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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8호]철도매점의 투쟁평가와 철도비정규직 운동의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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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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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6 18:56:23, 조회:2,312, 추천: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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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철도매점의 투쟁평가와 철도비정규직 운동의 과제
- 철도 비정규직 활동가
지난 2월 16일 3일간의 휴업투쟁으로 시작한 철도매점 노동자들의 171일간의 파업투쟁이 8월 5일 굴욕적인 합의안으로 마무리 되었다.
철도매점노동자들은 홍익회(현, (주)한국철도유통)의 정규직노동자들과 똑같은 근로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을 보장받지 못하고 노동조합에 가입조차 하지 못하면서 온갖 차별과 탄압 속에서 노동해왔다. 사측은 자신들의 부당한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철도매점노동자들을 강제로 용역으로 전환시키는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고 이에 철도매점노동자들은 2000년 대법원에서 홍익매점 성과급 영업원 및 보조원이 정당한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고 2001년 1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측은 강제용역전환을 빌미로 자영업자라는 핑계를 대며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고 계속적으로 노동조건이 후퇴된 용역계약서에 강제서명하게 하면서 탄압을 일삼아 왔다. 이에 분노한 철도매점 노동자들은 “강제용역 철폐!! 노동조합 인정!! 유급휴가 보장!!”을 외치며 3일 동안 휴업투쟁에 돌입했다. 당시 100여명의 조합원이 휴업투쟁에 동참하였으나 투쟁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고 장기화되면서 30여명의 조합원만이 투쟁을 지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파업의 경험이 없고 집행부의 파업전술이 부재한 상태에서 파업은 가열 차게 진행되지 못했고 조합원들의 의지 또한 높아질 수 없었다. 형식적인 집행부회의조차 진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조합원 총회는 당연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내부 소통은 완전히 꽉 막혀버리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로인해 조합원과 집행부, 조합원간의 신뢰가 형성되지 못했고,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쟁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파업을 접을 수 없었다. 갈 때까지 가보자는 분위기 속에서 투쟁의 끈을 놓지 않고 오직 철도본조가 이 투쟁을 감싸 안아주기만을 바랬고, 결국 결합을 이끌어 냈다.
철도본조가 결합한 것은 오히려 파업투쟁에 방해가 되었다. 철도본조는 철도매점투쟁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철도노동조합 지방본부로 편입되어 엄연히 철도조합원의 투쟁임에도 불구하고 철도노동자의 투쟁으로 만들어 가지 않았고 다른 조합원들 조직화에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단지 몇 차례의 형식적인 본사 항의집회를 개최했을 뿐이며 투쟁현장에 당연히 지원해야 하는 투쟁지원금조차도 차용증을 받고 빌려주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렇게 빌려준 지원금을 투쟁기금모금을 위한 주점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곧바로 되돌려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화되고 있는 투쟁 속에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조합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 정말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었다. 투쟁지원금에 대한 철도본조의 철도매점지방본부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이후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철도본조는 파업투쟁을 가열 차게 밀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도록 철도공사와 (주)한국철도유통과 철도매점노동조합 사이에서 중재하면서 파업을 빨리 마무리 지으려고만 하였다.
그러나 철도매점노동자들은 이러한 철도본조의 관료적이고 개량적인 행태에 분노하면서도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투쟁이 아니라 철도본조가 나서야 만이 해결되는 문제라는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철도매점노동자들의 가열 찬 투쟁으로 철도본조를 압박해서 그 투쟁에 밀려서라도 적극적으로 투쟁에 결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서울역 농성장에 거점을 정하고 교육과 토론, 선전활동 등의 농성프로그램을 배치하면서 철도매점노동자들이 차츰 의식화되고 집행부회의와 총회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소통의 문제가 해결되는 듯 했으나, 연대단위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으면 철도매점노동자들이 주도적으로 농성프로그램을 이끌어가지 못했고 투쟁은 다시 지지부진해졌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단식투쟁은 오히려 투쟁을 빨리 그리고 굴욕적으로 마무리 짓게 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철도매점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50대를 넘어선 늙은 노동자들이었고, 파업투쟁은 특수고용직이라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투쟁 속에서 내부의 단결력과 강력한 연대투쟁을 통해서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의 지도력 부족과 조합원들과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은 불신과 조직 와해만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투쟁주체들의 약한 의지와 부족한 자신감은 강력한 투쟁력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애초부터 적극적이지 않았던 본부조합의 강력한 투쟁을 이끌어 내기란 불가능했다.
‘해고자 복직’과 ‘손배가압류 철회’가 전부인 합의안을 보며 한 조합원이 “도대체 왜 파업을 했는지 모르겠다. 처음하고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 파업하며 보내 시간이 억울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용역화 철폐’, ‘법정 최저임금 보장 및 노동조건 개선’, ‘노조인정’과 같은 핵심 요구안을 쟁취하지 못했다.
2005년 상반기 철도비정규직투쟁으로 가장 주목하고 있었던 철도매점파업투쟁의 굴욕적인 마무리는 비정규직투쟁에 있어서의 어려움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비록 특수고용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고는 하나 이 투쟁이 보여준 한계점은 철도 내 다른 직․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앞으로의 투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날 수 있다.
철도매점지방본부는 매점노동자 스스로가 노조를 결성하고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스스로 파업투쟁을 조직했음에도 불구하고 본부조합의 결합에 많은 기대를 걸며 자신들의 투쟁력을 더욱 강고하게 만들어가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철도에서 일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직 조직되지 못했으며 철도노동조합에 의해 혹은 정규직 활동가들에 의해서 조합원 조직화 진행이 겨우 초기단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정규직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주체적인 활동을 만들어 가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며, 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의 정규직에 대한 기대 심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철도매점노동자들이 그리고 철도 내 다른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고 이후의 또 다른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정규직노동조합에 기대는 대리주의를 극복하고 내부주체의 조직을 강화하고 단결력을 높여 주체적인 활동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도노동조합으로의 비정규직 조직화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틀 내외의 독자적인 조직구성을 추진하고 독자적인 활동력을 키우면서 이러한 힘으로 정규직들도 비정규직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현재 철도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규직․비정규직 활동가 모두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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