일 하나 만들어 놓는다는 것은 참 웃기는 일이기는 하다.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이름으로 365일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의 단속에 집 밖으로, 공장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마치 정부가 364일 장애인들을 방안에 가둬놓다가 딱 하루 밖으로 불러서 달래는 기만적인 ‘장애인의 날’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기념일 하나 있으면 투쟁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뭉쳐서 투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하나 더 마련이 되는 것이니 그렇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쟁취하는, 고용허가제를 철폐하는 투쟁으로 이 날의 의미를 만들면 된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 ‘세계 이주민의 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이주노동자들과 연대단위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2월에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을 기억하는가? 불길과 연기 속에서 살려달라고 애타게 외치며 죽어간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죽음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구출되지 않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버리는 것처럼, 값싼 노동력을 착취한 남한 자본과 정권의 눈에 이들은 그런 음식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남한 자본과 정권은 여수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처참한 죽음으로 몰고 간 것도 모자랐나보다. 이들은 11월 27일, 같은 시각에 다른 장소에 있던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조합의 지도부 3명 까지만, 라쥬, 마슘 동지를 표적단속해서 12월 13일 강제 출국시켰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와 노동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최소한 인간으로써 누릴 수 있는 존엄성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투쟁의 고향을 강제로 떠나야 했다.
이주노조 지도부 강제출국은 명백한 이주노조 파괴공작이다!
이주노조에 대한 탄압으로 그 지도부를 표적체포해서 강제 출국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이주노조 초대위원장인 샤말타파 동지, 2006년 아느와르 동지가 표적단속으로 인해 강제 출국되었다. 이주노조 지도부의 표적단속과 강제출국에 항의하는 노동자들과의 항의 면담 과정에서 출입국관리소 조사과장은 너무나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출입국 앞 집회에 대해 경고했었다. 불법체류자 단속하는 사무소 앞에서 시위하는 것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 … 그래서 시위자들을 단속하겠다는 의견을 이미 두 달 전에 여러 차례 밝혔고, 나 역시 불법체류자니 단속하라고 말했다. … 그래서 11월 두 번째 주부터 단속이 강화됐다. 나는 이주노조 간부들인 줄 몰랐다. 단속해서 이곳에 온 다음에나 알았다.” (출입국, “불법이니 단속하라 했다”, 07년 11월 28일, 참세상)
거짓말도 이런 새빨간 거짓말이 있을까. 이주노동조합은 지금까지 고용허가제의 기만성을 폭로하고 노동허가제 쟁취와 야만적인 강제 단속에 항의하는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겨냥한 자본과 정권의 공격을 저지하는 투쟁에도 참여해왔다.
법무부와 출입국관리소는 비록 전체 이주노동자 수에 비해선 소수로 조직되어 있지만 끊임없이 투쟁을 전개하는 이주노조를 늘 눈엣 가시처럼 생각해왔을 것이다. 이들은 이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지도부와 조합원들도 표적 연행의 범위에 포함시켜서 강제 단속해왔다. 이주노조 조합원들을 표적 단속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노동권 찾겠다고 노동조합 만들면 다 이렇게 되니까 그냥 3년 조용히 일만 죽어라 하다가 돌아가라.’는 폭력적인 압박을 이주노조 파괴공작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이주노조에서 집회가 있은 다음 날이면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단속이 벌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이주노조를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지도부를 모른다고 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주노조 지도부의 강제출국을 두고 법무부 또한 시치미를 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더 솔직했다. 법무부는 이주노조 지도부를 두고 ‘불법체류자이면서 이라크 파병 반대, 한-미 FTA 반대 집회 등 한국 정부 정책에 반하는 활동을 해왔다.’는 이유를 들며 추방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불법체류자가 약 22만 5000여명으로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불법체류 외국인 증가로 인한 일자리 잠식과 노동시장 왜곡, 인권침해와 슬럼화 등 사회불안 요인을 해소키 위해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야만적인 단속을 다짐해보였다.
그리고 법무부는 이 다짐을 바로 실천으로 옮겼다. 이주노조 지도부 3명을 강제 출국시키고 난 후 의기양양하게 이주노동자들을 닥치는 대로 강제 단속하기 시작했다.
세계 이주민의 날인 12월 18일, 새벽 6시에 동두천 공단지역에서 무작위 단속을 하여 3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집단 단속했으며, 세계 이주민의 날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11시, 동대문 지역에서 단속을 강행하여 이주노동자 개인 숙소에 무단침입해서 이주노조 조합원 1명을 포함한 6명을 강제 단속했다.
남한 정권은 고용허가제에 명시되어 있는 3년이라는 기한이 지난 이주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단속하고 강제 출국시켜서 자본의 노동비용 절감에 무리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의지가 또 하나의 법률 개악을 낳았다. 바로 출입국관리법의 전면적인 개악이다.
출입국관리법 개악, 이주노동자 착취와 탄압에 날개를 달아주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야만적인 단속 탄압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지난 11월 8일, 법무부에서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개악 영향도 클 것이다. 법무부는 기존의 출입국관리법을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고 ‘국내 체류외국인 100만 시대를 맞아 선진국 수준으로 난민제도를 개선하고 출입국사범 단속의 법적절차를 보완해서 국익과 인권의 가치가 조화된 선진 출입국 관리행정을 구현하고자 한다’며 법 개정의 취지를 밝혔다.
이번 출입국관리법의 개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강화하고 고용허가 비자기한이 지난 이주노동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단속할 수 있게 출입국관리소 공무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두 가지의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첫 번째, 난민인정 관련 제도의 개정이다. 이 개악안에 따르면, 난민 인정을 신청하여 심사 중에 있는 사람도 일정한 요건이 되면 선별적으로 국내 취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어도 인도적인 배려가 필요하면 국내 체류를 허가할 수 있도록 한다.
또 한 가지, 고용허가제 허용업종을 확대하고 이주노동자고용인원수를 늘린다. 이제 관광호텔업, 숙박업에서도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되고 음식업의 경우 고용허용인원을 6~10인 이내 규모 업소에 한하여 기존 3인에서 4인으로 확대했다. 그 외 고용허가제 허용업종인 건설업의 경우에도 외국인 고용허용 기준 공사금액 규모를 3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조정하고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공사는 공사금약 증가에 따라 추가로 이주노동자 고용이 허가되도록 했다.
정부는 난민 구제를 통한 인권 보장을 내세우면서 난민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고 고용허가업종을 확대해서 이주노동자들을 더 많이 유입하려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을 대거 유입해서 노동비용을 줄이고 이주 노동자의 낮은 임금과 남한 노동자의 임금을 경쟁시켜서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하락시키고 노동자의 국제적 연대의 고리를 끊는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고용허가업종이 확대되면 될수록 이주노동자들의 착취와 인권유린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고용허가제의 쇠사슬에 엮여 있는 이주노동자에게 불법체류라는 딱지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두 번째, 법무부는 더욱 확대 양산될 ‘불법체류’된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할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법무부는 ‘출입국사범 단속의 법적 절차를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하는 외국인이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무소, 영업소, 사업장 등에 출입하여, 고용주, 외국인 등 관계인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불법체류라고 의심되는 외국인을 정지시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이 법이 통과가 되면 출입국관리공무원은 무조건 의심만 들면 영장 없이도 이주노동자를 불신검문 할 수 있고 어디든 출입해서 단속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불응하면 벌칙이 가해진다.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은 폭력적인 인간사냥식 단속으로 인해 목숨을 잃고 부상을 당하고 공장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가 된다면 단속은 더욱 폭력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을(난민을 포함해서) 목조여 올 것이고 단속으로 인한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살인적인 탄압에도 투쟁은 계속 된다
남한의 자본과 정권은 하나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대대적인 이주노조 파괴공작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못하게 꽁꽁 묶어두고 고용허가제를 더욱 확대해서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다가 불법체류가 되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폭력적인 단속과 강제출국으로 이주노동자를 내다 버리는 것. 이로 인해 남한 자본은 노동비용 절감과 남한 노동 시장 전반의 임금 하락이라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자본의 이득은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불법체류라는 그물을 씌워서 남한 그 어디에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도록,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야만적인 단속으로 그들을 비참한 죽음으로 몰아갔다. 거기다가 이제 자신들의 착취 강화를 위해 그런 존재들을 더욱 대량으로 양산하려고 한다. 이는 한 인간에게 내려지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리고 노조탄압과 노조파괴공작으로 노동권을 갖지 못하는 노동자라는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의 대대적인 개악과 이주노조를 향한 탄압은 이 죽음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내릴 것이라는 신호탄이다. 다른 국적을 가졌다는 이유로 자본과 정권에게 착취 받고 민족주의로 얼룩진 사회에게 차별받는 이주노동자의 삶은 자신이 어떠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본주의적 착취에 저항하여 투쟁하지 않는다면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탄압이 공세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이 순간에도 이주노동자들은 이주노조를 사수하며 12월 5일부터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이주노조 인정과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출입국관리법 개악 저지, 강제추방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비록 불법체류라는 이름이 이들의 투쟁 현장까지 제한하고 있지만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주노조의 깃발을 각 공단과 사업장에 올릴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해 나가야 할 것이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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