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박일수 열사 투쟁,
분신대책위를 넘어선 투쟁지도부 구축과
전국적 공동투쟁을 시작하자
지난 2월부터 전개된 박일수 열사투쟁은 어용세력에 맞선 민주노조 사수투쟁이자,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주체로 서기 위한 노동자투쟁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들만의 투쟁도 아니며 오히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이며, 전국적인 민주노조 사수투쟁이다.
하청노동자 박일수 동지가 분신하던 날, 정규직 유석상 조합원도 근골격계직업병으로 입원중에 자살하였다. 이어서 3월 9일 정규직 류재순 조합원이 자살했다. 노조활동 보장을 외치며, 현장복귀를 외치고 산재은폐를 폭로하면서 죽어간 현대중공업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신과 자살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현대중공업만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어용원청노조가 회사를 대변하고, 게다가 자신의 조합원들의 죽음에 대해서 조차 난도질하고 왜곡하는 마당에 박일수 열사투쟁은 전개되고 있다.
이번 박일수 열사 투쟁은 노자협조주의에 대한 투쟁,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 나아가서는 투쟁을 회피하는 개량주의세력에 대한 투쟁이다.
실제 박일수 열사의 분신 직후, 지역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및 민주노동당, 사회당, 시민단체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이헌구를 대책위원장으로 하여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와 원청노조가 포함되었다.
그런데 그 대책위원이라는 것이 1천인 이상의 조직 대표로서만 참여자격이 있다하니, 도대체 연대투쟁체의 구성을 조직의 규모로 제한시키는 관료주의적 행태는 어디에서 배워온 것인가. 게다가 현대중공업 원청노조는 대책위 구성 직후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 또한 박일수열사의 죽음을 개인적인 자살이라면서 '민주노총이 오히려 배후조정 하는 거 아니냐'고 매도하기까지 했다.
현대중공업 자본 역시 경비대를 동원하여 폭력을 자행하고 원청 어용노조를 활용하여 투쟁을 방해하는가 하면, 현장에서 작업시간에 노동자로 위장하여 인터넷에 반동적인 글을 도배하기도 하고 관리자를 통해서 투쟁을 끊임없이 왜곡하려 했다.
그러나 사내하청노조는 현대중공업 경영진 및 인터기업 사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및 하청제도 철폐, 그리고 주40시간제 등 하청에게도 동일적용, 하청노조 활동보장 및 탁학수 집행부 사퇴와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하청노동자들이 하청노조에 가입하기도 하고 조합원 공개선언을 하였다. 또한 전국적인 열사 투쟁 관련 집회들이 참여하면서 참여와 관심을 보여주었다.
사내하청노조는 회사를 대변하는 탁집행부와 오히려 반월차 유급까지 받아가면서 집단동원된 대의원들에 영안실 난동 등에 문제제기 하면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분신대책위원회와 별도로 현장에서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와 원청 활동가들로 구성된 분과동지회연합, 청년노동자회 및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현장대책위원회가 가동되었다. 하청노동자의 유인물을 함께 배포하면 바로 징계 당하는 원청의 현장활동의 어려움을 뒤로한 채 중식선전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원청 노무관리자는 "합법 노조활동은 맞지만, 회사와 사전 합의 없이 식당을 무단 사용하고 소란 피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식의 억지까지 부려가면서 현장활동을 통제 관리해왔다.
"요즘처럼 현중 조합원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무노조의 창업주에 맞서 희생과 고통 속에서 노조를 만들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원하청 노동자 모두 하나 되어 1만명의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직영화시킨 자랑스런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저 또한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알기에 내 자식과 후배들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회사의 폭압에 밀려 대다수 조합원들이 침묵하지만 마음은 저와 똑같습니다. 조합원들 마음을 집행부와 다수 대의원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이 가슴이 아픕니다"(원청 조합원의 글, '현장대책위' 유인물 중에서)
현장대책위원회는 오히려 3월에 자살한 류재순 조합원의 경우마저도 신병을 비관한 사건이 아니라, 사측의 산재 은폐 및 비인간적 대우와 탄압의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제기하였다. 또한 이러한 모든 자본측의 원하청 노동자에 대한 폭압적 관리통제와 원청 어용노조의 협조 등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하고 있다. 한편 분신대책위원회 등의 개량주의세력들이 이번 열사투쟁을 빠르게 정리하고 싶어하면서 현대중공업 원청 어용 노조의 교섭 참여를 허용하였고, 3월13일의 전국노동자대회 역시 평화 기조를 일관되게 가져갔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또한 전국노동자대회 이후로도 계속된 마무리 기조는 개량주의적 요구안에 반영되었다.
3월 17일 교섭요구안이 발송되었는데 그 안은 '인터 기업에 대한 도급계약 해지와 소속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하청노조활동 보장과 노사협의회 설치 및 유족보상, 해고자 복직과 하청노동자 처우개선'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인터기업에 대한 도급계약 해지로 제한시키고 다시 소속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및 비정규직 철폐를 안으로 제시하지 않고 타 도급으로의 재고용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자본 측에서 단체교섭보다는 노사협의회 활성화 등을 이미 십수 년 전부터 강조해왔는데, 이를 오히려 분신대책위가 알아서 노사협의회 설치 운영을 제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으로의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단체교섭으로 풀기가 힘들면 노사협의회를 통해서 알아서 사전에 방지하도록 노자가 협조하자는 기조가 아닌가.
물론 분신대책위의 이러한 타협적 기조에 대해서 이미 감지하고 있던 현장 활동가 단위에 의해서 1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투쟁을 고양시켜내는 계기로 자리매김하자는 논의들은 실천적으로 조직되지 못했다. 그리고 분신대책위원회위 예상을 빗나간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대회에서 힘있는 투쟁이 전개되지 못하자 바로 직후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등 강경한 자본의 대응이 계속되고 있다.
자본과 분신대책위는 '평화로운' 속전속결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대회 이후 참여한 일부 대오들이 분신대책위원회에 거센 항의와 문제제기를 하면서 분신대책위원회의 투쟁 회피적 정리기조는 분명히 확인되었고, 오히려 실천적 연대투쟁대오의 구축이 필요성이 구체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미 사내하청노조를 비롯하여 곳곳에서 지역별 선봉대를 통한 현장선동과 현중노조 제명이 제안되고 있다.
우리야말로 정말 전국적인 투쟁을 집중시켜 힘있는 속전속결을 원한다.
<자료>
하청노조 조합원 공개선언 한 동지들의 발언 중에서
[조광한 진용기가 드립니다]
"회사 일당 깎아도 찍소리 못하는 하청노동자 여러분! 물량 없다고 쉬라면 한 달 두 달 대책 없이 놀아야 하는 하청노동자, 해고당해도 해고수당과 실업수당 한 푼 못 받는 하청노동자, 회사 옮기려 해도 전산클레임 때문에 석 달, 여섯 달 무작정 놀아야 하는 노동자, 장사 해보고 싶어도 대출도 못 받는 노동자, 노가다에 병신 되어도 산재보상도 못 받는 하청노동자 여러분!
…철옹성 같아 보이던 원청은 단 2명의 공개조합원만으로도 허점을 드러내고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냥 쥐죽은 듯 살며 내 살길이나 찾자고 갈등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각오하지는 못해도 우리 현실만이라도 하청노동자의 입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하청 노동자들 스스로 우리 현실을 고발하고 회사가 주장하는 '외부세력'의 정체를 보여줍시다. 이대로 침묵한다면 우린 외부세력으로 매도되고 하청노동자의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자료>
류재순 조합원의 유서와 자료가 유족들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장례를 결정한 후에야 검찰에게서 전달되었다.
"…사고 당시부터 회사는 산재를 은폐하려고 응급차도 부르지 않고 방치했고… 산재 처리를 안했는데도 불구하고 자해행위 운운하며 복직을 못시켜 준다고… 이 서류와 유서는 내 몸에도 똑같이 지니고 있다. 혹시라도 회사에서 은폐시키는 대목이 있으면 **가 자신의 피해가 없는 선에서, 현대중공업에서 산재 은폐시켜 노노 갈등 만들어서 한 늙은 노동자가 목매달아 죽게 된 실상을 낱낱이 시민단체와 언론에 공개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류재순 조합원 유서)
지난 3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와 대책위에 대한 항의투쟁이 끝난 이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조성웅 위원장과 김동혁 동지 를 만나보았다.
아래에 요약하여 싣는다.
1. 지금 하청투쟁과 상황은 어떠한가?
▶워낙에 원청 하청 할 것 없이 현장분위기는 억눌려 있습니다. 원청노조 대의원 200명 중에서 민주파는 4명에 불과한 데다가 직영활동가가 하청집회에 참석을 하면 소환장이 발부되고 있습니다. 원청 조합원들도 어용노조에 장악되어 있는 현실입니다. 하청은 더욱 정도가 심합니다. 현장외곽의 투쟁력과 결집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장에 와닿는 투쟁요구를 구체화시키며 비타협적인 투쟁을 보여줘서 동지들을 추동시키는 것입니다. 열사투쟁국면을 계기로 현장내의 분위기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크레인 점거, 조합원 공개선언, 원청에 대한 폭로 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터기업 대책위는 미지급분(사실상 무쟁의 합의금) 150여 만원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박차고 조합원공개선언을 한 두 분은 아직 해고는 당하지 않았지만 현장진입 통제 및 전환배치로 현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현장장악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지 못한 만큼, 외곽에서라도 강도 높은 투쟁을 보여주며 투쟁동력을 확대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2. 대책위 전체의 요구안과 하청노조의 요구안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나?
▶대책위의 요구안은 하청노조의 활동을 인정하고 보장하라는 큰 틀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문구상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교섭에서 인정한다고 해서 현장기반이 취약한 하청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 뻔한데 대책위는 교섭국면을 열기 위해 원청노조를 끌어들이며 마무리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청의 요구안은 지금은 교섭국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섭에 치중할 때가 아니라 외부연대투쟁 세력들을 결집시켜 실질적인 하청노동자의 요구를 따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3. 대책위항의집회 과정에서 나온‘노동자대회평화기조’와‘원청어용노조의 교섭허용’에 대한 하청노조의 입장 정리 계획은? 분명 투쟁기조가 다른 것이 확인되었는데 대책위원이 보강된다고 기조가 변할까?
▶다시 한번 대책위의 입장은 확연해졌습니다. 이미 대책위에 대한 판단은 되어 있었고요. 집회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논의가 계속되었으나 내부견해차이로 결국 평화기조로 정리되었습니다. 선전역량 및 물량과 실무단 인원도 부족한 실정에서 대책위는 활용의 측면이 있습니다. 지역선봉대를 구성해 책임 있는 단위로 대책위를 각 사업 및 투쟁에서 강제해 나가려 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대책위에 끌려 다닐 수는 없다고 봅니다. 하청노조의 전국화를 통해 대책위의 교섭과정의 반동성을 지속적으로 폭로시켜 나갈 것입니다.
4. 이미 대책위에 대한 판단과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대책위 탈퇴가 고려되고 있나? 그리고 지역선봉대를 구성해 연대투쟁을 강화할 방안은 있나?
▶물론 궁극적으로는 분신대책위원회에서 사내하청노조도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의 역량을 볼 때에는 대책위를 나오더라도 독자적 투쟁판이 형성될 대안이 없습니다. 지역동지들을 결속시키는 방안은 하청노조는 현장 안에서의 사안과 결합된 외곽에서 선도적인 실천투쟁으로 더 큰 싸움을 준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5. 그전의 열사국면과 달리 현재 ‘박일수 열사투쟁’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투쟁전망은?
▶한 단사의 문제가 아닌 비정규직 전체의 투쟁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투쟁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현실상 어려운 문제지만 결국은 주체인 비정규직 노동자가 움직여야하고 열사정신이 무엇인지 투쟁 기조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열사투쟁의 중요성은 현대중공업 전체노동자의 ‘10년 무쟁의’의 굴종을 꺾어야 하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많은 동지들이 현중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업장에서 열사정신을 현안문제와 결부시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열사의 외침을 자기사업장에서 투쟁하며 전국적인 정세로 열사투쟁을 확대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6. 노무현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혼란을 민주노동당 등은 오히려 최대한 활용해 정치적 반사효과를 보려고 할 텐데 ‘열사투쟁’을 총선의 방해요인으로 간주하지 않나?
▶현재 정부를 구성하는 세력들의 이전투구는 노동자에게 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전투구가 끝나고 나서 더욱 단일하고 강고하게 노동탄압에 앞장 설 것은 분명합니다.
방송에서 연일 떠들고 있는 것이 국가적 위기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IMF 때에도 자본주의 국가적 위기라고 했을 때 어땠습니까? 민주노동당의 행보는 결국은 노동자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의석확보를 위한 민심잡기로, 활용의 기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4.15 총선에 치중하기 위해 교섭국면으로 열사투쟁을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라 판단합니다.
7. 지금 조직적,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현장에서 투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책위는 투쟁동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며 마무리교섭을 하려 합니다. 투쟁계획을 지속적으로 세워야 하고 실천하며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하청노조가 현장에 들어가서 활동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듭니다. 원청 활동가들과 조합원 공개선언을 많은 동지들이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밖에서라도 선도적인 투쟁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것이 투쟁동력을 확대해나가는 길이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8. 하청노조의 주체는 소수이며 현장기반이 없다. 악조건 속에서 독자노조를 만들었는데 일부 비판적 시각에 대해 할 얘기는 무엇인가?
▶하청투쟁은 모범답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 상황은 해마다 달라진다고 봅니다. 하청노조를 띄우기 전에는 노조소식지를 중심으로 한 부서별 원청 활동가들과 경험축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해를 달리해도 하청노동자의 이직률은 항상 크고, 어용의 장악력 또한 거세지고 풍부한 대중조직을 건설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준비된 투쟁은 환상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중공업투쟁은 초기분위기를 확장해 싸움을 통한 준비가 되어야 하며 투쟁을 통해 깨지는 가운데서 단련된다고 봅니다. 원청의 질서, 무쟁의를 깨는 문제와 결합되어야 합니다. 독자노조의 성과를 지금 당장 얘기할 수 는 없다고 봅니다.
<참관기>
박일수 열사투쟁 전국노동자대회,
열사투쟁은 간 데 없고
관료의 평화기조로 조용히 마무리
노동자 자본가 사이에 결코 평화란 없다!!
3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는 말뿐인 '박일수열사 정신계승'으로, 철저한 평화기조로 마무리되었다.
노동자대회 장소를 복개천 앞에서 현대중공업 공장과 거리가 있는 일산해수욕장으로 변경했을 때부터 이미 노동자의 분노를 분출시키고자 하는 지도부의 의지는 없었다. 오히려 민주노총 간부 출신이 다수인 <박일수열사 분신대책위>에서는 '질서유지대'를 통해 박일수열사가 분신한 통한의 장소에서 행진대오가 몸싸움으로 항의하려는 것을 뜯어 말렸다. 동지들의 투쟁을 가로막고 되려 짭새들을 보호했다. 현대중공업 자본은 '질서유지대'에게도 용역구사대의 임금을 쥐어줘야겠다.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일부 동지들은 분노를 통제하는 '질서유지대'와 평화기조의 집회, 현대중공업 원청노조의 사실상의 교섭참가 허용의 문제들에 대해서 분신대책위원회에 항의하기 위해 박일수열사가 안치된 병원 대책위본부 앞에 모였다.
분신대책위 1인은 항의대오 앞에서 대책위가 결정한 평화적 집회를 왜 항의하느냐면서 질서유지대 문제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변명했다. 항의 대오는 대책위원회와 원청노조 및 현대중공업 자본으로 구성되는 3자교섭 구도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쏟아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원청노조의 사과와 해명 없이는 교섭에 끌어들이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던 대책위에 대한 항의였다.
이에 대한 분신대책위의 답변은 "우리는 아예 현중 원청노조 자체를 무시하는 입장이다. 비공식적으로도 이미 민주노총에 제명요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들어오든지 말든지 상관없기에 놔둔 것이다"며 수수방관의 기조를 드러냈다. 열사정신을 기만하는 대책위는 교섭에 치중하기 위해서 '현중 자본과 다를 바 없는 어용 원청노조'를 끌어들인 것이다.
이쯤되자 항의집회에 모인 대오는 대책위의 구성과 투쟁기조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는 단지 13인 대책위원 중의 일개 입장으로 정리되어 투쟁방향과 전술을 결정하는 데에 항상 소수자로 서야 했다.
덧붙여서 항의대오가 세원테크 이해남열사 투쟁 등을 예로 들면서 대책위가 오히려 '잘 정리해주어서' 현장은 더욱 어렵게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신대책위원회는 당신들 말만 옳은 게 아니듯이 우리도 우리 기준으로 옳다고 생각하고 결정한다고 변명했다. 또한 대책위 자신들의 임무와 목적은 오직 이 투쟁을 잘 정리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거듭되는 질문과 답변 속에서 현 대책위의 입장, 즉 투쟁이 아닌 평화적 정리기조라는 점과 현중하청노조가 대책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구조를 재확인하였다.
뒤이어 나온 이헌구 대책위원장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말꼬리를 잡고 반말을 섞어 고함을 지르고 심지어 현중 하청노조 위원장에게 훈계조로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한 집행위원은 우리의 심정을 왜 모르냐며 감정에의 호소로, 억지 눈물을 짜대기까지 하며 항의집회를 망쳐놨다.
항의집회 과정에서 제기된 '각 지역선봉대를 제안해 비정규직투쟁을 기점으로 뭉쳐보자'는 제안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이번 투쟁의 과제이다. 이는 선진노동자들의 실질적 연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열사정신을 입으로 팔아 평화주의자(정확히 말하면 노자협조주의자!)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한 민주노총 관료들의 작태에 분노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민주노총 관료들이 운운하는 평화란 숨죽이고 참고 굴종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박일수 열사는 분신으로, 온몸으로 투항하였으나 분신대책위는 대시민 선전물과 촛불집회를 계획하며 평화의 의미를 사전 그대로 해석한다. 그렇지만 조용히 들어줄 자본가들이라면 애초에 이렇게 탄압했겠는가?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특히 현장 내에서 투쟁이 통제 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국의 동지들이 모인 오늘의 자리에서라도 위력적인 현장 진입투쟁을 보여줬어야 했다.
전국이 탄핵정국에 휘말려 진보(?)단체, 시민단체, 노동계 등 촛불을 켜고 '범국민적 탄핵반대- 표면적인 민주주의의 허상'에 사로잡혀 너도나도 매달리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4.15총선에서 탄핵특수를 이용한 반사효과를 당 지지율로 안착시키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열혈지지자이며 동반자라 떠들어대는 민주노총 소속 박일수열사 분신대책위는 열사투쟁을 4.15총선 전에 정리하고자 교섭국면에 힘을 쏟을 것이 뻔하다. 선거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열사투쟁은 부담이기에 더 이상 질질 끌어봐야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밀리지 말고 개별투쟁을 넘어 공동투쟁으로 열사정신 계승하자!
현장기반이 취약한 하청노조의 선도적인 투쟁이, 박일수 동지의 분신투항이, 또 하나의 패배로 기억되어서는 안된다. 사람이 죽어도 꿈쩍 안하는 자본과 정권은 합심해서 법제도와 병력과 돈으로 자신의 이해를 관철시켜 간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어떤 대공장 정규직노조는 노사협조주의에 빠져 있고, 그나마 강성이라는 현대자동차 원청노조 마저도 바로 옆에서 분신투항이 일어났지만 엄호투쟁은 너무나 미약하다. 정규직노조의 조합주의, 하청투쟁의 현장장악력과 기반의 부재는 연대투쟁 정신이 없으면 극복할 수 없다. 작업안전장치 미비, 라인의 가속화로 인한 산재, 고용불안,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노조탄압, 노조탈퇴, 노조 회유 등 싸울 사안은 도처에 널려있다. 단협을 자신들의 안전망인냥 생각하고 타 사업장에 대해 무관심한 것, 그것이 크게 되돌아와서 자신의 목줄을 조일 것을 왜 모르는가. 단사의 어떠한 사안이라도 전체노동자의 목줄을 죄어오는 과정이기에 공동투쟁의 전선에 나서야 한다. 우리 또한 똘똘 뭉쳐서 거세게 반격해야 한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현장투쟁, 중요하다. 그만큼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의 열사투쟁을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구심으로 연결시켜 같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현장의 구체적인 사안을 단일한 기조 하의 모아내고, 현장 사안과 접목시켜 일상투쟁을 강화해 나가며 전국적 공동투쟁의 연대전선을 치열하게 만들어가자.
현장 노동자여 움직이자.
동력을 조직하자.
비정규직 철폐투쟁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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