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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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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3 14:53:36, 조회:2,731, 추천: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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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단신]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통해 노무현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 전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연정' 제안에 이어 이번에 노무현은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들고 나왔다.
노무현은 사회 양극화 해소, 노사문제 등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주요한 사회문제와 갈등에 대한 대타협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며 노동계, 경제계, 시민단체와 각 정당 등 50여명 내외가 참여하는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제안했다.
한나라당이 이에 반대의사를 밝히자 열린우리당은 “12월초 총리실 소속의 국정협의체 성격의 기구로 발족 추진"할 것이라며 야당의 참여가 없더라도 연석회의 출범을 강행할 의지를 내비쳤다.
4대 개혁입법 등으로 한나라당과 선을 긋고 개혁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지지기반을 확보해왔던 노무현은 최근 핵심지지기반이었던 호남지역 민심마저 이탈하는 등 지지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감은 사회 양극화, 실업, 비정규직 열사들의 죽음, 농산물 개방으로 인한 농민들 생존권 문제 등 사회전반에 걸친 계급모순의 심화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이 그 해결책으로 제안한 ‘국민대통합연석회의’란 어떤 시나리오인가?
사회적 합의주의를 박살낼 때만 노동자 계급의 진정한 단결은 이루어질 수 있다!
‘국민대통합연석회의’는 스웨덴 '잘츠요바덴(Saltsjobaden) 협약'에서의 노사 대타협을 모델로 했다. 그것은 1938년에 스웨덴 노동조합연맹(LO)와 스웨덴 경영자총연합체(SAF) 간에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맺은 협약이다.
노무현이 이처럼 스웨덴 사민주의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복지국가’임을 자랑하는 스웨덴 사민주의가 사회적대타협에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남한의 현실과 스웨덴은 왠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사민주의 자체가 계급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노무현이 관철시키려 하는 사회적합의주의가 남한 노동자 계급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예측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계급타협의 산물인 사민주의는 스웨덴 사례를 통해 명확히 그 한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민주의는 자본주의 안에서 지속적인 경제 발전이 바탕이 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사회적 통제를 가해 분배를 개선하는 것이 사민주의 정책이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노동자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본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노동자를 억압하는 자본과의 착취관계를 끊지 못하고 노동자 스스로 자본의 착취도구로 전락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경영참여와 우리사주제도 마찬가지이다.
스웨덴 사민당은 집권하는 과정에서 란즈베리 그룹이라는 거대독점기업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은 노동자들이 ‘생산수단 사회화’와 같은 요구를 폐지하는 대신 자본가들이 소득세를 올리는 것으로 타협하였다. 자본가들의 소유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자본가계급의 근본적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본과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스웨덴은 세계 제 2차 제국주의 전쟁의 피해를 별로 보지 않았다는 특수성과 안정적 노사타협으로 인해 지속적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사민주의의 물적토대를 가져왔다. 이것을 바탕으로 스웨덴 사민주의는 완전고용과 함께 높은 복지수준을 보장하며 ‘복지국가’의 꿈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경제가 후퇴하고 사회복지 예산인 공적자금은 지출이 수입을 넘어서고 있다. 스웨덴 사민주의 역시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세계 자본의 불안정성이라는 경제 위기를 피해 갈수 없었던 것이다.
스웨덴에서 기업의 이윤에 상관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연대임금정책은 지불능력이 풍부한 대자본은 임금통제를 통해 초과이윤을 확보하게 되고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소자본은 퇴출시킴으로써 오히려 자본의 독점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이러한 연대임금정책은 투쟁을 통해 중소기업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통제한 결과이다. 남한에서도 이러한 스웨덴 연대임금을 모델로 연대기금을 만들어왔다. 연대임금비정규직 연대기금, 산업발전기금, 사회공헌기금이 그것이다.
2004년 민주노총 이수호 집행부는 비정규직 핵심사업이라며 ‘연대임금’을 임단협에서 요구했다. 연대임금이 ‘비정규직과 양극화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임금 정책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으로 몰아붙이며 “정규직 임금동결을 통해 비정규직 임금을 인상하겠다”는 자본의 논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을 투쟁의 주체로 보지 않고 한낱 시혜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정책에 불과하다. 자본이 지급해야할 것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킨 결과는 전체노동자들을 ‘하향평준화’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전체 노동자 계급에 대한 공격으로 다가온다.
1991년 불황으로 인해 폐지된 스웨덴 연대임금정책은 노동자 계급이 타협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증명한다. 세계자본의 불안정성이라는 위기는 사민주의의 파산을 예고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만성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계급타협은 노동자 계급에게 백배양보와 희생만을 강요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통해 노무현이 노리는 것이다.
‘국민대통합연석회의’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기존의 ‘노사정통합위원회’를 확대시킨 틀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주의를 통해 보다 노골적인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타협한다는 기존 입장은 똑같다.
그런데도 기존 노사정위 테이블을 노총과 경총, 각 정당들, 시민사회단체들까지 포함한 폭넓은 틀로 확대시킨 것은 국가가 중립적이라는 환상을 유포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불만을 일정정도 해소하고 곧 폭발할 것 같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가로막기 위해서다.
노무현은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통해 노사관계로드맵과 파견법 개악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자신들의 이윤확대를 위해 양산한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역으로 자신들에게 위협으로 다가오자 이러한 계급모순을 무마시키기 위한 의도로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제안한 것이다. 벌써부터 노동부 차관은 “노동계만 참여한다면 대화틀을 만들어 논의를 금방 시작할 수 있다”며 덤프연대, 화물연대 등 하반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역동적인 투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그것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심사이다.
그러나 다수의 노동자 민중이 생존권을 벼랑 끝 나락으로 내몰리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무현의 ‘국민대통합연석회의’로 위기를 돌파해보고자 하는 발상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없다. 그리고 그것에 찬성하는 것은 자본과 정권의 노골적인 공세에 대해 ‘타협과 양보’로 자본의 총알받이가 되고자하는 반동적 입장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해 비타협적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그럴 때에만 노동자 계급의 진정한 단결은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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