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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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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7 08:33:06, 조회:3,094, 추천: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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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의 환상을 넘어 자본에 대항한 교육투쟁으로 나아가자!
- 실천학회 사람세상
2007년의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전국의 대학에서 발표한 등록금 인상률로 사회가 떠들썩하다. 전국의 대학당국은 연례행사처럼 올해에도 등록금을 인상했다. 서울대 12.7%, 연세대 8.7%, 고려대 7.5%, 건국대 6.9%, 서강대 7.41% 등 줄줄이 오르는 등록금에 학생들과 부모들의 비명은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한 주부가 자녀의 대학등록금 때문에 2500여만 원의 빚을 지고 고민하다가 자살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대학 등록금이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데도 대학자본의 등록금 인상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는 예언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대학 자본은 몇 백 만원의 등록금을 ‘학교 재정이 어려워서’, ‘물가인상률에 비추어서’라는 핑계를 대며 받아먹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이 넘고 이들의 임금은 한 달에 100만원 수준인데, 대학 등록금은 한 학기에 기본 3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렇다면 이 등록금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은 80%가 학교운영비로 쓰인다. 그리고 각 대학마다 ‘장기적 투자 전망’을 명분으로 매년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다. 이 적립금의 수치는 수 조원에 달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사립대학회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5년 회계연도 결산 기준으로 4년제 사립대는 5조 7677억 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실만을 봐도 대학이 학생들에게 대학운영이 어렵다고 하며 등록금을 올리지만 그 돈을 쌓아두는 것과 자본가가 회사가 어렵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은 줄이지만 매년 수 억 원의 흑자를 보는 것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은 단지 더 많은 이윤 확보를 위해 핑계를 대고 있을 뿐이다.
공공성의 허울에 갇혀있는 자들
전국의 대학생들은 살인적으로 오르는 등록금, 쌓여가는 대학 적립금에 반대하며 교육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단과대 총학생회 모임인 ‘단과대 연석회의’에서는 등록금을 총학생회 계좌로 납부하는 ‘민주납부’를 시작으로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광주전남 19개 대학 총학생회는 ‘광주전남 교육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등록금인상반대 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언하였다.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는 수차례 집회를 가지면서 등록금 인상반대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투쟁 움직임은 활발하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이하 교대위)의 요구안이 그러하다. 이들의 요구안은 어떤 것인가?
2007년 전국대학생들은 등록금규제정책을 법제화할 것이다.…대선공약인 교육재정 GDP 6% 확보 이행을 촉구할 것이다.…등록금은 억제하되, 국가적 책임을 높여 투명하게 예산사용을 하는 대학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는 대정부교섭단을 구성할 것이다. 또한 교육/시민단체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지지와 참여 속에 범사회인대책위를 제안하고 구성할 것이다. 이는 교육의 공공성 강화의 원칙에 입각하여 사상과 정견의 차이를 넘어 등록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전국대학생교육대책위 2007년 등록금투쟁 계획 선포 기자회견문 중)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곳인가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려야 한다. 전국의 국공립, 사립을 망라한 대학들은 학교, 학과의 통폐합을 대표로 한 교육구조조정과 산학협력제도를 강화하여 대학생들을 취업을 위한 생존 경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는 개별자본이 전담해야 했던 재교육비를 감축하고, ‘취업확대’라는 허울 아래 대학이 그러한 역할을 대신해주면서 이후 노동시장에서 바로 팔릴 수 있는 인력을 양산하는데 그 목적이 있을 뿐이다. 이미 대학은 전체 자본주의 시장에서 전체자본을 위한 하나의 자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산학협력제도 등 자본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자본이 원하는 노동력을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대가로 학교재산을 불리고 있다. 산학협력제도를 도입해서 노동부와 개별 자본에서 상당량의 기부금을 받아 챙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그대로 대학의 재산이 된다. 반면에 대학은 등록금은 매년 올리면서도 학생들의 복지와 자치활동은 전혀 보장하지 않고 있다. 학내에서 등록금을 인상하고 그것이 그대로 학교주머니를 들어가 학교의 건물과 재산을 불리는데 쓰이고, 저항하는 학생들의 투쟁을 무참히 탄압하는 대학, 자본이 원하는 교육만을 하는 대학은 이미 진리의 상아탑이 아닌 하나의 ‘자본’이다!
‘교대위’는 이 같은 현실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 재정 확보를 요구안으로 내걸면서 ‘대학의 부족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서 등록금을 인상할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공약이었던 교육재정을 늘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학 자본은 적립금으로 수 조원의 재산을 쌓아두고 있다.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대학자본 금고에 수북이 쌓여있는데 국가에게 재정 확보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대학자본이 항상 이야기하는 ‘학교가 가난하니까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의 명분을 만들어줄 뿐이다. 이것은 더 나아가 대학자본의 재산을 더욱 불려주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또 다른 요구안인 ‘등록금규제정책 법제화’를 보자. 세부적 요구로는 ‘이월 적립금 규제, 등록금 인상 상한제, 예산편성심의의결기구 학생참여보장, 등록금문제관련 조정위원회설치, 학자금대출 무이자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이 요구는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등록금정책과 다르지 않다. 대학자본의 적립금을 대학 운영수입 총액의 1/2 이하로 정하고 그 이상을 적립하지 못하게 하고, 대학당국이 부당하게 등록금을 인상할 시에는 학생의 의견을 국가적 차원에서 이의조정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이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대위가 가지고 있는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환상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학 자본과 학생들 간의 갈등을 국가가 중립적인 위치에서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중립자가 아니라 대학 자본의 편에 서서 총자본이 원하는 노동인력을 대학에서 보다 더 많이 양산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도와주는 ‘자본을 위한 교육의 총관리자’이다.
교육재는 철저하게 자본가의 잉여축적 극대화를 위한 비용으로 이해된다. … 현재의 국가공교육 체제는 이러한 잉여축적을 위해 고안된 최선의 방책으로 이해된다. 즉, 국가기구 자체가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일차적으로 봉사하고 있으며, 국가교육체제는 하나의 하위 기구인 것이다.
(천세영, <교육재정 문제에 관한 두 가지 이해>, 《교육이론과 실천(제6권)》)
교대위가 이루고자 하는 ‘교육의 공공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환상일 뿐이다. 국가는 자본의 하수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대학 통, 폐합과 산학협력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자본의 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한 교대위의 입장은 무엇인가? 대학당국이 투명하게 예산집행만 하면 아낌없이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 시행되고 있는 교육구조조정에 대해서 예산의 투명화가 보장된다면 마음껏 대학과 학과를 통폐합하고 산학협력제도를 활성화해서 자본이 원하는 인력을 양성해도 된다는 것인가? 결국 이들의 주장은 더 깨끗하게 자본을 위한 교육을 행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학교와 학생은 대화가 필요해?
대학사회에서 등록금을 둘러싼 문제 중 또 다른 핵심적인 사한이 있다. 바로 등록금 책정을 둘러싼 학생과 학교와의 대화창구이다. 올해 서울대당국은 학생들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뒤로 하고 등록금 인상안을 기성회, 이사회를 열어 결정하지 않고 서면승인을 받아서 등록금 책정을 최종 마무리 했다. ‘진보대학’의 이미지를 넓혀가고 있는 성공회대는 학교와 학생이 등록금 책정을 포함한 학사운영에 대해 논의하는 테이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에 의해 모든 학사운영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야기한다. ‘학생들과 논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학사운영 문제 있다.’라고. 하지만 단지 대화테이블이 부재해서 대학 자본은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올리고 있는가?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대학평의회’가 법제도로 등장했다. 대학평의회는 교원, 학생, 동문, 지역인사 등으로 구성된 회의체로서, 대학운영 전반에 대한 사항을 논의하는 테이블이다. 하지만 예, 결산안에 대한 사항은 ‘자문에 한 한다.’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투쟁 요구안에서 핵심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라는 요구이다. 교육 3주체라 불리는 학교, 교직원, 학생이 등록금을 포함한 학사운영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교육 3주체가 민주적인 방식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한 가지만 물어보고 싶다. ‘대학평의회가, 민주적의사결정기구가 세워져서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냐’고. 테이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대화 테이블이든 그 자체를 요구안으로 가져가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는 교섭테이블을 통해서 요구하는 것을 협상하고 쟁취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할 뿐, 교섭테이블 그 자체를 요구안으로 내걸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교섭테이블은 학생들의 강고한 투쟁을 통해서 대학 자본이 굴복한 결과로 이루어지는 테이블이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들이 갖는 교섭과 타협의 계급적인 전제이다.
학교와 학생의 관계는 노-자 계급 관계처럼 적대적인 관계로 전제해야 한다. 이 전제를 인정한다면 대학평의회와 민주적의사결정기구는 처음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계급적 관점을 가진 학생들의 교육투쟁은 국가의 중립적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 대학 자본에 대항해서 투쟁해야 한다. 형식적 민주주의의 관념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이 아닌 등록금 동결 투쟁을 통해 대학자본의 이윤을 타격하고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을 온전히 학생들의 필요에 의해서만 쓰라는 요구를 내걸고 투쟁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의 본질을 폭로하고 타격하는 교육투쟁이다!
자본을 위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여, 투쟁하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학생은 자본을 위한 교육을 받는다. 자본을 위해 뼈 빠지게 일을 하고 자신의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노동자로 살기 위해 우리는 몇 백 만원의 등록금을 대학 자본에게 바치고 있다. 학생이 받고 있는 교육의 진정한 수혜자는 개인이 아닌 자본이다! 대학은 진리 추구라는 허울 좋은 명분하에 점점 더 자본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직접 공급받기 위한 ‘직업기술학교’로 변모해가고 있다. 자본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대학자본과 손잡고 숙련노동력을 공급받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자본은 숙련된 노동력을 만들어 내는데 비용을 노동자의 자녀인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담’해야 한다.
계급적 관점을 가진 학생들은 학생대중이 대학과 교육을 순수학문과 공공성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교육과 대학을 폭로해야 한다. 형식적인 민주주의의 틀에 갇혀 있는 교육투쟁 요구안들의 한계와 모순점을 지적하고 명확히 자본에 대항한 요구와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자본을 위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자본이 지불하는 무상교육 쟁취 투쟁이 우리가 움켜줘야 할 승리이다!
등록금 억제나 투명한 재정운영, 대화 테이블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등록금 폐지, 무상교육 쟁취를 향해 투쟁하자!
공공성의 환상에서 벗어나 대학 자본에 대항해 투쟁하자!
노동자의 자녀들에게 교육비를 전가하는 자본주의를 폭로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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