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기획(3)- 조선산업
조선산업의 ‘숙련’노동자 = 경영자다?
1. 조선산업의 현황과 특징 개괄
조선산업은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한 거대장치산업이며 생산이 장기간 소요되는 산업적 특성을 갖고 있다. 게다가 적정규모의 기술과 기능인력 확보가 필수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이기도 하다. 이는 조선산업의 자본가들에게는 최대한 비정규직 미(반)숙련 노동자들을 확대시키고 비용절감을 꾀하는 한편, 불가피하게 다수의 기능인력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한국의 선박건조능력은 97, 98년 이후 급상승하였다. 그러나 중국이 뒤를 쫒아오고 있는 양태다. 세계적 시장점유율은 일본 다음으로 높아 중국과 함께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조선산업의 경영전략은 고부가가치선박(LNG선) 수주 전략으로 선회하였고,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국내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대우조선 역시 대우그룹 부도사태 이후로 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으로 시장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
노동과정 상으로는 설계기술분야 및 생산공정 중 절단가공파트의 전산화를 통해서 자동화를 꾀하고 있다. 생산공정 중 조립과 탑재 및 의장, 도장 등의 분야는 하청노동자들이 공정별 혹은 정규직과 혼재되어 일하고 있다. 조선 수주의 증가로 최근 몇 년 전부터 조립공장의 경우 24시간 교대제를 실시하는 등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안정적인 인력공급의 필요에 따라 자체 훈련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여성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적극 활용하면서 인건비 절감과 인력충원을 꾀하고 있다.
거대장치산업으로서 조선산업의 산업재해는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빈번하다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러나 1차하청은 물론이고 2,3차 하청과 정규직 노동자들마저도 무재해운동에 휩싸여 산재가 은폐되거나 근골격계질환 등이 현장투쟁으로 등장한 것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2.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양태와 본질
1)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비정규직화’- 구조조정에 있다
- 외주 분사를 통한 사내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고용으로 노동비용을 절감- 이윤을 축적한다.
<표>정규직과 하청노동자 인력추이
자료: 조선공업협회, 한국조선인력현황 자료 재구성.
- 위의 표에서 보더라도 기능직을 중심으로 한 현장직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연감원 등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하청노동자 비중은 점점 증가하였고 IMF구제금융 하에서도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97, 98년 시기를 경과하면서는 정규직 현장 노동자들의 감원이 있었을 뿐이다.
결국 90년대 중반 이후로 현재까지 하청노동자들의 비중은 점점 증가하여 93년에는 전체 중 20%도 채 안되던 하청노동자는 2001년에서 2002년을 경과하는 기간에 전체 노동자의 43% 가량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위의 자료에서도 이주노동자들 인원 규모와 2,3차 하청노동자들은 제외되어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 제도 하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하도급에도 속하지 않고 정규직 기능직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산업연수생 제도로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은 2003년 현대 145명, 대우 125명, 삼성 25명, 한진 8명 등 총 334명으로 발표되었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자료). 그러나 불법체류중인 이주노동자를 포함하고 또 이주노동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현장노동자가 43%가량인 것을 감안한다면 훨씬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현장에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금속연맹의 2003년 조합원 조사에 따르면 특히 대우조선과 현대미포조선에서 높게 나타났다)
사업장 별로 볼 때 하청노동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하청노동자는 1996년 정규직 대비 64.2%에서 2002년에 95.6%로 증가했다. 삼성은 무노조답게 하청노동자 고용에서도 자유로와 생산직만 비교하면 하청노동자가 훨씬 많다. 그 외에도 민주노총 소속의 경우에도 삼호중공업(구 한라중공업)(97.3%)과 미포조선(86.6%), 한진중공업(88.3%)도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 생산직과 거의 같은 규모로 고용되어 있어 현장에 비정규직 고용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있다.
특히 삼호와 한진, 삼성중공업은 정규직의 인원 감소와 함께 비정규직의 증가가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에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문제가 또한 심각한 것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에서도 하청노동자들은 2001년 8,151명에서 2002년 16,433명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정규직은 감소하는 것에 비해서 눈에 띠는 변화다(이 시기에 이미 최윤석 어용집행부가 집권한 때이기도 하다).
이처럼 조선업종에서도 자본의 인력관리 방식은 정규직의 자연감원과 분사를 통한 비정규직화!, 그리고 물량에 따른 비정규직 채용을 통한 이윤 극대화가 핵심이다!
또한 이러한 분사, 외주화를 통해서 부품 등의 모듈방식으로 사전에 가능한 부분을 조립하여 최종 끼워맞추는 방식이다. 이는 자동차산업에서도 현장에서 이미 모듈화를 통해서 외주화를 꾀하고 있는 비정규직 확대와 비용절감 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선산업에서도 예외없이 도급제 방식의 외주화 뿐만 아니라 분사를 통한 자본 축적을 이뤄가는 것이다.
“대우조선노조는 99년 매각 관련해서 자구계획으로 산재환자와 고령자 및 비생산직 정리, 분사, 자진퇴사와 파견근로 확대, 물량 외주화에 동의한 바 있고 이를 통해 현재에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성노조와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진행해왔다”(대우조선 노조 게시판 중)
이러한 외주화, 분사를 통한 고용형태의 유연화는 저임금을 통한 비용절감을 핵심으로 한다. 사내하청의 시급은 3,081원으로 정규직의 평균시급 4,423원의 69.7%에 해당한다. 물론 하청노동자들도 장기 경력자들임에 불구하고 업체근속년수가 정규직(11.4년)에 비해서 3.1년에 불과할 정도로 이직율이 심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주당 실질노동시간이 정규직에 비해서 4시간 이상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여금을 포함하면 임금은 정규직(226만원)의 60%도 안되는 수준(134만원)에 있다.(2003년 금속산업연맹, 사내하청조직화전략 초안 중)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업체에게서 일방적으로 저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당하고 그나마 고용계약도 1년마다 갱신하는 것으로, 하청업체의 ‘정규직’이 아닌, 하청업체의 계약직으로 전락하였다. 오죽하면 ‘조선소훈련소’라고 불릴 정도로, 조금 배워서 거제나 울산으로 이전해 버린다. 이에 대해서 이제 회사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훈련원에서 신규인원을 100여명 정도 정규 충원하면서 충원계획을 갖고 있을 정도다”(삼호중공업 활동가)
“IMF 이후 INP와 같이 사내하청과 일당직 노동자를 채워넣고, 정규직 대신 계약직을 고용하는 형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소규모의 조선업종 사업체들은 대부분 이렇게 하고 있다. … INP자본은 사내하청, 일당직이라는 이유로 주차, 연월차, 휴업수당, 특근수당 등을 주지 않고 거의 모든 근기법 조항을 어겼다.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상습적인 임금체불과 일방적인 업체폐업, 잦은 산재 은폐로 노동자들은 생계파탄 지경 … 열악한 노동조건은 하청노동자들로 하여금 노조결성에 나서게 했다…”(INP중공업 사내하청노조 김형기 전 위원장)
현대중공업, 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등 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일당제, 1년 계약직으로 고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임금체계 마저도 9시간 일당체계로 열악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
2) 조선업 자본가들은 물량 증가와 노자협조주의를 고용안정으로 선전하면서 노동자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 자본은 수주 호황에 수주 과잉까지 겹친 지금 시기에 생산량 증가를 위한 현장통제와 더불어 값싼 공장과 노동력을 찾아다닌다. 2004년에도 원래 수주계획보다 수주를 과잉달성하면서, 최소 3-5년의 수주를 확보한 상태에다가 돈 많이 되는 상품 중심으로 수주 받겠다고 배짱 튕기고 있다. 주로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국내에서 하고, 숙련성이 떨어지는 단순생산은 해외공장에서 하겠다는 계획으로 국내외 공장부지 확보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대우그룹 세계화 전략에 따라 97년 루마니아의 조선소를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였다. 루마니아 조선소는 아직 기술력이 낮은 편이어서 국내에 현장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동유럽과 서유럽, 중동, 아프리카 동아시아 등의 해외조선소 설립… 삼성중공업도 중국 공장을 설립하여 부품조달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미포조선은 99년 베트남에 수리용 조선소 설립, 저임금을 이용하는 생산기지의 역할 … 현대, 한진, 삼호, 미포, STX조선 등의 업체들이 조선과 선체블록 조립공장 확보에 총력…’(2004년 상반기, 주요 일간지 중에서)
- 조선산업 자본은 물량이 많으면 고용이 그만큼 안정된다는 분위기를 조장하면서 물량 증가에 따른 교대제 확대, 비정규직 확대와 분사 확대 등을 꾀한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함정에 매몰되어 ‘물량증가=회사발전=고용안정’을 동일시하게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해외공장 증설로 인한 산업공동화 문제를 고용위기로 진단하기도 한다.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감소하자 지방자치단체 별로 특구나 기업규제 완화, 노자협조주의 정착 등을 해결방안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해올 가능성도 크다.
이미 임금피크제 역시 대우조선 사무직에 도입되어 있고, 현대중공업과 삼호중공업 등의 조선업체에서도 임단투 과정에서 개악안으로 제출되어 있다. 임금 양보가 곧 고용안정이라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회사의 경영은 3년 연속으로 매년 일천억원의 흑자를 내고 있다. 우리사주발행 자본금을 확대, 현대미포조선에게 주식을 팔아 현대미포조선이 최대주주가 되었다. 2004년 원자재인상과 달러하락 등을 이유로 현대는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긴축 등의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이 조선시장을 점유해가고 있다면서 올해 적자일 수밖에 없다고 주접을 떨고 있다…그러면서도 애초 매출목표 1조3천억원에서 지금 1조5천억원으로 늘려 잡고 있다. 모순적이게도 임단협 시기에 위기경영을 주요 이데올로기로 사용하여 불법행위 엄단과 고소고발 징계와 해고로 협박하면서 노조간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삼호중공업)
3) ‘당신(우리)이 최고입니다. 당신(우리)은 할 수 있습니다.’ : 최강의 가정- 최강의 조선소
- 노동조합 무력화의 수단으로서 ‘가족’문화전략 구사
현재 경영전략의 특징 중의 하나가 기업문화교육의 활성화다. 기업교육을 활성화시키면서 예전에는 반노조 정책을 노골적으로 설득시키려던 것에 비해서 지금은 노동조합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노동조합으로부터 이탈시키는 문화전략을 택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에 대한 적대적 교육이나 선동이 아닌, 자기계발에 이어 조직발전 등을 내용으로 하여 전문강사진을 동원한 최상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모범사원 중국연수 등을 통한 위기감을 조성하고 연수 뒤에는 자연적으로 노조에서 이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사측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그로 인해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훼손되고 약화되고 있다”(조선업종 현장활동가)
‘특히 현장에서는 당근 전략으로서 일하기 좋은 회사, 초일류 기업만들기, 서남권 지역의 선도기업 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주부대학, 취미교실, 회사견학 등의 기업문화전략을 중장기적 방향 하에 실시하고 있다. 대형 헬스센터 건립, 영화상영이나 노래자랑, 한마음대축제 등 가족을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어서 노조의 위상과 조직력은 매년 추락하고 있다. 작년 투쟁당시 200여 대오만 남을 정도였다.“(삼호중공업)
“대우조선 노사관계개선위원회는 구성원들 여가 활용과 건강증진을 도모하고 문화생활을 향유하도록 체육시설 조성과 문화행사를 적극 유치하기로 했다.…가족과 함께 걷기대회…”(대우조선 노동조합 ‘새벽함성’, 2004.5.)
4) 현장 관리감독자에 대한 권한 확대와 팀간 경쟁을 통한 현장통제- 팀제와 다기능화
- 조선산업 자본의 경영전략은 크게는 90년대 초중반에 들어온 일본식 생산방식과 신경영전략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제2경영혁신운동(92), 대우조선의 MAST운동(85-86)과 희망90S운동(89-), 현대중공업의 직영전환과 정예조직화(86-87) 및 94년 이후의 두레운동, 신예산제도(생산성 관리) 작업통제 등이 있다.
으로서 조선산업 노조들에 의해 깨졌다면, 이제는 97년 경제위기를 틈타면서 임금삭감과 동결, 양보교섭과 직권조인 등의 개량주의 세력을 등에 업고 현장통제전략이 다시 도입되고 있다.
- 조선업종의 노동과정의 특징상 콘베어 생산방식이 아닌 팀작업의 흐름생산이 주요하기 때문에, 자본가들에게는 현장관리감독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장관리감독자, 팀장들이 팀원을 쥐어짜면서 노동강도와 생산성을 높여내는 것이 또한 이윤확대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팀장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확대시키는 노무관리를 하나의 방식으로 채택하게 된다.
“현대 인수 후 직장, 반장, 조장이라는 직위체계에서 팀체계로 직책을 변화시켰다. 팀장체계에서는 인원이 직반장체계에서보다 4,50에서 10-20명으로 축소시키고, 팀장은 전적으로 관리만 수행하게 했다. 팀장의 권한을 확대시켜 팀별 경쟁을 유발시키고 상호 경쟁하게 만든다. 우수팀인증제도, 팀 생산회의, 제안제도, 우수팀 해외연수 등의 팀 체계의 확립에 총력을 기울인다.”(삼호중공업)
“게다가 시간통제, 기초질서 지키기, 근태관리와 자주검사, 품질실명제 등의 생산관리- 현장통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 외에도
최근 ‘직급파괴’ 바람도 그러한 일환이다. 대우조선의 경우에도 생산직 외의 모든 부문에서 직원들의 호청을 없애고 000씨, 000선배님이라고 부르게 하고 있다. 이는 ‘직위 직책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게 하는 원칙을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주의적, 능력주의적 노동력 관리제도를 확대시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성과에 따라 연봉에 정해지는 제대로 된 성과주의가 자리잡게 될 것… 승진 없애는 대신 동기 부여를 위한 ‘전문가’ 제도 도입, 전문가라는 명예와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 …직급 높은 노동자들이 퇴사하는 대신 근무 연한을 연장해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대우조선)
‘신뢰와 즐거움, 자부심이 넘치는 일할 맛 나는 일터를 조성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부서별 구체적 실천계획(호프데이, 사우나 함께 하기, 영화 함께 보기, 가정의 날, 결혼기념일 축전보내기, 칭찬 쿠폰제, 사회봉사활동)을 수립하여 우수 부서를 포상…’(삼호중공업)
‘게다가 생산속도가 빨라지면서 모든 공정의 진수 일정이 1주일 정도 빨라졌다. 1주일 빨라지면 192억원의 생산이익이 발생한다고 한다.’(삼호중공업)
3. 노조의 대응방안? 조선산업의 ‘경쟁력 구조 개선’은 ‘노자협조에 기반한
구조조정’에 다름 아니다
- 산별노조= 숙련향상 교육기관- 산업별 직업소개소?
금속연맹에서는 일찌기 97, 98년 이후로 구조조정 대응을 노동조합의 주요 과제로 고민해왔다. 이미 한국의 조선산업이 기술경쟁력이나 인건비 등의 가격경쟁력에서 일본과 중국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서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금속연맹은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대응방향으로서 (1) 기업별 틀을 벗어난 연대투쟁전선 구축을 통한 정리해고시 노사합의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2) 노조의 경영참여를 통한 ‘근본적 해결’을 주장했다. 그 경영참여를 통한 근본적 해결이라 함은 ‘일방적인 정리해고 저지’와 ‘조선산업 발전협의기구 구성’ 및 ‘고부가가치 선종으로의 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말하는 것이다.(금속연맹의 [구조조정 매뉴얼] 중 조선산업 편; [한국 조선산업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대응정책] 자료집)
하지만 금속연맹의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은 매우 저급하다. 금속연맹에서는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선박수주와 경쟁력에 좌우’된다고 본다. 즉 세계적인 선박공급의 과잉상태 하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그 구체적 형태는 곧 고용조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급격한 구조조정이 아니라도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기술력이 취약해서 일본을 넘기 힘들고, 가격경쟁력도 중국이 쫒아오고 있기 때문에 곧 따라잡힐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고작 대응방안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혼자 싸우기 힘드니까 같이 싸우자는 당연한 얘길 하고 있다. 또한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노조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사전 견제해야 한단다. 연대투쟁의 필요성과 노동조합의 주도권을 가진 투쟁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구체적 방안이 ‘산별노조 건설 - 경영참여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 - 사업다각화를 통한 조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현장 노동자들은 ‘물량 = 고용안정’으로 사고하면서 일 더하기 운동을 하고 있는 마당에, 자본에게 돈이 더 되는 선박 개발(과 투자), 그리고 품질 향상을 위한 고숙련을 주장하는 것은 금속연맹이라는 제목 하나만 뺀다면 자본가들이 요구하는 구조조정 방안과 무엇이 다른가?
오히려 조선분과와 금속연맹의 산별교섭주의자들은 한국의 조선산업자본을 사수하고자 경쟁력 강화방안을 앞다투어 제출하고 있는 꼴이다. 그 뒤에 떡고물로서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이 존재할 뿐이다.
오히려 이들 산별교섭주의자들은 민주노총은 대정부(사회적)정책교섭을, 산별노조는 산업별 임단투를 하자는 역할분담론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산별노조는 노동자들의 상품가치를 높게 매기기 위해, 그래서 수시로 채용이 보장되는 ‘고용보장’을 위한 숙련향상 프로그램을 노동조합의 살 길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에 대해서 이미 노동자정치신문(가칭) 준비4, 5호의 노자동반자주의에 대한 비판 내용에서 문제제기 한 바 있다.)
이처럼 구조조정의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자발적 구조조정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이들 산별교섭주의자들이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에 대한 ‘터무니없는’ 차별을 시정해서 ‘전체(혹은 다수) 조선산업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를 꾀하는 구조조정이 바로 그들이 숨기고 있는 경쟁력 강화 방안의 본질이다.
“나는 그동안 X빠지게 시킨대로 일했다. 다기능이 필요하다면 슈퍼 다기능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조기작업 하라면 특근, 잔업도 다 했다. 노조에 미안하지만 집회가지 말라면 동료들 눈치보면서도 안갔다. 굴욕적 스트레스를 받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 그러나 내가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고 노력할수록, 내 몸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느껴야 했다. 이제는 회사가 주장하는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산재환자가 되었다. 그리고 회사로부터 나이롱환자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생존권을 위협당하고 있다…나는 앞으로 건강하게 노동할 권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대우조선 노동조합 게시판 중)
정말 공동투쟁, 연대투쟁이 필요하다면 왜 그것은 산별에 한정되는가? 산별교섭을 내용으로 하는 공동대응을 넘어선 공동투쟁의 역사는 이미 짧게는 민주노총이 건설되기 바로 전의 조선노협의 투쟁도 역사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조선노협은 94년 1월 건설되었고, 당시 산별건설 조직논쟁 과정에서 금속 대산별을 건설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조선업종 단위의 협의체를 건설하여 산별노조 건설에 앞장선다는 취지에서 접근되었다. 전노협에 전면적으로 합류하지 못했던 대공장연대회의 소속 노조들을 포함하여 조선노협의 공동투쟁은 오히려 공동의 요구안을 작성하고(올해 금속연맹은 공동단협요구안이 아닌 단협지침을 내렸을 뿐이다), 최소한 시기집중 이상의 연대투쟁을 전개했다(물론 산업별 연대투쟁 외에도 인천지역의 경우에는 1995년 한라중공업을 비롯한 5개 사업장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시기집중과 공동의 마무리까지 정말 조합원과 함께 하는 대중적 공동투쟁을 전개한 경험도 있다. 또한 96, 97년 이전까지 조선산업 노동조합들은 작업중지권 등을 주요한 현장투쟁 권한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그후 금속연맹으로 통합되어 가면서 산별교섭주의자들은 산업정책, 산업별 임금정책 등의 이름으로 숙련임금체계, 능률급 등의 이름을 붙여대면서 성과주의, 능력주의 제도를 노조운동 내에 제도화시키고자 노력했지만 전투적 계급적 현장활동가들에 의해서 무산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 금속연맹의 자동차분과에서 임금정책과 조선분과의 조선산업 발전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도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근본적으로 노자협조주의- 동반자주의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산별교섭주의, 사민주의자들이 사례로 드는 스웨덴에서는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이 닥치자, 경쟁력이 약한 섬유업종을 축소, 해고하라고 노동조합에서 요구하였다)
4. 조선산업 구조조정, 조선산업을 넘어선 전 계급적인 대응을 조직하자
- ‘비정규직화 분쇄’, 분사 저지 투쟁으로 공동투쟁의 기풍을 복원하자!
한편 97년부터 현장조직운동 역시 전국화되면서,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에 대한 반대와 정리해고제 및 파견제 반대, 구조조정 분쇄를 위한 현장투쟁과 전국적 교류와 연대를 고민해왔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핵심으로서 비정규직의 문제를 인식하고 주요한 대응과제로 설정하기도 했다. 현장조직 규약에 구성원으로서 비정규직 활동가를 포함시키기도 하고 전국단위에 비정규직 활동가 단위조직을 포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규직 간부들은 물론이거니와 현장활동가들 조차도, 비정규직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응의 방향과 구체적인 투쟁방안을 잡아내는 것은 부족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특히 현 시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건 우리도 압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해서 모두 정규직화가 되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만일 회사에 불황이 닥쳐서 감원을 비롯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현장조합원들에게 설득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현장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의 고용안전판으로 사고한다는 판단을 근거로 비정규직 철폐투쟁, 비정규직화 반대투쟁을 현장에서 벌여내지 못했다. 비정규직 담당자를 정하고 실태조사와 교육을 통해서 비정규직 노동조건과 활동조건이 열악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뿐이었다.
한라중공업(현 삼호중공업), INP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 이어졌고, 비록 금속연맹을 비롯한 개량주의적 상층지도부는 산별노조의 규모 확대 수단으로서 비정규직문제를 주요하게 바라보긴 했지만, 2004년 단협요구지침으로서 하청노동자 차별축소의 방안으로서 정규직의 80%수준의 임금보전 등을 명시하기에 이른 것은 한편의 성과다. 하지만 그간의 조선업종의 하청노동자들의 투쟁과 죽음에 비하면 그 성과는 앞으로 넘어야할 한계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현중 박일수열사투쟁 국면에서도 전국적인 투쟁이 조직되기에는 미약했고, 특히 지역에서조차 다수의 활동가들이 지역선봉대로 조직되지 못했다는 점은 조선산업, 그리고 전체적인 현장활동가들의 상태와 조건을 말해주고 있다.
87년 직영노동자와 하청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실현했던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조차 2000년 단협에 ‘불가피한 인원 정리시 해당 직종에 대해 사내외 외주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신설하여 하청의 우선 정리해고를 명시했다. 이미 97년 현대정공의 고용안정협약서에서도 이러한 조항을 삽입했고 98년 정리해고 전에 이미 하청노동자 7,000명의 정리해고가 먼저 진행되었건 기억도 남아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1973년 현대중공업에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하도급사장에서 현장통제권을 위임하는 형태의 위임관리제(하도급제)를 도입하려 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74년 현장 노동자들이 하도급제 철회와 차별철폐 및 상여금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전개했고 79년에도 하청노동자들이 직영화된 적이 있다.
한라중공업 노동자들의 99년 구조조정 저지, 생존권 사수 80일간의 파업투쟁도 역시 확고한 구조조정 분쇄 전선을 치면서 전개한 계급투쟁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올해 금속연맹은 ‘사용자는 불법파견 판정된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정규직노동자로 고용한다. … 직접생산라인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는다. … 신규 고용시 사내 비정규직을 우선 채용한다’라는 내용의 단협지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금호타이어에서 불법파견의 정규직화 뿐만 아니라 해당 공정의 직영화를 추가로 요구한 바 있다. 이처럼 우리가 몇가지 단계를 설정해서 꼭 원청업체로의 직접(비정규직)고용을 경유할 필요는 없다. 비정규직 전체 정규직화와 하청외주, 분사 업무의 직영화 투쟁을 조직하자!
지금은 서로 현장에서 활동을 전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럴수록 아주 작은 것이라도 상호 투쟁을 통해 교훈을 갖고 투쟁을 만들어가자.
- 이제 ‘구조조정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개량주의를 분쇄하는 계급적 노동운동을 만들어 가자!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한발을 담궜다. 이미 이전부터 정부와 핫라인 개설이니 뭐니 하는 대정부채널을 중요시해왔지만, 민주노동당이 국회 입성하면서는 더더욱 ‘제한적 참여론’(=사회적합의주의)이 공론화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국회입성을 위해, 그리고 지금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조용히’를 외치고 있다. 게다가 현대중공업 박일수 열사 투쟁정국에서 보인 현대중공업 원청노조 지도부의 어용적 행위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어용원청노조와 회사의 탄압으로 그나마 투쟁에 결합한 정규직 활동가들마져 고립되고 있다.
2002년부터 현대중공업에서 어용노조가 등장한 것도 전혀 뜻밖의 것은 아니었다. 이미 94년 68일 파업 이후의 집행부는 매해 무쟁의 임단협을 전개해왔기 때문에 현장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투쟁을 통해 단련될 수 없었다.
이제 현장에 전면적으로 들어와 있는 현장통제와 어용, 개량주의세력에 대한 전쟁을 전국적으로 다시 시작하자! 이를 통해서 현장을 재조직하고 현장활동가들을 규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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