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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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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17:43:22, 조회:3,612, 추천: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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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자본과 종교
이랜드 자본은 종교를 노동자 착취와 억압의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이랜드 노조 초기의 교섭에서 노동자는 임금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먹고 산다는 이유로 임금인상 요구를 거부해서 노동자들의 분노를 샀다.
실제 이랜드는 기독교적 방식의 노무관리로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탄압했다. 이랜드 자본은 ‘기독교 정신’으로 무장하고 신입사원에게 기독교 원리를 교육시켰다. 직원들에게는 연간 600시간의 직원교육을 활용해서 기독교 정신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기도모임, 성경공부 등으로 노조 가입을 막고 노동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성수 회장은 “성경엔 노조가 없다”면서 노조를 거부하는 근거로 성경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법파업에 대해 노동조합이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사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점포를 점거하는 노조 간부들이 체포되는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임금에 불만을 갖지 않은 성실한 종의 소임을 다 하도록 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사장명의로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랜드 자본이 기독교적 이데올로기와 방법으로 노동자를 탄압하고 착취하자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기독교 일부에서는 이런 일들이 박성수 회장이 왜곡된 종교관과 노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 구원적인 보수적 신앙의 협소함 때문에 기독교 신앙이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표적인 보수적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개인 구원적인 신앙원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치, 사회적 문제에 소홀하지 않다. 이들은 오히려 보수우익적 논리로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의 근본원리가 노조를 탄압하고 억압하도록 하는 것인가? 맑스주의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서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감을 표현하는데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종교는 노동자를 근본적으로 억압하고 탄압하기 때문에 맑스주의는 종교에 적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은 종교를 억압하고자 한다.”는 식의 논리전개는 역으로 종교를 옹호하고 노동자 투쟁을 억압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위 주장은 진실의 일부분만을 담고 있고 한편으로는 왜곡하고 있기조차 하다.
맑스주의는 종교에 적대적이다. 그렇다면 맑스주의자들은 사회주의 사회가 되면 종교와 종교인들을 권력의 힘으로 억압하고 탄압하는가? 물론 종교인들이 혁명을 거부하고 종교적 거점과 자금을 활용하여 반혁명에 나선다면 이들을 억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종교와 종교인들에게 적대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종교와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혁명에 반대하고 반동적인 행위를 한다면 노동자 권력은 이를 억압할 수밖에 없다.
‘공산주의는 가족 공유제를 도입하려 한다’는 부르주아들의 악선동 만큼이나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맑스주의의 주장은 단편적으로 인용됨으로써 왜곡됐다. 맑스는 종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종교는 인간의 본질이 아무런 진정한 현실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바로 인간 본질의 환상적 실현이다. 그러므로 종교에 대한 투쟁은 간접적으로는 저 세계, 곧 그것의 정신적 방향(芳香)이 종교인 이 세계에 대한 투쟁이다. 종교적 빈곤은 한편으로는 현실적 빈곤의 표현이며,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그 현실적 궁핍에 대한 저항이다. 종교는 억압된 피조물의 한숨이고, 심장없는 세계의 감정이며, 또한 정신을 상실한 상태의 정신이다.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다. 민중의 환상적 행복으로서의 종교의 지양은 민중의 현실적 행복에 대한 요구이다. 민중의 상태에 대한 환상을 타파하려는 요구는 그 환상을 필요로 하는 상태를 타파하려는 요구이다. 그러므로 종교비판은 그 맹아에 있어 눈물계곡-종교는 이 눈물계곡의 성스러운 가상이다-에 대한 비판이다.(맑스, 헤겔 법철학 비판 서설)
맑스는 종교가 현실의 모순과 고통을 일정 정도 표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는 현실적 모순의 사회적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기 보다는 사회, 정치적 원인을 은폐하고 종교로 대신하여 위로와 위안을 삼으라고 설교한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 자신에게 닥친 현실의 고통을 잊고 기대려고 한다. 아편은 많은 사람들이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하고 쾌락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아편은 일시적인 최면효과만 지니고 있기 때문에 현실의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아편의 최면 효과에서 벗어난 인간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절망하고는 더욱 더 커다란 고통을 맞보게 될 뿐이다. 그래서 맑스는 종교가 인민들에게 마치 아편과 같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맑스는 같은 글에서 “천국에 대한 비판은 지상에 대한 비판으로, 종교에 대한 비판은 법에 대한 비판으로, 신학에 대한 비판은 정치에 대한 비판으로 변화된다.”고 했다. 맑스의 이 말은 종교를 만들어 내고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믿게 하는 현실의 모순을 제거하지 않고 단지 종교에 대한 비판으로는 종교를 약화시키거나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맑스는 정치적, 사회적 해방만이 종교와 종교적 이데올로기로부터 인민들을 진정으로 해방하고 구원(?)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공산주의는 종교를 억압하여 종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원인을 제거하여 종교를 없애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맑스주의를 진정한 혁명적 유물론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맑스주의의 혁명적 계승자인 레닌도 종교를 억압하려 한다면 오히려 종교를 번성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혁명세력들은 러시아에서의 소수 종교에 대한 억압에 맞서 투쟁하기도 했다.
“현대의 자본주의 나라들에서 종교는 주로 사회적 뿌리를 갖고 있다. 오늘날 종교의 가장 깊은 뿌리는 사회적으로 짓밟힌 노동대중의 상태와, 매일 매시간 노동인민에게 전쟁과 지진 등과 같은 이례적 사건들이 가하는 것보다 천 배는 혹심한 가장 끔찍스러운 고통과 가장 야만적인 고문을 가하는 자본주의의 맹목적 힘에 직면한 노동인민의 명백한 완전 절망상태이다.”(레닌, 종교에 대한 노동자 당의 태도)
종교는 지배계급의 억압에 의해 도탄에 빠진 노동자와 인민들의 절망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는 왜곡되게 반영하고 있다. 종교는 인민들의 절망적인 현실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왜곡하고 은폐하고 있다. 종교는 인민들에게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라고 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 현실의 고통을 순응하고 받아들이면 내세에 가서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속삭인다. 그래서 종교는 사회적 모순을 은폐하고, 인정함으로써 지배계급의 이해에 복무하는 것이다.
만일 이랜드 자본처럼 직접적으로 노동자를 탄압하고 억압하는데 종교를 사용하고 있다면 많은 노동자들이 종교를 믿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명할 수 있는가? 기독교에 대한 분노로 돌리는 것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분노의 표시지만 현실의 모순을 잘못 파악하는 오류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이랜드 종교자본에 대한 분노를 현실 세계의 모순에 대한 투쟁으로 조직하자!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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