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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0호] 1917년 혁명, 그 이후(2) - 혁명사기획연재(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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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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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8 01:55:22, 조회:2,789, 추천: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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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시대의 경제정책을 대표하는 것은 급속한 공업화와 농업의 강제적 집단화이다. 여기서는 이 두 가지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급속한 공업화의 추진
생산력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고 농촌 경제가 지배적이었던 러시아에서 당면 과제는 사회주의 사회의 물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대공업의 발전이었다. 자본주의 국가들로부터 경제적으로 고립되었던 소련은 당장 재정을 마련하기 위하여 외채를 끌어올 수도 없었다.
일반적인 자본주의 발전과정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소련에서의 공업화는 기간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자본 축적 자체가 어려웠던 점, 기술자가 절대 부족했던 점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당은 모든 노동자의 조직에 ‘생산에 주목하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생산의 합리화, 노동 생산성의 향상, 절약 제도, 생산물의 원가 인하, 생산회의 등이 실시되었다. 2년에 걸친 노력 끝에 1927년 말 경에는 공업 총생산고가 전쟁 전의 수준을 넘어섰고, 공업에서 사회주의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86%가 되었다. 1926~1927년 국민 소득은 전년에 비해 11% 이상 늘어났다. 1929년의 노동 생산성은 전년도에 비해 약 13% 상승하였고, 같은 해에 공업부문에는 전년도 투자액의 10.5배에 해당하는 34억 루블이 책정되었다. 대공업의 생산고는 연평균 25%, 중공업은 31% 증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뒤에는 농민들의 강요된 희생이 있었다. 농민들은 ‘공물’이라는 형태로 자신들의 상태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일정량의 생산물을 빼앗겨야 했다. 또한 수많은 농민들이 공업화에 동원되어야 했다. 중공업에 치중한 투자와 지원은 상대적으로 당장의 생활에 필요한 경공업의 부진을 가져왔다. 소련의 생산성은 향상되었지만 산업의 불균등한 발전으로 노동자 민중의 상태는 개선되지 못했다.
콜호스 제도의 수립
한편, 도시에서의 급속한 공업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농촌은 궁핍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농촌 경제와 농민 문제는 러시아에서의 사회주의 건설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인구의 절대 다수가 농민이었던 러시아에서 농민을 사회주의 혁명의 동맹군으로 세워내느냐의 문제는 곧 혁명의 성패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수세기동안 소소유자의 습성이 몸에 배어 있던 농민들의 쁘띠 부르주아적 의식을 바꿔내는 것은 교육이나 설득만으로는 부족했다. 농민 문제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던 레닌은 농촌을 사회주의적으로 개조하기 위한 방안으로 협동조합으로의 조직화를 제시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협동조합은 부르주아적 기구이지만,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잡은 상태에서 협동조합은 소농경영이 지배적인 당시의 농촌을 집단적 농업경영의 형태로 바꿔내기 위한 사회주의 건설의 기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것이 협동조합이 제시된 주요한 이유였다.
레닌은 협동조합으로의 조직화를 위해서 농민들에게 기계나 그 밖의 것을 국가가 원조하는 물질적인 이익이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농민들 스스로 개별적인 소농 경영의 형태보다 집단적 경영의 형태가 당시의 낙후한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임을 스스로 자각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로써 농민의 사적인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결합되도록 농촌에서의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전망이 제시되었다. 여기서 가장 강조된 것은 협동조합으로의 통합 과정이 절대로 행정적, 강제적 방식으로 되어서는 안 되고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하는 점진적인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스탈린은 이러한 점진적인 과정을 폐기하고 강제적 집단화의 길을 채택했다. 15차 당대회에서는 농업의 발전이 늦어지고 있는 원인이 여전히 영세하고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단시일 내에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제적 농업집단화 방침을 정하였다. 이것은 모든 전선에 걸쳐 사회주의의 공세를 준비해 나간다는 임무가 공식적으로 제기됨으로써 정당화되었다.
대표적인 집단화 정책인 콜호스제도는 토지, 농구, 가축, 종자, 농업시설 등의 생산수단을 공유하고, 공동노동에 의한 생산을 하며, 수익은 콜호스를 위하여 일정액을 공제한 후 소속원 각자에게 노동량에 따라 분배되었고, 소속원의 소규모 개인부업 경영이 인정되는 제도이다.(집단적 협동 조합적 소유에 기초를 둔다는 점에서 국가적 소유에 기초를 두는 소프호스와 구별된다). 1930년 1월 5일 전연방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집단화의 속도와 콜호스 건설에 대한 국가의 원조 조치에 대하여’라는 결정을 채택했다. 이는 전면적인 집단화 조치로써 중농층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콜호스 제도가 한층 강화된 결정이었다.
이렇게 위로부터 강요된 결정에 의하여 집단화 속도는 한층 빨라지고 그 성과도 크게 증가(1929년 10월 전농가 수의 4.1%에서 1930년 3월에 58.1% 달성)했지만 곧 역편향이 나타났다. 농민들은 가축의 강제적 몰수에 항의하는 표시로 자신들의 가축을 죽이기 시작했다. 1930년 2월~3월 사이에 소 1460만 마리, 돼지의 1/3, 양과 산양의 1/4이 도살되었다.
집단화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민족이나 지구에서도 조건의 다양성을 고려한다는 원칙이 무너진 채 강제적으로 자행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이러한 강제적 집단화 과정은 중농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이는 농민을 협동조합으로 조직하는 데 있어서 특히 중농에 대해 강제 수단에 호소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레닌의 주장이 현실에서 완전히 무시된 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레닌은 특히 ‘중농에 대한 태도에 대하여’에서도 “이 문제에서 너무 서두르는 것은 해롭다. 왜냐하면 그것은 새 제도를 반대하는 중농의 편견을 강화할 뿐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였듯이 이 문제에 대하여 신중할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집단화 정책은 농촌에서의 사회주의 경제 달성이라는 목표만 제시된 채 신중함과는 거리가 먼, 내리꽂기 식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소련에서는 모든 정책의 전환에 앞서 대회나 협의회, 중앙위원회 총회 등을 통해서 정책의 본질을 분명히 파악하고 전체 노동자 민중이 그 의의를 완전히 이해시키는 방식을 통하여 실천에 옮기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집단화 정책에서는 이러한 대부분의 과정이 생략되었다. 현장에서는 농민들을 ‘부농 수탈’로 위협하여 강제적으로 콜호스에 가입하라고 강요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공유화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도 없었다. 예를 들면 가축을 공유하는 데 있어서 소가 한 마리밖에 없는 농가의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제한적으로 허용된 개별 농가 부속지 경영에 대한 허용범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구체적 내용이 확립되어 있지 못했다. 따라서 농민들의 불만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에 스탈린 정권도 속도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집단화 비율은 같은 해 6월에 23.6%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스탈린은 그 기본적인 원인을 현지 활동가의 미숙함으로 돌리고 근본적인 원인은 치유하지 않은 채, 집단화의 길을 밟았다. 그 결과 1934년 71%, 1937년에 93.5%의 집단화를 완료하게 된다. 스탈린 정권의 농업 집단화 정책은 이러한 집단화 달성율을 근거로 겉으로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선전되었지만, 그 내부로부터는 농민들이 점차 사회주의 건설에 등을 돌리면서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었다.
제1차 5개년 계획
1929년의 15차 당대회에서는 국민경제발전 제1차 5개년 계획을 채택했다.
계획의 기본이 된 임무는 중공업을 끊임없이 발전시킬 것, 중공업에 기반을 두고 국민 경제의 전부문을 급속히 성장시킬 것, 국민 경제 가운데 사회주의 부문의 비중을 높이려고 할 것, 국민 경제의 모든 전선에 걸쳐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의 유물에 대한 공세로 전환하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자본주의적 분자를 더욱더 단호히 배제할 것 등이었다. 이는 이미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스탈린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었으며 실제로는 레닌의 신경제정책 폐기를 의미했다.
레닌의 신경제정책(NEP)은 무너져가고 있던 사회주의 러시아를 살리기 위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가혹한 투쟁을 의미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것은 성공을 거두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서 스탈린은 NEP를 내전과 제국주의 국가들의 개입으로 불가피하게 채택했던 전시공산주의를 방불케하는 강제적 발전과 집단화로 대체한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레닌이 전시공산주의를 두고 ‘전쟁과 피폐로 어쩔 수 없이 채택된 정책’이었다고 규정했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 물론, 레닌은 신경제정책만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신경제정책은 전시공산주의로 인한 폐해의 평가로부터 도출된 결론이었다. 국내외의 반혁명세력의 준동보다도 사회주의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었던 것은 혁명의 동맹세력이 되어야 할 농민들과 노동자들의 불만이 심각할 수준으로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신경제정책은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생산 수치 등은 상승했지만 충분히 설득하고 동의되지 못한 강제적 방식에 의해 사회주의 러시아가 내부로부터 무너질 위험성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그러나 필연적인 정치적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스탈린은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무시한 채 노동자 민중들에게는 올라가는 생산수치만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정책에 무조건 따를 것을 강요하였다.
노동자계급에게는 ‘5개년 계획을 4개년으로!’라는 슬로건이 주어졌으며 농촌에서는 ‘5개년 계획을 3개년으로!’, 심지어 ‘5개년 계획을 2개년으로!’라는 슬로건까지 제창되었다. 이 밖에도 노동현장에는 ‘돌격대 운동’이 전개되었다. 이 운동은 돌격대원으로 참여한 노동자들이 작업의 모범을 보이고 다른 노동자들도 그만큼의 작업량을 따라서 수행하게 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1929년 말까지 모스크바에 2000개, 레닌그라드에 1500개, 우랄에 1500개의 돌격대가 만들어져 노동자의 26%가 돌격대로 조직되었고 노동자의 63%는 여러 가지 형태의 경쟁에 동원되었다. 이후 돌격대 운동은 농촌에도 파급되었다.
위에서 나열한 스탈린 정권의 여러 가지 동원방식에 의하여 실제로 제1차 5개년 계획은 4년 3개월 만에 완수되면서 1929년은 소련의 역사에서 모든 전선에 걸쳐 위대한 전환이 이루어진 해로 기록되었다.
제2차 5개년 계획과 소련 헌법의 제정
1932년 1~2월 제17차 당협의회에서는 제2차 5개년 계획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공업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업을 완전 가동한다는 과제가 전면에 제기되었고 농업에서는 콜호스를 조직과 경영면에서 강화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세부적으로는 철강 생산 부문의 건설이 강조되었고 농업 집단화를 완성하는 등의 과제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당협의회의 결정은 1934년 당대회에서 최종 채택되었다. 당대회에서는 제2차 5개년 계획의 기본적인 정치 과제로서 자본주의적 분자를 최종적으로 일소할 것,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낳고 사회를 착취자와 피착취자로 분열시키는 원인을 완전히 절멸할 것이 채택되었다. 경제 과제로는 국민 경제 전체의 기술적 개조를 완성하는 것이 제기되었다. 또한 기술적 개조는 기술 요원의 양성과 새로운 기술의 습득, 소비에트 과학과 기술의 진흥과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음이 강조되었다. 기본 건설의 총액은 제1차 계획 때의 두 배인 1330억 루블로 결정되었고, 1937년 공업의 총생산량은 1913년에 비해 8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로 설정되었다. 제2차 5개년 계획도 1차 계획과 마찬가지로 4년 3개월 만에 완수된다. 이 밖에도 대회에서는 새로운 당 규약이 채택되었다. 여기에는 특히 당내 민주주의와 당 규율에 관한 1개의 장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당을 강화한다는 명분하에 실시된 당 규율의 강화는 대대적인 숙청으로 나타났다. 숙청은 1934년 레닌그라드 당 조직의 최고 책임자였던 키로프의 암살을 계기로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 스탈린은 키로프 살해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라는 명목하에 대숙청을 단행했다. 이 때 트로츠키와 지노비에프도 희생된다. 3차에 걸친 대숙청은 자신의 정적뿐만 아니라 노동자 민중에게까지 확대된다. 대표적으로 1935년 6월에 도입된 연좌제는 소위 스파이나 ‘기생자’들 뿐만 아니라 이들과 관련된 활동이나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사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수십만 명의 소비에트 기간 활동가들도 이 시기에 숙청당하였다. 농민들은 부농 숙청이라는 명목으로 희생당하였다. 또한 노동 수용소와 노동 거주지, 특별 거주지역으로의 강제적 이전이라는 제도는 다양한 영역에서 노동자 민중을 상시적으로 압박해왔다.
1936년 11월 제8차 임시 전연방 소비에트대회는 새로운 소련 헌법을 만들었다. ‘스탈린 헌법’이라고 불리우는 이 헌법은 1970년까지 이어지는데 소련에서 사회주의가 승리했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립하는 성격을 가졌다. 그러나 ‘스탈린 헌법’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의미하듯이 이는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이 아니라 스탈린을 정점으로 하는 관료적 지배 체제의 성립을 선포하는 것이었다.
소수의 지배계급에 의한 다수의 착취체제를 절멸하는 것, 나아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와 억압을 철폐하는 것이 곧 사회주의의 이상이자 현실적 목표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스탈린 독재 체제의 성립은 곧 소련에서 사회주의 혁명의 종말을 고하는 것이었다. 스탈린은 노동자 민중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모든 정책을 실시하였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박탈하고 이들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는 과정이었다. 노동자 민중이 주인이 되어야 할 자리에는 당 관료들이 위치하고 있었다. 노동자 민중은 사회주의 사회의 능동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스탈린의 지침에 무조건 따라야하는 동원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닌이 강조했던 노동자 민중의 창발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될 리 없었다. 점차 소련에서의 사회주의 사회 건설은 소수의 전문 기술자와 관료들에 의해 위로부터 조직되는 관료적 사회주의로 나아갔다.
10월 혁명이 남긴 것
스탈린 사후 소련 내부에서는 스탈린 체제에 대한 논란이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이러한 내부 논쟁은 소련의 붕괴 이후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세력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그 세세한 내용을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소련을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 자본주의라고 규정하면서 소련의 사회주의 역사를 부정하는 입장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손쉬운 방법이다. 그 근거로 제기되는 소련 경제 체제에서 가치법칙이 작용했다는 점은 충분한 근거와 설득력이 없다. 물론 소련 사회에서는 혁명 이후에도 농민을 중심으로 소생산자들이 상당수 있었고 이들이 생산하는 상품을 교환하는 시장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의 존재와 그에 따른 상품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 그 체제를 규정할 수는 없다. 핵심은 상품의 가치법칙이 당시 소련 사회를 주요하게 결정짓는 생산양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혁명 이후 생산수단의 국유화 조치로 주요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는 철폐되었다. 당연히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따른 노동력 착취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봉건적 잔재는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 체제를 봉건주의 체제라고 규정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적 요소가 있었다고 해서 당시의 소련을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자본주의 사회로 규정할 수는 없다.
이 밖에도 스탈린 체제를 레닌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주장하면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부정하고 나아가 혁명 자체를 부정하면서 의회를 통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주장하는 입장들이 서유럽의 다수를 점하게 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입장은 지난 사민주의 기획연재에서 충분히 다루었기 때문에 생략하기로 한다. 또한 이미 서유럽의 좌파를 자칭하는 세력들이 의회를 통한 집권 이후 어떻게 타락해 갔는지는 현실 정치에서 충분히 증명되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소련 사회주의의 오류와 실패를 디딤돌로 삼아서 어떻게 전진해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모든 사회주의 반대 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스탈린 체제를 대표하는 관료주의는 사회주의 체제의 필연적 결과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레닌이 당 내의 규율을 강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모든 노동자 민중에게까지 향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레닌은 인류 역사상 사회주의 건설이라는 전혀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오류와 실패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중요한 것은 그 오류와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었다. 레닌은 “가혹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진실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솔직하게 밝히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노동자 민중의 실제 경험을 높이 평가하고 끊임없이 당을 쇄신하며, 노동자 민중의 실천과 경험을 현실에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레닌은 “창조적인 일에 종사하는 수천만 사람들의 지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소중한 것들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가장 위대한 천재적인 예견보다도 가치 있다”고 하였다.
어디에서도 자본가들, 개량주의자들이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완전무결한 무오류의 당노선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레닌은 당의 관료화 가능성에 대해서 늘 주의를 기울였다. 특히 소수에 의해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했다. “조직국이나 정치국, 또는 총회에서 채택된 중앙위원회의 합의 결정사항만이 당 중앙위원회의 서기의 손에서 모든 일이 놀아나고 있다는 오해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오해를 없애지 않고는 당 중앙위원회의 임무가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고 하였다.
레닌이 뛰어난 지도자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레닌이라는 지도자의 천재성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지도력은 노동자 민중의 투쟁성과 창발성을 신뢰하고 언제나 세세한 노동자 민중의 경험까지도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연구하려고 하는 태도에 의해 가능했다.
이러한 경험과 실천이 축적되어 집단적 의지로 혁명의 방향을 올곧게 잡고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을 망각하고 모든 정책적 결정을 당의 지침이라는 형태로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관료화는 필연적인 결과일 것이다. 스탈린 체제에서는 노동자민중을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데 더욱 광범위하고 깊숙하게 결합시키는 방법을 오직 강제와 동원방식에 의존했다. 더 이상 노동자 민중은 사회주의 사회의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전락해버렸다.
사회주의 혁명은 철의 규율로 무장하고 훈련받은 직업적 혁명가들에 의해 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사회주의 사회의 건설은 소수 전위에 의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 민중의 자발적 참여가 있지 않는 한, 그것은 위로부터 강제된 불안정한 사회일 수밖에 없다.
스탈린은 소련 사회주의 사회의 생산력을 증대시킴으로써 근대화의 길을 닦은 데에는 성공했지만, 진정으로 노동자 민중을 위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개인의 과오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의 국제 정세는 소련에 점차 불리하게 전개되어 갔다. 1920년대 말부터 시작된 경제불황으로 각국에 혁명적 정세가 조성되기도 하였지만 사회주의 혁명의 성공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정세를 빌미로 공공연하게 반공주의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는 1933년 히틀러 파시즘 체제가 성립되었다. 전세계적으로 전쟁의 기운이 감돌았다. 소련은 공공연하게 이러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침공 위협의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독일에서의 혁명의 패배, 전쟁의 위협, 자본주의 국가들의 실질적인 경제 봉쇄는 소련 사회주의를 시시각각 위협해오고 있었다. 이러한 객관적 상황을 이해할 때만이 소련의 노동자 민중이 왜 스탈린 체제를 형식적으로나마 용인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 상황이 스탈린 독재체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 하더라도 노동자 민중과의 굳건한 결합 없이는 어떠한 위험도 돌파할 수 없다. 스탈린은 사회주의 사회의 사수라는 절박한 과제 앞에서 노동자 민중을 믿고 그들과 굳건히 손을 잡는 대신, 소수의 전문가와 관료들 편에 섰다.
비록 혁명의 시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의 현실을 볼 때 이것은 낯선 상황이 아니다. 모든 개량주의자들은 노동자 민중을 계몽 대상, 동원 대상으로만 보고 그들과 함께 기꺼이 뛰어들어 투쟁하려하지 않는다. 현장의 경험과 목소리 대신 전문가를 채용하여 전문가의 정책을 사오는 데 거액의 조합비를 사용한다. 그 결과 현장은 지도세력들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이것이 현재 대다수의 대공장의 모습이다.
스탈린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 민중과 씨줄날줄로 촘촘히 엮이고 이들의 창조적 경험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것, 이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점인 것이다!
자본가계급과 개량주의 세력들은 사회주의를 스탈린 시대의 사회주의 체제와 등치시키면서 모든 사회주의 이념의 폐기를 공공연히 선언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스탈린 체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회주의,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위로부터 강요된 관료적 사회주의였다. 따라서 이러한 악의적인 왜곡에 대해서 세세히 살펴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소련의 붕괴를 보면서 자본주의의 승리에 도취되어 축배를 든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서 현실 자본주의는 만성적 불황이라는 위기에 봉착해있다. 전면적인 자본의 교류는 곧 일국에서의 경제위기가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파급될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자본의 위기는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되어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쌓여가고 있으며 투쟁으로 분출되고 있다. 자본가계급이 칭송해마지 않는 자본주의 체제는 생산력이 발전할수록 생산의 무정부성이라는 자신의 모순에 비틀거리고 있다.
관료적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 체제가 들어선 소련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구소련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때는 적어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적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급속하게 자본주의로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에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급증하는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중국에 뛰어든 초국적 자본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어느 누가, 자본주의 체제가 완전히 승리했다고 자신 있게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실패한 것은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라, 본래적 의의가 퇴색된 관료적 사회주의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패배의 경험을 철저히 분석하여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련의 붕괴는 사이비 사회주의자들을 실천적으로 구분지었다. 이것도 다른 측면에서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진정한 사회주의 사회를 꿈꾸는 자들이 실천할 때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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