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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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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2 10:14:58, 조회:4,372, 추천: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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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앗삼(Assam)의 비극
- 자본가들이 부추기는 보두(Bodu)부족과 보두 부족이 아닌 하층민들 간 유혈 충돌-
-이병진(옥중기고)
“무슬림들이 공격할 것이다. 라마단(Ramadan)이 끝나면 우리를 죽일 것이다. 고향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지난 8월 중순에 인도 뿌네(Pune)의 공업도시 다스(Das)에 퍼진 문자메시지(SNS)가 삽시간에 인도 전역으로 퍼져 인도는 큰 혼란에 빠졌다.
8월 8일에는 뿌네에서 동북지역 마니뿌르 출신 대학생이 무슬림들에게 몰매를 맞았다. 9일에는 뭄바이에서 앗삼 지역의 무슬림들이 학살당한 일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죽은 무슬림들은 불법으로 이주한 무슬림들의 문제로 왜곡 보도하는 언론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평화적으로 시작한 집회를 경찰이 통제하려들자 성난 군중들과 경찰이 충돌하여 다수의 경찰들과 시위 참여자들이 다쳤고 2명이 사망했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난 직후에 퍼진 문자메시지여서 동북지역 출신 노동자들은 크게 동요했다. 뭄바이, 뿌네 뿐만이 아니라 방갈로, 체나이, 하에델바드에 있던 앗삼 출신 노동자들이 공포에 질려 3만 명이 한꺼번에 도시를 탈출하려고 기차역에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사망했다.
인도 중앙정부는 뒤늦게 거짓소문과 관계된 문자메시지를 차단하고 혼란을 진정시키려 했다. 정부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혼란은 진정되었지만 ‘무슬림이 공격한다’는 문자메시지 하나에 인도 전체가 긴장하고 큰 혼란에 빠질 만큼 현재 인도의 종교간 대립과 갈등은 첨예하다.
더군다나 2014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힌두 순혈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힌두 근본주의 우익 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이 반무슬림 구호를 공공연히 부르짖고 있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앗삼지역에서 무슬림들이 학살당하다
이번 문자메세지 소동의 직접적인 배경은 무슬림 학살사건이다. 지난 7월에 앗삼에서는 80명의 무슬림들이 학살당했고, 300,000 명의 무슬림들이 긴급 대피하여 난민촌에 살고 있다. 인도에서 힌두-무슬림 종교 갈등은 매우 근본적인 인도 사회의 모순인데 앗삼의 무슬림 학살 사례는 힌두- 무슬림 간의 갈등이 아니고 특정 토착 부족민과 무슬림 간의 대결이라는 차이가 있다. 토착 부족민들인 보두부족은 영국제국주의자들과 인도 자본가 계급으로부터 이중의 착취를 당하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어 저항을 시작하였는데 인도의 지배계급은 교묘히 그 분노를 같은 피억압 계급인 하층 무슬림들에게 돌려서 서로 싸우게 하고 있다. 정치의식 수준이 낮은 보두 부족민들의 불만을 반무슬림 정서로 탈바꿈 하여 착취구조에서 비롯된 사회경제적 불만을 은폐하려는 것이다.
이번 무슬림 학살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앗삼 주 코카라자르(Kokarajhar)군에서 5월 29일 작은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를 주관한 지역무슬림청년그룹(A local Muslim Youth Group)과 전국부도소수자학생연맹(All Bodoland Minority Students Union)은 지역행정위원회(Territorial Council Admicistration)가 숲에 있는 무슬림 사원을 불법 건축물로 규정하고 사원 안내 표지석을 없앤 것을 비판하며 파업을 주장했다.
집회가 격해지면서 시위참가자, 경찰, 기자가 다치기도 했다. 한편 보두 무장 단체인 보두 해방호랑이(Bodo Liberation Tiger) 지도자인 하그라마 모히라리(Hagrama Mohilary)는 파업을 못하게 방해하며 무슬림들과 대립했다. 7월 6일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4명의 무장괴한에 무슬림 1명이 즉사했고 1명은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그 일로 항의 집회가 열렸는데 그 때 보두 부족민인 비자야 브라하마(Bijay Brahma)가 성난 군중들에게 맞아 죽었다. 그의 오토바이는 불에 탔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7월 19일에 전국부도소수자학생연맹(ABMSU) 회장인 모히부리 이슬람(Mohibul Islam) 집에 무장 괴한들이 습격해 와 그를 죽였다. 그날 밤 전국앗삼소수자학생연맹(The All Assam Minority Stusdents' Union) 회장인 아부둘 시디꾸(Abdul Siddique)도 살해되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다음날인 7월 20일 보두해방호랑이(BLT) 소속 4명이 총을 맞고 죽었고 그날 길을 가던 14살 무슬림 소년도 돌에 맞아 죽었다.
그 일로 위협을 느낀 5만 명의 무슬림들이 7월 23일 마을을 버리고 탈출하면서 무슬림들이 마을에 불을 지르고 19명을 죽였다. 그러자 8월 8일에 보두 부족 진영에서 77명의 무슬림들을 학살하였다. 학살을 피해 400,000 명의 피난민들이 난민촌으로 긴급히 피신했다. 앗삼은 죽음과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제국주의 수탈에 희생된 앗삼의 역사
이번에 벌어진 끔찍한 살육사건은 토착 보두부족과 무슬림 사이의 갈등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슬림 사원의 표지석 시비로 발전된 종족 간 갈등의 씨앗은 영국제국주의 지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앗삼 지역은 대규모 평지와 산간지대로 논농사와 차 재배 목재산업이 발전했다. 영국제국주의자들은 이런 앗삼에 대규모 차 농장을 만들고 산림자원을 약탈해가 앗삼 인민들은 가난 하였다. 영국의 지배자들은 물러갔지만 인도의 상층 카스트 지배 계급인 말라와리인(Marwasis)과 벵갈인(Bengalis)들이 여전히 앗삼 인민들을 착취하였다. 그들은 불평등 사회신분구조를 없애고 영국 제국주의자들의 착취로 저발전된 이곳을 발전시킬 생각은 않고 영국제국주의자들의 식민지배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여 앗삼 인민들을 지배하였다. 역사적으로 앗삼은 동남아 민족에 속했다. 인도에 속하지도 않았는데 영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강제로 인도에 편입되었다.
이렇게 언어, 역사, 문화가 인도인들과 전혀 다른 앗삼인들은 점점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과 민족적 정체성을 각성하며 자주독립운동을 시작한다.
1950년 경 부터 시작된 앗삼 독립운동은 1960년 7월 무장조직까지 결성하여 벵갈인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인도 중앙정부는 앗삼과 동파키스탄(이후 1971년에 방글라데시로 분리 독립함) 국경을 사실상 개방하여 방글라데시 무슬림들의 이주를 묵인해 주었다. 이는 동파키스탄을 파키스탄으로 분리시키고 앗삼의 종족구성을 물타기하여 앗삼민족의 독립의지를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이었다.
주로 강 주변 정글지대나 밀림을 개간하여 비옥한 토지를 갖게 된 방글라데시 무슬림들의 세력이 커지자 앗삼 토착 주민들의 위기의식은 점점 높아졌다.
그런 앗삼인들의 반 외국인 정서가 폭발하여 1979년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고 총선거를 거부하는 무정부 사태에 빠졌다. 폭동의 직접적인 원인은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때 1백만 명이 앗삼으로 피난을 왔는데 전쟁이 끝났는데도 10만 명의 피난민들이 되돌아가지 않고 투표권까지 행사하려 하자 선거 거부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앗삼의 정치지도자들은 전체 앗삼 인구의 31~34%가 불법 무슬림 이주자들이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가 아니라며 16개 선거구 가운데 14개 선거구의 투표를 거부했다. 인도 중앙 정부는 앗삼에 대통령 비상계엄을 선포하였고 1983년 강제로 총선거를 실시하려 했지만 도리어 엄청난 희생자와 혼란만 더 커졌다. 그 때 3천명의 앗삼 대중들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었다.
엄청난 민간인이 사망하자 정치적 부담이 커진 중앙정부와 앗삼 민족지도자들은 서로 협상을 하였다. 타협결과 1951~61년 사이에 정주한 무슬림들에게 시민권을 주고 1961~71년 사이에 온 사람은 10년 동안 선거권을 제한하고 1971년 이후 정주민들에게는 방글라데시로 내쫓기로 했다. 바로 이 협약 때문에 1971년 이후에 방글라데시를 넘어와 정주한 무슬림들은 불법체류자라고 하며 무슬림들을 압박하자 앗삼 부족민과 무슬림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생기고 있다.
앗삼 자주 독립운동 지도자들의 변절
앗삼 민족운동을 이끌었던 전국앗삼학생연맹(The All Assam Students' Union)과 앗삼인민투쟁위원회(The Assam Gana Sangram Parishad; The Assam people's Struggle Council)는 무장 투쟁 노선을 접고 Assam Gana Parishad 당을 만들어 1985년 선거에서 앗삼 주정부를 세웠다. 앗삼은 평야지대와 산지로 구분되는데 고우랑(Gourang)강의 평야지대에 살던 보두족들은 앗삼에서 분리하여 우드야찰(Udaychal) 주를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냥 앗삼주에 남게 되었다.
그러자 보두족은 앗삼 주 정부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부족독립운동을 벌였다. 1987년에 전국보두학생연맹(All Bodu Students Union)을 만들고 ‘보두해방호랑이부대(The Bodo Liberation Tiger Force)'를 조직하였다. 보두족의 투쟁이 계속되자 1993년에 중앙 정부는 보두부족을 지정부족으로 공식 지정해 주었고 ’보두자치위원회(Bodoland Autonomous Council)'를 두어 행정을 위임했다.
2003년에는 앗삼의 코카라자하르(Kokarajhar)군, 바스카(Baska)군, 우다리구리(Udalguri)군, 치랑(Chirang)군과 인근 8개 군지역의 일부분으로 구성된 보두광역지역군(Boduland Territorial Area District)을 새롭게 만들었다. 이는 앗삼주의 35%의 면적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보두 광역지역군에서 보두부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25% 밖에 안된다. 이 광역자치군의 행정은 행정집행위원회(The governing Council)가 책임을 지는데 전체 40석 가운데 35석을 보두족이 독점하고 있으며 비보두족 몫으로는 5석만 지정하였다.
대부분의 보두족들은 영국 제국주의자들의 침략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배계급의 착취와 억압에 가난의 고통에 살고 있다. 그런 착취구조의 혁파와 혁명적 변혁에 보두부족들의 인민들은 투쟁조직을 지지하고 그 투쟁에 동참하였다.
대표적인 투쟁조직으로 보두해방호랑이부대(BLT)가 있었는데 전국보두학생연맹(ABSU)과 함께 무장투쟁노선을 포기하고 자치행정기관에 들어가 권력을 잡으면서 변절과 타락의 길을 걷고 있다.
반면에 투쟁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보두민족민주전선(The National Democratic Front of Bodoland)은 억압받는 하층민들의 지지를 받고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앗삼지역은 원유와 목재생산, 풍부한 천연자연과 곡창지대 그리고 세계적인 차 생산 지역으로 잘 살 수 있는데도 인민들이 극심한 가난과 차별에 사는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가 강제한 착취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해서이다. 따라서 보두부족이 그런 가난과 언제 죽을지 모를 공포에서 벗어날 탈출구는 절반이 훨씬 넘는 비보두족을 그들의 영토에서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계급적 관점에서 하층농업노동자가 대부분인 무슬림들과 단결하여 착취구조를 깨부수어야 한다.
그러나 보두부족의 정치지도자들은 지역에서 25% 밖에 안 되는 그들의 수적 열세에 정치적 위기감을 느껴 함께 살아온 무슬림들에게 마구 ‘불법이주민’이라는 딱지를 붙여 그들을 쫓아내고자 광폭하게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보두부족의 폭력성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이 지역의 갈등을 살펴보면, 주민들의 갈등은 종교, 카스트, 이념, 종족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편협한 부족이기주의에 빠진 보두부족 정치인들은 반무슬림의 정서를 부추기는 거대 자본가 계급의 언론의 부추김에 흔들려 ‘반무슬림’, ‘인종청소’ 같은 극우적 구호를 내세워 불쌍하고 힘없는 무슬림을 마구 학살하고 있다.
극우 힌두정당인 인도국민당(BJP)은 노골적으로 보두 부족을 두둔하며 정치적 연대까지 모색하고 있다. 겉으로는 반국민회의당 전선을 치자는 것이지만 계급적 기반과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BJP와 보두부족과의 반무슬림연대는 인도의 부족민 갈등과 모순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정치적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인도 부르주아지 정당인 국민회의당의 태도도 이중적인 모순을 보이고 있다. 앗삼지역은 1960년대 이후에 위험지역으로 선포되었고 앗삼 지역 안정을 위해서 준군사조직인 앗삼부대(Assam Rifles)를 편성하여 31개 대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중국, 네팔, 부탄,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동북지역으로 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폭 20km에 불과한 군사요충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대규모 학살사건이 벌어지고 400,000명이나 되는 무슬림들이 안전 때문에 살던 집을 버리고 난민촌에서 지내게 한다는 것은 사실상 무슬림들 학살을 방치 또는 묵인한 일이다.
자본가들의 지배체제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하층민들끼리 서로 싸우고 죽이고 학살하는 일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도의 지배계급은 대중들의 낮은 교육수준과 정치의식을 교묘히 조작하여 사회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대중들의 불만을 반무슬림 정서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타락한 보두부족 정치지도자들은 그들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그런 인도 지배계급의 주류에 편입하고자 이와 같은 무슬림 대학살을 벌였던 것이다.
보두 부족의 진정성 있는 독립운동은 폭력과 학살, 그리고 부족 이기주의라는 똥오줌을 뒤집어씀으로써 그들의 정치적 정당성은 끝났다. 보두부족의 몰락을 보면서 과학적 사상과 이론 없이 고립되어 싸운다면 결국 거대한 지배체제의 분열 공작의 희생물이 되어 명분과 실리도 다 빼앗기고 몰락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러나 보두부족민들도 실패와 패배를 겪으면서 그들이 진정으로 해방되기 위해서는 무슬림들과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피억압 계급임을 자각하고 서로 힘을 합쳐 거대한 지배체제를 쓰러뜨리는 일임을 자각할 것이다.
가난하고 천대받는 하층민들이 서로 죽이고 학살하는 일은 그들을 더욱 옥죄고 노예의 멍에를 씌우는 일임을 그들이 이해하길 바란다. <이병진 끝> 201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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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Amit Chaturvedi, "Assam Violence: A history of Conflict rooted in land", NDTV, July 27, 2012.
Sabyasachi Dasqupta, "In this Assam town, a determined effort to fight communal tension", NDTV, September 13, 2012.
Surabhi Malik, "Assam govt lax, wasted chance to stop violence: Intelligence sources", NDTV, August 29, 2012.
Samrat, "Violence in Asam Has Deep Roots", NY Times, July 26, 2012.
Biswajyoti Das, "Thousands flee violence in Assam, 19 killed" Reuters/stringer, July 23, 2012.
H. S. Brahma, "How to share Assam", Indian Express, July 28, 2012.
Kokrajhar and Dhubri, "Ethnic fissures in Assam; Killing for a homeland", The Economist, August 24, 2012.
Socilist Unity Centre of India, "Latest ethic - communal violence in Assam", Proletariar Era, Vol 46. No.1 August 15, 2012.
New Delhi(Reuters), "Clashes expose India's communal divide as elections loom", The korea Herald, August 21, 2012.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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