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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6호] 국가는 어떻게 신빈곤의 문제를 계급지배 안정의 기회로 삼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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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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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0 13:15:27, 조회:2,377, 추천: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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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어떻게 신빈곤의 문제를
계급지배 안정의 기회로 삼는가?
기존의 빈곤층에 더해서 신빈곤층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신빈곤층의 등장은 경제공황으로 인해 빈곤층이 확산되면서 자본가 계급의 계급지배를 위기로 몰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런데 자본과 정권은 과연 어떻게 자신들에게 지극히 불리한 빈곤의 문제조차도 역으로 계급지배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인가?
이른바 ‘승합차 모녀’로 대표되는 신빈곤층 문제가 요즘 신문지상에 화두가 되고 있다. 승합차 모녀란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지만 승합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모녀를 말한다. 이처럼 기존 임금 혹은 자영업으로 소득을 얻던 중산층 가구가 경제위기로 소득원을 잃거나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만을 올리지만 재산이 기초생활수급대상 기준이상을 소유하고 있어 기초생활수급이나 지원정책 대상에서도 제외 되어 실질적인 생활이 어렵게 된 가구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주부 K씨는 요즘 어딘가에 숨어 펑펑 소리 지르며 울고 싶다. K씨 남편은 쌍용자동차 직원. 올해 1월부터 월급 100만원으로 버텨왔다. 그것마저 5월에는 끊겼다. 혹시나 기대했던 6월에도 월급이 안 나온다는 소식에 K씨는 스르르 무릎이 꺾였다. …중략… 대전에서 10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L씨는 요즘 거의 잠을 못 잔다. 1년 새 매출이 반토막 났다. 아르바이트생을 다 내보내고 부인과 둘이서 홀서빙을 맡고 있지만 두 사람 인건비 건지기도 쉽지 않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그는 차라리 보증금이라도 남아 있을 때 가게를 접고 부부가 각자 일일 노동이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매일 주판알을 튕긴다. 횟집이 한창 잘 나갈 때는 남부럽지 않은 중산층이었던 L씨 역시 그렇게 신빈곤층에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매일경제 09년 7월 8일, 한국 올해 신빈곤층 98만명 증가)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08년 3년 동안 우리 사회의 중산층 비중은 57.5%에서 49.9%로 7.6%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은 조사대상 가구를 일렬로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중위가계 소득을 100%으로 보고 50%~150%에 달하는 소득을 가진 가계를 지칭한다. 문제는 이들 중 3분의 1만이 고소득층으로 이동했을 뿐, 나머지 대다수는 평균 소득의 절반도 되지 않는 저소득층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매일신문, 한국사회 '허리'가 휜다…절반 아래로 추락한 중산층, 2009.07.21)
정부에서는 급속한 신빈곤층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한시생계보호 △재산담보부 생계비 융자 △휴·폐업 실직자 긴급 지원 △차상위 긴급지원 △희망근로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데 빈곤 문제는 여전히 해결 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정책들 대부분이 당장 얼마간의 생계는 유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이 계속되자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친서민정책’을 발표했다.
이명박정부가 내세운 친서민정책에서 내세우는 것이 ‘미소금융’인데 이는 1976년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마이크로크레딧을 본딴 것으로 무담보 소액대출을 뜻한다. 여기에 쓰이는 자본금은 각 기업과 금융자본에서 지출되는데, 이 미소금융으로 신빈곤층의 확산을 막고 현재의 빈곤층의 자활을 도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 정책에서 가장 앞에 내세우고 있는 이 미소금융은 기존의 여러 정책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휴면예금과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총 2조원의 자금으로 운영을 하면서 자활의지가 있는 저소득, 저신용자에게 우선적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인데 2조원이면 큰돈인 것 같지만 개인당 1000만원씩 20만 명 정도만 대출 해줄 수 있을 뿐이다. 한해만 해도 98만 명씩 늘어나는 신빈곤층 그리고 기존의 빈곤층의 숫자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일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4대강 살리기, 공공교육 강화로 인한 사교육비 절감 등의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상 이 사업들은 건설자본과, 사교육자본에게 돈이 되는 정책일 뿐이다. 자활의지가 있는 서민들을 지원하겠다면서 열심히 일할 생각하라는 이명박 정권의 말과 다르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상태가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민경제’정책 뒤에서 심화되는 계급모순
친서민 정권을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과연 자활할 의지가 있는 서민에게 자활할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을까?
이번에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내년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지원 예산을 보면, 생계급여 대상자가 163만2000명에서 162만5000명으로 7000명 줄고, 금액은 2조5192억원에서 2조5212억원으로 겨우 20억원 늘었다. 주거급여는 대상자가 7000명, 예산이 390억원 줄었다.
실업 증가 등으로 빈곤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수급 대상자를 적극 찾아내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정부가 오히려 예산을 깎고 있으니 이들이 설 곳은 없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최저생계비 미만 소득의 ‘비수급 빈곤층’이 2007년 368만명에서 2008년 401만명으로 한해 사이 33만여명이 늘어난 상황이다. 빈곤층의 인원 증가와 물가상승 등을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지원 예산이 크게 줄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겨레 09년 8월 9일 사설, 예산 줄이면서 말만 무성한 친서민 정책)
이명박 정권은 복지예산의 실질적 축소 외에도 2010년 최저생계비 2.75% 인상, 최저임금 110원 인상을 결정했다. 따라서 빈곤층의 생계비는 제자리거나 오히려 삭감 될 것이다. 이런 모습과 반대로 정권은 종부세 등의 세금은 감면해 주고, 금산분리 완화, 미디어법, 비정규법 개악 등을 통해 자본의 배를 불려줄 생각만 하고 있다. 또한 올해 1월 벌어진 용산참사 이후 4월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법을 개정해 의무였던 임대주택 건설을 피해갈 수 있게 하였고 얼마 전 77일간의 파업을 벌였던 쌍용자동차의 경우와 같이 온갖 구조조정을 도우면서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경제위기 때마다 자본과 정부는 국민 모두 힘든 상황이니 고통을 분담하자고 한다.
물론 경제위기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영향의 결과는 서로 정반대이다. 30일 통계청의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적자액은 50만4683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적자액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흑자액은 256만4084원으로 지난해 1/4분기보다 8.5%(20만1799원) 늘어났다. 이에 따라 소득 상위 20% 계층과 소득 하위 20% 계층의 소득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 같은 소득격차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빈부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경향신문 09년 7월 30일, [금융위기의 그늘](2)사상 최대로 벌어진 소득격차 재구성)
경제위기에 자본과 국가는 모두의 고통분담을 요구하지만 실제로 경제위기의 모든 파국은 노동자와 민중의 몫이 된다. 자본은 공황을 위기라고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기회라고 보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경제위기를 통해 공격적으로 자본을 인수, 합병하고 그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이며 국가에서는 온갖 혜택을 준다. 결국 자본은 경제위기를 통해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구빈곤과 신빈곤은 다른가?
신빈곤의 문제는 구빈곤층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국가와 자본이 떠들어대는 신빈곤층의 문제는 구빈곤층이 국가의 수혜에 의해 일정 정도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는데 비해 이들은 구빈곤층의 상위 계층이기 때문에 이러한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신빈곤층에 대한 국가의 혜택을 늘려서 신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기존 빈곤층에 대한 국가의 사회보장 정책이 기만적인 것처럼 단지 신빈곤층에 대한 기만적 정책이 연장되는 것에 불과하다. 구빈곤층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활보장 등이 국가의 혜택에 의한 최소한의 생존의 보장인가? 구빈곤층에 대해 지급되는 기초생활보장은 기초생활의 보장이 아니라 비참한 생존의 연장을 통해 계급대립과 충돌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신빈곤층이 중산층이 무너져버린 결과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중산층 이데올로기는 일상적인 시기에는 이른바 계급의 문제를 호도하고, 공황기에는 양극화라는 계급모순의 극단적 심화를 은폐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나타나고 있다. 구빈곤과 신빈곤은 다르지 않다. 신빈곤층의 등장은 중산층의 몰락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계급모순의 악화로 인해 기존의 빈곤이 더욱 악화되고 심화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기존 실업자에 대한 복지혜택이 전무하다는 것과 실업자가 가일층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설령 취업한다고 해도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노동자계급뿐만 아니라 농민, 영세상인, 노점상 등 소부르주아의 파산과 빈곤이 증대되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신빈곤층의 등장은 이명박 정권의 친서민 정책이 결국은 자본가 계급을 위한 정책에 불과하고 이것을 은폐하기 위한 기만적 정책에 다름 아님을 폭로하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신빈곤의 문제를 경제위기의 악화의 결과로 설명하면서 이것을 또 다시 노동자 민중을 수탈하고 자본가계급의 이윤을 보장할 새로운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신빈곤층의 등장은 경제위기의 결과이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극복해야만 신빈곤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이를 위해 노동자 민중은 빈곤의 문제를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또한 신빈곤의 문제를 분배의 문제로만 다루고 있다. 이 분배의 문제에서는 자본가계급의 노동자와 근로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의 문제가 철저하게 은폐되어 있다. 또한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배를 할 수 있는 파이를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또 다시 경제가 성장해야만 한다는 논리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자본은 신빈곤의 문제를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무능력, 자본주의 경쟁에서 탈락한 개인의 불운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이를 통해 체념을 조장하고 더 가혹한 경쟁과 자본에 대한 굴종을 요구한다. 결국 신빈곤의 문제를 통해 조직적 단결과 집단적 저항을 봉쇄하려는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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