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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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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00:49:14, 조회:2,843, 추천: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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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의 자가당착, 시혜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바뀌지 않는 민주노조의 원칙
지난 7월 17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18-4차 운영위원회에서는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비정규노동센터’사업을 진행할 것을 승인하고 이어서 ‘비정규노동센터’의 운영규칙, 사업계획, 구성 및 준비일정 등을 이 회의에서 일사천리로 결정하였다. 지자체로부터 20억을 지원받아 비정규노동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이를 통해 서울지역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보호 및 복지증진, 노동조건 및 노동환경개선을 통한 노사관계 안정화, 취약계층 노동자를 위한 고용 정보제공 등을 목적으로 한 비정규센터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서울본부 운영위원회의 지자체 보조금 수령을 통한 비정규센터설립 결정은 절차, 내용, 방향 모든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이미 많은 단위에서 지자체 보조금 수령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지만 서울본부는 운영위원회에서 표결로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서울본부 운영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표결로 결정한 것은 무효다. 2001년 민주노총 22차 대의원대회에서는 국고보조금은 받되 건물, 토지 등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관리유지비로 제한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최근에는 비정규직 사업에 한에 보조금을 받자는 논의가 3차례 정도 대의원대회에 안건으로 상정되었다가 폐기되었다. 10여년이 지난 결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안 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반대로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리고 얼마 전 논란이 된 부분적인 수정안으로도 바뀌지 않는 바로 민주노조의 중요한 원칙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결정사항을 위반하는 그리고 민주노조의 원칙을 버리는 안건을 서울본부 운영위원회라는 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그 결정이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형식과 절차 보다 내용에 있다. 정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면서 명확하다. 바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해서다. 지자체 보조금 수령을 찬성하는 이들의 논리는 보조금을 받아도 스스로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예산을 사용한다면 자주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아전인수식으로 상상하고 있다. 이미 서울본부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비정규센터사업의 준비, 진행과정, 센터사업내용과 그간 드러난 서울시 보조금 수령의 실체들을 보면 지금까지의 그들의 주장이 자가당착임을 알 수 있다.
서울본부의 세 가지 자가당착
첫 번째 자가당착, 서울본부 1년 예산의 3배가 되는 큰 금액이 들어가는 사업을 그것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원칙이자 방침을 어겨가며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비정규노동자들을 위한’ 이 사업이 사실은 서울지역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화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비정규단위들과 아무런 논의 없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정작 조직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논의 없는, 더욱이 현재는 공공 서경지부, 전회련 서울지부, 전국학교비정규노조 서울지부, 기륭전자분회, 사무연대노조 등 서울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정규 단위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많은 비정규노조, 단위 대표자들이 성명서(필자주: 성명서 내용은 “서울본부는 서울시로부터 지원금 수령 시도 중단하고, 민주노조운동의 분명한 원칙을 재확인해야 합니다!”이었다.)를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당사자들과의 논의조차 없는, 이미 반대를 하고 있는, 이 사업은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
두 번째 자가당착, 올해 3월 서울본부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서울시 예산에 편성되어 있는 15억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서울본부 본부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몇 개월 후인 7월, 운영위에서는 서울시로부터 15억을 받기로 결정이 되었다. 하지만 서울본부의 골간조직인 지역별 지구협회의에서 이 내용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3월까지 본부장도 모르던 사업이 7월 운영위에서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 결정된 것이다. 민주적인 운영을 통해 노동조합으로서의 민주성을 지켜낼 수 있다는 생각은 이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습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으나, 정작 서울본부 자신의 골간조직인 지역별 지구협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위들과는 일절 논의과정이 없었다는 것, 또한 운영위 결정 이후 각 지구협회의에서 보조금 수령과 비정규센터에 대한 반대 입장이 나오고 있지만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에서 이미 민주성을 잃고 있다.
셋번째 자가당착,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자주성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서울시 예산 지원을 위한 서울본부의 사업계획서 세부내역을 보면 이미 노동조합의 자주성은 삭제되어있다.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은 장학사업으로 7억의 예산이 책정되어있고, 그 밖에 교육사업, 인식개선 및 법률구조사업, 노동자 복지지원사업, 지역공동체연계사업 등이 구성되어있다. 정작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을 직접적으로 조직화하는 노동조합활동 보장사업은 20억중 5천4백만 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서울본부의 사업목적 자체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개선, 복지향상을 통한 노사관계안정화에 있고, 특히 서울시의 노동단체 지원 목적은 노사정간의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지역 노사관계를 안정화 하는 데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결국 양측의 사업목적에 있어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통한 ‘주체’로서의 ‘투쟁’을 통한 노동조건개선과 복지향상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 지원으로 인한 ‘객체’로서의 ‘시혜’를 통한 노사관계 안정에 있는 것이다. 돈을 주는 쪽의 목적이 분명하고 받는 쪽의 사업계획이 이러 할진데 그 속에서 어떤 ‘자주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인지 의문일 뿐이다.
준비과정, 절차, 목적, 사업계획 그 어디에서도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찾을 수 없는 비정규센터 사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또한 각 지역 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 보조금 수령에 대해 다시 한 번 민주노조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노동자들의 주체적 투쟁으로 쟁취해낸 성과야말로 미조직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건강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야권연대, 민주노총지지 후보로 당선된 박원순이 시장으로 있는 서울시의 경우 보조금 수령의 문제와 더불어 서울시를 직접 대상으로 하고 있는 투쟁단위에 있어 더욱 더 주체적인 투쟁이 중요하다. 그들에게 주체적인 투쟁 없이는 노동자들은 주는 대로 받아야하는 한낱 표로 인식될 뿐이다.
시혜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주체로 우뚝 서자!
현재 서울시를 직접 대상으로 한 투쟁 사업장은 공공운수노조 버스서경지부,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시립대분회,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3개 단위가 있다. 3개 단위는 사업장, 직종, 고용형태, 요구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투쟁의 핵심은 같다. 바로 이 3개 단위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는 서울시라는 것이다.
얼마 전 임단협 투쟁을 마무리한 다산콜센터는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의 콜센터 업무를 통합한다는 목적으로 설립했다. 하지만 정작 콜센터는 용역업체에 민간위탁 되었고 현재는 500여명의 노동자들이 3개 업체 나뉘어 고용되어 있다. 작년 다산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업무평가로 인한 극심한 업무스트레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하였고 1년여 넘게 용역업체와의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였다. 임단협 과정에서는 나 몰라라 하던 서울시는 현재 2차 비정규대책으로 민간위탁부분에 대해서도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서울시립대에서 미화 업무를 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작년에 진행된 서울시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시에 직접 고용되었다. 다만 서울시의 정책에 따른 정년에 의해 일부는 공무직으로 전환되었으나, 일부는 준공무직으로 전환되어 2014년 말 만 65세 이상의 노동자들은 정년퇴직해야 하는 상황이다. 간접고용 당시에도 특별한 정년이 없어 일하던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되면서 40% 달하는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직접 고용이후 서울시립대와 임금 및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서울시립대와 서울시의 상호 책임회피로 인해 현재까지 교섭에 진척이 없어 파업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버스 서경지부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시행된 준공영제를 통해 현재 60여개의 버스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완전공용제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애초 준공영제 목적은 버스 노선을 수백 개의 회사가 사적 재산처럼 거래하는 등 특권처럼 남용되고 있고 이로 인해 버스요금의 인상 등의 부작용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몇 개의 버스회사만을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60여개의 버스회사가 버스노선을 사적 재산처럼 누리고 있고, 더욱이 서울시로부터 수억 원씩 지원금을 받고 있는 노동조합의 일부조합원이 현장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
세 개 단위의 공통점은 지금까지 시의 정책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되어 왔다는 것이다. 운영방식, 고용형태, 노동조건 그 무엇 하나 노동자들이 직접 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 세 개 사업장이 서울시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이 단위의 노동자들은 서울시 정책에 철저히 객체화 되어 좋든 나쁘든 정책의 희생양 또는 시혜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서울본부의 20억 보조금 수령과 서울시 대상으로 한 주체적인 투쟁은 보조금 수령 찬성자들의 주장대로 양립할 수 없다. 서울시로부터 받을 것은 돈 몇 푼이 아니라 서울시가 진짜 사장임을 인정받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객체화 키는 한 제대로 된 직접 고용, 제대로 된 공영제는 없다. 시혜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주체로 우뚝 서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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