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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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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4 17:48:09, 조회:2,280, 추천: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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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자본주의, ‘인간’을 대량생산하다!
2005년 대학구조조정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대학․학과통폐합, 대학정원축소, 전임교원증가, 대학 정보 공개, 교육 여건 개선, 대학총장선임 간선제 도입 등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으나 이 모든 ‘개혁’의 중심에는 교육부, 산업자원부, 노동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産)-학(學)협력 확산사업’이 놓여있다.
대학 구조조정 골자 - 산학협력, 산업계의 수요를 적극 반영하라!
남한의 고등교육기관(각 종 대학교육과 대학원교육 등) 진학률은 세계최상위 수준이다. 일본이나 미국보다도 높은 81.3%(2004년 기준, 교육인적자원부)이다. 자본과 정권은 이것을 고등교육기관은 양적으로 증가했으나 질적 수준은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21세기 무한경쟁과 지식집약형 산업구조 하에서 요구되는 인력구조는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야하고 이러한 인적자원도 단순한 양보다는 질의 우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의 질(質)이란 ‘기업의 필요에 얼마나 잘 부응하는가’를 의미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종합대학, 전문대학, 동일권역과 동일법인 대학 간의 통폐합 등 모든 대학의 구조조정이 기업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간양성을 위함이다. 노동시장의 수급변화에 맞춰 전공별 인력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때문에 생산현장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대에서는 이미 이것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일명 ‘주문식 교육’이다. 2004년도 기준 158개의 전문대학 중 66개의 전문대학(41.8%)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실시 중에 있고 현재 추진 중인 대학구조조정의 골자는 이것을 종합대학과 대학원 등 모든 고등교육기관으로 확대, 교육계를 완전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전문대에서 그 동안 진행되어왔던 주문식 교육과 산학협력 현황을 보면 모든 굴지의 국내, 국외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구 지역의 유명한 전문대인 영진전문대학은 (주)하이닉스반도체, 외식업체 아웃백스테이크, (주)현대호텔, (주)삼성테스코 대구본부, SK텔레콤 등 총 14개 기업과 주문식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주문식 교육은 특정한 하나의 기업으로부터 미리 취업확정 인원을 주문받아 전공(반)을 개설하고, 전공명, 교육인원, 교육과정, 교과목, 교육내용, 강사진, 교육시설 등 교육 운영 전반에 관하여 대학과 기업이 상호협의하여 운영한다. 이러한 기업체의 주문이나 요구에 맞춘 교육을 실시해 현장중심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은 대학에 실험․연구․실습 기자재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대학은 좋은 ‘질’(!)의 인간을 생산하여 기업에게 보내줌으로써 화답한다.
주문식 교육은 당연히 대학-기업간의 산학협력으로 이어지는데 경남정보대학-미국의 방산업체, 창원대학-볼보건설기계, 강원대학-강원농협, 동명정보대학-시스코․쌍용정보통신, 충청대학-산업기술교육원, 계명문화대학-(주)씨네픽스 등 속속 산학협력 체결이 맺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이제는 개별기업과 개별대학간의 산학협력을 넘어 기업집단과 대학집단간의 산학협력이 체결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무역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을 체결했다.(문화일보 2005년 6월 15일자)
이렇게 전문대는 중소기업과 산학협력이 본격화되고 있고 최근 종합대학은 대기업과의 산학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이 최근 들어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카이스트 등 일류대학들에게 수백억의 기부금을 납부하고 건물과 강의실에 삼성의 로고와 사장단 이름을 새기며 이미지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도 이와 분명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서강대와 연세대, 이화여대의 공동산학협력단이 우수 기술 이전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신촌밸리’는 최근 대형 기술이전계약이 잇따라 체결하며 종합대학과 대기업간의 빅딜사례를 만들고 있다.
자본과 정권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산학협력 중심대학을 선정하여 이것을 각 지역의 전략산업과의 연계강화에 목적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각 지방 산업집적단지와 연계시켜 확실한 산업계와 교육계의 공동전선을 구축하려고 한다. 공공기관 이전, 전국 ‘산업별 수도’ 육성 차원의 ‘지역혁신클러스터 사업’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남한 전체가 기업을 위한 권역별로 새롭게 거대 재편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서 2004년 내놓은 지역혁신특성화 사업은 지역자치단체와 연계하여 실질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특화시키는 것으로 부산지역은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쓰이는 발광물질(LED) 기술산업집적단지로, 인천은 자동차 부품산업과 동북아 물류혁신 산업집적단지로, 광주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 물이나 공기처럼 시공을 초월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으로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산업집적단지로, 대구는 텔레매틱스(Telematics -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과 인포매틱스(informatics)의 합성어로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산업집적단지로, 대전은 물류, 유통산업집적단지로, 강원은 애니메이션과 관광산업직접단지로 육성하고 있다. 이것은 대학교육을 산업직접단지의 연구개발(R&D)과 현장인력 양성센터 역할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산학협력 확산사업’과 패키지로 묶어 범정부차원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평생의무교육? = 평생 자본을 위한 재교육!
현재 자본과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평생교육은 ‘누구라도 계속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도태되므로 죽을 때까지 재교육과 재훈련을 통해 끊임없이 기업에게 자신을 팔아야 한다’는 의미에서의평생 자본을 위한 재교육이다.
초일류기업 삼성은 이미 앞서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사내대학 공과대학교, 삼성전기 사내대학 경남정보대학 등을 설립해 이미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노동과 학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이 대학들은 ‘산업체위탁 전형’(무시험 특례입학 제도)을 통해 삼성 임직원의 자기계발과 핵심인력 육성을 위한 학사, 석사, 박사 등의 과정으로 이루어진 ‘사내 위탁 대학’이다.
교육의 구조조정의 또 하나의 본질, 질 높은 인간 양성 외에 다른 것 하나는? - 비용절감!!!
자본은 이윤증대를 위해 끊임없이 생산비용을 줄여야 하듯이 교육자본에서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교육 구조조정의 또 다른 본질은 바로 자본의 비용절감이다.
지난 5월 9일 경총에서 전국 100인 이상 536개 기업을 대상으로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 현황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재교육에 소요되는 평균기간은 20.3개월로 나타났다. 또한 비용은 신입사원 1인당 6,218만4천원의 비용이 소요되어 전체 기업이 4년제 대졸 신입사원교육에만 부담하고 있는 재교육 총소요비용이 8조 2,20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한 명을 재교육, 연수 하는데만도 삼성의 경우 1년에 800억원 이상을 투자 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소,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개발체계 확립」중)
대학에서는 기업에 딱맞는, ‘산업현장밀착형 교육’을 실시하게 됨으로써 기업 차원에서는 신입사원의 재교육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보다 높은 착취와 효율에 매진할 수 있게된다.
또 하나 대학간의 통폐합, 학부 간의 통폐합, 그리고 권역별 대학 통합, 동일법인 대학 통합 등 각종 통합도 역시 비용 절감의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효율성이 교육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무분별한 종합대학 지향으로 인해 대학별 역할과 특성이 불분명하고 기능이 중복되어 재정투자의 비효율을 초래하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와 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대학을 전국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에는 세계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세우고, 각 지방에는 지역산업집적단지 육성에 맞춰 지역대학도 특성화시켜 재설립한다. 이에 따라 각 대학 특성화에 맞지 않는 학과, 학부, 대학은 모두 통폐합된다. 정부는 6월 7일 국정브리핑을 통해서 경상대학교의 특성화 사례를 모범적이라며 타 대학이 참고토록 했다. 경상대학교는 식물생명과학분야에 83년 자체 ‘유전공학 연구소’설립을 시작으로 특성화하기 위해 투자하면서 그 외 다른 학과나 학부는 모두 통합되면서 오히려 규모가 축소되거나 폐지되기까지 했다.
자본주의, 이젠 ‘인간’까지도 대량생산하려 하다!!
21세기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인간을 기업에게 유용성이 있는 상품으로 팔기 위해 교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품교육’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 단행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은 인간도 기업의 수요에 맞춰 주문생산하기 위해서다. 자본에게는 인간도 하나의 상품이다. 팔리지 않으면, 기업의 수요에 부흥하여 취직되지 않으면 번호표를 붙인 채 창고에 쌓여 있어야 하는 재고품(낙오자)과도 같다. 기업의 수요가 없다면 인간은 쓸모없는 상품으로 폐기처분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이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선택(수요)을 의미한다. 우리가 원하는 바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이윤을 증가시키는데 있어서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평생자기계발을 통해 자본을 만족시켜야하고,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착취에 대한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러시아 혁명 이후 크룹스카야에 의해 정교화된 ‘종합기술교육’은 전면적으로 발달한 역사적 주체로서의 인간을 교육하기 위한 것으로 한 가지 일에 소외된 형태로 종사하는 분업의 결함을 보완하여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업무에 대한 확고한 지식을 체득케 했다. 단순한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기능’을 학습하고 ‘이데올로기’를 세뇌당하는 교육이 아니라 생산의 전체를 신속하게 배울 수 있고 사회의 수요나 인간 스스로의 기호에 따라 한 생산부문에서 다른 생산부문으로 별 지장없이 옮겨갈 수 있는 그런 교육을 의미한다. 이것은 노동의 소외와 분업을 극복함으로써 전면적으로 발전된 능력을 전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인적 교육이란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자본의 수요에 맞추게 개조된 인간을 뜻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근본모순으로 인한 ‘실업과 사회 분업’ 문제로 인해 평생 불안정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평생학습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지 않는 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고용을 보장받을 수 없고 어느 곳에도 취업되지 않는 필요없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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