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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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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1 01:25:36, 조회:2,295, 추천: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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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정치신문31호(통합 43호)입니다.
[정세1] 비정규직 투쟁의 전투성을 어떻게 급진화할 것인가?
[정세2] 누가 금속노조의 합의를 아름답다 하는가?
[현장기고] 상반기 철도 노동자 투쟁 평가 - 철도 노동자
[기획연재 - 교육] 자본주의의 황금기와 계급협조적 복지국가
[노동] 파업파괴법! 노사관계 로드맵 시행령을 분쇄하자!
[기획연재-혁명사] 꺼져버린 독일혁명의 불꽃
[쟁점]인질이 아닌 제국주의 점령과 파병에 죽음을!
[분석] 이랜드 자본과 종교
비정규직 투쟁의 전투성을
어떻게 급진화 할 것인가?
한여름의 폭염처럼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공권력 투입 이후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고 있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뉴코아 강남점을 다시 점거하여 강탈당한 거점을 확보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정권은 이번에는 신속하게 공권력을 투입하여 타오르는 투쟁의 불길을 꺼뜨리려 하고 있다.
이랜드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에서, 남한의 계급운동에서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랜드 투쟁은 유통 서비스 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중적인 점거투쟁으로 자본과 정권의 억압과 착취에 맞서서 떨쳐 일어난 투쟁이다. 이제 비정규직 투쟁은 특수고용 노동자, 건설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과 함께 비정규직 대중투쟁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여전히 시청, 지하철, 학교 등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소수지만 연대투쟁을 촉발하는 한 축이 되고 있다.
한통계약직 노동자들의 500일 이상의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의 역사에서 커다란 획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투쟁은 정규직 중심의 투쟁에서 소수적, 주변적 의미 이상을 넘지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투쟁 과정에서 절망감을 느끼고 자결, 분신 등으로 자신들의 분노와 절망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제 비정규직 투쟁은 정세를 주도하는 대중투쟁으로 거듭나고 있다.
2005, 2006년 현대, 기아, GM대우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힘찬 투쟁을 전개했다. 2005년 기아비정규직지회의 대중파업 이후에 2006년에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GM대우 비정규직지회의 굴뚝농성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고, 현대기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투쟁 선포식으로 자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은 지난 해 대중파업의 실패로 한풀 꺾였으나 긴 안목으로 보면 전체 생산공장을 멈춘다는 목표를 향해 여전히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지금의 후퇴는 지그재그식 역사발전에서 일시적인 후퇴를 겪고 있을 뿐이다.
2005년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의 영웅적인 가두투쟁이 맹렬하게 전개됐다. 2006년에는 여수 건설 노동자들의 투쟁과 함께 하중근 열사의 타살에 맞서는 포항건설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투쟁도 계속됐다. 2003년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에 전국 생산과 물류체계를 마비시키는 건설운송 노동자들의 투쟁이 몇 차례 계속되었다.
이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산, 물류, 유통서비스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에 남한 민주노조 운동을 이끌어 왔던 조선, 자동차 대공장 정규직 노조는 대부분 노사협조주의에 빠져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조선업종 노조는 휴가 전에 임단협을 타결했고, 쌍용, GM대우가 임(단)협을 타결하거나 합의하고 기아는 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합의를 했으나 부결됐다. 현대자동차지부는 내부 문제 집중을 이유로 금속의 중앙교섭을 위한 파업투쟁 불참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속노조의 경우도 중앙교섭 확약서를 빌미로 휴가 전 합의를 했다.
87년 이후로 대공장 노조가 전국적 정세를 이끌어 왔다면 2001년 대우자동차 파업과 2002년 발전파업 이후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립 산발적인 투쟁이 계속됐다.
이러한 주체 정세의 변화는 비정규직의 급속한 확대, 비정규직의 열악하고 억압적인 노동조건과 저임금, 고용불안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헌신적으로 투쟁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정규직 대공장 노조는 비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조건에 취한 채 관료주의와 노사협조주의가 득세하면서 급격하게 침체됐다. 대공장 조합원들은 외주화, 모듈화, 부품 역수입 등으로 고용불안의 위협 속에 전환배치를 당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전면적인 정리해고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단지 삼성 등 미조직된 대공장에서는 대대적인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대공장 조합원들의 위기의식을 노동조합이 적극적인 투쟁으로 받아 안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은 개별적인 생존법을 터득하며 방치되고 있다. 이것은 조합원들의 노조활동에 대한 무관심과 소극적인 참여, 이기주의 팽배, 잔업, 특근 목매달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공장의 선진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투쟁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현장의 활력과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런 투쟁이 정규직 조합원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공장 운동의 침체와 대비하여 비정규직 대중투쟁이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중심에 지금의 이랜드 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랜드 투쟁으로 다시금 폭로된 남한 자본주의의 반동성
지난 해 11월 30일 수년을 끌어 왔던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됐다. 노동운동 진영은 노동악법 철폐 투쟁에서 자본과 정권에게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 패배 이후에 민주노총은 악법 불복종 운동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다짐은 패배의 책임을 면피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것은 비정규직 시행령 발표에 대해서 전면 거부가 아닌 개입을 통해 수정한다는 타협주의로 또 다시 나타났다. 결국 올해 7월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부터 법원, 지하철, 시청, 대학, 시설관리 등에서 대대적인 비정규직 계약해지가 발생했다. 이랜드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이 패배하여 수용한 비정규직 악법에 맞서 전면적으로 투쟁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98년 근로자파견법을 도입한 이후에 자본의 이윤증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의 유연화를 핵심전략으로 삼았다. 비정규직 악법의 도입은 자본의 요구를 법적으로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의 노동유연화는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되어가고 있다.
경총은 이랜드 투쟁과 관련한 ‘최근 노사현안에 대한 경총 입장’이라는 논평에서 불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전투적 노동운동이 지속되는 것에는 산업현장에 법과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매일경제는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 고용불안과 노사 갈등을 키우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염려가 진작부터 제기됐다. 이런 걱정이 이랜드 사태를 통해 현실화한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 경총은 법과 질서가 준수되지 않아서 문제이고 부르주아 언론은 법 자체가 투쟁을 가져왔다는 상반된 평론을 하고 있다. 자본은 2008년, 2009년 7월 1일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시행되면서 대대적인 비정규직에 대한 공격일 벌어질 것을 알고 있다. 자본은 “지금의 비정규직 법안으로는 제2, 제3의 이랜드 사태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두려워하고 있다.
정권은 이랜드 노동자들의 20여 일 동안의 ‘불법’농성에 대해 즉각적으로 공권력을 투입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선전했던 정부가 그 법안의 도입으로 인해 정리해고 당하고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공권력을 투입할 명분이 약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공장 노동자들이 투쟁을 했을 때 대공장 고임금론, 노동귀족론, 이기주의 논란 등으로 사회적 헤게모니는 자본과 정부 쪽에 있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정부와 자본이 유포한 것이 분명하다 하더라도 실제 대중들한테 쉽게 먹혀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이랜드 투쟁에 있어서는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손쉽게 대중들의 지지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불법점거에 대한 자본과 정권의 대대적인 선전도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정권은 공권력 투입이 확산되고 있는 이랜드 투쟁에 더욱 더 불을 지를 것을 두려워했다. 공권력 투입 이후에 물리력으로 공장을 보호하면 온전하게 생산공장이 가동되는 것과 달리 유통서비스 업종은 물리력만으로 유통을 보호하는데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점거투쟁을 방관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했다. 공권력을 투입하면서도 정부는 조심스럽게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이 가진 폭발력과 급진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윤획득을 위한 자본의 노동유연화 전략은 자본으로서는 사활을 건 공세다. 하지만 이 공세가 결국은 비정규직을 확산하고 비정규직의 격렬한 투쟁을 낳고 있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남한 자본주의의 반동성을 여과 없이 폭로하고 있다. 남한 자본주의는 양극화라는 계급모순을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노력은 양극화의 한 극단인 자본의 이익에 집중하면서 다른 반대편에 서 있는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모순의 확대와 심화 과정에 불과했다.
남한 자본주의는 월 80만 원 대의 초저임금에 신음하던 이랜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결하라는 최소한의 요구,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는 최후의 요구를 경찰폭력으로 잔인하게 짓밟았다. 정부는 노동부 장관을 통해 이랜드 투쟁에 개입하여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으나 결국은 농성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으로 무능력과 폭력성만을 보여줬다.
김대중, 노무현정권을 거치면서 정권은 오랫동안 사회적 합의주의를 유포하고 실제 이를 통해 남한 노동운동의 계급성과 투쟁성을 무력화시키려 했다. 관료들은 이러한 정권의 사회적 합의주의 정책에 발맞춰 왔다. 민주노총 내 관료주의자들은 정권과의 타협을 고대하지만 그것의 결과는 자본과 정권의 일방적인 공세에 배신을 당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투쟁의 압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에 밀려서 투쟁에 나서기도 한다. 지금 이랜드 투쟁에서 관료들은 정권의 일방적 공세와 대중적 압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석행위원장이 현장 대장정을 하면서 자본가 언론에 투쟁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했던 것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보라! 반면 한국노총의 관료들은 비정규 법안과 로드맵 타협, 이랜드 투쟁 이후 ‘비정규직보호법 안착을 위한 노사정합의문’ 등 일관되게 자본과 정권의 편을 들어왔다.
자본과 정권은 이랜드 노동자들의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최소의, 최후의 생존권적 요구에 대해서조차 공권력 투입으로 짓밟아버렸다. 남한 자본주의 체제는 한편으로는 강력한 국가권력과 자본의 힘으로 노동자들을 짓밟고 있지만 그것은 역으로 남한 자본주의 체제가 얼마나 허약한 체제인지를 잘 보여준다.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요구조차도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남한자본주의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남한 자본주의에서 계급모순을 더 깊게 하고 계급투쟁을 첨예하게 만들고 있다. 이랜드 투쟁은 비정규직 법안 시행을 전후로 최초로 벌어진 노자간의 거대한 계급투쟁이다.
단 하나의 자본가와의 투쟁에서 자본주의 체제와의 투쟁으로 도약
자본과 정권은 특히 비정규직 법안의 시행 이후에 더욱더 달아오르는 비정규직 투쟁의 단결력과 급진성을 깨뜨리려 하고 있다. 이랜드 자본은 이랜드, 뉴코아노조와 개별교섭을 통해 양 노조의 단결력을 깨뜨리려했다.
자본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1, 2, 3차 사내하청으로 분할하여 통치한다. 유통서비스 자본은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면서 정규직 일부를 매니저로 해서 비정규직을 관리감독 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 이랜드 투쟁을 앞장서서 비난하고 있는 점주들도 바로 소사장 형태의 자영업자라고 하지만 실은 이랜드 자본에 고용된 노동자에 불과하다.
자본은 도급화를 통해 원청에 파견업체임을 은폐하고 비정규직이 도급사의 정규직이라고 강변한다. 자본은 비정규직 차별철폐 요구에 대해 독립직군제, 진성도급 등으로 정규직과의 차별을 비교할만한 근거를 없애고 있다. 한편으로는 직무급제 등으로 합리적 차별을 모색하고 있다. 자본이 말하는 합리적 차별은 차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불만과 분노를 없애려는 것이다.
2년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해야 한다는 비정규직 법안을 피해가기 위해 자본은 최근 무기계약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랜드 투쟁에서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이랜드 자본과 비교하면서 신세계의 사례를 칭찬하기도 했다. 신세계의 ‘정규직화’는 이랜드 자본의 악랄한 사례에 비해 현명한 조치를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가 계산원들을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한 것은, 고객 서비스의 최일선에 선 이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임금 비용 증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세계는 이랜드보다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현명한’ 것이다.”(한겨레21, 신세계는 이랜드보다 도덕적인가)
우리은행 등에서 도입되고 있는 무기계약제과 같은 신세계의 사례는 영구적 비정규직으로의 고착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고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본은 무기계약 전환을 통해서 자본의 이윤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를 봉쇄할 수 있다. 고용안정을 보더라도 노동부의 공공기관비정규직대책추진위원회의 표준안에는 공공기관장이 무기계약직을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노동부는 이것이 쟁점화 되자 한때 검토된 안이라고 물러났지만 이것을 보더라도 무기계약 전환 자체로 고용안정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정규직으로 평생을 살아라! 다만 상대적인 고용안정은 보장해주겠다. 그러니 단결하지 말고 저항하지 말아라!” 이것이 비정규직 악법 도입 이후에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급진성을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고용의 지속성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 통계로는 비정규직이 40%가 채 되지 않는다. 정부통계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처럼 기간제가 아닌 노동자들을 도급업체의 정규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고용의 지속성 여부만이 아니라 노무관리, 지휘감독 등 이중의 지배 여부로도 포함된다. 여기에 자본이 자영업이라고 하는 특수 고용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자본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자본의 무기계약 전환은 항상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자본은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면서 늘어난 비용부담을 정규직 노동자들이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무기계약 전환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통치 전략이기도 하다. 이랜드 자본은 이러한 투쟁을 거치면서 종교적 외피를 둘러싸고서 무식하게 착취를 강요하는 자본에서 더욱 더 고도의 착취를 가능하게 하는 합리적 형태로 노무관리를 변화시킬 것이다.
정권은 비정규직 법안이 시행 초기에는 혼란과 갈등을 겪지만 점차로 안정성을 찾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정권은 그 믿음의 근거를 무기계약직에서 찾으려고 하고 있다. 실제 무기계약으로의 전환에 만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통해 자본의 이윤이 훼손당하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를 막을 수 있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 요구의 대안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이 지금 남한 자본주의를 극심한 계급투쟁으로 몰아가지만 온전한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포기할 때 투쟁의 급진성이 온건함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 철도노조에서도 무기계약직 전환을 반대하며 싸우고 있지만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은 정규직은 성과금의 5-19%를 양보하고 무기계약직을 수용하라며 압박을 가한 적이 있다.
비정규직 차별철폐라는 최소저항 노선으로 자본과 협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자본이 원하는 대로 비정규직 투쟁의 급진적 요소는 점차로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강고하게 지켜내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이 급진성과 투쟁성을 유지, 강화하려면 비정규직 노조 일부에서 나타나는 관료주의와 투쟁해야 한다.
노무현집권 초기 전국의 물류를 마비시키며 위력적인 투쟁을 전개했던 화물연대 내에서는 투쟁을 회피하는 관료화된 지도부와 지부, 분회의 현장 간부, 조합원들의 전투성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김동윤열사 투쟁에서 이러한 갈등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바 있다. 울산건설플랜트의 마무리 과정에서는 건설산업연맹의 관료주의적 태도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비정규직 투쟁 대오 내에서도 노조 상층의 관료주의 세력에 대항하여 새로운 지도력을 구축할 수 있는 활동가 세력이 조직되어야 한다.
사내하청 노조의 투쟁은 정규직노조 내부의 관료주의와 투쟁하며 자주성을 유지하고 독자적 대중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1사 1조직 조직편제만을 기다리면서 사실상 독자적 비정규직 투쟁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포기했다. 오직 사업부단위의 고립적인 투쟁만이 펼쳐졌다. 1사 1조직 편제가 정규직 현대자동차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자 현자 비정규직노조 집행부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정규직의 우산 밑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관료주의와 투쟁하고 독자적인 투쟁을 강화하는 길만이 비정규직 노조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이다. 비정규직 노조가 자주적인 만큼 정규직과의 진정한 아래로부터의 연대가 되살아난다. 이것이 자주성과 독자성의 역설이다.
대공장 노조는 침체돼 있지만 역사성, 선진 노동자층, 파급력, 조직된 조합원 수 등에서 투쟁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잠재력을 정규직과 연대투쟁을 하면서 일깨워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은 대공장 정규직 노조에서 보이는 조합주의, 관료주의 경향과 달리 우리 전체 운동에 새로운 활력과 급진성, 연대성의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강력한 공장점거 투쟁을 통해 자본의 생산을 타격하고 이윤과 소유권을 잠식해 들어가야 한다.
엥겔스는 ‘잉글랜드 노동 계급의 상태’에서 “단 한 명의 부르주아를 굴복시키기 위하여 이만큼 인내하는 사람들은 부르주아지 전체의 권력도 분쇄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은 엥겔스의 절실한 바람이자 우리의 바람이기도 하다.
남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말이지 단 하나의 자본을 무너뜨리기 위해 구속, 수배, 손배, 가압류, 용역깡패의 폭력과 생존권의 위기 등 온갖 탄압과 극단적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수백일, 수년 이상을 투쟁하고 있다. 해고자들이나 장기 투쟁 사업장 동지들의 끈질긴 투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단 한 명의 부르주아와의 투쟁에 목숨을 거는 노동자들이 자동으로 남한 전체의 부르주아 권력과의 투쟁으로 옮겨가지는 않는다. 이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
자본과 정권이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대해 그토록 경계하였던 이유도 노동자들이 단사의 현안을 넘어 자본주의에 맞서는 전 계급적인 정치투쟁으로 떨쳐 일어설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급진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이 단 하나의 자본가와의 투쟁을 넘어서 남한 자본주의 체제와의 투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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