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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4호] 민주화의 길과 어용화의 길- 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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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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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5 12:35:48, 조회:2,995, 추천: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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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사]민주화의 길과 어용화의 길ㅡ현대중공업 골리앗 투쟁 이후
90년 전노협 사수! 투쟁과 골리앗 투쟁 평가
90년 현대중공업의 골리앗투쟁이 전개되는 동안 전국적으로는 전노협 건설과 사수투쟁이 이어졌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조합 건설, 민주노조 사수투쟁이 일반화되고 지역 연대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87년 12월 마창노련 건설을 시작으로 각 지역에서 지역연대투쟁을 조직하는 지노협들이 연이어 결성되었다. 그 성과에 기반하여 사업장별 투쟁을 전국투쟁으로 확대시키는 대중적 투쟁조직으로서 90년 1월 22일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가 건설되었다.
전노협 건설은 한국노총의 어용성과 비민주성을 비판하고 자본으로부터의 자주성과 대중적 민주성, 계급성과 연대성을 구현하는 전국적 대중투쟁체 건설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건설 과정 또한 지역적 연대투쟁 조직들 건설의 성과를 모아 건설되었다.
하지만 전노협이 건설된 직후부터 정부는 업무수사를 걸고 대대적 탄압을 하는 한편 핵심사업장들에 대해 전노협 탈퇴 공작을 펼쳤다. 그리하여 전노협은 건설과정에서의 투쟁뿐 아니라 건설 이후 전노협 사수투쟁으로 90년, 91년 총파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대공장과 사무일반직 노동자들이 대공장연대회의와 업종회의를 구성하여 전노협과 연대관계를 형성하면서 노동계 일부 개량주의자들은 전노협이 너무 전투적이어서 정부 자본의 탄압을 받고 있으며, 전체를 포괄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전노협 중심으로 조직을 확대하기 보다는 하향평준화시키는 기조로 민주노조 총단결(ILO공대위)을 추진했다.(전노협건설이 조직형식주의라는 사회발전적 노동운동론 입장도 있었다.) 이것이 전노대 강화론으로 나타났고, 그 기조가 민주노총 건설로 이어졌다.(단적으로는 민주노총의 ‘국민과함께하는운동’- 민주노동당의 주요 기조와 일치한다.)
하지만 전노협은 민주노조 총단결을 통한 전국적 투쟁체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대공장과 사무직 노동자들에게도 투쟁의 기풍을 확산시켰던 점은 분명하다.
이미 87년 이후 민주노조 건설과 128일투쟁, 90년 골리앗투쟁을 겪은 이후 현대중공업 노동자투쟁의 위상은 주체의 의도에 관계없이 전국적인 성격을 담지하게 되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지도부는 곧 전국적인 노동자투쟁을 대표하는 지도부이기도 했다.
90년 골리앗투쟁이 가두투쟁 지도부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돌파하지 못하고 무력화된 경험은 투쟁과정과 이후 현장 재조직화의 필요성을 교훈으로 던져주었다.(실제로 90년 당시 매일 5천, 6천명의 노동자들이 가두에 나왔지만 투쟁에 적극 동참하지 않은 것은 가두투쟁 지도부가 기회주의적이고 대중투쟁 전술이 없었던 불신에서 기인한다.)
91년 투쟁 전에는 ‘해고자 원직복직/인사위 노사 동수/무노동무임금 철폐/단협쟁취’를 요구했지만 투쟁과정에서 ‘구속자 석방/노조활동의 자유/노동시간단축과 실질생계비 쟁취/노동부 장관 퇴진’ 등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공권력이 투입된 이후 ‘부패정권, 임금 동결하는 노태우정권 퇴진/국가보안법 철폐를 통한 정치적 자유 보장/권력쟁취’로 확대되었다.
이처럼 그간의 파업투쟁을 통해서 강고한 파업 지도부 구축과 유지가 파업투쟁의 사활임을 분명히 했고 지도부와 투쟁의 목표는 더욱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파업 지도부도 의지만 가지고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현직 간부와 해고자, 전투적 대소위원들과 열성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분과와 부서별 파업지도부를 골간으로 하여 중층적으로 구성하였다. 그리고 탄압에 대비한 신속한 지도부 재구축까지를 명확히 했다.
투쟁 전술 역시 방어적 투쟁이 아니라, 공세적 투쟁으로서 공권력 투입 이전에 파업 바리케이트를 치고 물리적 무장도 준비하며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장기적 투쟁까지 준비해 나갔다.(현대계열사의 노동자들은 집행부의 투쟁회피-양보교섭을 대비하여 민주세력을 중심으로 지도력을 재구축하는 형태를 취했다.)
열 번의 일상적인 교육보다 한 번의 투쟁과정에서 얻는 교육적 효과가 더 큰 것처럼, 현대중공업 투쟁에서는 투쟁의 정치적 방향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투쟁 전체 과정에서의 정치선동을 담당할 ‘정치선동대’의 조직과 훈련도 중요하게 제기되었다.
지난 89년 128일 투쟁을 통해서 여러 현장조직들이 발전했다. 상경투쟁 결사대와 자체 학습조직들, 그리고 병역특례자들의 모임과 해고자조직(현해투)이 현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시작했고 ‘현대중공업 민주노조 사수 연합’이라는 연대조직을 구성하는 것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물론 선거 이후 해소되었지만 이러한 왕성한 현장조직 활동의 결과로 훈련된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골리앗투쟁을 전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90년 골리앗투쟁은 당시 건설되자마자 국가 자본의 탄압에 맞선 전노협의 전국총파업투쟁이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현대중공업의 투쟁은 자생적 투쟁의 한계를 보이면서 정리되었다. 전노협 사수 투쟁과 대공장들의 대거 민주화가 당시 이어져 울산지역에서도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의 조직력이 약화되는 한편, 현대정공과 중전기 등에서 민주집행부가 등장하게 되었다.
91-92년 민주노조 사수투쟁
91년 해고자 복직투쟁에 대해서 당시 노조 집행부(직대체제)는 소극적이었다. 사측이 해고자 복직문제를 협상사안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파업이라고 협박하고 집행부가 부담스러워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현장과 지도부의 괴리는 커졌다. 급기야는 직반장급 중간관리자들이 조합원들의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통제함으로써, 90년 단협이 91년 4월 가결되었다. 특히 회사가 해고자들의 계열사 재취업 공문을 내보내자, 더욱 강력한 해고자 복직투쟁과 91년 임투가 준비되었다.
하지만 바야흐로 노태우정권이 당시 공안정국을 만들면서 노동운동에 대한 폭력적 탄압을 자행하던 때였다. 91년 4월 강경대 열사(학교 앞 시위에서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짐)투쟁으로부터 시작하여 한진중공업 박창수 열사(옥중 살인) 등, 폭력살인을 규탄하고 노태우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5월에도 대규모 투쟁이 전국 곳곳에서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울산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조 집행부는 해고자 건을 제외한 내용으로 잠정합의하고 임투를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이를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그 결과 추가 교섭과 파업으로 해고자 복직도 노사합의 했지만, 사측이 대소위원들을 추가로 중징계하는 것에 대해서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등 노조 집행부는 어용화 되어갔다.
게다가 92년 새로 선출된 이원건 집행부는 비폭력 선언을 현총련에까지 강요했을 정도로 심각한 기조를 담고 있었다. 이원건 집행부는 취임 한달도 안 되어 노태우가 참석하는 노총 주최의 ‘노사관계 사회적 합의 형성회의’에 참석하면서 노사화합 차원의 구속자 석방과 해고자 복직을 제기했고, 얼마 후 해고자들에 대해 재입사 형식의 선별 복직에 합의하기도 했다.
92년 임단투는 특히 전국적으로 총액임금가이드라인 정책을 분쇄하는 것이 쟁점이던 속에서 치뤄졌다. 그동안 임금과 단협 교섭을 별도로 해오던 것을 사측의 주장대로 통합해서 일괄교섭을 수용했다. 조합원들은 총액 기준으로 제시한 사측의 안에 대해 128일 파업지도부 중 하나였던 이원건 지도부를 믿고 파업을 결의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추석 전 임단투 타결을 목표로 회사 안을 총회에 부쳤다. 물론 조합원들이 이를 부결시켰지만 집행부는 전면파업 대신 비밀협상을 통한 직권조인을 하고 현장에 발표했다.
이 소식에 현장은 발칵 뒤집혔다. 직권조인 무효와 위원장을 규탄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중식, 퇴근시간 항의집회가 수 천 명씩 줄을 이었다. 그 과정에서 직권조인 무효를 명분으로 조기선거를 요구하는 흐름과 기존 집행부의 직대체제 유지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기존 집행부세력은 직대체제를 주장하면서 강력한 현장의 반발을 무마시키고자 기만적으로 부위원장 선거 후 재논의 약속을 파기시키면서 자리 지키는 것에 급급했다. 이에 대해 민주파 대의원들이 직무대행을 교체하고 즉각 민주노조 재건투쟁에 돌입했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측의 탄압과 방해공작 끝에 노조 임원 선거는 중단되다가 결국 재선거를 통해 93.5%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윤재건 집행부가 탄생하게 되었다.
93-94년 공동투쟁의 선봉,
그 후 신경영전략과 대대적 탄압은 시작되었다
93년 현총련을 중심으로 한 공동임투 과정에서 현대정공 위원장(당시 현총련 의장) 납치- 직권 조인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공동파업전선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일파만파로 현대 계열 노동자 투쟁이 확산되자 정부가 서둘러 긴급조정권을 발동시켜 울산 전역에 대규모 공권력 투입을 강행했다. 현대자동차는 밤샘 교섭으로 잠정합의하여 50.08% 찬성으로 가까스로 타결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전면파업을 강행하면서 사측과 맞섰다. 2개월 이상의 공동임투 전선에서 역할을 다한 현대중공업 역시 52.1%의 저조한 지지로 93년 임금․해고자복직투쟁을 정리했지만 조합원들에게는 더 강력한 결의를 남겨주었다.
그 후 이갑용 집행부가 집권한 94년 1월 조선업종노동조합협의회(조선노협)가 탄생했다. 조선노협은 대산별 건설을 위한 과도적 연대체로서의 위상을 자임하면서 공투를 준비했다.(당시 금속 내에서는 자동차노동조합총연합과 일반금속, 조선노협 등 산별노조 조직발전 전망에 따라 연대체들이 조직되었다.)
90년대 초 중반에 걸쳐 생산방식의 유연화와 신경영전략(기업문화이데올로기와 노동자를 참여 통제하는 노무관리전략)이 현대그룹에서도 대대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특히 무분규원년을 추진하는 사측의 공세와 함께 조선사업장들에서 중대재해가 연이어 터졌다. 이는 조선노협 공동투쟁을 촉발시켰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섰고 한 달 가량의 전면파업 끝에 직장폐쇄가 철회되고 임단투가 끝났다.
하지만 파업 종료 후 파업 참여여부를 기준으로 무노동무임금을 차등 적용시키고 직반장 조합원들 중심으로 노조탈퇴공작을 벌이는 등 사측의 현장탄압의 강도는 높아졌다. 4천명에 이르는 직반장들이 노조탈퇴서를 제출했고 고소고발 당한 노조간부들의 대거 검거로 (사측은 파업 마무리시 약속한 고소고발 취하도 지키지 않았다.) 보궐선거를 진행해야 했다.
다시 들어선 윤재건 집행부는 노조 조직력 복원 차원에서 탈퇴한 조합원들 3800여명의 철회서명을 받아내었고 95년 대대적으로 시행되는 신경영전략과 노무관리에 맞서게 되었다. 현장에서는 반 단위 자율생산체계와 노사화합교육과 시간지키기, 조기청소, 전산화에 따른 공정조정, 다기능화교육 등이 전면화되고 인사고과제를 강화하는 통제 전략이 들어왔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산재는 날로 늘어만 갔다.
해고자 복직문제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는 임투와 해고자복직협상의 분리로 결국 임투가 정리되자 윤재건 위원장은 자진출두하면서 95년 투쟁을 정리해버렸다.
이처럼 현장, 특히 대공장을 중심으로 90년대 초중반 이후 대대적으로 신경영전략과 현장통제 관리전략이 도입되었다. 물론 힘이 있는 현장은 임단투 과정에서 인사고과제 철폐와 약화투쟁으로, 그리고 산재 대응으로서 작업중지권을 강화하는 단협사수 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장의 단호한 의지를 담아 제대로 조직하지 못한 지도부에 의해 현장조직력이 한순간에 깨지기도 했다. 95년 이후 현대중공업노조는 비록 노사화합 무쟁의 선언을 안했지만 10년 이상의 무파업이 지속되었다. 노동자들의 학교가 바로 노동조합이요, 파업이었지만, 현대중공업노조는 현장노동자들의 학교가 되지 못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대의원들의 99%가 어용으로 채워질 정도로 극렬한 현장탄압이 자행되어 왔다. 급기야 지난 2004년 1월 박일수 열사와 비정규직 노동자투쟁에 이르러서는 아예 금속연맹에서 제명되고, 민주노총을 탈퇴한 이후 어용노선을 걷고 있다.
그렇지만 현장 노동자들이 전부 어용이 된 것은 아니다. 모두 숨죽이고 있는 현장에 칼을 갈고 그들의 손에 단결투쟁의 무기를 쥐어주어야 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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