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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0호] 이른바 ‘좌파’ 철학자 김상봉의 경영참가론 비판(1)- 악선전과 왜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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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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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30 20:55:37, 조회:2,712, 추천: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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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좌파’ 철학자 김상봉의 경영참가론 비판(1)
- 무지에 기초한, 사회주의 악선전과 맑스주의 왜곡
지난 2012년 5월 11일 ‘민중언론 참세상’에 김도연(독자)명의로 “노동자 경영권으로 자본주의 극복해야”한다는 놀라운 제목으로 ‘기업은 노동자의 것’(원제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김상봉 지음, 꾸리에, 2012년 3월)이라는 새 책 서평이 실렸다. “노동자 경영권으로 자본주의 극복해야”한다는 제목도 놀라웠지만 한 독자의 책 소개 글이 더 놀랍고 ‘경탄’스럽기조차 했다.
“김상봉 교수가 ‘사회주의 혁명으로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며 피 흘리지 않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노동자 경영권’을 제시했다. 그는 이 ‘노동자 경영권’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략전술로 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참세상, 2012년 5월 11일)
피 흘리지 않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 경탄할만한 길을 거부할 것인가? ‘기껏해야’ 일개 자본가하고 싸우는데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나가야 하고, 단식하고, 장기투쟁을 하고, 해고당하고, 구속되고, 손배 가압류를 당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정이 파탄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목숨조차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피 흘리지 않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니! ‘위대한’ 저자가 소개한 길을 진작 알았다면 지금까지 자본주의를 타도하기 위해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해 수천, 수억의 인류가 헌신하고 또 피 흘리며 목숨을 바쳤는데 -비(非)유물론적 표현이지만- ‘원혼’이 있다면 얼마나 땅을 치며 원통해 하겠는가?
언젠가는 반드시 이 길을 제시한 책을 봐야겠다는 강렬한 열망이 일었다. 피 안 흘리고 운운은 참세상 독자가 그래도 과장했거니 했다. 그러나 ‘철학자’ 김상봉 선생은 이 책 머리말에서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했노라고 자신 있게 밝히고 있다.
머리말
누가 쓰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이 책을 썼겠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3년 전 이맘 때 진보신당의 강령 제정 소위원회의 위원장 직책을 맡은 것이었다. 전문(前文)과 본문(本文)으로 이루어진 강령에서 본문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초한 문서를 강령소위에서 다듬은 것이었으나 전문은 당의 이념을 담은 지극히 철학적인 문서로서 그 초안을 작성하는 일이 나의 몫이었다. 나는 그 일에 최선을 다했고 나름대로 부끄럽지 않은 강령을 만들었다고도 생각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강령이 “오직 자본주의를 극복함으로써만 인간의 자유와 참된 만남의 공동체가 가능하다”고 선언하면서도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구호가 몽상적인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자본주의라는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인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같이 걸을 수 있는 길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강령을 처음 기초할 때, 강령제정에 참여했던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랬으니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당 차원의 토론도 실천도 없었던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결과 당의 생존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으로 날밤을 새다가 당의 대표를 지냈던 사람들이 당을 버리고 떠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와 같다. 하지만 당의 깃발을 만든 사람으로서 당을 버릴 수도 떠날 수도 없었던 나는, 내가 기초한 강령의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는 것 외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철학, 자본주의를 뒤집다/김상봉 지음, 꾸리에, 7-8쪽,)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김상봉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진보좌파’ 정당인 진보신당의 강령제정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위치에 있다. 그러한 그가 진보신당 강령에서 불명확한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는데” 진보신당의 사상적 지주이자 스스로 깃발을 만든 사람이라고 자처할 정도로 ‘위대한’ 철학자가 마침내 스스로 그 길을 제시했다!
이쯤 되면 이 저작은 ‘공산당 선언’에 필적하는 거대한 강령적 문서이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짐으로써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당 차원의 토론도 실천도 없어서 당의 대표를 지냈던 노심조 같은 부류들이 당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저서가 진즉에 나왔다면 진보신당의 분열도 없었고,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당 차원의 실천과 토론도 제시할 수 있었다 하니 자못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러한 사상적 거물이 “이 책을 쓰면서 스스로 설정한 기준은 빈틈없는 철저함이었다.”(같은 책, 13쪽)라고 자부하니 그 과학성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라고 기대했다. 더군다나 학문적 활동에만 종사하는 일반 교수들의 저작과 달리 강령에 풍부함을 더하기 위한 사상적 문서이고 반자본주의를 내건 진보신당의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전략전술로써 제시한 것이니 더더욱 주목할 가치가 있는 저서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네그리, 심지어 맑스까지 자유롭게 넘나들며 해박한 철학적 지식을 과시하는 329쪽이나 되는 제법 많은 분량의 저서를 빠르게 통독했다. 그런데 독자 동지들께서도 짐작했겠지만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세상에 특히 자본주의 “세상에서 공짜는 없다”는 소박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했다.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구호가 몽상적인 헛구호가 되지 않으려면”이라는 저자의 설레발 속에서 다시금 확인한 것은 개량주의자들의 ‘몽상적인 헛구호’였으며 혁명이야말로 어렵고 힘들지만 더 현실적인 길이라는 것이다.
김상봉의 저서는, 더 나아가 진보신당의 사상적 지주로서 김상봉을 통해 강령에 명시된 진보신당의 반자본주의 요구는 결국 자본주의 이행전략이 없는 자본주의에 흡수되고 포섭되는 요구에 불과했다. 진보신당이 내거는 반자본주의 구호는 말짱 도루묵이었다.
자본이 정리해고와 전환배치, 부당발령, 외주화 등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인사경영권은 헌법서 보장한 사용자 고유권한”이라며 노동자들에게 경영권을 침해하는 불법파업이라며 걸핏하면 트집을 잡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권 요구는 진보적 요구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김상봉의 경영참가론을 비판하는 것을 통해 노동자의 사상을 분명하게 벼릴 필요가 있다. 또한 이는 이른바 ‘반자본주의 좌파’를 자처하는 진보신당 강령의 계급적 본질을 분명히 함으로써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정치세력화’와 관련해서 투쟁 요구와 강령을 마련하는 데에도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맑스레닌주의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철학 또는 사상이 자본주의를 전복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이어야 하고 대중들을 사로잡아 혁명적 실천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김상봉의 철학은 자본주의라는 현실세계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실천적 주체 형성을 통해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로 자본주의를 극복하겠다고 한다. 이제 자본주의를 뒤집겠다는 김상봉의 철학적 사유가 얼마나 개량주의적이고 허황된 것인지 그 사유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맑스주의에 대한 왜곡, 몰이해
지난 호 기본소득제 비판에서 봤던 것처럼 이른바 ‘좌파’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구조와 더불어 김상봉의 경영참가 주장도 그 망상성과 반동성에서 한 치도 빠지지 않는다. 그것은 반공주의적 편견과 왜곡, 몰계급적이고 비과학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먼저 쏘련 사회주의에 대한 지극히 부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레닌과 볼셰비키를 비난하고 마침내는 맑스주의조차 비난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 이른바 ‘좌파’ 즉 ‘신좌파’라고 불리는 정치세력들에게는 레닌주의도 맑스주의도 아닌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개량주의 사상만이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제처럼 경영참가 주장에서도 개량주의자들의 사유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비판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가장 좋은 경제체제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알려달라고 어떻게 청할 수 있겠는가? 어쩔 수 없이 나는 자본주의의 비판과 극복을 위해서 마르크스주의에서 지혜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서 시작해 왜 멸망할 수밖에 없는지 그 필연성을 설명하는 데 마르크스만큼 ‘과학적으로’ 이로정연하게 설명한 사람은 예전에도 없었고,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아직도 없기 때문이다.”(같은 책, 21쪽)
여기까지는 김상봉은 맑스주의의 후예를 자처하는 듯하고, 맑스주의의 방법론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혁명적 사유를 하는 것으로 기대하게끔 한다. 김상봉은 맑스만큼 ‘과학적으로’ 이로정연(理路整然)하게 설명한 사람은 예전에도 없었고 아직도 없다고 한다. 다만 ‘김상봉주의’가 출현하기 이전이지만 말이다. 맑스를 단숨에 비판하여 능가하는 김상봉주의는 맑스를 비판하기 위해 ‘과학적으로’라는 말에 작은따옴표를 쳐서 간접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마르크스-엥겔스와 그 후예들이 자본주의 극복의 길을 어떻게 제시하는지를 살펴보기 시작한 뒤에 나는 갈수록 당혹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이상은 너무 높은데 반해 그 이상에 이르는 길은 너무 모호했기 때문이다.”(같은책, 22쪽)
그러면서 그는 맑스의 <고타강령 비판>을 인용해서 맑스가 “각자는 능력에 따라,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22쪽 재인용)라며 공산주의 사회를 묘사한 부분을 모호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고타강령 비판에서 맑스가 묘사한 부분은 공산주의 사회의 핵심 원리를 말하는 것이다. 맑스가 자본주의에서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말한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모호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발전 전체에 대한 총체적 인식과 더불어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과학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상봉은 왜 맑스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자신의 입으로 비교적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생산수단의 국유화와 계획 경제야말로 정통 마르크스주의가 추구했던 노동해방의 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단지 생산수단이 ‘국유화’된다 해서 노동자들이 해방되리라는 추론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본가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기업을 소유하고, 국가가 임명한 관료가 공장을 관리하고 경영한다 해서 노동자가 억압에서 해방되고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 이런 사정은 국가가 ‘부르주아 계급 전체의 공동업무를 관장하는 위원회가’ 아니라 ‘지배계급으로 조직된 프롤레타리아’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두둔하는 사람들은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선량한 독재의 주체라고 가정하고 말한다. 어쩌면 국가권력을 장악한 레닌이나 스탈린은 자기 자신을 해방된 프롤레타리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스탈린적 독재의 객체일 뿐인 노동자라면?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해 그런 독재의 희생자인 농민이라면? 아무리 선량한 독재라 하더라도 그 독재의 대상으로서 존재하는 노동자는 주인이 바뀌었을 뿐 예속된 노예이기는 마찬가지이다. … 아직 소련이 붕괴하기 전이었던 시절에 이런 식으로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쁘띠부르주아적 소아병이라고 치부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경우에도 내 자유를 그들이 말하는 독재에 헌납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자본에 의한 인간의 예속이 명백한 악이듯이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의한 인간의 예속 역시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 할 수 없는 악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 내가 왜 노동자들이 사장을 뽑으면 안 되는가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진 것은 그 무렵이었다. … 이것이 막연하나마 20여 년 전 내가 품었던 두서없는 생각이었다.”(같은 책, 22-25쪽)
과학성과 역사성, 변혁성을 상실한 한 지식인의 ‘두서없는 생각’ 맞다. 이 ‘두서없는 생각’은 김상봉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라 80년대 중반 이후로 변혁운동에 투신했다가 1991년 쏘련 사회주의 해체의 충격으로 말미암아 합법 개량주의로 변절한 이른바 PD(민중민주)계열 활동가 또는 소부르주아 지식인들의 전반적인 사유구조다. 한때 변혁운동에 복무했던 세력들은 쏘련 사회주의가 해체되자 대다수 청산주의에 빠지고 ‘맑스주의 위기’, ‘노동운동 위기론’ 운운하며 현장을 떠나거나 소부르주아 사상에 빠져 들었다.
김상봉이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비난하며 ‘내 자유’를 말할 때, 그 자유는 프롤레타리아적 규율과 공동체적 집단주의를 거부하는 소부르주아 지식인의 자유에 불과하다. 소부르주아 휴머니스트가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의한 인간의 예속’을 비난할 때, 그 인간은 인간 일반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노동자와 민중들을 억압하고 착취하고 수탈했던 부르주아나 반동배임을 간과하는 것이다. 맑스도 ‘수탈자에 대한 수탈’을 말하지 않았던가!
맑스레닌주의의 변혁적 사상 -그것도 과학적으로 불철저하고 그리하여 사상적으로 허약한 -이 빠져나간 자리에 가련한 청산주의 지식분자들의 사상적 공백과 황망함, 공허함을 메운 것은 이들이 포스트 맑스주의라고 하여 실존주의, 해체주의, 최근에 와서는 자율주의라는 소부르주아 잡사상이었다. 쏘련 사회주의 내에서 ‘반스탈린주의’를 내세운 흐루시초프 수정주의를 바탕으로 출발한 반쏘, 반맑스레닌주의 사상인 유로 꼬뮤니즘 사상도 소부르주아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소부르주아 잡사상과 함께 쏘련을 타도해야 하는 착취체제로 보았던 트로츠키주의 국가자본주의 사상도 반쏘비에트, 반공주의 사상으로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마르크스, 엥겔스가 생각했고 레닌이 실천했듯이 기업을 자본가 손에서 빼앗을 수는 있다. 하지만 국가가 기업을 빼앗았으면 국가가 경영해야 한다. 한두 기업을 국가가 경영할 수는 있다. 그리고 철도나 전기 또는 우편처럼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국가가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해 국영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훨씬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 나 역시 국가 경제에서 일정한 부분은 국유화와 계획경제의 원리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업을 국가가 경영할 수는 없으며, 경제활동 전체를 국가가 속속들이 계획할 수도 없다. 그것은 국가가 모든 시민의 가정생활을 계획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경제 전체를 계획하고 운영하려 할 때, 과거 소련에서처럼 국가 자체가 더도 덜도 아니고 국민을 착취하는 자본가 노릇을 하게 된다.”(같은 책, 99-100쪽)
쏘련이라는 노동자 국가 자체가 ‘국민을 착취하는 자본가 노릇을 하게’ 됐다는 김상봉의 주장은 전형적인 국가자본주의 논리다.
사적소유 존중으로 자본주의에 투항
김상봉은 맑스주의가 자본주의 모순을 척결하기 위한 핵심 사상으로 제시한 ‘생산수단의 사적소유 철폐’를 부정하고 있다.
“나는 사유재산을 침해하거나 하물며 그것을 폐지하는 것과 노동자 해방 사이엔 필연적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사유재산의 존중이야말로 개인의 자유의 기초라는 하이에크의 생각에 동의하며, 사유재산권을 아무렇게나 침해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동의하지 않는다.”(같은 책, 99쪽 주10)
김상봉은 맑스주의에서 주장하는 ‘사적소유’ 철폐가 개인소유 일반의 철폐가 아니라 자본가들이 보유한 ‘생산수단의 사적소유 철폐’라는 것을 자신의 글에서 언급하면서도 여기서는 ‘사유재산’이라고 하여 마치 맑스주의가 개인적 소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여겨지도록 하고 있다. 김상봉은 이건희가 범죄적인 방식으로 형성한 ‘사유재산’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만,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권을 바탕으로 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착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있다.
김상봉은 맑스주의 핵심사상을 왜곡, 부정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악명 높은 부르주아 반동 경제학자로서 ‘신자유주의’ 사상가인 하이에크에 동의하고 있다. 하이에크의 반노동자적이고 반민중적인 착취사상 전반은 바로 자본가들이 ‘사적소유’는 신성하다는 부르주아 반동사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맑스주의의 사적소유 철폐 요구에 대해 부르주아 반동배들은 오랫동안 “사유재산권을 아무렇게나 침해”하는 것으로 악의적인 비난을 가해왔다. 그러나 맑스주의에서의 사적소유 철폐는 노동자계급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아무렇게나 침해하는 무뢰배라서 하는 주장이 아니다. 맑스주의의 사적소유 철폐 주장은 역사적, 과학적, 도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자본의 사적소유는 ‘원시적 축적’이라고 해서 농민을 비롯한 민중에 대한 억압과 수탈, 노예사냥과 학살로부터 비롯되었다. 자본가들의 자본축적은 맑스가 자본론에서 밝힌 것처럼, 피와 오물을 뒤집어 쓴 채 이뤄졌다. 설령 자본가들의 초기 자본이 자본가 개인의 노동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이후의 자본축적은 노동자들의 잉여노동을 착취함으로써 몸짓을 불려온 것이다. 이것이 맑스가 아담 스미스나 리카도 같은 고전파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더욱 더 과학적으로 발전시켜 만든 노동가치론이다. 노동자들의 노동이 가치를 창출하고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계급이 자본가들의 사적소유를 철폐하고 집단적으로 소유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정당하다. 반면에 자본가들은 자본가들의 사적소유를 보호하는 자본가 국가를 등에 업고 법적으로 보장된 자본주의 사적 소유권을 바탕으로 일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노동의 결과물들을 독점하고 있다.
현대자본주의에서 보편적인 기업형태인 주식회사야말로 자기자본 외의 다른 사람들의 자본을 끌어 모아 만들어진 것이다. 한국에서 재벌들도 단지 몇 %의 지분으로 전체 재벌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또 이것을 자식들에게 불법, 편법, 사기와 비리 범죄를 통해 상속하는 것이다. 주식회사에서 자본가들은 전문경영인들을 내세워서 노동자들을 전문적으로 착취하도록 하고 그 하수인들을 통해 관리감독 역할을 맡김으로써 경영에서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는다. 삼성 이건희와 같은 재벌들이 실제 무가치한 인간들이라는 것은 김상봉 자신도 이 책에서 인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분개하고 있으니 우리의 주장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생산은 점점 더 사회화 되고 있으나 그 생산의 결과물들은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것을 맑스는 자본주의 기본모순인 ‘생산의 사회화와 사적전유’라고 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은 사회화 됐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가일층 더 생산력을 발전시키게 되고, 자본주의는 개별 기업에서의 생산계획을 할 수 있으나 전체 사회 차원에서는 계획을 세울 수 없는 무정부적인 체제이기 때문에 과잉생산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생산의 결과물들을 자본이 일방적으로 차지하고 노동자 민중들은 빈곤으로 내몰리기 때문에 과잉생산된 생산물들을 소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황은 더 깊어지게 된다.
노동자 민중들을 착취, 억압, 수탈하고 빈곤과 고통으로 내모는 자본주의 반동체제는 이미 전 세계적 공황으로 인해 경제적으로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본주의 국가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내적으로는 파산한 자본을 살리고 긴축정책을 통해 자국 노동자 민중을 억압하고 있다. 밖으로는 제국주의 전쟁을 일으켜 약소국을 침략하여 대량 살상, 파괴를 일삼으며 타국 노동자 민중을 지배하고 억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적소유 철폐는 단지 맑스가 주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모순의 핵심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것이다. 사적소유 철폐 없이 노동자 민중의 해방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적소유 철폐는 사회주의에서 국유화와 계획화로 나타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 국유화와 계획화 없이는 자본주의 무정부성과 이윤체제를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김상봉 같은 개량주의자들은 계획경제 체제가 쏘련 사회주의 해체의 원인이라고 본다. 그러나 쏘련 사회주의 해체는 계획경제 때문이 아니라 정반대로 사회주의에서도 잔존하는 소경영을 기반으로 사회주의 내로 침투한 부르주아 사상인 수정주의로 인해 계획경제 체제가 무너지고 이윤원리가 강화되었기 때문이다.(쏘련 사회주의 해체 원인에 대해서는 ‘노동자정치신문’과 ‘노동자의사상’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진 내용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김상봉은 맑스주의를 비열하게 조롱하고 무지에 가득 차 왜곡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마르크스 역시 소유가 자유의 근거라는 오해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던 까닭에 그 역시 자본가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국가의 소유로 또는 사회적 공동소유로 만듦으로써 프롤레타리아를 노예상태에서 해방시켜 자유롭게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것은 마르크스가 겉으로는 자본주의적 소유를 경멸하는 것처럼 허세를 부렸으나 마음속으로는 은밀하게 자본주의적 소유를 부러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적을 부러워하면서 적을 타도하려 했으니, 사회주의가 자본주의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일이었다.(같은 책, 104쪽)
사적소유를 철폐하고 노동자계급에 의한 집단적 소유 체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타파하고 자본가 계급에 의한 노동자 착취를 철폐하는 것이다. 분명히 소유의 성격과 형태, 본질이 다르다. 그런데도 김상봉은 자본주의적 소유와 프롤레타리아의 공동 소유를 똑 같은 소유일반으로 만들어 놓고 조롱 섞인 말로 맑스가 소유를 거부하면서도 소유를 부러워했기 때문에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 패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김상봉에게는 쏘련의 ‘국가자본주의’ 체제는 맑스가 주장한 사적소유 철폐에 입각해서 만들어졌는데, 그 역시 국가에 의해 착취가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상봉이 여기서 일차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쏘련 사회주의의 성격이 아니다. 김상봉이 맑스주의를 부정한다 할지라도 자본주의에서 현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순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먼저 자본주의 사적소유가 자본가의 노동자에 대한 지배와 억압, 자유의 박탈과 빈곤과 무관하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김상봉과 마찬가지로 진보신당 내의 개량주의자들은 지난 신문에서 우리가 기본소득제를 비판한 것에 대해 ‘공라’(@philjbae)라는 트위터 사용자가 “'노정협'은 기본소득제 운동을 반자본주의가 아닌 '자본주의 고쳐쓰기'로 읽습니다. 이에 대한 진보신당@jinbonews과 장석준@konewer 위원의 논평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묻자 진보신당 현 김종철 임시대표는 “흠... 그럼 '노정협'의 진정한 사회주의의 실내용은 뭔지가 궁금하네요..”라고 답변했다.
짧은 트위터의 글이지만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타파하지 않고 자본주의를 극복하겠다는 이른바 ‘좌파’의 입장이 공상적이거나 반동적인 것이라는 비판을 했으면 자신들의 주장이 과학적임을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나서 그렇다면 사회주의 또는 현실 사회주의에 대한 논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 이른바 ‘좌파’개량주의자들이 쏘련 사회주의 해체 원인에 대해 과학적이고 역사적 인식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상봉은 맑스주의에 대한 무지로 인해 맑스를 왜곡한다.
“그는 자본주의와 함께 출현한 대규모 공장제 협업 그 자체가 필연적으로 기업 내 조직을 군대식으로 만들고 그 속에서 노동자들을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노예로 만든다고 보았다. 그러니까 그에 따르면 대규모 기업 조직 내에서 불가피한 협업(Kooperation) 그 자체가 자본에 의한 노동의 예속의 이유이다.(같은 책, 54-55쪽)
맑스는 어디서도 협업 자체가 자본에 의한 노동의 예속의 이유라고 말하지 않았다. 사회주의에서도 협업이든 분업에 기초한 협업이든 합리적인 생산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생산방식이다. 다만 맑스는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와 사회주의적 소유관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한 것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는 합리적인 생산 방식이라는 것이 노동자를 자본의 노예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 또 그렇기 때문에 김상봉의 맑스주의에 대한 적의와 무지는 계속된다.
“나는 노동자들의 노동착취가 아니라 기업가의 창의성이나 기계 및 기술의 발전을 잉여가치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그렇게 믿는 기업가들이 있다면, 부디 기업가 한 사람이 기계만을 통해 기업을 운영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생각하면 이는 마르크스를 포함해 수많은 기술예찬론자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의 실현일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기업가의 창의성이 잉여가치의 증대를 위해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창의성은 사물적 존재가 아니라 오직 자유로운 인간에게 고유한 소질인데, 기업가도 인간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의 노동착취가 잉여가치의 원천이라는 것을 애써 부정하기 위해 기업가의 창의성을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노동자 역시 아니 기업가 이상으로 창의적인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같은 책, 128쪽 주26)
이게 대체 뭔 말인가? 주26)의 첫 번째 문단에서는 맑스의 노동가치론을 빌려 잉여가치의 원천이 자본가의 창의성이 아니라 노동착취에서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두 번째 문단에서는 맑스가 스스로 노동가치론을 부정하고 “기계만을 통해 기업을 운영해서 성공”하는 즉 노동자의 과거의 노동인 생산수단 자체가 가치를 낳는다는 ‘기술예찬론자’라며 맑스를 왜곡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상봉은 다시 “기업가의 창의성이 잉여가치의 증대를 위해 중요한 요소”라면서 애초의 자기주장을 뒤엎고 있다.
김상봉은 이어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사물적인 노예관계로 만드는 자본관계와 그 관계를 지배하는 자본가를 마치 ‘자유로운 인간에게 고유한 소질’로 만들어 찬양하고 있다. 그런데 세 번째 문단에서는 기업가나 노동자나 모두들 창의적인 인간 일반인 것으로 하여 절충주의로 결론내리고 있다. 반동 부르주아 경제학자인 하이에크를 찬양하던 김상봉은 이어서 창조와 혁신 - 이것이 구조조정으로 나타나 노동자들을 쥐어짜게 된다. - 의 기업가 정신이 가치의 원천이라고 주장한 슘페터를 사실상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쏘련 사회주의와 맑스주의에 대한 부정에서 출발한 김상봉은 드디어 반동 부르주아 사상에 포섭되는 것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보’의 이름으로 진보를 팔아먹는 ‘진보’ 철학자 김상봉의 개량주의 사상의 거처이고, 김상봉이 기초한 이른바 ‘좌파정당’이라고 하는 진보신당의 강령의 핵심이자 본질인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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