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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6호]존 스튜어트 밀의 회초리,19세기 자유론이 21세기 가짜 ‘자유민주주의자들’을 성토하다!-까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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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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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9 11:29:04, 조회:6,821, 추천: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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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튜어트 밀의 회초리
19세기 자유론이 21세기 가짜 ‘자유민주주의자들’을 성토하다!
까밀로(고등학생)
[편집자 주: 밀이 ‘자유론’에서 언급한 ‘다수자의 전제’에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한계도 포함돼 있지만, 봉건지배체제에 맞서 프랑스대혁명 과정에서 나타난 쟈꼬뱅 독재(공포정치) 같은 ‘자유의 전제’(민중독재)와 노동자계급 독재에 대한 경고도 포함되어 있다.]
적색공포의 만연
"우린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결의를 다시 한 번 새삼스럽게 강조해야 할 뿐 아니라, 자유를 위협하거나 자유에 대한 폄하가 있을 땐 일어나서 대항하지 않을 수 없다"
위 발언은 지난 6월 15일 오후,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자유센터에서 열린 자유총연맹 창립 58주년 및 '자유의 날' 선포 1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새누리당 대표 황우여 씨가 한 발언이다. 바야흐로 그들이 생각하기에 자유를 지키기 위한 의거(?)가 이루어질 시점인 것인가.
최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의혹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으면서 '종북', '주사파', 심지어 '빨갱이'라는 속어까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등 이른바 색깔논쟁이 뜨거워진 상황에서 보수 진영의 이러한 호전적인 움직임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 가운데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보수 세력과 그 언론 기관들은 이 같은 시류를 타고 일반 대중에게 '적색공포'를 광범위하게 유포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진보 세력’들은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자칭 ‘자유민주주의자들’은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불온한 세력들과 민중 사이의 거리를 나날이 갈라놓으며 정치적 공세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이 기회에 두 번 다시 ‘불순분자들’이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소금을 단단히 뿌릴 심산이다.
회초리를 든 밀
그런데 이제 막 샴페인을 터트리려는 자칭 자유민주주의자들의 파티장에 누군가가 회초리를 들고 난입한다. 그 주인공은 맑스나 레닌 같은 공산주의자가 아닌 뜻밖에도 자유주의 철학의 대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이다.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자’라 주장하던 사람들은 자유주의 대부가 내려치는 회초리에 그저 황당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밀이 회초리를 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밀의 주요 저작 중 하나인 ‘자유론’의 책장을 넘겨볼 필요가 있다.
밀은 자유론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제 ‘자치(self-government)’니, ‘민중의 민중에 의한 권력(the power of the people over themselves)’이라는 말로써는 사태의 진상을 나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권력을 행사하는 ‘민중’은 권력의 행사를 받는 민중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소위 ‘자치’란 개인이 개인 자신에게 다스림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다른 전체에게 다스림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민중의 의사란 실제로는 민중 속에서 가장 활동적인 부분의 의사, 다시 말해서 다수나 혹은 다수라고 인정케 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의 의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민중이 그 성원의 일부를 압박하는 사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다른 모든 권력의 남용에 대응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권력의 장악자가 사회, 즉 사회 속의 가장 강력한 당파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책임을 지는 경우라 할지라도, 개개인에 대한 통치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일은 그 중요성을 조금도 잃지 않은 것이다.(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최요한, 홍신문화사, 2000년, pp.13~14)
이 부분을 보면 이미 밀이 당시에는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되던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한계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민주주의라고는 하지만 모든 민중이 사회의 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지배하는 사람들과 지배받는 사람들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에서도 엄연히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다.
특히 밀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오류 중에서도 ‘다수자의 전제(專制)’라는 현상을 크게 우려하였다. 밀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오늘날 정치 문제를 생각할 때, ‘다수자의 전제'(the tyranny of the majority)’라는 것을 이제는 일반적으로 사회가 경계할 필요가 있는 해악의 하나로 여기게 된 것이다. 다른 전제와 마찬가지로 다수자의 전제도 처음에는 주로 관헌의 행위를 통해서 작용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두려움을 주었고, 지금도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회 그 자체가 전제자인 경우에는, 다시 말해서 집단이 된 사회가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인간에 대해서 전제자인 때에는 그 수단이 행정관의 손에 의해서 할 수 있는 행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침내 알게 되었다. 사회는 자기 자신의 명령을 집행할 수 있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가 옳은 명령이 아니고 옳지 못한 명령을 내리거나, 사회가 관여할 것이 아닌 일에도 비열하게 어떤 명령을 내렸을 경우에, 사회는 많은 여러 가지 정치적 압박보다는 더 무서운 사회적 전제를 저지르고 만다. 왜냐하면 사회적 전제는 보통 정치적 압박의 경우만큼 무거운 형벌로써 뒷받침되고 있지는 않지만, 생활의 세부까지 훨씬 깊게 파고들어서 사람의 영혼을 노예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도망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남겨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관리의 전제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지배적인 여론이나 감정의 전제에 대해서도 방위할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같은 책, pp14-15)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공식적으로 ‘국가보안법’이라는 ‘관헌에 의한 전제’가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밀은 부르주아 민주주의 사회에서 관헌에 의한 전제보다도 ‘다수자에 의한 전제’를 경고하였다. 다수자에 의한 전제를 묘사하는 밀의 필체가 엄중함을 넘어서 꽤나 무시무시하고 오싹한 지경이다.
다수자의 전제, 그 허실
그런데 밀은 '다수자의 전제'에서 말하는 다수의 존재가 사실은 허구라고 생각했다. 전제의 주체가 허구라니 그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언뜻 듣기에는 고개가 갸웃거린다. 밀이 자유론의 ‘사상과 언론의 자유’ 부분에서 해부하고 있는 다수자의 전제 배경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과거 봉건사회부터 진보했다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사회에서조차도 스스로의 ‘절대 무오류성’을 믿는 지배자들은 ‘반대자’들의 목소리를 원천 차단시키거나 이단으로 몰아버리며 발표와 토론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고 그들이 믿는 진리를 강요한다. 결국 뚜렷한 의견이나 신조가 없는 일반 대중은 요즘 소위 말하는 ‘알 권리’를 빼앗긴 ‘지적 노예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그리고는 지배자들이 말하는 그 시대나 환경 속 '진리'에 부화뇌동하여 ‘다수자의 전제’라는 음산한 대열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다수자의 전제도 사실 그 구성을 분석하면 이런 종류의 대중들이다.
1백 오십여 년 된 밀의 경고를 오늘날 한국 사회에 적용해보면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시대적 상황으로 반공사상이 전체 사회구성원 사이에 만연한 가운데 국가보안법이라는 관헌의 전제가 행해지며 반대 주장들이 탄압받는 한국의 현실에서 위에 언급한 그 ‘진리’라는 것은 거대 언론 기관들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다. 즉, 어떤 사건이나 현상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입장이 없던 일반 대중으로서는 자본의 이해에 따라 늘 노출되는 거대 언론의 입김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컨대,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수자의 전제는 민중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자본의 조종을 받는 거대 언론 기관의 의지에 의해 발생하고 주도된다. 그리고 거대 언론 기관들이 그들 스스로 자유민주주의의 수혜자이자 수호자이며 선봉임을 자처하는 현실에서 그들이 '다수자의 전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그들의 적대 세력을 매장하고 압살하는 행위는, 밀을 비롯한 애초 자유주의 선구자들의 근본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다. 밀은 이러한 행위를 두고 '자기네' 확신을 '절대적' 확실성과 동일시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서 판단의 수단을 빼앗아 그들 대신 문제를 해결하려는 ‘권위적 억압’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다수자의 전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켜라
실제로 최근 유행하는 적색 공포의 전말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 역시 거대 언론 기관들이 만들어낸 다수자의 전제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민주주의지라 주장하지만, 자유주의의 대부가 보기에 그들은 권위적 억압을 통해 정치적 목표를 이루려는 야비한 전제주의자일 뿐이다. 그런 전제주의자들이 ‘자유주의의 꽃’인 언론을 이용하여 그들의 권위적 억압을 시도하는 건 너무도 큰 아이러니다.
가짜 자유민주주의자들, 아니 전제주의자들이 만들어낸 다수자의 전제라는 권위적 억압을 극복하는 길은 민중 스스로가 사회 현상을 능동적으로 바라보고 과학적 분석을 통해 타율적으로 형성된 다수자의 틀을 깨는 것이다.
밀은 어떤 의견이든 발표와 토론의 기회를 보장 받을 때 비로소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다수자의 전제를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이름 뒤에 숨은 전제주의자들이 노리는 것은 민중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을 갖지 못한 채 모든 상황을 그들의 뜻대로 통제하고 이끄는 것이다. 그들의 잉크 놀음을 넘어서서 우리 스스로 옳고 그름과 시비를 가릴 수 있는 민주적 대중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 둔 틀에서 뛰쳐나와 스스로의 자아를 해방시켜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유일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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