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11-07-28 18:11:50, 조회:8,318, 추천:344
|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의 역사성과 본질
한반도(조선반도) 정세가 또 다시 요동치고 있다. 작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전쟁 직전의 상황으로 한반도가 내몰렸던 상황에 비하면 정세가 대화 분위기로 급변하고 있다. 남북 외교장관들이 회담을 하고 이어서 이틀 만에 긴박하게 북미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세변화는 짧은 안목으로 보면 급변이지만 긴 정세흐름에 비쳐보면 예측하지 못한 급변상황이 아니라 논리적, 역사적 일관성을 가지고 진행되어온 정세변화였다.
이러한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싼 정세변화를 우리는 어떠한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가? 우리는 리영희 선생이 타개했을 때, ‘리영희 선생 타계에 부쳐 - 우상의 지속과 우상숭배자들’(노동자정치신문70호)에서 다룬 바도 있지만 특히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리영희선생의 역사관과 정세분석관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남한의 지식인들에게 이 같은 인식능력의 결핍이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이 남북문제이며, 그 중에서도 핵문제를 둘러싼 왈가왈부이다. 지난 얼마 동안의 시기에 걸쳐 우리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북한 핵’과 이를 둘러싼 제반 문제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것이 북한문제인 만큼 남한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 남한의 문제인 만큼 미국의 문제이고 세계 각국의 문제이다.(리영희, 「한반도의 비핵화 · 군축 · 그리고 통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두레, 1994, pp.58-59)
‘북핵’을 둘러싼 문제는 단순히 남북문제가 아니라 남의 문제이자 북의 문제인 동시에 미국의 문제이고 중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 보면 한·미·일 제국주의 동맹이자 북·중·러를 둘러싼 문제이기도 하다. 국제적인 수준에서 한·미·일 동맹은 여전히 유지, 강화되고 있는 제국주의 동맹이지만 그 동맹의 반대편에 있는 북·중·러의 문제는 쏘련 사회주의 붕괴와 중국사회주의의 자본주의화로 인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여전히 형식적으로는 공산주의를 내세우고 있고, 미제국주의가 한·미·일 동맹을 중심축으로 해서 중·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사회주의 동맹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한·미·일 동맹에 맞서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이 중에서 북·러의 관계는 북·중 간 동맹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하지 못하다.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의 역사성과 그 본질
한반도 정세는 장기간, 단기간 역사적 안목으로 분석해야 한다. 긴 역사적 측면에서 한반도 문제의 출발은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침략과 식민지 지배, 식민지 해방 이후 미군의 한반도 이남 진주, 남북 내전인 동시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 간 국제전이기도 했던 한국내전의 발발과 정전협정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한국내전 이후에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중국군은 한반도 이북에서 철군했으나 미제국주의 군대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이름으로 남에 계속 진주하고 있다. 미제는 이후 북·중·러 사회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반공주의 신성동맹을 구축해 왔다. 이 신성동맹은 반공반북주의를 기치에 두고 60여년에 걸쳐 북에 대한 고립과 말살 정책을 강화해 왔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스탈린 사망과 흐루시초프 등장 이후에 쏘련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이른바 ‘스탈린 개인숭배’ 문제를 둘러싸고 사회주의 내부의 대립이 격화되었다. 중국은 흐루시초프에 대해 수정주의라고 하고 더 나아가 사회제국주의라고 비판하였다. 쏘련은 중국에 대해 교조주의라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사회주의 국가 간의 대립과 갈등의 격화를 두고 북사회주의는 자주적 사회주의 입장을 가지고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다. 쏘련사회주의의 붕괴 이후에 북의 고립은 더 심화되고 한·미·일 제국주의 동맹은 북의 붕괴를 기정사실로 두고 공세를 지속하였다. 물론 이러한 공세 속에서도 김대중, 노무현정권처럼 자유주의 부르주아 정권은 일명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흡수통일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쏘련 사회주의의 붕괴와 북에 대한 미제국주의의 압살 정책의 강화는 북경제를 피폐화 시키고 인민복지를 약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북은 미제국주의의 고립압살 정책에 맞서 군사무장을 강화하였다. 1980년도에 들어서는 원자로 건설과 농축 우라늄 개발이 계속됐는데 쏘련 붕괴 이후에 북은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한층 더 박차를 가했다.
이후 북미 사이에는 1994년 북의 핵개발 포기와 미국의 경수로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북미 제네바 합의가 체결됐다. 그러나 미국은 경수로 지원 약속이 지지부진하고, 2001년 부시정권이 핵사찰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네바 합의 파기를 언급하자 북은 핵시설 재가동에 착수했다. 2002년 부시정권은 이란과 함께 북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테러주의 정권’으로 간주하여 타도할 것을 노골적으로 천명했다. 이러한 극단적인 대립 와중에 2003년 8월 6자회담이 개최되게 된 것이다. 마침내 2005년 6자회담에서는 9.19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성명은 2005년 2월 북이 핵보유선언을 하면서 급진전되어 만들어졌다. 9.19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체제 논의, 경제협력 등의 내용을 담고 있고 이의 이행을 위해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하나씩 이러한 과제들을 실행해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9.19공동성명에 불만을 품은 부시정권은 경수로 지원 문제를 또 다시 거부하고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였고 북은 2006년 7월 탄도미사일 발사와 10월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렇게 됨으로써 6자회담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러한 가운데 2008년 말 집권한 오바마 정권 이후인 2009년 3월에는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이 실시되고 북은 2009년 4월 ‘광명성 2호’라고 명명한 인공위성을 발사하였다. 이 인공위성 발사를 둘러싸고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미사일 발사라는 논란이 일어나면서 한반도는 또 다시 첨예한 대립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를 규탄하기 위해 소집된 UN안보리에서는 그것이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를 규정하지 않고 “발사체를 규탄한다”는 모호한 성명이 발표되었다. 이에 대해 북은 ‘상호주권을 존중’하기로 한 9.19공동성명 2항을 근거로 해서 6자회담 합의 내용을 미국이 위반한 것으로 주장하면서 6자회담 참가 거부와 무효화를 선언하면서 핵시설 원상복구 및 폐연료봉 재처리를 재개했다. 이후 안보리 성명과 경제제재에 맞서 2009년 5월 북은 또 다시 2차 핵실험을 실시하였다.
이처럼 ‘북핵문제’는 그 본질은 북에 대한 미제국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 제국주의 동맹의 북에 대한 고립말살 정책과 이에 대한 북의 자위권이라는 근원적인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역사성 속에서 미제국주의는 북의 핵 보유를 명분으로 북을 타도해야할 ‘악의 축’, ‘테러정권’으로 규정하면서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한 이라크 침공에 이어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 등을 강화하면서 전 세계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를 유지, 강화해 오고 있다. 결국 ‘북핵 문제’는 수천, 수만 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제국주의 ‘핵독점’을 은폐하고, 전 세계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만들어진 조어(造語)에 불과하다.
리영희 선생은 이미 일찍이 ‘북핵문제’의 본질에 대해 미제국주의의 북에 대한 침략과 고립말살 정책에 있음을 꿰뚫어 보았다.
홍근수 목사 : 북핵 문제로 미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데, 북한 핵 문제가 터져 나온 배경에는 무엇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리영희 선생 :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 30년 동안 한반도에서의 미국 군사 전략과 기본 구상을 볼 때 최종적으로 미국이 전쟁을 감행할 것이 분명하니까 결국 북한이 스스로 방위하기 위해서, 핵 선제공격에 대비한 자위책을 강구해야겠다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즉 핵에 대한 동기를 미국이 북한에 부여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겁니다.
한미동맹 50년 무엇이 문제인가? -리영희 선생 인터뷰-
날 짜 : 2003년 7월 7일(1차 인터뷰), 7월 15일(2차 인터뷰)
한때 ‘핵보유’를 둘러싸고 리비아와 북 간에는 논쟁이 있었다. 카다피는 핵무기를 포기하면 미국이 경제봉쇄를 해제하고 지원을 해주기로 한 약속을 근거로 리비아처럼 북도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리비아에 대한 미제국주의와 유럽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두고 볼 때도 제국주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천안함 사건과 최근의 급변하는 정세변화 요인
부시정권이나 클린턴, 오바마정권이나 북에 대한 적대정책과 붕괴정책의 본질은 다를 바 없지만 그 수행방식은 일방적인 군사적 조치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군사적, 경제적 고립말살 정책이 지속되면서도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대화를 촉구하는 양면전술을 쓰기도 했다. 오바마정권 등장 이전에 부시정권도 임기 말에는 북과의 대화를 추구하기도 했다. 미국은 오바마정권 들어서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대화를 전개하지 않았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불개입과 물리적, 군사적 조치를 하지 않는 인내가 아니라 오히려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하지 않는 인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략적 인내’는 한편으로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최근에는 리비아에 대한 전쟁으로 중동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동시에 한반도에서 직접적인 동시전쟁을 치를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북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봉쇄 조치로 ‘북핵 폐기’와 붕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에 대한 미국의 고립압살 정책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북의 결속력과 핵무장을 강화하도록 했다.
결국 오바마정권은 이러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2009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북에 파견하여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논의를 하였다. 미 대북 특사의 방북 이후에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을 방문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이렇게 북미대화가 다시 재개될 시점인 2010년 3월에 급작스럽게 천안함 사건이 터져 나왔다. 천안함 사건은 다시 재개되는 북미대화 움직임을 원점으로 돌려놓으면서 남북 간, 북미 간 극단적인 대립과 충돌을 낳았다. 이명박정권은 천안함 TOD 동영상, 1번 어뢰, 물기둥 등 수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자신들의 대북 대립 정책을 더욱 더 강화했다. 서해와 동해에서는 미군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위대까지 부분적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 수차례 벌어졌다. 이러한 전쟁 촉발 직전의 대립 상황에서 북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으로 대응하면서 군사적, 정치적 위기는 더 한층 첨예해 졌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이후에 이명박정권은 한·미·일 동맹에 더 의존하면서 대북 적대 공세를 강화해 갔다. 이명박정권은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여 지난 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쟁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전쟁 위기 고조는 도리어 이명박정권의 실정과 함께 독이 되어 한나라당을 참패로 몰아넣었다. 정확히 말하면 전쟁위기 고조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참패했던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서 이른바 ‘천안함 출구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천안함 사건이 생기기 전의 상황으로 정세를 되돌리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됐다.
이명박정권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선(先)사과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대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북의 적극적인 대화 공세,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 등으로 인해 북·중 관계가 강화되고, 미국 역시도 ‘천안함 사과가 북미대화의 전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명박정권의 고립은 가속화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서 북미 간에는 2011년 2월 북 과학자 대표단의 방문, 3월 19일부터 4월 2일까지의 북 경제대표단의 미국 방문, 4월 28일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5월 북 태권도 대표단의 방미와 5월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방북, 6월 언론사의 교류 합의 체결, 2009년 이후 중단된 대북 식량지원 문제의 재개 논의 등이 북미대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 숨 가쁘게 이뤄지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에 오바마정부는 대북협상에 참여해 온 웬디 셔먼과 성김을 국무부 정무차관과 주한미대사로 임명하면서 정부 차원의 북미대화 준비를 마치고 있다. 이러한 정세변화는 북미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스웨덴 등의 통신사 교류와 식량지원, 외교, 경제협력 강화 등으로 국제적인 수준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을 전후하여 지난 5월에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북중 간 경제협력 문제와 한반도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여기에서 북은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중국의 제안을 받아 들였는데 그것은 남북대화를 먼저 하고 북미대화를 통해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었다. 북은 한반도에 실질적으로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선호하지만 우선적인 남북대화 없이는 이것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 때문에 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러한 3단계 대화 주장을 미국도 수용했는데 한미 동맹을 중심에 두는 미국으로서는 남북대화 없이 곧바로 북미대화를 하기에는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적으로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이명박정권은 지난 해 8월 8.15경축사에서 북의 붕괴를 염두에 둔 통일세 제안에 이어 올해 5월에는 북핵 선폐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거는 베를린 발언으로 남북대화를 정면에서 거부했다. 지난 6월 21일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평통)에서 “대한민국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라며 여전히 북붕괴를 염두에 둔 공세를 계속 취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이명박정권은 기존 입장과 세계적 정세변화에서 내부혼란을 겪으면서 오락가락했다. 이른바 5월 말 군부대 예비군 훈련장 사격장 ‘표적사건’으로 북이 ‘보복성전’을 다짐하는 가운데 6월 1일 북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4월 남북 비밀 접촉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최소한 두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시해 달라"며 돈봉투를 건네려 한 사건이 폭로되면서 이명박정권은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겉으로는 여전히 ‘천안함, 연평도 선(先)사과를 요구하면서도, 국제적인 정세변화를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선 사과라는 형식적 명분 없이 남북대화를 하면 보수 지지층의 반발을 살까봐 취해진 조치였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 이명박정권은 여전히 그 사실을 거부하지만 보수진영도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정권을 비난했다.
이러한 최근 일련의 정세 속에서 지난 7월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비핵화회담이 전격 이뤄졌던 것이다. 이후 곧바로 다음 절차인 북미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명박정권은 “남북 양자 관계는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풀릴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천안함, 연평도와 분리해서 남북대화를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조중동 우익 신문들이나 대북정책에서 한나라당 이상으로 우익적인 자유선진당 조차도 이러한 국제적 정세변화를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북이 그동안 좀처럼 내켜하지 않던 남북 간 핵 논의까지 수용하며 나선 것을 보면 남쪽과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와의 소통(疏通)이 꽉 막혀버린 현 상태를 더 이상 견뎌내기 힘들 정도로 북의 내부 사정이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 북이 어렵게 손을 내밀어 온 만큼 남북 서로의 입장을 살리면서 힘겹게 마련된 대화의 모멘텀을 살려나가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조선일보 사설, 남북 첫 核회담, 남북대화 여는 門 될까, 2011.07.22)
"북한이 그동안 좀처럼 내켜하지 않던 남북 간 비핵화 논의까지 수용하며 나선 것을 보면 북한의 내부 사정이 매우 절박한 것으로 보인다…어쨌든 북한이 어렵게 손을 내밀어 온 만큼, 남북대화의 단절을 피하면서 힘겹게 마련된 이번 대화를 지속적으로 살리고 강화해 나가야 한다"(자유선진당 7월 24일 논평)
극우보수 진영의 반응을 하면 그 기조뿐만 아니라 그 문장까지 사전에 하나로 통일시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우익진영들은 노신의 ‘아큐정전’에서 건달패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정신적 승리법’으로 자기위안을 삼는 어리석은 아큐를 닮아 있다. 이명박정권과 우익진영들은 군사적, 경제적 공세로 북 붕괴를 추구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대북협상은 북괴 위기에 처한 북을 살려주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은 대북 호전적인 정책을 합리화 시키는 명분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먹혀들지 않고 국제적으로 앞 다퉈 대북협상을 가지고 6자회담이 개최되는 방향으로 나가자 이명박정권과 우익세력들은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우선적 사과에서, 사과를 구걸하는 것으로, 마침내는 사과요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굴욕적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명박정권의 대북입장 변화를 통해 객관적인 정세변화도 파악할 수 있지만, 천안함 사건이 ‘북의 소행’이라며 적대정책을 취했던 것의 허구성 역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정세변화 속에서의 노동자계급의 당면 투쟁 요구
이제 7월에서 8월로 넘어가면서는 북미협상과 6자회담을 중심으로 하는 대화국민이 펼쳐질 것이다. 이명박정권은 이 국면에서 이제부터는 대화국면에서 고립되지 않으려고 남북 우선협상에 매달릴 것이다. 큰 틀에서 정세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2011년 신년 정세분석 글에서 밝힌 것처럼, 6자회담 그 자체로 전적으로 평화국면이 펼쳐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올해는 작년과 달리 한반도에서 6자회담 재개라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세변화가 곧바로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과 동북아에서의 대립격화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도록 하지는 못할 것이다. 6자회담 재개논의는 새로운 국면으로의 방향전환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힘겨루기와 대립은 새로운 차원에서 되풀이 될 것이다. 또한 전 세계 공황의 심화 양상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는 천안함 침몰사고처럼 우연적, 비우연적 상황이 돌발변수로 나타나면서 새로운 대립과 군사적, 정치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노동자정치신문 71호, 2011년 정세전망, 정세는 과학으로 인식하고 실천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북핵’문제는 장기간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의 일련의 긴박한 정세변화도 정세적 필연성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진보신당, 사회당, 트로츠키주의 진영 특히 국가자본주의 진영은 이러한 역사성과 정세변화를 이끌어 내는 근원적인 힘들을 보지 못한 채 반공반북주의에 사로잡혀 ‘북핵 폐기’, ‘북한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미제국주의와 한‧미‧일 제국주의 동맹의 전위대가 되고 있다.
새로운 정세변화 속에서 노동자계급은 가장 먼저 노동자계급 운동 내부의 친제국주의적인 흐름을 단호하게 폭로하고 거부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계급은 현장에서의 경제투쟁뿐만 아니라 국내적, 국제적 수준에서의 정세변화를 현장문제가 아니라고 단순하게 관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해방에 유리한 정세를 만들어 내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6자회담 국면을 계기로 단순히 소부르주아적 평화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군축, 군복무 단축, 한‧미‧일 제국주의 동맹 철폐, 미군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방북 등을 이유로 구금당한 양심수 석방 등 정치적 요구를 내걸고 투쟁해야 한다.
‘북핵문제’의 본질은, 미제국주의의 핵독점과 북에 대한 고립말살 책동에 있기 때문에 그 근본적인 해결은 미제국주의가 제공하는 핵우산을 포함한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 북에 대한 고립말살 책동의 중단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의 방사능 누출 사고 보다 수십 배 파멸적이 될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핵참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쟁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어깨에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전체 인류의 운명이 걸려 있다. <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