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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3호] 어느 노동자의 홍콩원정 투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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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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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1 11:47:06, 조회:2,817, 추천: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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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어느 노동자의 홍콩원정 투쟁기
철도 노동자
1. WTO란?
‘WTO(세계무역기구) 투쟁’이라 하면 나는 쌀개방으로 대표되는 농업분야의 몰락, 또는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이경해 열사가 이에 반대하여 자결한 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다.
노동자에게 있어 WTO가 미치는 영향은 농업분야 만큼 심각한 것이다. 다만 이것이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단어로만 알려지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화, 외주화 등으로 발생하는 고용불안에 대한 투쟁을 처절하게 벌여왔던 것이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기획되고 서로간의 협상을 통하여 또는 국가간의 무역압력을 통하여 국제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회의체가 바로 WTO 각료회의다.
농업분야는 이윤창출과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다 경쟁력이 없어 보조금이 없다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나 유럽은 농민들에게 있어 천국인가? 아니다. 다만 농업이 기업화되고 대규모화 되고 저개발 국가의 이주 농업노동자들의 저임금에 기초하여, 정부 보조금에 의한 기계화로 가족농 중심의 저개발국가 농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선진국은 저개발국가에게는 농업보조금 감축 내지는 철폐를 요구하며 과잉생산된 자국의 농산물을 해소할 수 있는 소비처를 찾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저개발 국가의 농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그런 WTO가 이제 에너지, 의료분야, 교육 등 공공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자본은 세계화 되고 외국자본이든 국내자본이든 간에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는 자본은 없다. 그러나 세계화된 자본은 이윤이 더 보장된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므로 노동자에게는 이중 삼중의 고통이 가해지는 문제가 있다. 공공서비스분야를 사유함으로서 민중들은 더 비싼 이용료를 지불하여 삶의 질이 저하되고 실질임금이 하락하여 더욱 빈곤해진다. 이렇게 노동자, 민중의 착취 질서를 강화하는 WTO이기에 우리는 분쇄투쟁을 해야 한다.
2. 세계는 노동자의 지옥이었다
홍콩에서 WTO분쇄 투쟁의 거점이었던 빅토리아 공원에서는 날마다 집회가 벌어지고 세계 각국 특히 아시아 국가의 노동탄압에 대한 성토대회나 토론회가 기간 내내 열렸다.
처음 접하는 외국의 노동탄압 사례들은 한국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었다. 그 중에 필리핀의 노동자 탄압은 보는 사람의 치를 떨게 할 정도로 극심했다. 필리핀에서는 2004년에 7명이 죽고 122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그 중 90명이 어린이와 여성이었고 노동운동을 지지하는 사람의 투옥이 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또한 파업권 자체를 불법으로 몰아 탄압하고 있으며, 아로요 정부가 출범한 뒤 200명 이상의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암살당했고 2005년 봄부터 120여 명이 암살당할 정도로 탄압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필리핀은 노동조합 지도자가 되려면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운동을 하겠다는 결의가 필요한 지옥인 것이다.
홍콩의 상황도 가관이다. 홍콩은 최저임금제가 없고 노동시간의 제한도 없는 곳이다.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국가에서 한국 돈으로 50여 만원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도 있고 하루에 16시간까지 일하는 노동자도 많다. 아시아권에서 몰려온 이주노동자들은 실태파악 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신음하고 있는 곳이다.
영국의 식민지를 100년 동안 경험하고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지금도 홍콩은 정치적인 민주주의가 전혀 보장되지 않은 비민주적인 국가였다. 홍콩에서 집회를 하면 20만에서 50여만 명이 참가하지만 그들은 청원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고 권력자들에게 부탁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운동한다.
그 결과 파업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기본적인 민주주의조차도 이행되지 않는다.
자본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지 않는 한 아무리 사소한 것도 노동자들에게 결코 양보하지 않는다.
3. 한국 투쟁단이 남긴 것은?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홍콩의 유치장을 비워 놓았다는 홍콩 경찰청장의 편지부터 한국식의 시위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홍콩 민주노총 관계자의 부탁까지 여러 가지 상황이 우리들을 어렵게 하였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 느낀 홍콩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가 조성한 홍콩시민들의 싸늘한 태도는 한두 차례의 회의장 진입투쟁 이후에는 급반전되어 시민들이 직접 시위에 가담하기도 하고 빵과 물, 음료수 등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가져다주는 등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홍콩 현지 시민들은 맨몸으로 경찰의 곤봉과 최류액 세례에 맞서 싸우고 경찰 저지선을 뚫고 나가는 등 난생 처음 보는 세계 각국에서 참여한 노동자들의 시위방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코리아 넘버원!!!”을 외치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또한 이러한 지지를 넘어서 시위대와 함께 싸우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자가 늘어났다. 여기에 한국 투쟁단은 한층 힘을 얻어 17일 한국 농민 투쟁단과 전 세계의 투쟁단과 함께 회의장 바로 앞까지 진출하는 투쟁을 할 수 있었다.
만약 홍콩현지의 조건에 의해 전술을 변경했다면 세계의 노동자와 함께 투쟁하며 그들에게 시위전술에 대한 고민을 던져줄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자본은 이윤을 더 남길 수 있는 곳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며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 각각의 노동자 투쟁이 고립되어 자본의 일방적인 탄압에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연대를 호소하고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또 세계화된 자본에 맞서 세계의 노동자들도 연대하고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경을 넘어선 일상적인 연대가 매우 힘든 조건 속에서 WTO 등 자본주의의 착취질서를 강화하는 기구에 맞서 국제적인 연대전선을 조직할 수 있었고 세계의 노동자들에게 한국투쟁단의 시위전술 및 투쟁이 커다란 의미를 던져 주었다고 생각한다.
자본은 언제나 그들의 이윤체계가 위협받지 않는 선까지만 노동자의 투쟁을 제한하려 한다. 노동자의 투쟁은 파업투쟁이든 거리투쟁이든 언제나 자본이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기준을 무력화 시키고 전진할 때만이 노동자세상 건설이 앞당겨질 수 있음을 모든 투쟁에서 확인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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