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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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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2 02:39:33, 조회:2,522, 추천: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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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청문회 파동을 보며 - 누가 이 사회를 지배하는가?
산 자와 죽은 자
40대의 참신한 총리로 화려하게 등장한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한 달이 되지 못해 자진사퇴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는 모택동의 말을 사퇴의 변으로 남기며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려 했다. 불법과 비리가 만천하에 폭로되고 세치 혀의 거짓말로 대중을 기만한 자신을 반성하기는커녕 김태호는 중국 혁명에 일생을 바친 혁명가의 말을 빌려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 하고 동정을 얻으려 했다.
김태호는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의 불법정치자금대출, 관용차 사적사용,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각종 불법과 비리가 폭로되면서 까도 까도 썩은 양파와 같이 의혹이 나온다 해서 ‘썩은 양파 총리’, 빨아도 빨아도 구정물이 나온다고 ‘걸레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결국 박연차와의 관계를 부정하는 과정에서 계속된 거짓말이 이어졌으며, 그는 회생할 수 없는 정치적인 타격을 입고 사퇴를 하게 되었다.
그런 그가 ‘내리는 비를 막을 수 없듯, 시집가려는 어머니를 막을 수 없듯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라니! 그는 부정과 부패의 정석을 보여준 뿐만이 아니라 끝까지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한 부르주아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태호 뿐만이 아니라 신재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 이재훈 지식경제 장관 후보 또한 사퇴하였다. 주간조선 편집장을 지냈으며, 문화부 차관 시절 낙하산 사장을 비판하는 YTN 노조를 협박한 신재민 장관 후보는 부인의 위장전입, 위장취업, 부동산 투기, 특혜 시비 등이 불거지면서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살인적으로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촛불 투쟁 대중을 ‘법질서 파괴 세력’이라 하며, ‘물포에 맞아 죽는 사람 없지 않느냐? 폴리스 라인을 넘어오면 바로 물포를 쏴야 한다.’ 천안함 유족 짐승 비유 등 반인권적 발언을 공공연히 했던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는 대중의 거센 비판과 반대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이명박 정권에서 조현오는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투쟁과 4대강 반대 투쟁,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는 투쟁, 민주주의 투쟁에 대한 단호한 대응, 폭력적 탄압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인사였던 것이다.
죽은 김태호, 신재민과 살아남은 조현오 그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위장전입 뿐 아니라 갖가지 ‘망언’을 일삼은 조현오는 보다 도덕적이며 능력 있는 인물이란 말인가? 인사청문회는 부르주아 정치인의 부도덕과 불법, 비리를 폭로해주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지켜 본 대중들의 분노는 일부 후보를 낙마시켰으나 모두를 단죄하지는 못했다. 노동자 민중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과 살인적 폭력을 자랑스러워하는 조현오와 같은 민중의 적이 국가 경찰 조직의 수장이 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인사청문회는 많은 것을 폭로해 주었지만 모든 것을 폭로해 주지는 못했다.
내각이 개각되고 개각을 위한 인사청문회 시기가 될 때마다 전 국가적 소동이 일어난다. 특히 부르주아 정치권과 국회는 불법과 비리와 치부를 서로 들춰내고 감추기 위해 혈안이 된다. 김대중 정권 때 장상, 장대환 총리 후보 인준이 부결되었고, 노무현 정권 때도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이 사퇴하였다.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에서 장관들의 수십억의 재산과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이 드러나면서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렇듯 인사청문회는 행정기구의 수장,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판과 검증이라는 역할 속에서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불법과 비리, 청렴성에 대한 일정정도의 폭로의 장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청문회가 파장을 일으키자 우익 부르주아 언론과 정치인들은 인사청문회에서의 ‘도덕성 검증’과 ‘관행적 불법행위’에 대한 검증과 비판마저 과도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이라고 불평을 하고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인정해 줘야한다.’는 한나라당과 이명박의 애초의 입장이나, ‘이런 식으로 하면 황희정승도 총리할 수 없다’는 태도들이 그렇다. 김태호 총리후보 등의 사퇴에 대해 이명박은 '안타깝다. 모두 능력과 경력을 갖춘 사람들인데 아쉽다'며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덕적 문제는 덮어 줬으면 하는 입장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BBK 주가조작과 횡령 혐의 속에서 대통령이 된 이명박의 인사철학이고 ‘공정사회론’인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황당하고 위선적인 주장이 있다. 명문대 사회학과 교수라는 송호근의 ‘청문회와 프라이버시의 수난’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제도(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대중적 관심은 능력과 정책관보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집중되었다. 말하자면 사생활,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프라이버시를 들춰내는 것 말이다.... 탈세, 위장전입, 땅투기 등 청문회의 단골메뉴들도 더 깊이 파내려 가면 프라이버시와 맞닿기 때문이다......지금 우리들은 프라이버시에서 건진 소재들을 공공연하게 도마질하고 탐닉하는 관음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2010.8.23/중앙일보/ 송호근 칼럼)
과연 이 시대 지성을 대표한다는 부르주아 학자의 철학과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 대중의 박탈감과 분노를 관음증으로 치부하면서 부르주아 정치인과 권력의 부정과 부패를 덮어 주려 ‘프라이버시’운운하는 위선과 뻔뻔스러움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어쩌면 송호근 교수의 이러한 말이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솔직한 심정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착실하게 부르주아 정치의 길을 걷고, 누구나 하는 위장전입과 탈세, 로비를 했을 뿐인데 나만 낙마하는 김태호 총리 후보의 억울한 마음이나, 청문하는 사람이나 청문 받는 사람이나 어차피 떳떳할 사람 없다는 인사 청문회의 현실을 헤아려 볼 때 송호근 교수는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인사청문회는 적당히, 살살했으면’ 하는 부르주아 정치인들의 바람을 사회학적 용어를 써 가며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부르주아 정치에서 인사청문회는 내각인사에 대한 국회의 검증과 인준을 위한 절차이며, 부르주아 독재 권력 내부에서의 행정부와 국회의 견제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현실 정치에서는 여당에 대한 야당의 공세의 장이 되기도 하며 여당 견제의 수단이 된다. 야당 국회의원이 패기 있는 공격으로 반짝 스타가 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부패와 부정, 불법과 비리가 일상인 부르주아 정치에서 인사청문회란 부담스러운 과정이기에 ‘능력을 봐 달라’, ‘사생활 보호’와 같은 말을 하며 비켜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 사회를 지배하는 자들
한편, 인사청문회 파동을 두고 부르주아 언론에서는 ‘인사 시스템의 문제’, ‘죄송 청문회’로 변질된 검증 시스템의 문제를 이야기하며 인사청문회가 ‘통과의례’가 되는 것을 비판한다. 또한 인사 시스템의 문제로 자주 거론되는 비판이 ‘코드인사’, ‘회전문 인사’, ‘제한적 인재풀’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때마다 불거지는 비리와 부정부패, 거짓말. 이는 단지 인재풀의 문제나 인사 시스템의 문제, 또는 닳고 닳은 일부 의원들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그들의 반연한 비리와 부정부패는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자들이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고, 세습하려는지, 어떻게 부를 축적하고 정치적인 권력을 쌓아 왔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인사시스템’의 본질적인 문제는 ‘누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도지사 시절 김태호가 한 달에 155만원으로 황제 생활을 하고, 도지사 월급으로 4년 만에 2억 원을 저축했다는 김태호식 ‘재테크’가 청문회 때 화제가 되었다. 그는 어떻게 부를 축적했고 중앙정치무대로 나설 권력은 어떻게 쌓을 수 있었던가? 부르주아 정치는 은밀한 것이기에 그의 정치적 거래 행위는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관계를 극구 부정하고 거짓말 한 것, 박연차와의 관계 때문에 그가 살아남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박연차게이트가 노무현과 측근을 넘어 여야를 막론한 비리 로비 사건으로, 수많은 국회의원과 공직자를 리스트에 올리며 공포에 떨게 한 것은 정치-자본의 결탁과 뇌물 범죄를 고스란히 폭로해 주는 사건이었다. 또한 얼마 전 ‘검사와 스폰서’라는 이름으로 폭로된 자본가의 검사에 대한 광범위한 뇌물 범죄는 법치 기구의 부정과 부패, 위선의 일부분을 보여주었다.
부르주의 독재 기구인 자본주의 국가는 3권 분립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그리고 정치와 경제는 원칙적으로 분리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부르주아 사회에서 3권 분립은 부르주아 독재 권력 내에서의 분립일 뿐이며, 한편으로 부르주아 독재 권력을 은폐하는 수단이다. 여당과 야당이라는 부르주아 지배 분파 내의 정략적 이해관계의 차이와 경쟁 또한 부르주아 독재 권력을 은폐하는 한편, 그들 간의 경쟁을 통해 그들의 지배를 공고히 하려 한다.
부르주아 정치인들은 보다 많은 권력을 쥐고, 보다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자본의 스폰과 청탁을 받고 대가로 자본에 특혜를 부여 한다. 자본은 정당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문어발식 뇌물과 로비를 통해 자신의 이해를 관철하려 한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줄서기와 경쟁은 치열해지며 독점자본은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다.
하지만 자본과 정치는 단지 협잡이라는 방식으로 이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는 반민주주의 법, 복지를 삭감하고 자본가의 세금과 투자 기준을 완화하는 법, 4대강과 같이 환경을 죽이고 자본을 살리는 법 등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를 장악한 지배 계급은 비리와 부패, 자본과의 결탁으로 더러워진 스스로의 손으로, 합법적 방식으로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이 사회의 정치적 권력자들은 인사청문회라는 관문만 무사통과 한다면 보다 많은 권력을 쥔 지배자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청문회를 보는 대중의 분노는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환멸로 변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환멸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노동자 민중 스스로가 이 사회의 지배자가 될 차례이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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