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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8호] 아이들의 건강 지킴이,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과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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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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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0 11:58:47, 조회:2,924, 추천: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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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건강 지킴이,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과 투쟁
학교에 급식이 도입된 것은 1992년경이었다. 최초 특수학교부터 급식을 시작하여 97년에는 초등학교, 99년에는 고등학교, 2003년에는 중학교로 순차적으로 확대되었다. 당연히 교육현장에는 급식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등장하게 되고 빠른 속도로 그 숫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전국적으로 학교급식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약 6만 명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이 40~60대 여성으로 일상적인 고용불안과 저임금,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 이들이 바로 학교급식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고단한 삶을 이렇게 증언한다.
"월급이 76만 원인데 얼마 전부터 급여에서 점심값도 떼어가요. 우리가 만든 밥을 먹으면서 밥값을 내라는 말이에요. 버스기사한테 차비 내고 차타라는 거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아침 8시부터 퇴근시간인 4시까지 정말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했어요. 20~30분인 쉬는 시간 동안 점심까지 먹어야 했죠. 그렇게 열심히 4년 동안 일했던 학교에서 학생 수가 줄었다고 감원 당했어요. 이 일을 하면서 팔꿈치와 어깨통증으로 고생했어요. 병원에서 '파 한 단도 들지 마라, 걸레도 쥐어짜지 마라'면서 일을 쉬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동료들 동의 아래 병가를 사용했는데 감원 심사기준을 보니 병가를 썼다는 게 많이 적용됐더라고요. 너무 너무 서글펐어요."(‘월급 76만 원...내가 만든 밥도 돈 내고 먹으래’, [학교급식조리원 현장증언] ‘학교식당 아줌마들의 못다 한 이야기’, 오마이뉴스, 2010.10.21)
살인적인 노동강도
현재 각 학교에서는 급식인원 ‘200명당 1명’을 기준으로 급식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의 규모별 필요인력을 조사한 강명희(1995)의 연구에 의하면 400식 이하의 경우 4.1~4.8명, 401식 이상 700식 이하의 경우 6.8~8.2명, 701식 이상 1000식 이하에서는 9.7~13.5명, 1001식 이상 1500식 이하에서는 11.1~14.9명 1501식 이상에서는 10.9~13.3명의 조리 노동자가 적정한 인력인 것으로 조사되었다(2004.2.24 <학교급식 조리종사원의 건강 및 작업환경 개선 토론회> 전국여성노조, 노동건강연대).
실제 학교 현장에 필요한 급식 노동자의 숫자와 학교에서 급식 노동자를 채용할 때 적용하는 기준 사이에는 매우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인력부족과 엄청난 노동강도 속에서 고통당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통계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급식인원의 변동에 따라 학교급식노동자들이 불안정하게 변동된다는 것이다. ‘200명당 1명’이라는 기준에서 몇 명만 부족해도 급식 노동자의 숫자가 그대로 줄어들게 된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400식에 대해서 2명의 학교 급식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학생 수가 줄어들어 390식으로 되면 1명이 감원되어 결국 1명의 급식노동자가 390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탁상공론 관료행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학생수가 줄어들 때마나 감원이 발생하고 남아있는 급식노동자의 노동강도는 더욱 가중되는 것이다.
골병들어가는 학교급식 노동자들
수백 명의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몸은 온통 병들어 가고 있다. 서울일반노조가 서울지역 학교급식 노동자 245명에 대하여 실시한 '학교급식 노동자 노동건상 실태조사'에 의하면 손목 결림 221명, 어깨 뭉침 218명, 허리 아픔 201명, 위장장애 37명, 만성두통 64명 등 중복적인 통증을 호소했다. 그 이외에도 손가락, 무릎 통증, 청력저하, 다리근육통, 하지정맥류, 시력저하, 기관지 통증, 세척약품 등의 화학양품으로 인한 고통 등 만성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학교급식 노동자의 34.2%가 학교현장에서 사고를 경험했고, 54.3%가 근골격계 질환의 자각증상을 호소했으며 근골격계 질환 의심자는 26.2% 피부질환은 47.2%라고 전하고 있다. 또한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전업주부에 비해 사고는 7.86배, 근골격계 질환은 4.89배, 피부질환은 3.22배로 발생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쌀 포대나 대형 압력솥, 식자재, 다량의 식기 등 무거운 물건을 수시로 운반해야 하고 조리, 배식, 식기세척 등 모든 과정에서 반복동작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온몸이 골병이 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에 따라 식사준비가 부실해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1인당 작업시간이 병원급식소가 10.4-14.01분, 사업체 급식소가 7-10분인 반면 서울지역 학교급식소는 2.76분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학교급식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가공식품이나 냉동식품 사용이 증가하게 되는 문제점을 낳게 된다.
저임금의 굴레
학교급식노동자의 임금은 공무원 기능직 10호봉으로 고정되어 있다. 근속과 무관하게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년수가 약 5년 정도 되고 20년 넘게 학교급식에 종사해온 노동자들도 다수 존재한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의 평균 근속년수가 적은 기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근속 자체를 무력화 시키는 이러한 규정은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2008년부터 공무원 임금이 동결되면서 덩달아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임금도 동결되었다. 별 다른 수당이 없거나 있더라도 지급이 중단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임금은 수년째 실질적으로 삭감되고 있는 것이다. 또 각 학교는 학교현장의 특수성을 악용하여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일명 '근무시간 차등 적용'이란 것이 있는데 현재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65일, 275일, 245일로 구분되어 임금을 차등지급 받고 있다. 근무일수가 적은 것으로 구분되는 노동자들은 그만큼 적은 임금을 받게 된다. 특히 학교급식노동자들의 경우 실제 근무일수가 학교 내 다른 정규직과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245일로 구분되어 저임금을 강요받는 사례가 매우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처럼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인원부족, 고용불안, 살인적인 노동강도, 저임금의 굴레는 철저하게 구조적인 문제이다. '200명당 1명'이라는 교육청 기준의 현실화, 근무시간 차등 적용 폐지, 호봉제 도입 등이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최근 전남과 서울을 중심으로 학교급식노동자에 대한 조직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전남 순천에서는 전남지역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22개 시군에 약 6천여 명의 학교비정규직노동자 가운데 2500여명이 대거 가입하여 높은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전남지역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학교급식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산보조원, 행정사무원 등 학교 내 존재하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괄하여 향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새로운 경험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0월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는 '서울지역 학교급식노동자의 일터 이야기' 행사가 개최되었다. 수운회관을 가득 메운 500여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가슴 속 이야기를 쏟아내며 눈시울을 붉히고, 새로운 희망을 함께 나누었다.
최근 바람처럼 일고 있는 학교급식 노동자 및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이미 10여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조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다. 특히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일대 약진을 하면서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되었다. 오랜 조직화의 노력과 진보교육감이라는 정세적인 유리함을 기반으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현시점에서 더욱 집중해야할 것은 바람이 바람으로 끝나지 않도록 내실을 다지고 진보교육감 등의 정세적 유리함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 스스로가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다.
교육청이 실질적인 사용자-교육청에 대한 투쟁 강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두 그렇지만 학교급식 노동자들도 직접적인 근로계약은 학교 측과 맺고 학교장을 사용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각 학교에서 학교비정규직의 처우를 규정하고 예산을 책정하는 기준은 교육청에서 제시하고 있다. 학교는 모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예산과 공문을 기준으로 집행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에 관한 문제를 학교 측에 제기하면 학교 측은 "교육청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학교 측의 책임회피이긴 하지만 사실상 교육청이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향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은 교육청의 책임성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교육청이 직접고용 하도록 하는 투쟁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노동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노동이다.
따라서 우리의 노동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노동 중의 하나이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이 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우리들의 부모님들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했다. 그 일을 학교급식노동자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떠한 부모도 아이들을 위한 식사준비에 소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이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이 바로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노동자들인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저임금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이들에 대한 정성스런 식사준비도 담보될 수 없을 것이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의 노동은 아이들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노동이기에 최소한의 노동권과 생존권이 보장을 넘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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