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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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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8 23:54:30, 조회:4,190, 추천: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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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고 죽어가는 도시철도 기관사 실태
서울도시철도 현장활동가
서울도시철도 6호선 황선웅기관사가 자살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자살의 원인은 과도한 업무에 따른 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자신이 살던 고층아파트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3명의 자녀를 뒤로한 채, 처참하게 자신의 몸을 내던진 것이다. 지난해 이재민 기관사의 지하철 선로 투신자살로 인한 사망사건 이후 채 일 년도 안 된 상황이었으며 그 원인해결을 위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도시철도 노동조합 승무본부의 투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또다시 발행한 자살사건이다.
연속으로 전국 기관사의 자살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2012년 3월 이**기관사의 자살 이후 6월 철도 박**기관사가 업무상 발생한 실수를 비관하다가 자살. 그리고 황선웅기관사의 사망사건이 알려지면서 얼마 되지 않은 그 이전, 약 한달 전에 발생한 인천도시철도 최**기관사의 생존권을 걱정하다가 사망한 자살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전국 기관사들의 자살사건의 주요한 원인은 공황장애였다.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장애를 원인으로 하는 기관사 자살사건은 서울도시철도에서만 2003년 서**, 임**를 포함해서 총4건이다. 그러나 원인이 명확히 업무스트레스로 규정되지 못한 도시철도 기관사의 자살사건과 사망사건은 더 존재한다. 또한 자살을 시도한 기관사도 있다.
그러면 이제껏 발생된 도시철도 승무분야(기관사)의 공황장애를 비롯한 신경정신질환 유소견자의 발생현황을 알아보자
(참고: 1995년부터 2012년까지 드러나 신경정신질환 유소견자들이다. 전체 기관사의 인원수는 1000여명으로 보면 될 것이다. 퇴직 및 입사 그리고 전직(다른 직능 이동)으로 인해 정확한 인원을 산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PTSD: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이것이 최근까지의 도시철도 기관사들의 정신건강 실태이다. 지금도 불이익을 우려하며 드러내지 않은 신경정신질환 유소견자들이 현장에 존재하며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도시철도 기관사들의 정신건강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3년에 두 분의 기관사가 정신질환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부터였다. 그랬던 것이 또다시 일 년도 안 되어 발생한 2012년도부터 지속되는 기관사 자살사건은 이제까지의 조치되었던 모든 기관사 정신건강대책이 아무런 실효성도 없이 기관사들을 방치시켜 왔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 공황장애 유소견자의 이야기다.
“공황장애요? 왜 발생했는지요? 의사들 아무도 몰라요 그저 증세가 오면 병원에 가서 지어주는 약을 먹고 그냥 잠자요... 증세가 조금 오면 한 알 심하면 두 알을 먹어요... 그게 다예요.”
그렇다. 의료전문가들도 증세를 진단하고 약물과 상담으로 치료하려 하지만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요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정신질환예방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관사라는 직업의 특수성에서 찾으려 한다. 지하공간이라는 열악한 환경, 1인 승무, 열악한 노동조건, 승객 업무 스트레스 등등 그러나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황장애 및 정신질환은 기관사의 숙명이 된다. 그것이 왜 발생하는지 명확한 관계를 해명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면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원인을 찾고 해결의 방법에 있어서 의학전문가의 전문소견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경험이 분명 더 과학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자살이 발생한 시점이 2003년과 2012년에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면 2003년은 정신건강에 있어서 도시철도 기관사들에게 어떠한 관계와 의미를 갖는가?
서울도시철도는 1994년 설립되었다. 서울도시철도의 설립 의도는 구조조정 된, 파업이 없는 새로운 지하철이었다. 그중 가장 많은 인원의 축소를 보인 것은 바로 승무(기관사)직능이다. 당시 기존의 부산, 서울지하철공사 대비 실동 승무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1인 승무체제이다. 전국에서 최초의 시행은 1인 승무 시스템만이 아니다. 새로운 근무체계, 엽기적인 강압적 지도방식 등등은 가히 전국 최고다. 대부분 돈과 줄을 대어 차를 내리거나(열차운전을 하지 않거나) 한자리 해먹기 위해 다른 동종업종에서 일하던 경력직 기관사들은 그러한 소문을 흩뿌리며 도시철도에 정착하게 된다. 이들과 어용노동조합이 판치는 도시철도에서 실동기관사의 인권이란 없다. 열차사고라도 나면 기관사를 쥐 잡듯이 잡는다. 또한 열차사고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면 공개적인 망신과 함께 기강확립의 본보기가 된다. 해당 기관사는 절망의 수렁에 빠지고 동료 기관사들은 열차운전을 하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한다.
어렵게 운행을 마치고 돌아온 기관사들에게 돌아오는 것이란 휴식은 없고 잡무와 교육으로 혹사되는 시간뿐이다. 민주노조에 관심을 보이면 다른 사무소로 인사이동이다. 관리자에게 있어서 실동기관사란, 자신들의 지위의 유지와 더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실동기관사가 스스로 노동자로 각성을 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을 뿐이다. 그들은 현실에 수궁과 타협만을 강요하며 통제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른 동종업체의 근무형태(교번제)와 전혀 다른 8조5교대라는 반별 근무형태(주야비주주야비휴)라는 엽기적인 근무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렇게 고통의 시간이 흘러 2003년을 맞이하고 그 동안 억눌렸던 승무기관사들의 대투쟁은 시작된다. 결국 승무기관사는 동종업체와 같은 근무형태인 개별교번제를 투쟁으로 쟁취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동안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는 서**,임**기관사의 자살을 시작으로 신경정신질환 유소견자들이 봇물 터지듯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개별교번제는 도시철도 승무기관사들의 투쟁승리의 귀중한 상징이다. 이전의 8조5교대에 비하여 기관사들에겐 더 많은 휴일과 휴식 그리고 최소한의 정신적 안정을 제공하였다. 관리자들로부터 통제를 벗어나는 근무체계였던 것이다. 그러나 개별교번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음성직사장 부임 이후 도시철도는 이익창출과 구조조정을 위한 조직개편을 시도하면서, 어용집행부의 묵인 하에, 그것에 반대하는 모든 것은 서비스단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그 서비스단은 직무재교육을 통해서 직권면직(해고)을 시행한다. 주로 투쟁의 중심이었던 승무기관사들은 중요한 핵심적 공격 타겟이 된다.
음성직 사장에 반하는 가장 많은 수의 현장활동가들이 서비스단에서 그리고 직무교육을 거부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현장은 무너져 갔다. 승무조합원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개별교번제는 해체되고, 그 대신 9조5교대라는 9개의 반이 교대를 하는 반별 변형교대제로 일방적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한다. 현장통제는 이전보다 더욱 강화된다. 승무직능의 모든 예산을 축소하고, 1인 수동운전, 봉사활동, 휴게시간교육, 희망방송, 휴가통제, 병가통제 등 이 모든 것을 반별PL(파트리더)를 두어 경쟁하게 만든다. 운행 중 발생하는 수천 시민의 민원을 기관사의 책임으로 전가시킨다. 서비스단으로 가지 않으려면 해야 한다. 현장은 미처 돌아간다. 한 기관사의 말이다.
“너무 힘들어요. 혼자서 수동운전하고 출입문취급하고 방송하고 관제하고 통화하고... 사무실 오면 교육하고 민원처리하고....열차 운전하는 데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정말 운행하는 모습이 마치 묘기 대행진을 보는 듯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미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미친 짓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복수노조 상황에서 공사 관리자들이 드러내놓고 어용집행부에 가입할 것을 강요 협박하고 있다. 도철현장이 이러한 가운데 2012년 이재민기관사는 열차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노동조합 승무본부가 개별교번제 쟁취를 중심으로하는 현장통제 분쇄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에 황선웅기관사 또한 목숨을 내던진 것이다.
기관사라는 특수한 직업이, 땅속 지하라는 좋지 않은 근무환경이 어느 정도 정신질환에 복합적인 영향을 끼쳤을지는 몰라도 기관사의 신경정신질환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파악하는 것은 무리다. 끊임없이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장통제와 모든 책임을 기관사에게 전가하려는 열악한 관리체계, 그로 인해 발행하는 직무스트레스로 봐야한다.
지난해 이**기관사 사망이후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설문조사를 통하여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 정신건강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연구”라는 결과물을 내놨다. 설문조사 분석결과 요약을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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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의 고위험군인 4분위수 빈도는 28.5%로 일반 근로자의 25%와 비교하여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물리환경, 관계갈등, 조직체계, 직장문화 영역에서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조직체계 영역은 3분위수와 4분위수의 빈도의 합이 64.9%, 4분위수의 빈도가 39.9%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스트레스가 높은 직종은 운전, 설비, 신호직군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전직군은 보상부적절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으며 고위험군인 4분위수 빈도 또한 44.0%로 높게 나타났다.
-소속별로 살펴보면 특히 스트레스가 높은 근무지인 5호선 승무관리사무소와 7호선승무관리소는 4분위수의 빈도가 55.2%와 44.8%로 매우 높게 나타나 운전직군이 스트레스 고위험군 임을 잘 반영한다.
-운전직군은 보상부적절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스트레스가 높게 나타났고 특히 물리영역, 조직체계 영역에서 높게 나타났다. 고위험군인 4분위수의 빈도 또한 44%로 높게 나타났으며 운전직군의 스트레스가 높은 요인은 물리적 환경, 지하근무, 교번제 근무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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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결과를 존중한다. 그러나 물리적 환경, 지하근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관리자들의 현장통제로 인한 스트레스와 같은 차원으로 봐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자살 사건이 불이익과 생존권의 위협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정신질환을 숨기다 견디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자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직도 현장에서는 불이익을 받을까봐 자신의 정신질환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이처럼 현장의 통제를 위한 조직체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욱 근본적이라는 뜻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는 현장활동가의 입장에서 기관사 공황장애를 비롯한 신경정신장애에 대해 미비하나마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면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비슷한 경험을 한 한 동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열차 교대시간이 되면 초조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속이 울렁거린다. 열차를 운전하면 모든 신경이 곤두선다. 열차운행 중 지난 역에서 승객을 제대로 취급을 했었는지 걱정도 된다. 열차 고장등에 불이 들어오고 경고음이 울리면 앞이 하얘진다. 만에 하나 제대로 조치하지 못하면 사무실에서 바보가 되는 것이 두렵다. 열차를 운전하지 않는 사람이 제일 부러웠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다. 열차운전만 아니라면 어떠한 업무라도 할 수 있을 듯 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불안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노동조합활동을 하면서 변하게 되었다.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관리자들을 상대로 투쟁하고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으로부터 나의 모든 것은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렇다. 자본주의의 복잡한 사회관계는 없는 병도 만들어 낸다. 병에 걸렸다고 약으로만 버틸 수 없다. 인간을 자살의 파멸로 몰아가는 원인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인식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기관사의 정신질환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의 정신질환을 극복할 방법을 제공할 것이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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