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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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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0 23:56:53, 조회:2,278, 추천: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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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분노가 모아지고 있다!
- 쌍용차 77일 투쟁 그 이후
< 삶의 변화 및 계획서 >
- 퇴직 전 근무시 자신의 사고방식 혹은 가치관
- 파업참여시 경위 / 역할 / 활동내역 등
- 신청자의 향후 가치관, 생활방식 등(구체적인 실천계획 위주로 작성)
9월 21일부터 쌍용차 자본은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를 분류한다는 명목으로 관리자들이 개별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위의 내용은 쌍용차 자본이 무급휴직을 신청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개별 면담 시 미리 작성해오라고 하는 내용 중 일부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전개하고 있을 때 공권력, 용역깡패와 함께 살인진압에 앞장섰던 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경찰인양 행세하고 있다. 더구나 평균 10년이 넘는 근속을 한 노동자들에게 마치 초등학생 생활계획표 숙제라도 내주듯이 이들을 우롱하고 있다.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이것을 두고 ‘전향서’라고 한다. 지금도 경찰에 시도 때도 없이 소환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자본에 의해 두 번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노동조합과의 합의 따위는 지킬 의향이 없었던 쌍용차 자본은 이렇게 무급휴직이라는 칼날을 쥐고 철저하게 노동자들에게 복종을 요구하고 있다. 애초에 추석 전에는 명단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명단 발표를 늦추는 이유도 최대한 투쟁했던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하고 자신들이 완전히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다.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명단 발표가 늦춰지면서 자신들이 무급휴직 대상자인지 정리해고 대상자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다. 그나마 일용직 자리라도 구할 수 있는 노동자들은 조금 나은 편이다. 지난 9월 27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쌍용자동차 퇴직근로자 재취업 현황’(9월 18일 기준) 자료에 의하면 976명의 정리해고자 중에 자영업자를 포함한 10명만이 재취업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생계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계난을 이용하여 공권력을 등에 업고 파업 노동자들을 무력 진압했던 자본은 이제 노동자들의 의식까지 강압적으로 진압하려하고 있다. 정리해고 대상자들에게는 ‘전향서’를 들이밀고 있고, 파업에 참가했던 비해고 노동자들에게는 몇 달째 의식교육을 시키고 있다. 자본은 자신들이 장악한 현장을 노동자들이 다시 되찾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의 의식까지 장악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쌍용차 노동자들은 77일간의 파업 투쟁 이후에도 자본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현장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자본의 탄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쌍용차노조는 선거에 들어갔다. 이 선거는 자본의 강압 속에서 민주노총 탈퇴와 더불어 진행되었던 총회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 때 자본은 기존에 선출된 쌍용차지부의 선관위를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선관위를 구성했다. 쌍용차지부가 체제를 정비하기 전에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자신들만의 성을 구축하려 한 것이다.
이에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쌍용차노조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안건에 대한 효력정지 및 선출된 선거관리위원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그리고 9월 25일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 민사부는 "기존 선관위에서 집행부 선거 절차를 마칠 예정인 10월 20일까지 총회에서 결의해 구성한 새로운 선관위의 효력을 정지한다"면서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가 제출한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측의 강압에 의해 치러진 투표에 의해 구성된 선관위의 법적 효력과 직무는 정지된 상태이다. 그러나 쌍용차 자본은 이러한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28일 1차 투표를 강행했고, 30일 2차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에는 정특위 회원도 출마를 했는데 결선에 진출한 상황이다. 정특위에서는 이번 선거 참여 여부를 놓고 논란 끝에 선거 불참으로 공식 입장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특위 내에서는 사측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 노동조합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들이 있었고, 결국 선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정특위 회원들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번 선거는 민주노총을 탈퇴한 상태에서 치러지는 독립노조 위원장 선거이다. 민주노총 탈퇴 총회의 적합성 여부가 아직 판결나지 않은 상황이고, 선관위 구성이 불법이라고 판결난 상황에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곧 현재 독립노조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선거에 참여한 동지들의 선한 의도와는 무관하게 선거 참여는 곧 민주노총 탈퇴 총회를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자본을 상대로 투쟁해야 하는 정특위의 공식입장인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지금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집행부는 별도로 28일 선관위원 추가 모집 공고를 하고 10월 20일까지 지부장선거를 치룰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지금 쌍용차 노동자들은 모든 힘을 민주노조 사수에 집중해야 한다. 자본에 의해 강압된, 어용들의 준동에 의해 행해지는 모든 행위를 분쇄하고 민주노조의 깃발을 사수해야 한다.
한편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에 정특위 회원들이 결선에 진출한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리해고자들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정문 옆 경비실에서 투표해야 했다(정특위는 투표 거부까지 공식지침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정리해고자들의 투표율은 공장 안 노동자들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장의 위기감과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현장 밖의 노동자들이 고통 받는 것처럼 현장 안의 노동자들 또한 고통 받고 있다. 지금 쌍용차 현장은 관리자 완장만 차면 모든 것이 가능한 무법천지 상태에 놓여 있다. 현장 안에는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의자들이 모두 치워졌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쉴 때도 서서 쉬어야 한다. 틈틈이 신문과 책을 읽는 것조차 금지되고 있다. 휴게시간에도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그럴 경우에는 용역들이 건물 밖에 나온 노동자들을 사진 촬영해서 회사에 넘긴다. 공장 가동률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죽음의 공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더구나 사측은 파업에 참여했던 비정리해고자들을 파업 이후에 추가로 고소고발했으며, 징계위를 통해서 추가로 징계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자본은 마치 주인이 노예를 부리듯이 현장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번 77일간의 파업투쟁에서 확인되었듯이 쌍용차노동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할 경우, 언제라도 다시 투쟁으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이번 쌍용차노조 위원장 선거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정특위와 쌍용차집행부는 이러한 현장의 분노를 다시금 투쟁으로 조직해야 한다. 아직까지 정특위와 쌍용차집행부는 이렇다 할 후속 실천사업들을 전개하지 못한 채 재정사업과 구속자 지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 사업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점점 높아져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투쟁으로 조직할 시기를 놓친다면 이후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민주노조 사수 투쟁은 77일간의 투쟁보다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노동자들의 분노가 식고, 자본에 순종하기 전에 즉각적인 실천투쟁에 나서야 한다. 아직 77일간의 쌍용차 전사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자본과 정권에 보여주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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