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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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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13:11:59, 조회:3,321, 추천: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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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혁명과 모택동 논쟁
구추백노선과 모택동의 대립
1927년 중국공산당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는 그 동안의 당의 과오를 비판하고, 1차 국공합작을 주도했던 진독수 체제를 개편하여 구추백 지도부가 구성되었다. 구추백 지도부는 새로운 정세 하에서 토지혁명을 중심과제로 설정하였는데 특히 ‘농민운동에 대한 결의’를 통해서 농촌 추수폭동 방침이 결정되었다.
이번 실패의 중요한 원인은 공산당에게 농민대중의 폭동에 대한 결연한 혁명적 결의가 부족했다는 점에 있다. 이것은 중국혁명 지도의 주요 문제에 기회주의적 유예정책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 따라서 당의 현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가능한 한 광대한 구역에서의 농민의 총폭동을 준비하여, 농촌속의 계급투쟁을 맹렬히 전개시키는 일이다 … (농민운동에 대한 결의).
이러한 중국공산당의 결의 하에 각 농촌에서는 추수폭동이 전개되었다. 공산당 중앙의 구상은 이러한 농민의 추수폭동과 중심도시에서의 노동자 투쟁을 결합시켜서 노농정권을 세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농촌에서는 지주들의 무장단체가 재건되고, 호남지역에서만 테러희생자가 7만 명에 달하는 등 정치적 탄압이 극심한 시기였다. 따라서 이에 대항할만한 충분한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던 중국공산당의 추수폭동은 국민당의 무력진압에 의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구추백 지도부는 11월 임시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서 중국혁명을 ‘중단 없는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노동자와 농민의 무장봉기에 의한 즉각적인 노농 소비에트 수립을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광동성 해륙풍 소비에트가 건설되기도 하였다. 당시 해륙풍 소비에트에서는 대지주, 중소지주, 자작농의 토지까지 몰수하는 등 급진적인 토지혁명을 전개하였지만 빈농을 제외한 다른 세력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설득을 구하지 않음으로써 고립되었고, 이후 광동 코뮨의 붕괴, 군사 경제적 봉쇄 등으로 인해 다음해 2월에 붕괴되었다.
이에 당시 구추백 노선에 반대했던 모택동은 정강산으로 들어가 근거지를 마련한다. 당지도부는 모택동의 이러한 행위를 두고 “산으로 도망치려는 주의”, “보수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에 모택동은 이미 혁명정세의 고양기는 끝났고 전반적인 퇴조기이기 때문에 질서정연하게 퇴각하여 근거지를 건설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술이 틀렸다는 것은 지배계급의 정권이 안정적인 시기인지 분열하고 있는 시기인지를 확실히 구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 만약 어떤 사람이, 군사적인 면에서는 점진적인 확대정책을 취할 것을, 그리고 지방 활동의 면에서는 힘을 집중하여 중심지구의 견고한 기초를 만들어 내어 이 불패의 땅에서 자립을 꾀할 것을 주장한다면, 이를 보수주의라고 부른다. 이러한 오류들이야말로 금년(1928년) 8월의 호남, 강서성 경계지구에서 맛 본 실패 및 홍군 제4군이 그때 호남성 남부에서 체험했던 실패의 근본원인이다(모택동, 정강산의 투쟁).
이렇게 8.7 긴급회의를 통한 구추백 지도부는 농촌에서 농민을 주력부대로 하는 토지혁명을 중국혁명의 중요한 과제로 제기하면서도 여전히 도시 중심부 탈취를 통한 노동자계급에 의한 혁명정권의 수립을 최우선의 과제로 여겼던 것이다. 이에 반해 모택동은 당시 정세인식을 다르게 하고 있었으며, 중국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농민을 조직하고, 그들을 무장시키지 않는다면 중국 혁명은 성공할 수 없다고 보았다. 구추백 지도부가 이러한 입장을 채택한 것은 소련에서 스탈린이 소비에트 슬로건을 인정한 것에 대한 영향이 컸다. 당시 소비에트 슬로건의 채택은 곧 국민당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의 의미가 컸지만 중국 내에서는 구추백 지도부 등의 좌경주의적 흐름에 의해서 중국혁명이 여전히 고조기에 있으며, 도시 노동자계급을 혁명의 지도세력으로 조직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주장되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혁명조차 패배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혁명의 퇴조기를 인정하면서도 소비에트 건설을 주장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 세력에 혼란을 가져왔고, 극좌주의적 흐름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흐름이 당의 주류가 되면서 혁명 퇴조기에 근거지 건설에 주력하자는 모택동의 노선은 이후에도 중국 공산당 내에서 쉽게 승인되지 못했다.
이립삼노선과 모택동의 대립
1928년 7월 소련 모스크바에서 중국공산당 6차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는 농민운동, 노동운동, 공산청년운동, 여성운동 등 각 분야의 운동에 관한 결의와 조직문제, 토지문제 등이 결의되었다. 이와 함께 토지혁명, 홍군 건설, 소비에트 정권 수립에 의한 농촌근거지 건설 노선을 공산당의 기본노선으로 승인했다. 이 점만 보면 모택동의 입장이 대폭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6차 대회는 정치문제에 관한 결의에서 “한 개의 성, 또는 몇 개의 성에서 승리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함으로써 여전히 구추백 노선의 좌경적 흐름을 견지했다. 이 날 대회에서는 구추백이 물러나고 향충발이 총서기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당 내 실권은 선전부장이었던 이립삼이 장악하고 있었다.
이 당시 코민테른은 중국이 ‘심각한 민족적 위기’에 처해 있고, 이로 인해 다시 ‘혁명적 제고의 초기’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이후 중국공산당은 1930년 6월 중앙정치국 회의를 통해서 ‘당의 현하의 정치적 결의’를 채택했다.
프롤레타리아 대중의 정치적 각성이 이미 혁명적으로 고조되어 있고 중국의 새로운 혁명적 고양이 이미 우리의 눈앞에 도달했기 때문에, 중심도시에서의 위대한 프롤레타리아 투쟁의 폭발은 필연적으로 전국에 걸쳐 혁명을 고조시킬 것이며, 또 이 위대한 투쟁목표는 즉각 전국적인 혁명 도래의 포석으로 될 것이다. … 이러한 혁명고조의 정세 아래 일개 성 또는 수개 성의 승리를 준비하여 전국적인 혁명정권을 수립하는 것은 현재의 중국공산당 전략의 일반방침이고 또한 당전략의 총방침이다. … 혁명의 단계는 노농독재에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진행하는 이른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단계이다(당의 현하의 정치적 결의).
구추백이 물러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또다시 좌익 모험주의적 입장이 채택된 것이다. 이로써 6차 대회에서 토지혁명과 농촌 근거지 투쟁의 승인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던 것이 드러났다. 모택동은 이러한 이립삼 노선에 반대하여 “적은 강하고 우리편은 약하며, 적은 크고 우리 편은 작고, 적은 대중으로부터 유리되어 있지만 우리 편은 대중과 결합하고 있는 정황 아래에서, 홍군이 당, 노농정권, 토지개혁 및 기타 모든 지방공작의 선전대가 되고 조직자가 되어 대중에 의거한 인민전쟁을 수행하고, 유격전쟁과 유격성을 띤 운동전을 당시의 중요한 전술형태로 취하여 전략적인 지구전과 전술적인 속결전을 감행하며, 평상시에는 병력을 분산시켜서 대중의 생활을 돕고 전시에는 우세한 병력을 집중하여 적을 포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택동의 입장은 우경적 입장이라고 내몰리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이립삼 노선에 근거하여 1930년 7월 27일 장사 지역을 점령하고 장사소비에트를 건설했다. 그러나 장사소비에트는 8월 5일 국민당에 의해 붕괴됨으로써 중국공산당은 또다시 심각한 폐해를 입었다.
유소파와 모택동의 대립
이립삼 노선이 코민테른에 의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흔히들 이 당시 코민테른의 좌경적 입장이 중국혁명에서 무모한 도시봉기의 실패를 낳았다고 하지만, 코민테른은 당시 중국 정세를 혁명적 제고의 “초기”라고 규정했을 뿐이다. 즉, 즉각적인 봉기의 입장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1930년 대공황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 정세를 바라보는 코민테른의 입장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그것이 중국에 적용되었을 때 이립삼 지도부는 중국정세가 혁명적 제고의 “초기”가 아니라 “혁명의 시기”라고 규정하고 그에 따른 전술을 채택했던 것이다. 이립삼 지도부의 중심도시 진격 결정에 코민테른 극동 서기국은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입장의 서한을 보냈다. 또한 장사지역으로의 진출 전에 코민테른 극동서기국과 중국공산당 중앙은 합동회의를 가졌고, 이때에도 코민테른은 계획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립삼은 이를 거부했다.
장사소비에트가 실패하자 중국공산당 중앙은 “이립삼노선은 제국주의, 반혁명 지배집단의 형세와 가능성에 대해서, 혁명세력의 형세 및 발전속도에 대해서 모두 과대한 평가를 내린 주관주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이 곧 모택동 노선의 승인으로 귀결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비판세력의 한 축에는 왕명, 진방헌 등의 유소파가 있었기 때문이다. 코민테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유소파는 좌경적인 색채를 띠고 있던 이립삼노선을 비판하고 당의 지도권을 장악했지만, 이후 부농문제를 둘러싸고 모택동과 대립하게 된다.
1931년 2월, 소비에트구 중앙은 “통고 제9호”를 통해서 부농에 반대하는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모택동은 당시 부농의 비옥한 토지를 몰수하면서도 토지의 매매와 임대를 용인하면서 토지사유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에 1931년 8월, 공산당 중앙은 지주와 부농의 토지를 모두 몰수하고 부농에게는 척박한 땅을 줄 것을 내용으로 하는 “토지법 초안”을 제출한다. 그러나 모택동은 그들이 반혁명 세력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지주에게도 약간의 토지를 주자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농민문제, 특히 부농을 둘러싼 유소파와 모택동의 대립은 수년간 이어진다. 이후 항일통일전선이 세워진 후에 1935년 12월 6일, 중국공산당 중앙은 ‘부농에 대한 전술 개선에 관한 결정’을 채택한다. 이는 기존의 반 부농 입장에서 부농에게도 땅의 분배를 지시하는 것이었다. 다만, 선거권과 홍군 참가 등은 제한하였다. 유소파와 모택동의 대립은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모든 세력의 결집을 호소한 항일통일전선으로 일정 부분 해소된 것이다.
국민당의 토공작전과 대응논쟁
한편, 형식적으로나마 중공 중앙이 근거지 노선을 인정했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홍군이 조직되고 이와 함께 소비에트도 건설되었다. 이후 중국공산당은 1931년 12월 1일 중화소비에트공화국 임시정부 성립을 포고했다. 국민당으로서는 연일 증가하고 있는 홍군과 소비에트는 최대의 위협이었다. 국민당의 장개석은 1930년 12월부터 수년에 걸쳐서 대규모 물리력을 동원하여 5차에 걸친 토벌전을 전개하였다.
중국공산당은 수적으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국민당 군을 격퇴시켰다. 4차까지 국민당의 토벌전과 홍군의 대응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국민당 군대가 홍군과 소비에트 근거지를 포위 공격하면, 중국공산당과 홍군은 지형을 이용하여 유격전으로 이를 막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홍군의 대응방식은 중국 공산당 내에 또 다른 논쟁을 불러왔다. 기존의 대응방식이 모택동의 전술이었다면, 진방헌, 왕명 등의 유소파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전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미 4차에 걸친 홍군 반격의 성공으로 우리의 세력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혁명정세가 고조되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모택동의 ‘지구전’에 반대하여 “성의 수도 및 중심도시의 탈취가 한 성에서의 승리의 기초가 된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구추백 노선의 중심도시 탈취노선을 주장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토벌전에 대한 방어 보다는 무한과 남창 공격의 감행으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 공산당은 5차 토벌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이렇게 유소파의 입장이 현실에서 패배로 나타나면서 홍군은 2만 5천리의 대장정에 나서게 된다. 1년에 걸치 대장정 이후, 1935년 1월, 귀주성의 준의에서는 중앙정치국 확대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유소파의 노선이 극좌적이라고 비판되면서 실질적으로 모택동 노선이 지도노선으로 확립된다. 이 회의에서는 모택동과 장국도가 대립했다. 당시 모택동은 북상할일을 주장한 반면, 장국도는 대장정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북상을 중지하고 사천의 북서쪽 서강성 쪽에서 근거지를 건설하여 홍군의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의 논쟁을 목격한 자에 따르면, … 모택동은 사람을 시켜 병사들에게 선전했다. 장국도, 진창호 등은 동요하고 있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여 당을 등지고 중앙을 배반하였으며, 감숙의 기병과 비행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라고. 이에 대해 장국도, 진창호들도 군중들에게 공공연하게 말했다. 모택동은 중국혁명을 수행할 용기를 잃고 소련으로 가 평안하게 살기를 원하고 있다고. … 당시 양쪽은 서로 공격하고 서로 선전하여 군중을 쟁탈했는데 이 때문에 일시 큰 혼란이 일어났다(1936년 2월 5일자 대공보<大公報>).
결국 장국도는 모택동과 갈라져서 자신의 군대를 끌고 서강성의 감자로 이동했지만 근거지를 만드는데 실패했다.
항일통일전선
일본의 만주침공인 만주사변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는 항일의 기운이 높아져갔다. 이후 1935년 8월 1일 중국 공산당은 ‘항일구국을 위한 전국 동포에게 고하는 글’을 발표한다. 그 내용은 “각 당파가 과거의 또는 현재의 정견 및 이해가 다르든 또는 각 군대가 현재 적대행위를 하고 있든 간에 … 집안끼리 싸우지 말고 이제는 외국에게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체의 내전을 중지하고 대립을 초월하여 모든 국력(재력, 인력, 물력, 무력 등)을 집중하여, 항일구국의 신성한 사업을 위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일본의 침공에 맞서 통일전선을 세우자는 중국공산당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었다.
당시 코민테른은 1935년 8월 20일, 제7회 대회를 통해서 파시즘에 맞선 통일전선을 채택했다. 이는 소위 ‘인민전선전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 그 이전부터 중국공산당은 항일투쟁에 전념하기 위해 국공내전을 중지하자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민당 정부는 일본과의 대립을 최대한 피하면서 공산당 토벌에 최우선으로 집중한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일본군의 만행이 심해질수록 국민당 내부에서도 “적은 일본군인데 왜 우리는 공산당과 싸워야 하는가”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당 주류는 일본과의 화평과 공산당 토벌에 집중했다. 이는 1935년 국민당 5차 대회를 통해서 다시 확인되었다.
이에 공산당 또한 12월 결의를 통해서 “당의 전술방침은 전 중국, 전 민족의 모든 혁명세력을 동원하고 결집하고 조직하여 당면의 주요한 적에 반대하려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도 ‘당면의 주요한 적’으로 장개석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듬해 1936년 5월에 홍군이 국민정부 군사위원회에 보낸 전보를 통해서는 국민당과의 정전강화를 제시하면서 장개석과의 연대 가능성을 보였다. 이러한 공산당의 입장은 각지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국민당정부는 공식적으로 공산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다가 1936년 국민당 간부인 장학량이 장개석을 감금하는 ‘서안사변’이 일어난다. 이들은 8개 항목의 항일요구를 발표했는데 ▲ 남경정부를 개조하여 각당, 각파가 함께 구국의 책임을 질 것. ▲ 일체의 내전을 정지할 것. ▲ 상해에서 체포된 항일구국 지도자들을 석방할 것. ▲ 일체의 정치범을 석방할 것. ▲ 민중의 집회, 결사 및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보장할 것. ▲ 손총리의 유지를 실행할 것. ▲ 즉시 구국회의를 소집할 것 등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힘입어 중국공산당은 1937년 8월 말에 ‘항일구국 10대 강령’을 발표하고, 9월 23일 ‘전성단결, 일치항적 선언’을 발표하는 등 항일 통일전선을 적극적으로 추동했다. 이러한 중국 공산당의 제의에 장개석이 공식적으로 승인하면서 2차 국공합작이 전개된다. 모택동은 이를 두고 “현재의 단계는 새로운 시기 중 제2의 단계이다. … 만약 전단계의 임무가 주로 평화를 쟁취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면 현 단계는 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당시 항일통일전선을 중국혁명의 새로운 단계로 설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항일통일전선을 통해서 중국혁명의 중단 없는 추진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해서 중국공산당은 항일통일전선의 기본 동력을 노동자 농민 동맹에 두었으며 가장 신뢰할 만한 동맹군으로는 소시민, 혁명적 지식인, 동요적인 동맹군으로는 민족자본가를 두었다. 따라서 노동자 농민이 항일투쟁을 주도함으로써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기운을 높인다는 구상이었던 것이다.
1차 국공합작에서 민족자본가와의 동맹을 중요시했던 점을 상기한다면 2차 국공합작에서는 이들을 가장 낮은 단계의 동맹세력으로 보았던 점에서 1, 2차 국공합작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 이들은 더 이상 1차 국공합작 때처럼 국민당 세력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불신은 국민당 내부의 반공세력에 의한 통일전선 교란책에 의해 더욱 굳어져갔다. 2차 국공합작 통일전선 시기에도 국민당 내부의 반공세력은 끊임없이 공산당을 공격했으며, 1940년 남경에서는 친일정권이 수립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은 “상대방이 나를 침해하지 않으면 나도 상대방을 침해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나를 침해하면 나는 반드시 상대방을 침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국민당 내의 반공적 흐름은 국공합작을 둘러싸고 공산당 내부에서 장국도와 모택동의 대립을 낳기도 하였다. 장국도는 국공합작에 비판적인 입장이었고, 모택동은 장국도를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평당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
당시 코민테른은 이와 같은 국공합작을 지지하였기 때문에 유소파와 모택동의 대립은 표면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소우 등의 유소파는 당시 항일투쟁을 부르주아적인 민족투쟁으로 보았기 때문에 국민당과의 협력을 공고히 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모택동은 항일투쟁을 통해서 대중 무장투쟁을 촉발시키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국민당과의 협력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이후 모택동이 당 내 지도권을 장악하면서 유소파는 그 정치적 영향력을 잃게 된다. 이는 당시 소련이 독일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일본과도 정전협상을 체결하는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분열시키기 위한 행보를 걸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항일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중국 민중들은 적극적인 지원군인 소련이 자신들의 적인 일본과 정전협상을 체결한 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모택동 등은 소련의 정전협상은 일본, 독일, 이탈리아 간에 체결되었던 파시즘 협정을 깨기 위한 것이라고 민중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공산당 7차대회에서 그동안의 지도노선이 극좌적이었음이 비판되고 모택동은 지도권을 장악하게 된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 혁명의 과정은 전략과 전술을 둘러싼 노선투쟁의 과정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일면적으로 코민테른과 모택동의 대립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코민테른은 중국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 지도지침을 내렸고, 그것이 중국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때로는 극좌적인 모습으로, 때로는 우경적인 모습으로 비춰진 것이다. 또한 모택동이 농민투쟁만을 강조하고 중심도시에서의 투쟁을 간과했다고 볼 수도 없다. 1944년 5월, 모택동은 중심도시에서의 투쟁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우리들은 이 20여년 간을 농촌에 있었기 때문에 농촌을 잘 알며, 농촌에 근거지를 만들도록 제창해 왔으며 이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당의 제6차 대회에서 결정된 도시에서의 봉기준비 임무는 이 10여년 동안, 실행되지도 않았으며, 그 가능성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며 제6차 대회 결의는 제7차 대회 후에 실행될 것이다. 우리 당의 제7차 대회는 머지않아 열릴 것이지만 이 대회에선 도시활동의 강화와 전국적 승리획득의 문제가 토의될 예정이다. … 도시활동을 근거지의 활동과 같은 정도의 중요한 지위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된다(모택동, '학습과 시국').
코민테른과 모택동 사이에 중심도시에서의 노동자계급을 조직하여 혁명의 주력군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중국과 같이 농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아직 자본주의가 대공업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점 등의 특수성 속에서 노동자계급의 동맹군으로 농민을 주력부대로 획득해야 하는데, 시기와 방법 등에서 차이가 있었다. 코민테른은 농민의 문제를 중요시하기는 하였지만, 중국의 특수성에 맞는 구체적인 지도방침을 내리지 못했다. 모택동 또한 농민문제에서는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지만, 도시 노동자계급의 조직화에 대해서는 적어도 40년대 이전까지는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모택동이 지도권을 잡고 중국공산당이 최종 승리했다고 해서 모택동 노선을 코민테른 입장과 독자적인 것으로 격상시키고, 코민테른을 좌경적 오류만 범한 것으로 평가절하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중국 혁명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코민테른의 일반적 지도지침의 정당성과 모택동이 중국 정세에 맞게 혁명의 과제를 구체적, 창조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중국 혁명의 논쟁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점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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