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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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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7 18:23:47, 조회:2,208, 추천: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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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여성이여 일어나라, 해방을 향해 진군하라!
“한숨을 쉬면서 지난날을 뒤돌아보았다. 거기엔 그녀의 과거가 어둡고 가느다란 띠처럼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가 이 새로운 삶의 건설에 꼭 필요한 일물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전혀 꺼릴 게 없었다. 여태껏 그녀는 한번도 자신이 누구에겐가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기의 존재를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너무나 새롭고 유쾌해서 절로 고개가 쳐들어졌다.”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의 한 대목이다. 가난과 고된 노동, 남편의 매질, 고통으로 억눌린 삶을 살던 어머니는 아들과 동지들을 통해 혁명의 주체로 조직화되고 의식화된다. 이는 여성이 자본주의 하에서 희생자가 아닌 역사를 만들어가는 당당한 주인이며, 불의에 맞서 투쟁하는 용감하고 능동적인 주체임을 보여준다.
차별은 지배계급의 착취질서를 강화한다!
여성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며 자본에 의해 탄압을 받으면서도 대다수가 조직되어 있지 않아서 투쟁에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자본은 남성노동자에게 가사노동으로 여성을 착취하는 ‘알량한’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지배를 쉽게 한다. 결국 여성노동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로 착취당하면서도 가정에서는 남성에게 지배를 당하며 임금노동과 가사노동이라는 이중의 멍에를 지게 된다. 경제적 능력을 가지지 못한 여성은 남성에게 인격적 모욕과 무시를 당하게 된다.
또한 여성노동자는 자본의 구조조정 공격에 대다수의 사업장에서 우선 정리해고 당한다. 자본은 시장의 필요에 의해 여성을 착취의 장으로 불러냈다가 자본이 위기에 봉착하면 “여성은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반동적 이데올로기를 편다. IMF 남한 자본주의의 경제공황 때도 여성은 가장 먼저 정리해고의 희생양으로 내몰렸다. <밥꽃양>으로도 잘 알려진 98년 울산현대자동차 파업 때 “단 한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 일수 없다”고 말했던 김광식 집행부는 결국 누구보다 앞장서서 ‘사수대’ 밥 해먹이며 치열하게 투쟁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데 도장을 찍어버렸다. 계급적 단결투쟁이 아닌 사회적합의주의, 자본과의 타협으로 현대자동차 파업에 종지부를 찍었던 것이다. 여성노동자들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은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를 분열시키고, 노자간의 대립이 아닌 여성과 남성의 대립으로 문제를 왜곡시킨다.
임금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을 사회적 노동에서 몰아내기 위한 자본의 공세는 노조에도 영향을 미쳐서 남녀 동일임금 쟁취투쟁을 곤란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성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은 결국 남성노동자들의 임금삭감까지 강요한다.
“평균 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고용될 경우 기존의 노동자들은 이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이 낮아진 임금을 감수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낮은 임금의 압력이 전체적으로 퍼져 임금 수준을 하락시킨다. 이 상황이 노동자들의 직접 투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모든 노동자들이 더 낮은 소득과 더 낮은 구매력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전쟁으로 인해 새로운 기술을 익힌 여성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지금 악랄한 고용주에 의해 임금 삭감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여성국 회보 제 224호, 1948년
(1959, 낸시 리브즈 [전환기의 미국노동] 中 재인용)
여성노동자의 임금인상을 반대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되면 국내노동자의 임금까지 낮아진다고 이주노동자들의 고용을 반대하는 것과 같은 반동적 논리다. 자본은 이주노동자와 국내노동자를 갈라놓는 것처럼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를 차별함으로써 계급적 단결을 방해하고, 자신의 착취질서를 강화한다.
결국 자본주의 안에서 여성은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여성의 억압은 자본가 계급의 물질적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해방은 자본주의를 타도할 때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남성 활동가의 태도
레닌은 여성을 조직하기 위해 볼셰비키당 내 여성을 위한 특별조직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그것은 당 내 특수기관을 설치해서 당의 지도에 따라 노동자계급의 일반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여성의 열악한 처지에 따른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당내 많은 뛰어난 동지들조차 노동자의 단결기관은 하나에 그쳐야 한다는 이유로 여성 특별기관 설치를 반대하자, 레닌은 “여성을 남성과 대등하게 활동에 참여시키려는 혁명가의 태도”라며 못을 박았다.
그런데 현재에도 많은 활동가들이 이처럼 여성을 조직화해야 할 임무를 방기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가부장적 제도와 의식은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남성 활동가들의 의식 속에도 뿌리 깊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질서에 맞서는 투쟁대오에 여성을 굳건한 동지로 조직하려 한다면 남성 활동가 스스로가 여성에 대한 자본주의의 흔적인 성차별적 의식을 스스로 근절하고 여성을 성적 억압과 성폭력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함은 기본이다.
가사노동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가사노동과 육아문제를 단지 ‘여성의 일’로 방기하는 남성 활동가들의 ‘속물적 태도’는 많은 여성동지들을 결혼 뒤에 활동으로부터 떠나게 만든다. 그것은 동지를 한 사람 잃는 것이다. 해방을 위해서 더 많은 여성이 투쟁을 통해 단련되고 계급투쟁의 주체로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남성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익숙해져온 사회의 관습과 낡은 편견을 버리고 투쟁을 통해 여성을 단련시키려는 태도로 조직화에 동참해야 한다.
법, 제도의 평등은 왜 필요 한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호주제 철폐나 여성의 상속권은 자본주의 하에서 진보적이다. 다만 그 진보는 그러한 제도나 법률이 도입된다고 해도 여성의 억압적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여성 스스로가 각성하게 된다는 점에서 진실로 진보적이다.
“이혼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어 가면 갈수록 여성이 ‘가정 노예’의 상태에 묶여 있는 원인이 권리의 결여에 있다기보다는 자본주의제도 그 자체에 있다는 사실이 그녀들에게는 점점 더 분명해질 것입니다. 정부의 조직이 보다 민주적으로 되면 될수록 사회악의 근원이 권리의 결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있다는 사실이 노동자들에게 점차 분명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민족적 평등이 완전히 보장되어 가면 갈수록(그리고 그것은 각 민족의 분리독립의 자유가 아니라면 완전하지 않다) 민족평등이 무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문제라는 사실이 피억압민족의 노동자들에게는 점점 명확해질 것입니다.”(레닌,「마르크스주의의 희화화」1916년)
이처럼 레닌은 ‘이혼의 자유’가 법률적으로 보장되면 여성을 실제로 가정에 얽매이게 하는 경제적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 하였다. 이혼의 자유, 호주제 폐지 같은 여성단체들의 요구가 실현되는 것은 사회와 국가에서 “여성은 열등하다”는 낡은 편견을 깨고 동등권을 승인한다는 뜻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천적으로 ‘여성주의자’들의 이러한 요구는 부르주아적 의미에서 법률적으로 보장하는 여성들의 형식적 평등을 보장할 뿐, 여성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안에서 민주주의의 요구, 법률적 평등이란 자본가 계급의 이해를 보장하는 한계 내에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소부르주아 여성단체들의 요구의 실현뿐만 아니라 그 한계와 위선을 폭로하면서 급진적 요구를 내걸고 싸워야 한다.
여성노동자가 떨쳐 일어나지 않으면 해방은 불가능하다!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자신의 임무이듯이 여성노동자의 진정한 해방도 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질서를 타파하기 위해 여성 노동자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나서서 투쟁할 때만 해방은 가능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싸울 것인가?
첫째로, 여성의 우선정리해고 반대투쟁, 여성 노동자의 차별 임금 반대 투쟁에 여성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한다. 차별적인 단협 안 대신 스스로 요구안을 만들어 투쟁하고 교섭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둘째로, ‘가사노동의 사회화’ 만이 여성을 ‘가사노예’로부터 해방시키고 사회적 노동으로 복귀하도록 할 수 있다. 여성노동자는 지역탁아소, 공공식당, 공공세탁소 등의 시설을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기업 내에만 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좀더 많은 노동자계급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차원에서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여성노동자의 절박하고 실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급진적 요구인 동시에 자본을 타격하는 투쟁이다.
셋째로, 남성보다 여성실업률이 높은 이유, ‘성매매 방지법’과 경찰의 단속은 결코 성매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 자본주의 안에서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여성노동자의 수요가 낮아지고 결국 매춘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여성실업자를 조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다수의 조직되지 않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 여성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70%가 여성이다. 정규직 절반의 임금, 작업장에서 밥 먹을 식당, 화장실, 작업장에서 쓸 장갑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제적 비참함은 자본의 근본적 모순을 폭로하는 가장 정치적인 투쟁이 되고 있다. 여성은 이러한 비정규직 투쟁의 중심에 서야 한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단결하여 투쟁에 나설 때 전체 남한 노동자 계급의 힘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여성노동자여, 떨쳐 일어서자! 단결하고 투쟁하자! 모든 착취와 억압의 사슬을 끊는 투쟁에 여성노동자가 앞장서자! 그럴 때만이 여성은 동정과 굴종, 노예적 억압과 차별,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세계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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