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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13호]보편의지로 위장한 ‘자본가계급의 의지’ - ‘법’(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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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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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8 10:30:10, 조회:2,983, 추천: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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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의지로 위장한 ‘자본가계급의 의지’ - ‘법’(2)
심 희 수 / 공인노무사, 버스노민추 법규국장
1.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2. ‘법’, 언제나 지배계급의 ‘국가’와 함께 했다
3. 자본주의 국가와 법
4. 노동입법
5. 노동법 현상 - 노동위원회 제도를 중심으로
6.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본 노동권리 입법 투쟁의 의의와 한계
지난 12월호에서는 법은 태생적으로 계급적 편향성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계급국가의 발생과 그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결국 법률의 제정과 적용은 그 국가가 역사적으로 어떤 계급의 주도하에 건설되고 유지되느냐에 따라, 즉 법 자신의 체계를 근본적으로 규정한 계급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한정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가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소유권’을 규정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다방면적인 법률적 보호(민형사상 소추와 공권력의 발동)체계를 갖추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 자본주의 국가의 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르주아적 소유권은 자본가계급이 이 사회를 지배할 수 있게 하는 초석이 된다.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전개할 때마다 항상 결정적 시기에 무장한 공권력이 자본가의 생산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투입되고 파업 노동자들이 구속․기소되어 형사상 처벌을 받는 모습을 보라. 이 뿐인가, 자본가들은 자신의 소유권을 노동자들이 침해해서 손해를 보았다는 이유로 파업 노동자들의 임금을 가압류하고 생산손실에 대한 경제적 손해 일체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바로 ‘법’의 이름으로.
그럼 노동법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떤 지위와 기능을 담당 할까?
4. 노동입법
-『세계민중운동사1』및『자본론Ⅰ-上』에서 많은 부분 발췌, 재구성하였다
(1) 자본주의 초기, 노동자계급의 상태
자본가계급이 탄생한 것과 때를 같이하여 노동자계급이 탄생했다. 노동자계급은 일거리가 있을 때만 생존할 수 있었는데, 그들은 다른 온갖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상품이며, 따라서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시장에서의 경쟁과 그 변동에 내맡겨져 있었다.
증대해가는 기계사용과 분업으로 노동자계급에게 요구되는 것은 가장 단순하고 단조로우며 가장 배우기 쉬운 동작뿐이었다. 따라서 자본가가 노동자 한 사람에게 지불하는 임금은 거의 전적으로 그 자신을 유지하고 자손을 번식시키는 데 필요한 생활 수단의 비용을 넘지 않았다.
현대 공업이 발전할수록, 즉 노동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힘이 점점 줄어들수록 여성과 아동 노동이 남성 노동을 대체했다. 남성 노동자들의 임금은 더욱더 하락했다. 여성과 아동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였고 가정은 파괴되었다. 노동자들의 생활 상태는 비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6시간에서 18시간의 노동, 질병에 대한 무방비, 비참한 주거지, 만성적인 실업 상태, 저임금 등등. 이러한 상태는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투쟁으로 내몰았다.
(2) 노동입법의 역사
공업의 발전이 단지 노동자계급의 숫자만을 증가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보다 거대한 집단으로 한데 뭉침으로써 하나의 세력으로 성장하였으며, 그에 따라 점차 자신의 힘을 자각하게 되었다. 개별적인 노동자와 개별적인 자본가 간의 충돌은 점점 더 두 계급간의 충돌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에 대항하여 노동조합이라는 결사체를 조직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파업과 노동조합은 처음부터 합법적인 것이 아니었다. 노동운동이 가장 발달한 영국에서 조차 단결을 제한적이나마 허용하는 법률은 1824년에야 통과되었다. 그 이전에는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이 곧 공모죄에 해당했다.
노동자들은 산발적이고 때로는 조직적인 반란으로 자본가 국가로 하여금 일정한 양보를 얻어냈다. 영국에서 1833년에 통과된 공장법의 주요 내용은 미성년자의 노동시간을 하루 1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법률들은 강제적 실시를 위한 주무부서나 예산 등의 뒷받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문서에 지나지 않았다. 1844년에 제정된 공장법은 미성년자와 부녀자의 노동시간을 하루 12시간으로 제한하였는데, 이 입법에서 비로소 성인(여성)노동까지도 제한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가 있기까지 영국 노동자계급은 자본가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등 전쟁을 방불케 한 투쟁을 전개했다. 그런데 1833년 및 1844의 공장법들은 그 하나가 다른 것에 수정을 가하지 않는 한 그 법률 모두 효력을 보존하고 있었고, 그것들 중 어느 하나도 18세 이상의 남자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자본가들의 이윤추구에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하는 기만적인 법률이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한층 발전해 감에 따라 그 투쟁은 정치투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차티스트 운동은 영국 노동자계급이 자본가계급과 국가를 상대로 독자적으로 정치적 요구를 걸고 투쟁한 최초의 운동이었다. 1835년부터 시작된 이 운동은 점점 차별화된 계급적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 노동자계급의 정치운동으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급진적인 소부르주아지와 함께 보통선거의 실시 등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투쟁한 이 운동은 점차 10시간 노동법안, 공정한 임금, 단결의 자유 등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전면에 내걸게 되었던 것이다. 이 차티스트 운동의 성과로 1848년 5월 1일 10시간 노동제가 실시되고, 사실상 남자 노동자도 노동시간 단축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차티스트운동은 그 지도자들이 투옥되고 결국 그 조직도 해체되었는데, 이것은 영국 노동계급의 자신감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리고 얼마 후 프랑스 파리의 노동계급이 일으킨 6월 폭동과 이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진압은 영국의 지배계급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계급투쟁의 양상이 자본가계급에게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자 자본가들은 10시간 노동법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1833년 이래 제정된 모든 노동입법에 대해서도 이를 공공연하게 무시했다. 이러한 자본의 반란은 드디어 영국의 4대 최고재판소들 중의 하나인 재무재판소의 판결에 의하여 최후의 승리를 획득하였는데, 이 재판소는 1850년의 2월 8일에 제기된 소송에서, 공장주들은 1844년의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법률 자체가 이 법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몇 개의 어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써 10시간 노동법은 폐지되었다.
1886년 5월 1일 미국에서는 시카고를 중심으로 하여 각 도시에서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대규모 파업시위가 일제히 일어났다. 그리고 이에 대하여 미국 자본가 국가는 시위대에 무차별적으로 발포하는 것으로써 흔쾌히 화답했다. 현재 보편화 되어 있는 8시간 노동제도 이와 같은 노동자들의 피비린내 나는 투쟁을 역사적 배경으로 한다.
8시간 노동제가 최초로 시행된 것은 1917년 러시아에서 무장한 노동자계급이 자본가계급에게 결정적 승리를 한 이후였다. 러시아 노동계급의 승리는 전 세계 자본가계급으로 하여금 각국의 노동계급에게 일정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었다.
이제 자본가계급은 극한적인 착취와 무자비한 탄압으로 일관하던 과거의 지배 방식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계급에게도 선거권을 주었으며, 정치적 자유도 일부 보장했다. 또한 노동시간의 제한 등 노동조건도 부분적으로 개선했다. 이것은 물론 투쟁으로 이루어진 성과이지만 한편으로는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노동운동에 대한 자본가들의 세련된 대응책이기도 했다.
(3) 계급투쟁과 노동법
이처럼 역사적으로 노동법은 계급투쟁을 통해 노동자계급이 승리했을 때 쟁취할 수 있었던 전리품이었다. 그러나 자본가계급으로부터 이미 따낸 그 전리품은 항상 본래의 취지대로 노동자계급의 수중에 있지는 못했다. 계급투쟁의 양상이 자본가계급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면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양보하여 법제화한 조치들까지도 이를 ‘현실 속에서’ 완전히 무시해버렸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자본가들의 공공연한 불법은 노동법상의 추상적인 권리만으로는 제어할 수가 없었다.
나아가 자본가들은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자본가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기존의 노동법을 완전히 개악하려 들었다. 현재의 노동법 상황 또한 마찬가지이다. 법정 노동시간이 8시간이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전에는 인쇄돼 있지만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정 노동시간이 무색할 정도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노동조합을 조직하면 당연지사 계약해지가 되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노동법을 쟁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행 노동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그리고 더욱 확대된 전선에서 끊임없이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5. 노동법 현상 - 노동위원회 제도를 중심으로
그럼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법은 그 자체로서 어떤 기능을 할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노동법이 노동관계에서 실제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는 가를 실증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노동 판례만을 검토하는 것으로서는 부족하며, 노동법이 제도적인 절차기관 - 노동위원회 및 법원 - 을 통하여 실현되고 있으므로 그 공적 기관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노동위원회 심판사건 통계
노동위원회는 노동사건에 대한 조정과 심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위원회이지만 심판업무와 관련해서는 준사법기관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담당하는 심판업무는 주로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난 2005년 1/4분기 노동위원회의 심판사건 통계는 <표>와 같다. 노동위원회의 최근 몇 년간 각 분기별 심판사건의 통계가 유의미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표>의 통계만을 표본으로 분석해 보기로 하겠다.
<표> 계간「조정과 심판」봄호(제21호), 중앙노동위원회 발간
2005년 1/4분기의 심판사건 처리건수는 1,597건으로 전년도 1,374건에 비해 16.2% 증가하였으며 판정사건 746건 중 노동자측 주장이 인정되어 구제명령이 내려진 사건은 285건으로 38.2%의 인정비율을 보였다. 사건 종류별 인정비율은 부당노동행위 16.6%, 부당해고 등 사건이 42.9%였다. 처리사건 1,597건 중 당사자간 화해․취하건수가 851건으로 화해․취하비율은 53.3%를 나타났다.
그러나 화해나 취하로 사건이 종료되는 경우 대부분 원상회복을 포기하고 금전적 보상을 통한 사직의 형태로 마무리 되고 있음을 볼 때, 구제신청의 취지가 실질적으로 실현되는 비율은 20%도 채 안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여기서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인정비율이다. 부당노동행위는 개별적인 해고 사건과는 달리 노동조합 활동 등 집단적인 분쟁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 인정비율이 고작 16.6%에 그치고 있다(화해․취하 비율을 고려하면 이 제도의 존재이유는 실질적으로 무의미하다).
(2) 통계의 의미
필자가 일선에서 노동사건을 상담해 보면, 엄밀하게 법적인 시각만 가지고 접근하더라도, 집단적 분쟁에서 비롯되는 자본가들의 탄압 사례는 그 절반 이상이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들이 노동위원회라는 국가기구를 거쳐 나오면 희한하게도 거의 대부분(90% 이상)이 법적으로 정당한 인사처분으로 둔갑해 버린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인한다. 첫째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노동법이 차지하는 제한적 지위이고, 둘째는 거기에 더하여 노동법을 해석하고 판단․적용하는 자들의 계급적 입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으면 한 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을 펼쳐보기 바란다. 처음에는 우리 노동자들이 정말 가슴 뿌듯할 정도로 엄숙하게 선언한다.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 ․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정말 흐뭇하지 않은가?
그런데 쟁의행위를 규정하고 있는 제37조 이하를 보라. 처음의 설레임이 어느 순간 답답함으로 변해있음을 느낄 것이다. 이 법은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최대한 제한하기 위해 제정된 것임을 곧 알아챌 수 있다. 쟁의행위와 관련한 규정들 대부분이 쟁의행위의 내용과 형식, 절차 등의 모든 면에서 확실하게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럼 왜 노동법은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것일까? 그것은 안타깝게도 노동법이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노동법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론하고 있는 노동법도 자본주의 국가 질서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 국가 질서의 핵심인 부르주아적 소유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노동법은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쟁의행위는 자본가들의 소유권과 직접적으로 충돌한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의 법은 자본가들의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익을 조정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쟁의행위를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한다.
그런데 노동법이 요구하고 있는 합법적인 틀 내에서만 쟁의행위를 하게 되면 그 투쟁은 백전백패이다.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할 때 정부건 언론이건 할 것 없이 그 앞에 ‘불법’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자들은 절박한 입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그 투쟁은 자연스럽게 법이 보호하지 않는 불법의 영역에서 전개 될 수밖에 없다. 제81조를 보라. 법이 금지하는 자본가의 부당노동행위는 ‘정당한(합법적인)’ 쟁의행위 등에만 국한된다. 이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인정율이 그와 같이 미미한 수순에 머무는 이유가 일차적으로 노동법 자체의 본질적 한계에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인정율이 16.6%라는 사실은, 아무리 노동법이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상식적으로 너무한 것 아닌가? 노동위원회라는 함수상자 안에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라는 변수가 있지 않고서야 이러한 결과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노동위원회는 그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계급적으로 자본가들의 이해에 복무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이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면 노동위원회는 그 사건을 처리할 심판위원회를 구성한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의 심판위원회는 공익위원 3명과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등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 되는데, 사건의 판정권한은 공익위원 3명에게 있고,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한만 있을 뿐 판정의 결과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 노동위원회의 심판담당 공익위원들은 노동위원회법에 따라 노동자 단체(민주노총, 한국노총) 및 사용자 단체(경총)가 각각 추천한 자들과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추천한 자들 중에서 임명 된다. 예컨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총 공익위원 수가 30명이라고 가정할 때, 이 중 10명은 노동자 단체가(민주노총 추천 5명, 한국노총 추천 5명), 10명은 사용자 단체가, 나머지 10명은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추천하여 임명된 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개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의 심판위원회는 이들 공익위원 중에서 무작위로 3명이 추려져서 구성된다.
이처럼 심판담당 공익위원들은 나름대로 각각의 추천배경이 있기 때문에 자신을 추천한 배경에 따라 그 성향을 일치시키고 있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각 공익위원들의 사건 판정결과를 분석해 보면 경총에서 추천한 공익위원들은 기각 또는 각하하는 비율이 월등하고 민주노총에서 추천한 공익위원들의 경우는 인정하는 비율이 높다.
결국 같은 내용의 사건이라 하더라도 그 사건을 담당하는 공익위원의 추천 배경이 어디냐에 따라 판정 결과를 180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필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한국노총에서 추천한 공익위원들의 경우는 노사협조주의적인 성향이 짙고,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추천한 노동부 등 국가관료 출신 공익위원들은 관료시절의 관성이 그대로 남아 대부분 사용자 편향적인 시각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조건은 결국 노동자의 철학을 배경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심판업무에 임할 공익위원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위에서 가정하여 예로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30명 중 20명이 관료출신이거나 사용자 단체가 추천한 자들이고 나머지 10명 중 한국노총에서 추천한 자들을 빼면 결국 5명만이 민주노총에서 추천한 공익위원들이라는 것인데, 이들 민주노총에서 추천한 공익위원들이 모두 헌신적으로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한다 하더라도 전체 구제신청 사건 중에서 이들 극소수 5명이 사건에 배정되는 경우가 희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면,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는 비율이 실질적으로 10%도 안 된다는 현실이 이해가 될 것이다.
(3) 소결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법은 그 한계로 인해 자본가들을 상대로 한 권리관계에서 그 확장의 폭이 근본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하여 직접 노동법을 해석하고 적용, 판단하는 자들의 경우 그들 대부분이 자본가들과의 관계에서 계급적 유대감이 끈끈한 자들임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은 노동법의 본질적 한계를 더욱 노골적으로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대중들에게 노동위원회라는 국가기구의 계급적 편향성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까지 하고 있다. <표>에 나타난 노동위원회의 심판사건 통계는 바로 이와 같은 노동법과 그 제도 운영의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에서는 위와 같은 노동위원회의 운영 ‘결과’만을 보고 노동법원을 만들어서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노동법원도 본질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노동법원이 사건을 담당하더라도 노동법의 한계는 여전히 변함이 없고, 달라지는 것은 그나마 전문적인 판사가 판결을 한다는 것뿐이다. 전문적인 판사에게 판단을 맡기고자 하는 것은 노동법이 자본가들과 대등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기인한다. 이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미 대기업의 법무팀은 현직에서 영향력이 있었던 퇴직 판검사의 결집소가 되고 있다. 이처럼 판사라 할지라도 그들의 객관적 이해관계는 자본가들과 일치하고 있고, 이러한 조건은 노동법원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비교해서 거의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나는 노동위원회가 노동법원보다 노동자들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노동법원 역시 본질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기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환상을 버리자는 것이다.
6.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본 노동권리 입법 투쟁의 의의와 한계
이제 노동법의 지위와 그에 따른 기능이 밝혀진 듯 하다. 노동법도 자본주의 국가의 법체계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노동법이 계급투쟁의 산물이긴 하지만, 그래서 의미가 있지만, 반면에 노동법 그 자체는 핵심적인 자본주의 국가 질서(부르주아적 소유권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질서의 일부분으로서 기능할 뿐이다. 여기서 노동법 학자의 말을 직접 들어 보자.
“이러한 법제도(노동법)의 존속 기반은 어디까지나 자본제 시민경제사회의 일반적 요청 자체이며 따라서 그것은 노동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자본제 사회의 유지 ․ 발전을 위한 노동시장의 거래 전개의 요구와 일치하는 데 있다. 노동력이 가치대로 판매되지 못한다면 노동자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은 물론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되어 자본제경제사회의 필수적인 요건의 하나인 노동력 재생산을 기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확립된 법제도가 노동법인 것이다.”
(신인령)
그나마 양심 있는 소부르주아적 지식인이라는 사람이 그처럼 강변한 내용은 결국 자본주의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노동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노동법의 지위와 기능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노동권리 입법 투쟁의 의의와 한계를 생각해 보자.
노동자들의 권리 입법 투쟁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그 정도의 투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계급적 단결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하나된 노동자’임을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
또한 이 투쟁은 필연적으로 국가의 본질을 여과 없이 드러나게 해준다. 가두시위에서 무장한 공권력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국가가 본질적으로는 일국의 총자본의 대리인에 지나지 않음을 몸소 느끼게 된다.
이제 노동자계급은 개별 자본가에 대한 적개심의 시야를 넓혀 전체 자본가계급과 그들의 국가에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칠 때에만 노동자계급은 노동법 개정을 넘어 노동자계급의 국가를 건설해야 된다는 대의를 자기 것으로 확고히 가져갈 수 있다.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가져가야 할 노동권리 입법 투쟁의 청사진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투쟁의 성과로 자본가 국가로부터 쟁취한 개량적 조치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집중적인 투쟁 없이 언제는 그러한 개량적 조치조차 가능한 적이 있었던가?
그런데 요즘 회자되고 있는 비정규직 권리입법 투쟁의 전개 양상은 그야말로 회자되고 있는 수준 이상이 아니다. 현재 민주노총 비대위는 각 현장에서 고립 분산적이지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에 실질적으로 집중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자본가계급의 비웃음을 뒤로한 채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망령을 허황된 꿈의 주술로 다시금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민주노총 비대위의 이러한 모습은 노동권리 입법 투쟁을 노동자계급의 역사적 대의와는 상관없이 처음부터 개량적 조치에만 목적을 두고 있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국가와 법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일정한 발전단계에 있는 사회의 산물이다. 국가는 사회가 해결할 수 없는 자기모순에 빠졌으며, 자기의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불상용적인 대립으로 분열했다는 것을 고백한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이 대립, 즉 경제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계급들이 무익한 투쟁에서 자신과 사회를 파멸시키지 못하도록 하려면 외관상 사회 위에 서 있는 권력, 즉 충돌을 완화시켜 사회를 ‘질서’의 한계 내에 유지시킬 권력이 필요하게 되었다.(엥겔스,『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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