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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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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6 19:13:12, 조회:2,914, 추천: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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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고]2005년 투쟁 속에 사보현장이 왜 무너지고 있는가?
사회보험노조 현장활동가
1.서곡
사보노조 현장의 몰락이 어디에서 정확히 출발했는지는 모른다. 현장조합원들은 대체로 적들의 철저한 노무관리와 8대 박표균 집행부의 무투쟁 기조와 현 9대 김흥수 집행부의 백기투항기조에서 찾고 있다. 8대 집행부는 무투쟁 기조를 걸고 당선된 집행부답게 2년(2002.8-2004.8) 동안 꾸준히 공단 사측과 노골적으로 협조하면서 무투쟁으로 일관해왔다. 투쟁파들의 거센 반발에 노심초사하면서도 다섯 번의 반동적인 찬반투표를 했다. 뒤이은 현 9대 집행부는 투쟁과 협상을 병행한다면서 당선된 집행부이지만, 집행부 출범도 하기 전에 시작된 은평지부 현장투쟁을 굴욕적으로 적당히 마무리하면서 출발했다. 그 투쟁은 9대 집행부가 투쟁의 길로 가느냐, 협조의 길로 가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점이었다. 이후 강동지부 현장투쟁도 9대집행부의 노골적인 책임방기로 유사한 형태로 깨져나갔다.
또한 적들은 2004년도 내내 노사합의사항을 밥 먹듯이 어겼다. 2004년 하반기는 합의사항 이행강제투쟁이 점화되어야 하는 시기였다. 그러나 9대 김흥수 집행부는 투쟁을 시늉만내고 그 무엇 하나 원칙적으로 해결을 보지 못하고 투쟁을 중도하차하고 만다. 반면 소수지만 해복투와 전투적인 활동가들은 해고자복직 합의이행을 요구하며 노상투쟁, 로비점거농성, 이사장집 앞 집회 등 끊임없이 투쟁했다. 이런 과정으로 4개월을 흘러 보낸다.
적들은 2004년 12월 29일 눈엣가시인 해고자들의 투쟁 농성장을 침탈하고, 10여명의 대법 확정자를 해고시키고 강동 현장투쟁 2인을 해고하였다. 이를 출발점으로 합의사항 이행거부를 넘어 사회보험노조의 현장기반을 죽이려는 계획적인 공격을 감행한다.
2. 강화된 적들의 공격
적들은 2005년 1월 3일 시무식불참과 노조시무식참여를 이유로 전국의 전 지부장을 징계위에 회부하였다. 또한 구사대와 폭력경찰을 동원하여 해고자 농성텐트 설치를 2차례나 폭력으로 방해하였다. 이후로 1월 11일엔 현장투쟁 했다는 이유로 강동지부 전 노조원을 직위해제 시켜버렸고, 노조 홈페이지와 사측 홈페이지에 사측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수십명을 직위해제 시키고 해고시켰다. 실로 열린우리당 당원이고 전직 인권변호사라는 이성재라는 작자는 끝도 모르게 현장을 몰락시키려고 발악을 하였다.
더욱더 악랄한 본색을 드러낸 것은 현장의 근거지인 현장지부 노조사무실을 봉쇄시키는 복무관리지침을 내리고 사측관리자들을 시켜 폭력적으로 철거하게하고 그래도 안되면 표적감사를 내보내 주요 현장활동가들을 징계위에 회부시켰다. 또한 투쟁하는 해고자들의 현장출입을 봉쇄하는 출입금지가처분을 신청하고, 법원을 통해 이것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가처분 신청은 17년 사보노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적들은 전투적인 동지들을 격리시키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로 1, 2월을 그냥 보내면서 적들은 점점 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적들은 마수를 드러낸다. 그것이 바로 원거리 전보이다. 사보처럼 전국적인 사업장에서는 정리해고와 맞먹는 원거리전보를 3월 21일 대폭적으로 감행한 것이다. 그것도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3월 18일이 불과 며칠 전인데 전혀 개의치 않고서 말이다. 원거리 전보 대상자의 90%는 현장에서 가장 전투적인 활동가들이다.
3. 말뿐인 파업- 무대응과 투항
노동조합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1월 3일 시무식거부지침을 내리고 노조자체의 시무식을 갖고 농성텐트를 치려는 시도는 단 한순간뿐이었다. 곧 이은 구사대의 침탈이후 노조는 바로 꼬리를 내려버렸다. 1월에 쏟아지는 적들의 공격에 대한 방어는 당연히 전면파업의 무기밖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계속되는 현장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의 전면파업주장을 묵살하고 협조적이고 투쟁회피적인 집행부와 쟁대위는 합법공간만을 주장하며 투쟁을 계속 뒤로 미루기만 했다.
적들은 주춤거리는 노조의 태도를 틈타 노조사무실 봉쇄, 표적감사를 돌면서 현장을 초토화시켜나갔지만, 어용집행부와 쟁대위는 합법공간(임단협)만을 외쳐댔다. 남한 땅에서 합법파업이란 것이 존재라도 하는 냥 말이다. 자본과 권력이 언제 모든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지 않은 적이 있는가. 모든 전투적인 파업은 따라서 불법파업이 아니던가! 노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적들의 광폭한 탄압에 밀려 3월 18일 파업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 파업은 투쟁하는 현장과 광폭한 적들의 사이에 쳐져있는 전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회주의적인 집행부와 쟁대위는 전면파업의 부담을 덜고 할 수 있는 파업을 개발(?)했다. 바로 ‘지명파업’ 전술이다. 그것도 원거리전보자 중에서 희망자만 말이다. 그러나 원거리전보 당사자들은 단호했고 당연히 전면파업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들의 의견은 묵살당하고 114명이라는 원거리 전보자한테만 파업명령이 떨어졌다. 적들은 위협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인사명령거부로 그들 전체를 해고시켜버렸다. 이 막다른 길에서 전면파업이 불가피했지만, 4월 26일 해고자들이 노조역사상 초유의 8차 쟁대위 회의장점거까지 하면서 반대하는데도 투항적인 쟁대위는 전면파업일정을 뒤로 미루고 2주간 교섭국면 조성을 핑계로 파업전선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어 버렸다.
4월26일 8차 쟁대위 이후부터 114해고동지와 해복투 동지들은 집행부의 방관과 무시 속에서도 완강하게 해방광장에서 농성투쟁을 전개했다. 적들은 해고자동지들의 투쟁을 구사대를 동원하여 파괴해나갔다. 거기에 노조집행부는 오히려 해고자투쟁을 노골적으로 비난해나갔다. 교섭의 장애물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 현장의 활동가들이 총집결하지 못하고 미미한 전술적인 차이로 실천을 달리해나가면서 정세를 뒤집는 데 까지 나가지 못했다. 엄밀히 따지면 정세를 뒤집겠다는 비타협적인 태도가 부족했다고 해야 옳다. 투쟁대오 내에도 투쟁을 순화시키려는 태도와 세력들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매순간 전투적인 동지들의 단단한 결집과 단호한 결정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조직적 활동이라는 교훈을 또다시 얻는다.
교섭국면은 2주가 아니라 6주가 지난 후 전임자 39명중 16명 축소, 노조활동 대폭양보, 징계최소화 구두합의라는 거의 투항적인 합의사항을 6월17일 찬반투표에 부친다. 해고자들의 해고문제 즉각 해결과 단협 하향반대 부결선동에도 불구하고 54%로의 찬성으로 투쟁은 노조의 형편없는 패배로 일단락되어 진다
4. 현장조합원들의 의기소침-여전히 존재하는 투쟁
54%의 찬성은 이 합의안을 찬성한 것 이라기보다는 집행부가 투쟁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단 한 가닥 희망도 찾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조합원대중의 역설적인 수치인 것이다. ‘투쟁해서 피 보느니 차라리 조용해졌으면’ 하는 의기소침한 현장조합원의 정서를 대변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이후 현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날아드는 업무공문에 거의 주눅 들어 파김치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적들의 노무관리는 현장의 밑바닥 근저에서부터 뒤흔들어 놓으려는 시도로 점철되어졌다.
사측관리자들이 주도하는 티타임, 심지어 호프타임까지 강요하면서 자발적인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어렵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말도 안되는 공단의 노무관리에 저항하면서 거부해나가고 있다. 또한 여전히 해고자들은 투쟁을 놓지 않고 줄기차게 이어가고 있다. 오히려 그들은 노사양측으로부터 버림받은 고립된 섬에서 싸우는 느낌이다. 적들은 상반기 공세의 승기를 잡고 소위 조직진단이라는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펼쳐놓고 호시탐탐 현장을 노리고 있다. 상반기에 몰아닥쳤던 원거리전보 공격을 필두로 현장을 초토화하려 했던 본질적인 의도는 노조의 저항 없는 구조조정의 완성에 있었던 것이다.
5. 밀려드는 구조조정-조직진단(BPR)
공단사측은 이사장이 바뀔 때마다 구조조정의 성과를 남기려한다. 전임 이사장 놈들은 콜센타, 특별징수대책반 등을 두려다가 실패했다. 나름의 노조의 저항이 아직은 살아있을 시기였으므로… 그러나 무투쟁 기조 8대 집행부의 직제개편수용을 필두로 현 이사장인 이성재는 조직진단, BPR 등의 구조조정을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이성재는 1년 전부터 액센추어라는 조직진단연구전문기관에 의뢰해 무려 4천 쪽에 달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조직진단의 핵심적인 용어는 ERP와 BPR이라는 용어인데 한마디로 전산통합을 전제로 한 자동화시스템이 ERP이고, 그에 따른 생산이나 업무를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업무재설계가 BPR인 것이다. 이는 모든 공공부문 사업장에 형태야 어떻든 간에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일관된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중장기 프로젝트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실 공단의 조직진단과 BPR 및 업무개선은 ‘신사업 확보’, ‘보험자 역할 강화’ 등의 미사여구와는 달리, 지사수와 지사 업무의 축소, 컨택센터의 구축, 지역 지사간 경쟁체계 구축, 퇴직활성화, 성과주의 인사관리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 결과는 인력감축, 노동자간 분할과 경쟁가속화와 사측으로의 포섭, 노동의 질 저하와 노동의 대체성 강화, 비정규직 도입, 외주. 분사. 사업부제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결국 노동조합은 무력화되거나 협조주의적 노조로 변질될 것으로 우려된다.[노기연, “건강보험공단 조직진단 대응을 위한 노동조합 연구보고서” 2005.4.4] 현장회 현안 입장 글 '컨택센터 과연 협조해서 될 일인가?'(2005.8,18일 현장회 홈피 참조)
이를 보더라도 적들의 구조조정 공세는 성과급제, 임금피크제, 비정규직 도입 등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파괴를 기도하고 있다는 것은 조직진단보고서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그 첫 시도로 공단은 컨텍센터(contack center)를 올 하반기인 10월경에 도입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지만 어용협조적인 집행부와 쟁대위는 ‘거부하면 대안 있느냐?’는 투항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8월 10일 쟁대위에서 사측의 구조조정에 협조하면서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실리(?)를 챙기자는 반동적인 결정을 하였다.
조합원의 생존권을 놓고 흥정을 하다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어용집행부 아닌가! 그 집행부의 핵심은 연맹이나 민주노총간부를 지냈던 자들(소위 전진그룹)이 주를 이루고 있다.
6. 이대로 끝장날 순 없다- 엎어야 산다!
사보노조 지도부는 현재 백기투항의 상태이다. 상반기의 노동탄압정세에서 백기투항으로 끝낸 집행부를 현장의 힘으로 내려앉히지 못하면서 노조집행부의 반노동자적인 행동은 끝 모르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 정세는 해고자 완전복직과 노동탄압분쇄, 그리고 목전에 닥친 구조조정 공세를 무력화시켜 내야만 하는 엄중한 정세이다. 이 어용 집행부를 끝장내면서 적들과 비타협적인 전선을 펼쳐내기 위해서는 현장조직 활동가들과 해고동지들의 헌신적인 실천과 조직적인 계획이 선행되어야한다. 또한 조합원대중에게 목전에 닥친 구조조정의 위험성을 알려내야 한다. 현장조합원들의 분노를 조직하여 기필코 어용 집행부를 몰아내고 투쟁을 조직하려는 대안세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만큼 현실적인 투쟁을 비타협적으로 전개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즉, 현실적으로 8.15사면을 계기로 해고자복직의 정당성을 한층 더 확보하였고, 114동지들에 대해 징계위출석이라는 굴욕을 강요하고 있으며, 또한 조직진단에 의한 구조조정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현장의 전투적인 활동가들은 노사양측에게 모두 전선을 쳐야한다. 그 두개의 전선은 사실 하나의 전선일 수밖에 없다. 내부의 어용 집행부는 적들과 한 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장에서 공동대응하려는 움직임들이 있다. 단지 집행부를 몰아내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대체지도부로서 거듭나기 위해 현실투쟁을 강화하면서 현장에 녹아들어서 현장조합원들의 투쟁심리를 자극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면한 노동탄압분쇄투쟁의 강화로 하반기 구조조정 투쟁의 전선을 확대해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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