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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5호] 자동차 부품사 자본과 노동자 - 지역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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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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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2 01:12:20, 조회:3,188, 추천: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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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사 자본과 노동자
지역 활동가
2007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임금삭감 저지 투쟁이 올해의 첨예한 계급전쟁을 예상케 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립시켜 말라 죽이기 위해 자본가 정권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경제단체를 비롯한 자본가 집단, 노무현 정권의 노동자 죽이기야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겨냥하여 대선주자들은 현대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신의 능력과 사상을 검증해 보이는 장으로 활용하려 했다. 보수 언론들은 자신들의 열정과 투혼을 다해 노동자 죽이기에 앞장섰다. 울산지역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의 ‘경제 살리기 이데올로기’는 결국 ‘노동자를 죽여서 경제, 즉 자본가를 살리는 이데올로기’였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 글에서는 다양한 자본가 세력들 가운데 소위 말하는 자동차부품사 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들 자동차 부품사 자본가들은 어떤 집단인지, 그 부품사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경북 경주지역의 현대자동차 2차 협력업체 대표 20여 명은 현대차노조가 15일 성과금 문제로 파업에 들어가자 이날 울산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현대차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기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한겨레 신문)
여기서 말하는 2차 협력업체라는 것은 무엇인가?
강원도 원주지역에는 만도 문막 공장과 델파이코리아라는 두 자동차부품사가 있다. 만도에는 1500여 명, 델파이코리아는 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만도에서는 자동차 조향장치, 제동장치를 주로 생산하고, 델파이코리아에서는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서 현대, 기아, 쌍용 등 주요 자동차 완성사에 납품한다. 당연히 만도와 델파이코리아 인근에는 이들 1차 부품사의 하청을 받아서 생존하고 있는 2차부품사들이 존재한다. (어떤 2차부품사는 3차 하청까지 주게 되는데 원주지역에서는 주로 가정집에 부업으로 일을 주고 있다.) 2차부품사에서 하는 일은 1차부품사에서 기계와 자재를 빼와서 생산의 일부 공정을 담당하거나 아니면 실제 완제품을 만들어서 1차 부품사로 납품하는 일이다. 이들 2차 협력업체의 존재는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최근 각종 구조조정, 외주화, 용역화 등이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2차부품사들이 담당하는 영역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2차부품사의 사장 또는 관리자들은 주로 원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퇴사한 사람들이다. 이들도 한때는 원청의 노동자(물론 관리직이겠지만)였으나 몇 차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회사를 떠나게 되고, 결국 2차부품사의 사장 또는 관리자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들도 사실 구조조정의 희생양들이었다.
2차부품사 자본들은 원청으로부터 기계 설비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시작한다. 가장 싼 지역의 땅을 사서 가장 싸게 공장건물을 짓고 가장 싼 임금의 노동자인 여성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생산을 한다. 이들 2차부품사들도 자기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한다. 한 푼이라도 높은 단가의 일거리를 따내기 위해서 원청에게 충성을 다한다.
이들 회사는 자신을 소개할 때 ‘자동차부품 전문 생산업체’임을 강조하지만 말이 좋아 부품사이지 실제로는 위의 제목처럼 협력업체라는 말이 꼭 맞다. 협력업체에서 하는 일은 결국 원청의 일을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2차 협력업체는 자동차부품사라는 자기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자동차 생산에 대한 어떠한 기술개발, 어떠한 노하우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들의 최대 고민은 원청이 원하는 납기에 원하는 물량을 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신속하게 처리해주는 것이다. 심부름센터나 다름없다.
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
2차 협력업체 중 한 군데를 예로 들어보자. A라는 업체에는 6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주로 3,40대 기혼 여성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이들이 하는 일은 원청에서 가장 단순반복적인 일이다. 단순 조립과 제품포장이 대다수이다.
일이 단순하지만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노동 강도가 매우 높다. 노동 강도가 높은 근본적인 이유는 적정인원이 배치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원청에서는 업무 분담이 비교적 체계적이라서 노동자 한사람은 자기 일만 하면 된다. 그러나 2차 협력업체 노동자는 한사람이 두 사람 이상의 역할을 정신없이 해 내야 한다. 또 원청에서 물량변동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원하기 때문에, 빠르게 배우고 숙련도를 높여 원하는 만큼의 생산량을 뽑아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원청의 눈 밖에 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본급이 70만 원 정도 되는데 평균 잔업하고 세금 떼면 80만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간다. 인근에 있는 대다수의 사업장이 최저임금 위반에다가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다. (원주 지역만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편법들이 동원되어 임금착복이 이루어진다. 심야근무와 휴일연장근무 수당의 적용을 노동자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이 부분을 가장 잘 악용하여 임금을 착복한다.
생산 물량이 급작스럽게 줄게 되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집에서 쉬게 된다. 이번 현대자동차 투쟁 때도 생산량이 줄어드니까 노동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곤 했다. 물론 무급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현대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울 리 없다.
작업복 제대로 지급되는 사업장도 손가락으로 꼽는 수준이다. 2차 협력업체 자본은 최대한 저비용으로 생산을 하기 때문에 공장에 노동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나, 탈의실, 식당 등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사업장은 한 군데도 없다. 이들 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권리의 사각지대에서 노동하고 있는 것이다.
완성차 자본과 1, 2차 부품사 자본의 관계
최근 몇 년 동안 완성차 자본이 부품사들을 향하여 일방적으로 부품단가 인하를 강요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매년 자동차 판매가격을 인상하면서도 부품단가의 경우 일률적으로 인하했고, 납품단가를 2∼5%씩 떨어뜨려 납품받는 CR(Cost Reduction)을 실시했음이 드러났다. GM대우도 이달 초 국내 1차 부품협력 업체 300여 곳 가운데 상당수 업체에 워크샵이나 본사 직원 방문 등의 형태로, 부품값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하여 부품업체들은 “다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이 협력 업체에 고통을 떠넘기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고 비판하면서도 신차 개발 시 납품 업체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단가 인하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완성차자본과 부품사자본 사이는 심각한 갈등관계로 비춰진다. 실제 완성차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부품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용 절감은 완성차, 부품사 양측 모두의 욕망이다. 현대자동차는 부품사에게 생산비 절감을 위해 중국 등지로 생산공장을 이전해 현지에서 부품을 생산한 뒤 다시 국내로 수입해 들어오는 일명 역수입을 종용하는 것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수입은 완성차가 강요하고 부품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사 자체가 비용절감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1차부품사에서 2차부품사로 외주화가 갈수록 확대되어 가는 것도 완성차 자본의 욕구이기 이전에 부품사 스스로의 욕구인 것이다.
완성차와 부품사간의 공통된 이해관계 속에서 죽어가는 노동자
글 서두에서 인용한 경주지역 2차 협력업체 대표자들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하청업체와의 상생정신을 짓밟고 국민 경제와 국민의 정서를 무시한 것이고 현대차에 납품하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아주 위험한 것"이라며 "지금 당장 파업을 중단하고 생산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말하고 있다.(한겨레신문)
상생정신이란 표현이 있는데, 이들에게 상생의 대상은 완성차 자본과 부품사 자본이지 결코 노동자들까지 상생의 관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이들 완성차와 1,2차 부품사 자본가들은 같은 이해관계 속에서 생산비 절감을 위해 완성차 노동자, 부품사 노동자들을 공동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주철주조공장 물량이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잔업특근 축소로 인한 임금삭감의 압박을 받고 있다. 만도 노동자들도 중국공장에서 역수입 되는 물량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때문에 해마나 논란이 되고 있다. 델파이코리아노조는 어용 한국노총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아무런 저항 없이 자작물량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완성차와 1차부품사는 2차부품사로 외주화를 확장시키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동시에 2차 부품사노동자들을 최악의 노동조건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주지역 협력업체 자본가들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하여 공격하면서 마치 협력업체 자본과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공동의 운명체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하면서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 몰고 있는 것은 완성차 노동자의 파업이 아니라 협력업체 자본들 자신이다. 완성차 노동자들이 파업하지 않는 그 순간에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과 최악의 노동조건에 놓여 있었다. 이미 그것은 글의 서두에서 증명되었다. 게다가 완성차 자본과 1, 2차 부품사 자본은 완성차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그 생산타격을 하청노동자로부터 보상 받기 위해 하청노동자들을 더욱더 심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잔업축소, 강제 무급휴무 등)
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조직화
이들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는 전무한 상태이다. 기본적인 노동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이직률이 매우 높은 것도 조직화에 악조건으로 작용한다. 설사 조직화 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원청에서 거래를 끊으면 그만이다. 협력업체 자본들은 솔직히 원청의 기계를 빌려다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해지 한다고 해서 특별히 타격받는 것도 없다. 원청은 이미 협력업체들을 몇 군데로 분산시키고 있기 때문에 한 협력업체에서 노동자들이 조직된다고 하면 물량을 끊고 다른 협력업체로 그 물량을 넘기면 된다. 어차피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반복 작업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최근 1차 부품사들은 보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협력업체들을 교통정리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을 우후죽순 식으로 사용하지 않고, 몇 개 업체로 제한하고 있다. 갈수록 원청의 자작 비율은 급격히 축소될 것이다. 반면에 협력업체들이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들에 대한 조직화의 방안은 하나의 협력업체를 조직해 들어가는 것보다는 전체 협력업체들을 동시에 조직화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높은 이직률은 때에 따라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실제 노동자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이 주어진다면 다른 협력업체로 이직하기 때문에 협력업체 노동자들 사이에는 서로 간에 알고 지내는 관계이다. 또한 협력업체가 하는 일은 갑작스럽게 물량변동이 발생하는 제품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순간적인 생산타격으로 완성차까지 직접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비록 어렵지만 이들에 대한 조직화 과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조건은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무력화시키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별시대가 열렸다. 진정한 산별의 건설을 위해 부품사노동자들의 조직화에 대한 민주노조운동진영의 실천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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