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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8호]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대학 간접고용 현장을 유린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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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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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2 10:44:55, 조회:3,038, 추천: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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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대학 간접고용 현장을 유린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활동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제도가 시행 된지 1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흡사 먹고 먹히는 사투가 벌어지는 정글과도 같다. 복수노조 허용은 민주노조 운동의 염원이기도 했다. 법으로 막혀있던 어용사업장에 민주노조를 세워낼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다. 하지만 복수노조 허용 그 자체는 양날의 칼이다. 더욱이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이하 창구단일화)라는 악법으로 인해 이 양날의 칼의 칼자루는 노동자들의 손이 아닌 자본가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2011년 7월 시행이 확정되면서 복수노조 그리고 창구단일화에 대한 수많은 우려 지점들이 제기되고 대응책이 논의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들은 실제 도입 이후 예상치 못했던 현장에서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방법들로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합은 운동은 역사와 여러 가지 사회적 조건 등으로 차이가 있지만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이용한 자본의 노동운동 탄압 방식은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다. 다만 그 자체로도 열악한 조건과 약한 기반에 서있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 단위 노동조합은 복수노조라는 양날의 칼이 자본의 손에서 휘둘러짐과 동시에 노동조합의 존폐가 결정되게 될 정도의 심각한 문제로 닥쳐왔다.
애초 조직된 노동조합이 대사업장 정규직 중심이기에 창구단일화 문제가 대사업장 중심으로 대응책이 논의 되었고 비정규단위 당사자조차 문제의식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논의나 대응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적용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자본은 조직된 노동조합의 약한 고리 중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단위의 노동조합에 파고들어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키고 이후 조직될 비정규단위의 민주노조 운동의 싹을 아예 밟아버리려 하고 있다.
이 글은 바로 이 간접고용비정규 사업장을 중심으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시행이후 이 제도가 어떻게 사업장내에서 악용되고 어떤 폐해를 낳고 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간접고용비정규단위에서도 가장 활발히 투쟁하고 있는 서울지역의 대학사업장을 중심으로 쓰려고 하는데 가장 활발하게 투쟁이 벌어지는 만큼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문제에 가장 많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현재 대학에서는 미화, 보안, 시설, 버스, 주차관리 등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다수 조직되어 있고 서울지역은 고대, 연대, 이대, 동덕, 덕성 등 8개 대학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다. 작년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시행 이후 이들 중 반수 이상의 노동조합에 복수노조가 생겨났다. 자본은 이 과정에서 여러 형태로 탄압을 자행하였고 단적으로 홍익대의 경우 교섭권 자체를 빼앗기는 일까지 당하기도 했다.
하나씩 보면 창구단일화 범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용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에게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어떤 기준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창구단일화 자체가 불가능해져 교섭권이 박탈 될 수 있는 규정이다. 미화, 보안, 시설 등 다양한 직종의 도급을 맡은 용역업체들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의 지역에서부터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 도급을 맡고 있다. 원청과 근로계약을 맺은 정규직과 달리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란 기준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이 될 수도 있지만 확대해석하면 그 용역업체가 도급을 맡은 전 사업장이 하나의 사업 혹은 사업장으로 규정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창구단일화 범위가 무한정 늘어난다. 지역도 직종도 다른 노동조합 간 창구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만 자본은 이를 이용해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얼마든지 박탈할 수 있다. 어찌어찌해서 노동조합들이 모여 논의한다 해도 전혀 이해가 다른 노동조합들과의 공동교섭은 어불성설이고 투쟁은 이야기조차 되지 않는 일이다.
실제로 얼마 전 마무리된 청주대, 비전대의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자 해당 업체는 바로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천냥마트’의 계산원 노동조합 설립을 뒤에서 주도했다. 이후 용역업체는 창구단일화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빌미로 모든 교섭을 거부했다. 당연하게도 사업장과 직종이 다른 두 노동조합의 교섭은 분리되어야 했기에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했지만 노동위원회는 직종이 전혀 다른 두 노동조합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에 대해 같은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소수인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은 교섭권을 박탈당하고 다수의 조합원이 어용노조로 넘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고대, 연대, 이대 등의 임단협 투쟁에서 따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교섭이 진행되었는데 그 이유는 사용자측이 민주노조와 자율교섭을 동의하는 순간 별도로 교섭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사업장 기준으로 민주노조가 다수라면 소수인 어용노조와 자율교섭을 동의하고 반대인 경우라면 전주대, 비전대의 경우처럼 교섭을 거부하는 그야말로 자본의 입맛에 따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제도인 것이다.
교섭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자본들
이 밖에도 각 대학에서 용역업체들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이용한 온갖 방법의 탄압들을 진행 했다.
우선 어용노조가 들어서면서부터 업체의 교섭태도가 달라진다. 그동안 힘의 우위를 갖고 있던 사업장에서 조차 합법적으로 교섭을 해태하기 시작하고 창구단일화를 이용해 교섭과정 전반을 자본의 입맛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자본이 음양으로 어용노조에 힘을 실어주면서 민주노조의 투쟁이 자본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어용노조에게 분산되면서 투쟁력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는 노동조합 지키기에 급급해 지게 되었다. 특히 자본은 약한 고리부터 치고 들어오는데 때로는 비조합원을 어용노조로 조직하거나, 때로는 전,현직 조합간부들을 이용해 조합자체를 어용노조로 넘기기도 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홍익대의 경우 작년 집단 해고에 맞서 전원 복직을 쟁취하고 타 대학 분회와 함께 2012년 임단협 투쟁을 진행했다. 교섭 시작 얼마 전 소수의 보안직 조합원이 탈퇴해 어용노조를 설립했는데 문제는 비조합원었던 상당수의 보안직 노동자들이 어용노조에 가입하면서 시작되었다. 홍익대 전체로 보면 민주노조 조합원이 과반수 이상 이지만 미화와 보안의 용역을 각각 다른 업체가 맡고 있었고 보안직 용역을 맡은 용역업체 기준으로 봤을 때 보안직종의 조합원 비율은 어용노조가 과반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를 빌미로 용역업체는 과반수 노조의 교섭권만을 인정하면서 민주노조와의 교섭은 일절 거부했다.
그렇지만 작년 제도 시행 이전부터 민주노조와 용역업체간 단체교섭이 진행되고 있던 과정 이었고 이를 근거로 민주노조가 제기한 교섭응낙 가처분신청에서 법원은 민주노조에 교섭대표권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하지만 이후 쟁의조정 과정에서 노동위원회는 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사상 유례없는 월권적 해석으로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였다.
해석의 중요내용은 이렇다.
‘법원의 판결은 진행되고 있던 단체(보충)교섭에 관해서만 대표권을 인정한 것이지 교섭권 일반의 대표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진행되고 있던 보충교섭에 관한 것은 조정대상이지만 임금에 관한 교섭권은 홍경회(홍익대 보안직 어용노조)에게 있으므로 조정대상이 아니다.’
법원 판결을 무시 혹은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기 위해서 노동위원회가 솔로몬 왕의 판결처럼 본래 단체교섭이라는 하나의 몸통을 각각의 노조에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으로 둘로 나눠 준 것이다. 노동위원회의 판결이 있은 다음날 바로 어용노조와 용역회사는 임금협약을 맺었다.
다음의 사례는 용역업의 특성으로 비롯된 문제이다. 용역업의 특성상 한 사업장에서의 계약은 보통 1년에서 2년 정도 되는데 보통 2~3년마다 용역업체가 교체가 된다. 고용승계, 노동조합 승계는 노동조합의 힘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지지만 창구단일화 문제에 있어서는 황당한 경우가 도출된다. 새로 들어온 업체가 기존에 맡고 있던 다른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존 다른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고 이미 창구단일화 절차와 대표교섭노동조합이 선정되어 있다면 새로운 사업장의 노동조합은 교섭 요구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실제 연세대의 경우 5개의 업체가 용역을 맡고 있는데 그중 한 업체가 계약이 만료되어 새 업체로 교체되었다. 곧 바로 교체된 새 업체에게 교섭을 요청했지만 이미 선정된 대표교섭노조가 있기 때문에 당신들과 교섭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올 뿐이었다. 제도상 창구단일화 절차를 밟고 난 이후 생긴 새 노조는 애초에 교섭을 요구할 권한조차 없는 것이고 해당 사업장에 예전부터 있어왔던 노동조합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업체 기준으로는 새 노조라 봐도 무방한 상태인 것이다.
앞서 나열한 대표적인 상황들 밖에도 생각조차 못했던 곳에서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제도자체가 워낙 부실하기도 하지만 간접고용 비정규단위에 적용하기 시작하면 그 해석범위가 한도 없이 늘어나게 되고 노동위원회와 업체들은 실제로 이를 악용하고 있다. 교섭 진행 여부의 결정 권한이 전적으로 자본에 있기 때문에 자율교섭에만 동의해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온갖 제약들이 마음만 먹으면 노동3권 자체를 깡그리 무시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되어버린다.
왕도가 따로 없다!
민주노조 강화로 창구단일화를 무력화 시켜야 한다!
제도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정권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가 별다른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안착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최악의 제도임에는 틀림이 없다.
앞서 열거 했던 여러 사례의 투쟁들은 투쟁 과정에서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로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투쟁 자체가 가로막히는 지경까지 갔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교섭권을 쟁취하고 승리한 투쟁들이다. 악제도로 인해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도 순식간에 무너지는 판에 무엇이 이 투쟁들을 승리할 수 있도록 했을까? 답은 원칙을 지키는 민주노조 운동이다. 복수노조 시행 이후 무너지고 있는 민주노조들이 단지 창구단일화 때문에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이 복수노조 시행 이전에 이미 무너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역으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조항이 현장을 더 유린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사업장에서는 미화와 보안직 노동자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구성되어 있었지만 시설, 보안, 주차관리 등 업체, 직종을 구분하지 않고 대학 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 하면서 복수노조 시행 이후 줄어든 조합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투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과거의 투쟁으로 쌓아진 성과 위에서 안주하게 되고 성과를 지키려다보면 다른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분으로 혹은 직종과 기업으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특정 부분에 편중된 노동조합은 고립 될 수밖에 없고 힘없는 미조직 노동자들은 자본의 손아귀 안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 조직되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 하지만 떡고물로 조직한 조합원은 바로 다음날이라도 어용노조로 갈 수 있다. 이왕 조직된 노동자들에게 눈앞의 성과와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에 어용노조 만큼 좋은 건 없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복수노조 악법 조항은 개별 현장에서의 투쟁만으로 개별 현장에서의 투쟁만으로 폐기할 수는 없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섰던 것도 노동악법 철폐가 전국적인 정치투쟁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들은 현장 붕괴를 이유로 몇 차례 형식적인 총파업으로 노동악법 폐기 요구를 사실상 접어 버렸다. 이제는 개별 현장 내에서의 치열한 투쟁의 결과로 창구단일화 같은 노동악법의 문제를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복수노조 관련 악법을 폐기하기 위해 전국투쟁 전선 구축을 요구하며 투쟁해야 할뿐만 아니라 개별 현장 내에서 자본과 어용노조를 공세를 돌파해야 한다.
개별 현장 내에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분열된 현장을 새롭게 조직해 내야 한다. 자본과 결탁해 노동자들을 배신하는 어용노조의 반노동자성을 집요하게 폭로해야 한다. 전국투쟁 전선이 당장 어렵다면 지역, 업종 차원으로 복수노조 악법 조항을 무력화 시키는 투쟁으로 전선을 조금씩 확장해나가야 한다. 동시에 온통 대선 국면에 빠져 노동자 투쟁을 방기하는 상층 지도부들을 압박하고 전국투쟁 전선을 다시 구축해나갈 것을 요구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그렇게도 외치는 민주노조 사수의 답은 민주노조 운동으로부터 차근차근 새롭게 출발할 수밖에 없다. 말로만 민주노조가 아닌 당사자의 이익만을 위한 노동조합이 아닌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담아내는 원칙을 하나하나씩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는 민주노조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복수노조 시대를 맞이하면서 그동안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혹은 안보이게 가라앉아있던 현장의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자본은 집요하게 이 문제들을 파고들어 민주노조를 무너뜨리고 있다. 하지만 너무 낙담하지는 말자!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그동안의 잘못을 반성하고 자본이 벼려낸 무기를 우리의 무기로 만들어 내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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