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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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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1 23:35:48, 조회:3,323, 추천: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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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말리는 콜센터 노동자의 현실
2012년 9월 12일 다산콜센터지부를 설립하고 9월13일 아침 선전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서울시의 자랑이라고 하는 다산콜센터는 외부로 알려진 이미지 이면에 5년 동안 자의적 타의적으로 숨겨진 콜센터 상담원들의 노고와 노동착취가 있었다.
서울시는 교통, 수도, 일반상담, 서울시 산하기관, 보건소, 25개 구청의 안내를 3개 업체(KTcs,효성itx,MPC)에 민간위탁 함으로써 노동자의 요구에 대해 모든 책임을 외면하고 업체에게 떠넘기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상담원들이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한다고 하면 서울시와 업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니터 화면에 상담과 동시에 ‘통화중’이라는 표시, 전화를 끊고 상담한 내용을 저장하고 있으면 ‘후처리 중’, 전화를 기다리고 있으면 ‘상담대기’, 화장실을 가면서는 ‘이석’, 점심 먹으러 갈 때는 ‘식사시간’으로 해둔다. 통화벨이 울리는 상태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상담원들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알리고 다녀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맘 편히 화장실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내가 오늘 화장실을 몇 번 갔다 왔는지, 몇 분이나 전화를 받았는지, 대기를 몇 분을 했는지 누군가가 항상 보고 있고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맘 편히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쉴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이석시간이 많거나 후처리 시간이 길어져 관리자가 무슨 일이 있냐고 캐물으면 더욱 눈치를 보게 된다.
또한 상담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성적표를 받는다. 생산성(시간당 콜 수), 업무테스트(시험), 품질평가(QA)로 S부터 D까지 등급에 따라 5만원에서 26만원까지 급여에 차이가 생긴다. 그 등급을 잘 받기 위해 쉬지 않고 전화를 받고 시험 때문에 업무 후 남아서 연장수당도 없는 업무테스트 교육을 받아야 했다.
하루에 적어도 100콜 이상을 받는다고 하면 일주일이면 500콜 한 달이면 2천 콜 이상을 받는데 그 중에 2개의 콜을 선정하여 평가하고, 그 점수가 나의 한 달 급여를 결정한다. 언제 어느 콜이 평가 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하고 부당한 노동조건들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서울시라는 기대를 가지고 근무하게 된 콜센터였지만 열악한 근무환경이 여느 콜센터와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울시의 엄청난 양의 시정과 구정을 모두 응대하고, 매달 주민세, 재산세 등의 일정에 맞추어 시험 압박을 받고 있다.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도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내서 탄압을 하지는 못하지만 알게 모르게 노동조합을 가입하지 못하게 하고 위축시키고 보통의 사측에서 하는 논리들을 펼쳤다. 노조설명회를 반공개로 하자마자 다음날 회사관리자가 조합 간부를 불러내 몇 시간씩 면담을 했고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노조간부와 노조에 대한 음해가 시작되었다. 성적이 낮고 회사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둥, 외부세력(민주노총)이 들어와 노조를 만들었다는 둥 보통 노동조합을 만들면 사측에서 유포하는 모든 매뉴얼들이 등장하였다.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표면적으로는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한다고 한다. 일례로 센터 내에서 노조선전전을 진행하고 게시판에 노조 소식을 공지하겠으니 혹시 모를 업체의 부당노동행위를 철저히 관리감독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돌아온 답변은 로비에서의 선전전은 당연한 활동이고 2,3,4층 노조게시판은 업체와 상의하라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처음 로비에서 선전전을 시작했을 당시 1층에 근무하는 서울시 시민봉사담당관 주무관들 업무에 방해가 되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노조소식지를 전달해주라는 것 이었다. 또한 다산콜센터의 실질적 사용주인 서울시에 면담과 교섭공문을 보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하였고 돌아오는 말은 서울시는 제3자이니 업체와 해결하라고 하는 것이었다.
다산콜센터는 서울시의 수도사업소 건물에서 서울시 공무원에게 신입교육을 받고, 다산콜센터 1층에는 서울시 시민봉사담당관이 상주하면서 상시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다산콜센터 상담원과는 관계없으니 다산콜센터지부와 면담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간접고용 사용주들이 이야기하듯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정말로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 서울시에서 쉽게 말하듯 서울시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사를 갈 때 수도 지침을 확인하고 요금 정산을 하고, 택시가 승차거부를 하거나 버스가 정류장에 서지 않고 지나가는 무정차신고도 상담원들이 접수를 받는다.
25개 구청 통합안내를 하게 된 이후부터는 상담원들의 업무는 더욱 방대해졌다. 구청 대표번호로 전화를 해도 120으로 연결이 되고 구청 공무원들이 하는 업무 안내를 고스란히 다산콜센터에서 하게 된 것이다.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부터 음식점, 피시방, 담배를 팔기 위해 구청이나 보건소에 신고하는 일, 자동차 명의이전이나 신규 등록에 필요한 서류 안내까지 하고 있다. 도로에 구멍이 나거나 보안등 불이 들어오지 않거나 불법주정차, 불법광고물, 보행에 불편을 주는 가게 앞 불법적치물 신고, 유기동물 신고까지 방대한 업무를 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작년부터 6개월 이전 체납세금 금액과 계좌까지 안내하고 있다. 과연 이래도 서울시는 콜센터와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상담원들이 하는 모든 업무가 서울시의 공무원들이 하던 일이었고, 비정규직화 외주위탁으로 생긴 문제인데 서울시가 뒷짐 지고 업체와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분명한 책임회피이다.
노조에서는 서울시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를 설립하고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촛불집회, 아침, 점심, 저녁 선전전 등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서울시와는 면담조차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노동조합을 공개하고 상담원들이 대거 가입했고, 한 달 반 지난 현재 관망하던 상담원들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여전히 노동조합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업체와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3개 업체의 경쟁과 숨 쉴 틈 없는 노동 강도는 서울시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서울시는 3개 업체의 경쟁을 조장하고 업체 평가를 통해 업체와의 재계약을 하면서 콜센터 상담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3개 업체 성과주의 경쟁을 통해 임금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생산성 경쟁이 상담원들의 고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다산콜센터의 노동강도와 노동조건 개선은 일차적으로 적정한 인원확충이 되어야하는데 이것은 업체와는 해결할 수 없다. 업체는 서울시 핑계를 댈 뿐인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자유로운 연차와 생리휴가, 병가사용은 현재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는 당일 연차를 사용할 경우 사유서를 쓰게 하여 노동자를 압박한다거나,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점수를 가감하면서 근무 외 시간 QA공지나 조회, 석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업체에서 버젓이 자행해 온 근무시간외 교육이나 조회, 석회, 10분 전, 5분 전 대기에 대해 노조에서 문제제기를 하자 업체들은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상담원들의 점수를 가감하고 있고, 늘 시간에 쫓기는 상담원들의 몸에 밴 습관들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에서 업체에게 시정하라고 지시했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될 수 없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서울시가 책임지고 나서야한다.
박원순 시장은 공약으로 서울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지난 5월, 1차로 1133명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그리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11월에 발표한다고 한다.
다산콜센터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5년 전 콜센터 업무의 비전문성,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3개 업체 위탁 업무로 시작했지만, 다산콜센터의 상담원들은 그동안 시구정의 전문가가 되었다. 더 이상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상담원들을 화장실도 눈치보고 가야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내몰지 말고 서울시는 책임 있는 자세로 노동조합과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노동자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현재는 조합원들이 가입만 하였을 뿐 간부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소수의 조합원만이 촛불집회 등 조합의 활동에 참여한다. 그러나 선전전을 하면서 만나는 조합원들은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힘을 주고, 같이 못해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준다. 육아와 가사를 함께 돌봐야하는 여성사업장의 특성상 조합원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역량을 확대 강화하여 노동자의 힘으로 우리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도록 할 것이다.
콜센터 노동자 투쟁의 시작과 변화의 계기
다산콜센터 노동조합의 설립과 성과를 전국 30~40만에 이르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전국 콜센터에서 최초로 조직화 된 점에서 수많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관심과 희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투쟁은 콜센터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대민업무가 다양해지고 방대해졌음에도 실제 공무원의 인원은 줄이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확대해 온 서울시의 문제를 알리고 직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투쟁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나아가 공공기관 콜센터에 만연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투쟁의 단초가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과연 한나라당 시절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별반 다르지 않은 서울시라는 것을 확인시켜 줄 것인지는 우리 투쟁에 대한 태도에서 드러날 것이다.
서울시가 다산콜센터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뒷짐만 지고 있는다면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의 투쟁에 책임을 질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투쟁은 전국에서 극심한 노동강도로 고통 받고 있는 콜센터 간접고용 노동자 및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과 함께 나아갈 것이다!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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